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이 하는 말 “너 죽기 전에 농어 먹어봤나?” 라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라고 했더니, 농어 먹어보고 다시오라고 하며 살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여름 농어가 맛있다는 것이다.
7월 28일은 외연도로 인낚의 Team IF 중서팀 회원들과 서해권의 농어를 타작하러 가기로 한 날이다. 인낚의 Team IF 는 인터넷 바다낚시 사이트 내의 동호인들로서 각 지역별로 구성이 되어있다. 서산, 태안, 당진은 중서팀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이번 출조는 중서팀장인 지중해에서님이 주선하였다. 나는 낚시의 고수분들에게 체계적인 낚시를 배우고 싶어서 Team IF에 가입 하였다. 이번 출조는 농어조황이 좋은 외연도로 출조지를 정해놓았으니 대장쿨러에 농어를 꽉 채워 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 만땅이었다.
지중해님은 출조공지를 통해 이번에는 조황이 확실할 것이며 중서팀원 중 진주라는 닉네임의 여성조사님 옆자리는 내 자리로 내정해 놓았으니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진주님은 모든 사람이 꽝 칠 때 혼자서 조황을 책임질 정도로 루어낚시에 통달한 분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번 서해권 농어사냥에는 직장동료인 “조신 박” 님이 함께 하였다.
새벽 2시반에 일어나 주섬주섬 준비를 하여 직장동료를 태우고 약속장소인 [태안 낚시 프라자]에 도착한 것은 새벽 4시경 이었다.
함께 출조 할 중원팀의 그림자, 안개, 호동왕자, 강물님과 중서팀의 비늘, 지중해에서님은 벌써 도착하여 기다리고 계셨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해장국을 먹고 있는데 오늘 내 스승이 되실 진주님이 도착하셨다.
얼음과 음료수 등등을 챙겨 [태안낚시 프라자] 전용선이 기다리고 있는 모항으로 출발하였다. 사람 좋게 생긴 사무국장님과 선장님이 농어가 바글대는 포인트로 안내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우리는 출항했다.
30여분을 달려 포인트에 도착하였다. 선장님의 준비하라는 주문에 맞춰 채비를 하고 진주님 옆에서 루어를 날렸다. 선장님 왈 루어는 무조건 씽킹을 쓰고, 흰색몸통에 빨간색 머리를 가진 루어가 잘 먹힌다. 아울러 배 앞에서 입질 오는 경우가 있으니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릴링을 하라고 했다.
첫 포인트에서는 한 마리의 고기도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포인트에 도착하여 낚시를 했다. 조금 있으니 진주님이 놀래미를 한 마리 올렸다.
루어로 바닥에 걸리지 않게 공략하는 것이 핵심인데 역시 진주님은 실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놀래미가 바닥고기이기 때문이다.
난도라는 섬을 한바퀴 돌며 낚시를 했는데도 기다리는 농어는 잡혀주지 않았다. 포인트 이동 중 선장님께 “오늘 바다 물색깔이 별로 안좋은데 어떻습니까?” 라고 묻자 “스크류에 이는 포말의 물색깔이 흑색인데, 흑물이 들어서 그렇다. 이런 날은 우럭도 물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헉 이럴 수가...... 왜 하필 내가 오는 날 물색깔이 이럴까?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휙 스쳤다.
날씨는 안개가 많이 끼어 있고 구름이 많아 햇빛이 비치지 않았다. 낚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대략 6시부터 낚시를 했으나 9시경까지 입질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나에게 입질이 왔다. “힛트”를 외치고 릴링을 하는데 중간쯤에서 바늘털이에 의해 고기가 떨어져 나갔다. 씨알은 크지 않으나 첫 고기를 떨어뜨린 것이 기분이 영 허탈했다. 고기를 걸면 무조건 대를 낮추고 릴링을 하라는 선장님의 주의 사항을 듣고 다시 열심히 캐스팅을 반복했다.
