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들어가며 => ["Under The Sea" Little Mermaid - OST] <= 누르면 노래가 나옵니다.
주말을 마눌님 말 잘 듣고, 좋은 아빠(?) 노릇 하느라고 바쁘게 잘 지내고 오늘은
월요일 저녁. 둘째 녀석이 오늘로 11살이 되었다. 마침 부활절 봄방학이라 친구들을
초대해 놓고 저녁을 먹는다, 케익을 자른다, 영화를 본다,,, 부산을 떨다 이제 잠들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자, 계속 이어서 "마초보이즈"의 낚시 이야기를 잦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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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릭.... 띠리리릭...." 귓전을 울리는 페즈릴(Peeze Reel)의 드랙경보음 자명시계 소리에
눈이번쩍 떠진다. 커튼 안친 창 바깥은 아직도 컴컴하다. 옷을 주섬주섬 꿰어입고 나와
다른 방들을 둘러보며 아직 코들을 골고 있는 쫄따구들을 깨운다. 후후, 군기가 바짝
들어서 벌떡벌떡 잘들 일어난다. "아자씨"들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 대개 늦게 부어
넣은 쐬주 덕에 몇 번을 귀찮게 해야 겨우 눈들을 비비고 기어내려오는게 상례인데,
이 친구들, 술취한 인생을 살지 않기로들 한 깨끗한(?) 생활 때문에 아침이 상쾌하다.
따끈한 귀리죽(오트밀)에 커피와 과일 몇 조각씩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배를
매어놓은 잔교로 집합. 벌써 예약해 놓은 낚시배의 선장인 닉(Nick)은 뱃전에 걸터앉아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다 반갑게 맞는다. 헤이 굿모닝, 닉... ^^ 겨우 동녁이 버언해져 오는
이른 시각. 그래도 마음은 벌써 낚시터에 가 있는양 급하다. 오늘의 낚시 계획은
빅뱅크라고 불리우는 수심이 약 300자 정도의 해퇴지역으로 나가 패시픽핼리벗
(태평양광어)을 노리고 돌아오는 길에 시누크새먼(왕연어)를 때려보는 것이 작전!
빅뱅크까지는 45킬로, 파도가 점잖으면 약 한시간 십오분정도가 걸린다. 내 배에는
루이스와 낼리가 타고, 전세낸 닉의 배에는 죤, 조셉 그리고 살로몬이 타기로 했다.
내 애마인 "달까지!"호의 각 200 마력짜리 선외기 두대가 희푸른 연기를 토하며 힘차게
으르렁거린다. 동 터오는 짙푸른 해안선을 뒤로하고 태평양을 건너온 파도들을 여유있게
넘어가며 침로 210도를 따라,작은 둔덕같은 너울사이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닉의 배의
항해등을 보며 흰 항적을 따라 달린다. 아, 이 기분.... 낚시터를 향해 나아갈때의 그
설레임이 마치 빈속의 소주 한잔처럼 짜르르... 하게 빰으로 번져올라온다. 올 들어 첫
출조인 대물낚시! 그 기다림을 손맛으로 느껴버리기 전의 설레임은 어렸을적 소풍 전날
잠 못자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황금빛 아침햇살이 뒷통수를 간지럽힌지
45분만에 지피에스(위성항법장치)의 화살표가 깜박거리며 경보음이 운다. 시계를 보니
06:45, 벌써 우리보다 부지런한 배들이 두어척 낚시를 담구고 있는 것이 저만치 보인다.
어제 셋업해놓은 낚싯대를 풀어 미끼(루어)를 단다. 채비는 젤스펀합사에 도래, 나일론
모노 목줄 1.5 메터 그리고 루어. 아주 간단하다. 낚싯대는 미국 세이버사의 통짜 글래스
대들. 대개 6~7자 길이에 헤비듀티 가이드가 7~9개 정도 달렸다. 조력은 20~40 킬로 사이.
릴은 펜에서 나온 수퍼마리너 #49L과
다이와의 씨라인350H, 각각 50파운드(22킬로)
장력의 합사를 약 900~1,000자 정도씩을 감아놓았다.
나는 연어낚시용 대형 플라이릴(무칭릴)에
35파운드(16킬로) 장력의 합사를 역시 1,000자를
감은 아주 간단한 채비.
루이스하고 낼리에게는 델타택클에서 나온 럭키직
(450그램의 막대모양 추에 발광도료를 칠하고
목줄을 연결하는 고리에 오징어 같은 플라스틱
치마에 싸인 삼발바늘을 붙인 루어)을달아주고
나는 350그램짜리
추에 외바늘이 달린 지그헤드/그럽
컴보(원통형의 몸매에 길게 말린 꼬리가 달린 플라스틱
루어의 일종)를 쓰기로 하고 어제 저녁때 잔교에서
카드채비로 잡아놓은 무지개망상어와 우럭새끼들을
꺼내어 한마리씩 통째로 대가리를 관통하여 끼웠다.
(비린 냄새가 나면 더 잘 잡힐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ㅎㅎ...) 바로 낚시를 바닥까지 내리고 고패질을
시작한다. 루이스와 낼리에게 몇가지 "잔소리"를
간식삼아 하고있는데 갑자기 루이스가 Oh, Yeh! 하며 대를 치켜든다. 입질이다!
