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갈 시간도 없고 가만히 바다만 생각하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저처럼 바다로 출조 못 가시는 분들을 위해 추자도 이야기 하나 올립니다. 내가 추자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 부터 9년전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되신 아버님은 모 낚시잡지와 현지 특파원 계약을 하고는 추자도로 내려 가셨다. 추자도 신양리 한 쪽에 조그만 방 하나를 얻어놓으시곤 주로 낚시로 소일 하시고 한 달에 한번 추자도 낚시를 소개하는 기사를 작성해 서울 잡지사로 보내는 것이 전부 였을 때 일이다. 여름 휴가를 이용해 아버님이 계신 추자도를 찾았다. 말로만 듣던 추자도, 잡지에서 보았던 어른 허벅지 만한 감성돔이며, 참돔, 부시리 등이 낚인다는 추자도, 낚시만 던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들이 물어 줄 것만 같은 환상의 섬. 그러나 배를 이용해 추자도에 도착 한 뒤 아버지의 가이드로 처음 낚시를 드리운 곳은 신양리 마을 앞 선창가(배 대는 곳 옆)의 조그만 방파제 였다. 파도도 없고 물색도 그저 그런데다 수시로 배가 드나드는 마을 앞 방파제.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고기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20-25Cm 정도 되는 살감성돔이 찌를 쭉 끌고 들어가는 시원한 입질과 함께 제법 힘을 쓰며 낚시대를 차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지금도 초보지만 그 당시 나의 낚시 장비나 경력으로 볼 때 안전한 장소에서 그 정도의 손맛이라도 보는 것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은 나도 전문꾼들처럼 배를 타고 섬으로 나가 잡지에서 보았던 큰 고기를 잡고 싶은 욕심이 자리 하고 있었다. 추자도 도착 다음 날 아버지의 안내로 선창가에서 꼬치 낚시를 했다. 어찌보면 꽁치나 보리멸 비슷한 고기인데 동 틀 무렵이나 해질녘에 선창에서 털바늘이 열개 달린 채비를 던져 감다보면 투둑 - 투둑 연이어 입질이 오고 보통 서 너마리에서 일곱, 여덟 마리까지 고기들이 달려 나오는 것이다. 비로 초보일망정 이미 감성돔 손 맛도 보고(황제도에서 35, 격포 방파제에서 30, 서천 마량에서 30-37 여러 마리, 50 한마리), 찌 낚시의 묘미를 알아가던 참이라 이 가짜 미끼 공갈 낚시는 시시 할 뿌ㅡㄴ 이었다. 그런데 이 때 아버지의 제안. 꼬치 고기 미끼로 부시리 낚으러 가자고 하신다. 어디로요. 저기 - 저 방파제. 낚은 꼬치를 밑밥통에 물을 담고 기포기를 틀어서 살린 뒤 오토바이에 싣고 신양리 큰 방파제 끝으로 달린다. 돌돔 30호대에, 반도 다이와 SS9000번 릴, 원줄 50호에 스티로폴 찌, 케블러 목줄에 돌돔 20호가 넘는 바늘이 달려 있다. 미끼는 살아 있는 꼬치고기. 돌돔 바늘을 살아 있는 꼬치 등에 꼽고는 최대한 멀리 던진다. 전체 수심은 한발 정도. 미끼가 살아있으니까 찌는 미끼의 움직임 따라 이 쪽 저 쪽으로 돌아 다니고 그러다 부시리의 눈에 띄면 주먹 보다 큰 대형 스티로폴 찌가 깜박 깜박 한다. 미끼가 부시시를 보고는 놀라서 도망가는 게 찌를 통해 나타난다. 그러다가는 쭈욱 바닷속 깊은 곳으로 빨려든다. 완전히 삼킬때까지 기다렸다가는 크게 챔질을 한다. 그 뒤에는 완전히 강제집행이다. 발 밑이 테트라 포트라 조금만 늦춰주면 삼발이 사이로 처박아 놓치기 일쑤다. 인간 대 부시리의 줄다리기. 그러다가 끌려 오는 놈은 대개가 미터급이다. 크 것은 1미터 20-30 정도 더 큰 고기도 있는 것 같은데 대개 걸기만 하지 고기 얼굴도 못 보고 터뜨려 버린다. 방파제 낚시의 한계다. 20호-30호즐을 목줄로 쓰는 사람들은 대개 한 두번 실갱이 하다가는 뒤로 자빠져 버린다. 고기 힘도 힘이지만 삼발이 때문에 목줄이나 원줄이 쓸려 낚는 고기 보다 놓치는 고기가 더 많다. 나는 그 날 입질 만 한번 보곤 고기를 거는대는 실패했다. 아버지ㅡㄴ 입질도 못 받으셨다. 그래도 옆에 있는 분들은 대개 한 마리 정도는 잡았거나 걸었다가 터뜨린다. 말이 1M지 방금 낚인 1m짜리 부시리는 엄청 난 대물이다. 살아서 팔딱 팔딱 뛰는 M급 부시리.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흥분이 된다. 우린 미끼인 꼬치가 일찍 죽는 바람에 첫 타로 날린 미끼만 던져 보고는 완전 참패. 다음날 첫 날의 부시리 낚시 실패가 살아있는 미끼 유지를 못한 탓이라 고기를 살릴 밑밥통을 어제 보다 큰 것으로 바꾸고 물을 가득 담은 뒤 동트기가 무섭게 꼬치 낚시를 던져 미끼를 몇 마리 낚은 뒤 바로 방파제 끝으로 달린다. 다른 낚시도 마찮가지 이겠지만 부시리 낚시도 아침 물 때가 제일 좋고 고기가 나오는 시간도 동 틀 무렵 한시간에서 길어야 두 시간 정도이다. 전날의 실패를 교훈 삼아 열심히 미끼를 흘리고 다시 생생한 미끼로 바꾸고, 장소도 바꾸어 보지만 어째 입질이 없다. 그러나 고기는 분명히 있는데. 낚시를 드리우고 방파제 바깥의 바다를 보고 있자면 작은 고기들이 방파제쪽으로 타다다다 - 도망치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시꺼먼 잠수함 같은 것이 작은 고기를 뒤 쫒는게 어렴풋하게 보인다. 보고만 있어도 흥분이 된다. 재미가 있다. 그러나 그 날도 조과는 없었다. 그 날은 왠지 내가 있는 쪽의 빨간 방파제에는 입질이 없고 맞은 편 남방파제(흰 등대 방파제)에서만 몇 마리가 올라온 것이다. 결국 그 해 여름 휴가의 부시리 낚시는 실패로 끝났고 대신 살 감성돔, 벵에돔, 농어 낚시로 손 맛을 보고는 서울로 돌아왔다. 대물 부시리 낚시 2편은 다음 번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