잠시 후 직장동료인 “조신 박”님이 힛트를 외치고 30정도 되는 점농어를 바늘털이를 당하지 않고 끌어 올렸다.
선장님은 물때가 맞지 않으니 물때가 맞을 때까지 우럭이나 잡자며 갯바위에서 낚시 할 사람을 내려주고 갯바위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자세채비를 나눠주었다.
나는 1온스짜리 지그헤드에 5인치 흰색 웜을 끼우고 루어 낚시를 해보았다. 수심이 20미터 권이라 제대로 채비가 내려가는지도 모르겠고 바닥에 닿은 느낌을 알 수가 없었다. 천천히 고패질도 해주며 우럭이라도 잡으려 했으나 입질은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중원팀에서 우럭을 한 마리 올렸다. 자세채비에 미꾸라지 미끼를 물고 제법 준수한 씨알의 우럭이 올라온 것이었다.
그리곤 비늘님이 조그마한 열기를 올리는 것이었다. 비늘님은 열기를 잡는다며 카드채비를 하였고, 잠시 후 두 마리의 열기를 보탰다.
어느정도 낚시를 하다가 비늘님이 한잔 먹고 하자며 놀래미와 열기, 우럭, 농어를 현란한 칼솜씨로 순식간에 회를 만들었다. 갯바위에 내린 진주님, 조신박, 지중해님이 합세하였다.
비늘님이 떠놓은 회를 안주삼아 우리는 배 갑판에 둘러앉아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예전에도 오전에 한 마리도 잡지 못하다가 점심 먹고 오후에 많이 잡았었다는 진주님의 말씀이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니면 가게 문을 반드시 열어야 되는 장인께서 가게 문을 닫고 오랜만에 딸집에 오셨는데 횟감도 못 잡아 가면 어쩌나 우려스러웠다. 또한 물색깔이 이러면 우럭도 물지 않는다는 선장님의 말도 신빙성있게 들려 걱정은 말이 아니었다.
걱정이 되어 “오늘 장인, 장모님 와 계신데 고기 못 잡아 가면 큰일인데” 라고 말하자 중서팀장인 지중해님이 “그럼 발전님이 1번으로 고기 챙겨야 하고, 다른 사람 사정 있는 분들은 말해봐” 라고 말씀하시었다. 와! 여기는 사정이 있으면 고기 못 잡아도 가져 갈 수 있게 해주나 보다 라며 위안을 삼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하는 내가 창피했지만 안심되는 것은,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다른 분들도 그럴까?
소주 한잔, 회 한점을 한 후 물때에 맞게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였다.
이동한 포인트에서 드디어 지중해님에게 입질이 왔다. 캐스팅하는 것도 그만두고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씨알이 상당히 큰 것 같았고, 떨어뜨리면 안 돼는데 라며 응원을 하였다.
선장님의 노련한 뜰채솜씨에 드디어 놈이 담겼다. 갑판에 올려져 있는 농어는 어림잡아도 팔짜는 돼보였다. 이렇게 큰 농어는 어시장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그런데 그것을 낚시로 잡아내다니..........
잠시 후 또다시 지중해님에게 입질이 왔고, 올려진 놈은 조금 전 꺼보다 약간 작은 싸이즈 였다. 안되겠다 싶어 나는 지중해님의 자리로 옮겼다. 지중해님은 기꺼이 여기서 해보라며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그런데 바로 옆에 계신 비늘님도 몇 차레 힛트를 하였으나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두 마리나 떨어뜨리셨다. 나는 조바심에 더 멀리 더 천천히 캐스팅하고 릴링을 했으나 입질이 오지 않았다.
진주님은 농어를 걸었으나 3호 원줄이 터졌다고 했다.