그에게 빨리 감아내려서 다시 한번 크게 맞추라고 외친다. 낚싯대가 휘어진 상태로
봐선 큰놈은 아닌듯하여 천천히 여유를 갖고 감아올리라고 코우치한다. 이때 급한 펌핑은
절대 금물! 광어는 입술이 두껍고 입 안이 질겨서 쉬이 떨어지지는 않으나, 초보자가 급한
마음에 무리한 펌핑을 하면 낚시가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번 짧게 차고 나가며 끌
려올라온 고기가 보이자 난 낚싯대를 뱃전에 꽂아놓고 갈구리(Gaff)를 들었다. 놓치는 고기
의 50% 이상이 뱃전에서 고기를 올리다가 발생한다. 일년만에 휘두르는 갸프질에 흥분이
앞섬은 아마 생래의 수렵본능의 발동이 아닐지...? 바로 수면 밑에 고기를 두고 짬을 보다
갸프를 고기 대가리 밑에서 위로 올려찍어 불끈 들어낸다. 절대 어물거림이 있어서는 안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초보자는 구경만 할것! 정확하게 뇌가 있는 눈 뒤로 갸프끝이 삐져
나온 것을 보니 아주 용코로 찍었다. 이만하면 아직은 녹슬지 않았군! 하는 생각에 흐뭇하다(!)
고기를 갑판에 빼 놓고 몽둥이(Fish Billy)로 머리를 몇대 조진 뒤 칼을 뽑아 아가미 밑을
찔러 피를 뺀다. 여기 광어는 왠 피가 이리 많이 나오는지!? 금방 갑판은 핏물로 어수선하다.
붉은 피가 줄줄 흐르는 놈을 고기통에 던져놓고 손 닦고 보니 벌써 배가 많이 흘러
포인트를 벗어나고 있다. 배를 다시 돌려 흘림을 시작한다....
낚시를 시작한지 한시간 반 만에 다섯
마리의 딱 먹기 좋은 씨알(8~15킬로,
75~95센티)의 광어로 고기통이 그득하다.
무선으로 닉의 배를 불러 물어보니
그쪽도 거의 채포 제한량이 차간단다.
아주 성적이 좋은 날이다. 우리팀에게
한마리만 더! 하고 주문을 하고 있는데
루이스가 크게 맞춤을 한다. 오늘은
루이스의 날인가 보다. 벌써 세마리째!
근데, 고기가 버티는 것이 심상치 않다.
난 얼른 낚싯대를 거두고 루이스의
옆에서 코우치에 들어갔다. 길게 차고
나가는 질주가 차차 짧아지면서 루이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비치기 시작하고...
드디어 저 아래에 짙은 갈색의 고기
그림자가 비친다. 큰 넘이다. 어쩔까?
작살을 꺼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언듯 스친다.
에라, 함 그냥 들어내 보자! 갸프가 정확하게
놈의 대가리를 찍었고, 난 불끈 고기를
들어 올렸는데.... 어어? 이게 안 들리네?
그 순간을 놓치자 미친듯이 날뛰는 광어!
도저히 치켜 올릴 수 없어 그저 버티다가
뒤틀어대는 놈을 제어하지 못하고 다시
물 속으로 떨구며 보니 줄이 그만 갸프훅을 씌워놓는 안전고리 사이에 끼어있다. 앗차! 싶은데
고기가 갸프훅을 빠져나와 튄다. 순간적으로 거의 갸프를 손아귀에서 빼앗아갈듯 줄을 당기더
니 그대로 팅!.... 아,,, 이 허탈함.... 그야말로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루이스의 얼굴도 쳐다
보지 못하고 중얼중얼, 궁시렁궁시렁.... 겸손을 배우는 낯뜨거운 순간이었다. 사람좋은 루이스는
그런 날 되려 위로하고.... 76파운드짜리 광어를 들어올린 적이 있으니, 이놈은 최소한 85파운드
125쎈티 이상 나가는 대물! 우쩌자고 서둘러서 이런 실수를 했단 말인고? 나야 또 와서 잡을
기회가 있겠지만, 루이스에게는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그런 일인데.... 루이스, 미안해! ^^;;
낼리가 곧바로 괜찮은 씨알의 광어를 한마리 더 올려 채포허용량을 채운 우리는 연어끌낚
포인트로 이동하여 다섯마리의 쉬누크새먼(왕연어)를 올리고 정오에 배를 돌려 귀항했다.
고넘의 광어, 아마도 가끔 꿈속에 나타나서 약을 올릴거라는 불길한(?) 생각을 하며 푸른 목장
같은 바다를, 멀리 검푸르게 보이는 뱅쿠버 섬의 연봉들을 바라보며 배를 몰아, 13:30에 안착.
닉의 팀은 벌써 도착해서 고기를 내리고들 있었다. 그쪽도 비슷한 조황. 아직 철이 좀 일러
큰 연어는 없다. 대개 6~12파운드급의, 뱅쿠버섬 서안을 벗어나지 않고 자라는 어린놈들이다.
북태평양으로 회유하는 큰 놈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은 6월 중순 이후인데, 이때는 15~30
파운드(7~13킬로)급이 주종을 이룬다. 광어는 7월 중순이면 슬슬 심해로 빠지기 시작하고,
연어는 그때부터 9월 중순까지가 한창이다.
고기를 다듬고 늦은 점심 후에 다시 밀러 암초로 나가 우럭을 타작한 후 돌아오는 길에
어제 저녁에 넣어놓은 게틀을 건지러 갔다. 두개의 게틀에 들어있는 게들은 약 15마리!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놈들이 바께스안에 버글버글하다. 미끼를 바꿔 다시 게틀을
던져놓고 돌아와 게 삶고, 회 뜨고, 바베큐(광어 뱃살은 라임쥬스와 올리브기름에 재었다가
구우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름!)하고.... 그야말로 배터지게 먹고 놀다가 내일을 위해
침실 앞으로! Sweet Dreams, Boys!
(이어서 계속....)

껍질은 단단하지만 살은 풍미가 그만인 Grappler Inlet의 붉은 돌게들 (Red Rock Cr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