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지난주 가족들과 고향인 포항을 찾았습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부동산 건이 잘 마무리되어 최종 계약서를 쓰고 왔네요. 고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처음 이 집을 구매했던 6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뒤섞인 채 한참을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것처럼, 역시 "사람을 잘 만나야 된다"라는 말을 또 한 번 실감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당당하게 굴다가 만기일이 다가오자 순한 양이 되었던 사람부터,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인간적으로 신경 써주는 게 느껴졌던 고마운 분(사람)까지......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더라고요. 

꽤 복잡했던 감정은 시원한 소주 한 잔에 묻어버리고, 부모님/누나네 가족들과 갈비를 구워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양포항 작은 방파제로 향했습니다. 

생활낚시를 하는 분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죠.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원투낚시, 루어낚시를 하는 낚시인들로 많이 북적여서 저는 낚시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해가 떠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른 시각이라 호수같이 고요한 양포 내항이었습니다. 

들뜬 아이 세 명만이 분주한 발걸음으로 방파제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낚은 고기를 담아올 거라며 하얀 양동이를 야무지게 들고 가는 모습이었네요. 

이날 저와 함께 낙시를 했던 아이들입니다 ^^"

봄이 오면 포항으로 도다리 낚시를 가자고 조르는 제 두 아들과, 첫 선상낚시를 시도하는 조카와 함께했습니다. 3년 만에 타보게 될 "대박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네요. 

아들 두 명 도와주는 것도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 낚시 경험이 거의 없는 조카까지 있으니 솔직히 걱정이 좀 되었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많이 컸을 거라 믿고 출조를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까지 이렇게 5명의 남자가 배에 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다른 낚시인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좌현 선미 쪽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번 출조를 준비하면서 아버지께도 낚시를 가실 건지 전화를 드렸습니다. 은퇴 후 집에 계시는 시간이 많아서 바람 쐬러 가자고 여쭤봤던 건데, 본인도 좋다고 흔쾌히 말씀을 하셨네요. 

아버지와의 통화를 마치며, 4년 전 아버지와의 마지막 출조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첫째 명빈이와 양포항에서 나갔던 도다리 선상낚시였습니다. 미리 여쭤보길 정말 잘했네요 :)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바빠집니다. 학원에 친구에......멀지 않은 길인데도 부모님을 찾아뵙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서 핸드폰과 게임이 없는 배 위가 어쩌면 할아버지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삼촌을 믿고 따라나선 조카 기준이도 바다를 보며 신이 났습니다. 첫 선상낚시가 재밌어야 앞으로도 같이 다닐 텐데, 고마우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

저 멀리 익숙한 등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등대 주변으로 동해안에서 흔하지 않은 소봉대 갯바위의 모습이 보였네요. 흰 등대, 알바위, 칼바위, 곶부리......4월 미역 작업이 끝나면 포항 벵에돔들을 만나러 종종 여치기를 나설 계획입니다. 

점심 때 강한 서풍이 나온다는 예보에 도다리 낚시보다 열기 낚시를 먼저 진행했습니다. 

바늘 하나하나 크릴을 곱게 끼우더니 이내 쏨뱅이 한 마리를 낚아 올렸습니다. 쏨뱅이가 낚인 것으로 봐서는 밑걸림을 피해 바닥권까지 채비를 잘 내린 것 같았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정성스럽게 미끼를 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나중에 이 사진을 누나에게 보내줬더니 정말 좋아하더군요 ^^"

그러던 중 둘째 규빈이가 열기 두 마리를 한꺼번에 올렸습니다. 봉돌 가까운 바늘에 주로 입질이 들어오는 걸 보면 바닥 가까이 채비를 붙일수록 유리한 것 같았습니다. 

동생이 쌍걸리를 하는 모습을 보더니 주변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낚시 자리를 옮기는 도중에도 미끼를 새로 갈아주는 집중력을 보여줬네요. 

이어서 첫째 명빈이도 열기 두 마리를 올렸습니다. 포항에도 이렇게 열기 낚시가 되는 곳이 있었네요. 씨알이 조금 작고, 밑걸림이 심해서 채비 손실이 있어도 잦은 입질이 들어오니 가족생활낚시 대상어로는 참 좋은 것 같았습니다. 

선미에서 조용히 낚시를 하시던 아버지도 다행히 열기 얼굴을 보셨네요. 겉으로 기분을 표현하시진 않았지만 같이 모시고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명빈이가 확실히 입질을 느낀 듯 "왔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릴을 감는 모습입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아도 릴링과 펌핑의 타이밍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네요. 

아이들이 집중애서 미끼를 끼우는 모습은 언제 봐도 귀엽습니다. 

이날 배에는 정원(22명)에 가까운 낚시인이 탑승했습니다. 저희처럼 대부분이 가족 단위 출조였습니다. 자주 낚시를 접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서로 줄이 엉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들 웃으면서 서로 배려하며 낚시를 이어갔습니다. 