그런 사이 우측에 있던 중원팀에게 입질이 왔다. 큰소리로 “왔다” 를 외치며 올린 놈은 칠십은 되보이는 놈이었다. 나만 빼고 주변에서 대여섯 마리를 힛트하고, 서너마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오후 1시경 점심을 먹고 하자며 배를 양식장 부표에 대고 묶었다. 또다시 비늘님의 현란한 칼솜씨에 농어 광어가 한 마리씩 흰 속살을 드러내고 접시에 담겼다.
진주님이 준비해 오신 각종 야채와 밥에 농어, 광어 회를 엎어 쓱싹 비벼놓으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한 그릇은 기본이고 밥알 한 톨까지 맛있게 먹었다.
10시경에 먹은 회도 꺼지지 않았고, 고기가 나오고 있는데 왠 밥?
다른 사람은 잡았기 때문에 밥 먹고 싶을지 몰라도 나는 아직 한 마리도 잡지 못해 밥 생각도 없었었다. 그러나 먹어보니 안 먹었으면 후회했을 아주 맛있는 회덮밥이었다.
우리가 회덮밥을 준비하는 사이 직장동료인 “조신 박”님은 배 후미에서 열심히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곤 힛트를 외치며 고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뜰째에 담기 전 바늘털이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잠시 후 또다시 힛트를 하여 점농어 한 마리를 추가하였다. 부랴 부랴 나도 채비를 날려 보았으나 잠잠했다.
회덮밥을 맛있게 먹고 또다시 열심히 해보았으나 나에게는 입질이 없었다. 점심 먹고 다른 분이 한 마리 추가하였으며 그 후 더 이상 입질은 없었다. 오후 3시경 철수이야기가 나왔고, 아쉬운 마음에 한바퀴만 더 돌고 가자고 부탁하여 이동했으나 루어만 하나 날려버렸다.
농어 포인트는 첫째가 홈통이며, 둘째가 여주변, 셋째가 포말이는 곳이라고 [태안낚시프라자호]의 사무국장님이 알려주셨다. 사무국장님은 내 옆에서 뜰채를 들고 던질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지원을 해주었으나 초장에 바늘털이로 떨어뜨린 그것이 전부였다.
4시경 철수를 하였고, 아쉬운 마음에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철수배에서 수박을 깨먹으며, 낚시 와서 이렇게 잘 먹고 배불리 철수하기는 처음이라 생각했다. 또한 집에서 한 시간이면 오는 거리에서 낚시하고 철수하는 운전길은 피곤하지도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한적한 곳에 모여 비용 정산을 하고 돈이 남았다고 되돌려 받았다.
낚시하고 돈 받기는 처음이라고 우리 모두는 허허허 웃었다.
지중해님은 가장 큰 고기와 마릿수를 낚았어도 중치급 한 마리만 가져가시고 멀리 청주에서 오신 중원팀들께 고기를 채워주셨고, 나에게도 가장 큰 농어를 분배해 주셨다.
“조신 박님” 한 마리, “진주님” 한 마리, “지중해님” 한 마리, 내가 가장 큰 고기로 한 마리, “비늘님”은 못 가져가신 것 같은데........
어쨋던 나는 내가 잡은 것은 한 마리도 없었지만 대장쿨러에 처음으로 고기로 꽉 채워 보았다.
집에 돌아와 쿨러에서 고기를 꺼내 보여주니 애들과 장인, 장모님이 눈이 휘둥그래지며 아빠(자네)가 잡았냐고 물어보는데 말은 못하고 그냥 “어, 어”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회를 떠 놓으니 대충대충 썰었는데도 큰 접시로 두 접시가 나왔다.
매운탕 맛도 일품이었다.
끝으로 회덮밥 재료를 준비해 오셔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신 진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가장 큰 고기를 잡았음에도 모두에게 양보해주시고, 제가 장인, 장모님께 체면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신 지중해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멀리서 함께 해주신 중원팀 형님들께도 감사드리며 다음에 즐거운 자리 또다시 만들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