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5월 10일)부터 일요일까지 추자도를 다녀왔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만의 추자도 조행길이었다.참돔과 돌돔 농어 등 여름어종에 기대를 걸고 무었보다도 낚시꾼들의 발길이 뜸한 초여름을 택해 마음대로 포인터를 선정할 수 있다는 잇점을 염두에 둔 출조였다.예상대로 낚시꾼들이 오지 않는 추자도는 쓸쓸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한산했고 모처럼 자유로운 낚시를 구가할 수 있었던 '추억의 조행길'이 됐다. 다만 한가지 잊을 수 없는 조행담을 여기에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낚시인들에게 선례가 돼 갯바위에서는 안전이 최고라는 의식을 가져주었으면하는 바람 때문이다. 첫째날 조과가 시원찮아 둘째날은 밤볼락낚시를 하기로하고 김길섭사장(서울 독산동거주)과 사자섬 머리부근 병풍여에 내렸다.파고가 1미터 안팎으로 너무나 조용해 볼락낚시에는 더없이 좋다는 결론을 내린 끝에 정한 포인트였다. 평상시에는 낚시선의 접안을 허용하지 않는 포인트지만 그날은 너무나 바다가 조용해 선주가 큰마음 먹고 내려준 포인트였다.우리 일행은 그만큼 기대도 컷다. 넣어면 나올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했다.오후 5시쯤 포인트에 내렸다.아직 어두워지려면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미리 텐트도 치고 야영준비를 끝내고도 1시간 반 가량이 남았다. 민장대를 꺼내 크릴 새우를 쌍바늘 채비에 끼우고 혹시나 볼락이 물고 늘어지기를 기다리기를 한시간.소식이 없다.간간히 노래미가 추자바다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음을 입증해 주려는 듯 물고 올라오는 것이 전부다. 저녁 7시 40분.서서히 어둠이 바다를 뒤덮고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현실은 너울파도가 높아 홈통이 포말로 가득차면서 기대를 거품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저녁 8시 30분쯤에는 야영을 위해 쳐놓은 텐트마저 쓸어 갈 듯 파도가 거칠어 진다. 텐트를 높은 곳으로 옮겨야 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불편한 몸으로 3미터 위쪽으로 짐을 모두 옮기고 나니 한시간 가량이 더 흘렀다.위쪽에서 갯바위 아래쪽을 보니 평상시에 왜 낚시배가 접안을 거부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만조가 가까워지자 조금전의 텐트자리를 파도가 핥고 지나간다. 김사장과 본인은 "자리를 옮기기를 잘했다"면서 서로를 위로하며 초여름 갯바위의 운치를 위험속에서나마 느끼고 있었다.눈을 붙이고 새벽 2시쯤 썰물이 어느정도 진행된 다음 낚시를 하자고 상의를 했다.10여년만에 텐트속에서 야영을 하면서 밤낚시를 하는 마음이 어딘지 모르게 묘했다.파도소리는 귓전을 때리고 짐을 옮기느라 피로해진 몸은 눈거풀을 절로 내리고 하늘나라로 향하게 한다.갑자기 한기를 느끼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눈을 떳다.새벽 3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다.눈을 뜨고 텐트문을 열어 젖히니 안개가 한치앞을 볼 수 없게 잔뜩 끼여 있다.새벽공기가 쌀쌀하다.청지렁이를 낚시에 끼어 홈통으로 던져 본다. 바다는 침묵으로 일관한다.볼락이 용왕님과 오늘밤은 어떤 미끼도 먹지 않기로 약속한 모양이다. 30분 가량 낚시를 하다 포기하고 다시 텐트속으로 들어왔다."오늘 밤은 죽지않고 살아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자"며 서로를 위로한다.두어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눈을 뜨니 안개사이로 햇님이 떠올라 있다.철수준비를 했다.어렵게 짐을 내리고 갯바위 청소를 하고 배가 오기를 기다린다. 안개낀 조용한 아침바다를 관조하는 것만으로도 낚시꾼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반인들이 어떻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단 말인가.비록 지난밤은 고통스러웠지만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낚시배 소리가 들리고 이내 안개를 뚫고 나타났다.우리와 함께 서울에서 온 일행 4명이 타고 있었다."야영한다고 고생했다"는 말로 아침인사를 나누는 꾼들의 다정 다감함이 지난밤의 피로를 완전히 몰고 간다.이번 추자도 조행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함께간 일행 6명이 사흘동안 잡은 고기는 참돔 73센티미터 한마리, 돌돔 40센티 한마리,35센티 3마리,도다리 42센티미터 한마리 기타 노래미와 돌볼락 등 잡어 20여마리가 전부였다.그래도 횟감으로는 충분한 양이였고 재미있게 즐기고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새로운 조우들과 벗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조행길이었다. 바다는 '추억의 징검다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