소수의 엘리트 낚시인들이 이끌어가는 전문 낚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낚시에 대한 일부 안 좋은 의식을 없애는 데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이 터진다는 예보에 맞춰 강한 서풍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닻을 고정하지 않은 채 비교적 깊은 수심대에서 이루어지는 열기 낚시보다는 도다리 낚시가 낫다는 선장님의 판단에 따라 바람이 덜 타는 양포 방파제 앞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부지런히 봉돌을 놀려주며 고패질을 이어가던 명빈이가 제일 먼저 도다리(가자미) 한 마리를 올렸습니다. 씨알이 너무 작아서 조심스럽게 목줄을 잘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냈습니다. 

10시가 다 되어 슬슬 출출할 때가 되자 선장님께서 뜨끈한 어묵 라면을 내오셨습니다. 

따뜻하게 속을 달랜 규빈이가 후반전 첫 도다리(문치가자미)를 올렸습니다. 

이어서 아버지도 도다리를 한 마리 낚으셨고요. 일반적인 문치가자미가 아니라 기름가자미 종류인 듯했습니다. 육안상으로도 알이 자리 잡은 모습을 혹인할 수 있었네요. 

그 사이 선장님께서 배를 돌면서 횟감으로 쓸 조과를 모으셨습니다. 요즘은 이런 선사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풍족한 조과가 있는 날이면 큰 상관없겠지만, 빈약한 조과가 나오거나 조과를 각출하는 데 불만을 가지는 낚시인이 있으면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명빈이가 또 한 마리의 도다리를 낚았네요. 이번에는 씨알이 좋아서 개인 물칸에 잘 넣어뒀습니다. 예전에 도다리 선상낚시를 해본 적이 있어서 확실히 조과가 더 좋았네요. 아버지 옆에 명빈이가 자리를 잡게 한 이유도 이런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규빈이는 선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가끔 이럴 때는 규빈이의 타고난 성격이 부럽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긴 하는데, 자기가 생각하는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하면 절대 무리하지 않습니다. 

이제 기준이에게 집중할 시간이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금방금방 배웁니다. 

어묵 라면에 이어서 모둠 회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선장님께서 열심히 회를 준비하셨지만 라면과 마찬가지로 20명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2배 정도의 양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가 덜 찬 아이들을 위해 선미에 준비된 컵라면을 서둘러 준비해야 했습니다. 맵지 않은 튀김우동이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대박호의 주말 오전 출항/철수 시간은 각각 7시, 12시입니다. 

열기 낚시를 하러 가면서 저 멀리 4개의 작은 여가 보였습니다. 포항권에서는 꽤 유명한 "사군자" 여치기 포인트였네요. 수면 위로 나온 공간이 많지 않아서 너울이 거의 없는 날이 아니면 내리기 정말 힘든 곳입니다. 

열기 낚시에 집중을 하던 기준이가 드디어 씨알 좋은 열기를 올렸네요. 이날 저희가 낚은 열기 중에는 가장 큰 씨알이었습니다. 바늘이 입술에 정확히 걸린 것으로 봐서 챔질 시기도 잘 잡은 듯했습니다. 

한 번 감을 잡으니 이제는 파죽지세입니다. 열기에 이어 통통한 우럭 한 마리를 끌어냈습니다. 이미 낚시를 마친 명빈, 규빈이도 바닷속으로 들어갈 정도로 관심을 많이 보였네요. 

집으로 돌아올 때 아이들이 코를 골며 기절해 준 덕분에 아버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단둘이서 보내는 시간이었네요. 

아버지를 졸라 낚시를 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저와 아버지의 자리는 바꾸었고, 그 시절의 저와 비슷한 중학생 아들이 뒷자리에서 자고 있었네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바닷가 산책과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낸 엄마, 누나, 아내와 함께 챙겨온 도다리 몇 마리로 뒤풀이 회를 즐겼습니다. 뜨끈하게 끓여 낸 우럭, 열기 매운탕의 시원한 맛도 좋았습니다. 웬일로 누나도 다음에 낚시를 한 번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했네요. 도다리 낚시가 마무리되는 6월까지 한두 번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창원에는 새벽까지 비가 내렸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저녁쯤 오랜만에 목욕탕에 다녀오면 완벽한 휴일이 되겠네요. 

다음 주 수, 목요일 정도 날씨가 좋아 보입니다. 목요일 출근이 있어서 1박 2일 출조는 안 되지만, 수요일 정도에 벵에돔 낚시를 가볼까 합니다. 3월의 첫 출조가 많이 늦어지네요 ㅠㅜ

휴일 즐겁게 보내시고, 다음 주 출조 가시는 분들 손맛 많이 보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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