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해에 갈 일이 있어
아시안게임 공사장 앞을 지나다 인상적인 문구를 보았다.
"외래어 진입금지, 우리 말 일방통행"이라는 공사판 입구의 팻말에는
흔히 쓰여오던 왜색 풍의 말들을 고쳐서
우리말로 표기해둔 것이었다.
난 그것을 보면서 작금의 낚시문화와 함께
우리들의 일그러진 말글살이를 새삼 떠올렸다.
기실 요즈음의 우리네 일상을 풍미하는 세계화란 구호의 행간에는,
그 구호의 저변을 담보할만한 알찬 내용보다는
그저 흉내내기와 베끼기, 비틀기, 조소하기, 거들먹거리기 따위의
찰나적이고 즉물적(卽物的)인
경박한 과시욕을 읽을 때가 많다.
"우리 방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우리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또 그것은 정말 덜 국제적일까?
북경에서, 파리에서, 오슬로에서 느닷없이 만난 "한국인 출입금지" 팻말은
이른 바 우리네 세계화의 허상인 듯 싶어,
그 앞에서 느꼈던 분노는 차라리 슬픔과 같은 것이었다.
이제 새 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해야할 일도 많지만 버릴 것도 많다.
낚시꾼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부문에서 알찬 내실을 다져야할 때이다.
우리네 미학(美學)으로,
우리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
얼마나 당당하고 힘이 있는 지를 모든 낚시꾼들이 새롭게 느꼈으면 한다.
조행길의 고속도로 어디 쯤에서 보았던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입간판에서
세계화의 내용이란 바로 저것이라 생각하였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해가 바뀌면 불쑥불쑥 내가 어디로 가는 지,
또 해가 바뀌었다고 다시 시작해야할 무엇인가가 있는 지,
아니면 왜 그것을 시작해야하는 지 따위의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가정에서의 일상적인 작은 행복을 위한 몇 가지의 새로운 노력도 이맘 때 각오하고,
직장에서의 성실한 노동, 보다 창의적인 탐구계획도 세우며 새삼 분주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혹 불찰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게 되는 것도 이맘때이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그래서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아니 우리네 일상의 전 과정에 녹아든
낚시꾼으로서의 생각이란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올해도 예닐곱 꼬추친구들과 만나 틀림없이 술 한잔 할테고,
목욕탕엘 가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장난을 할 것이다.
역시 올해도 동창회에 가서 사장이 된 녀석도 볼테고,
정치하는 녀석도, 낚시꾼인 만년 봉급쟁이 녀석도 볼 것이다.
또 한 해가 역사 속으로 꺼져갔다.
손맛을 즐기는 낚시꾼에게도
어김없이 요구되는 일상의 잡다한 일들 속에 새 해가 밝았다.
어쨌든 새 해에는 더욱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인낚의 님들,
모두 행복한 가정
건강한 낚시인생 잘 꾸려가시길 바랍니다.....*^^*
비봉산: 감사히 보았읍니다.항상 건강.건승 하소서............... [01/06-18:34]
해밍웨이: 새해 복많이받으십시오!..... 공감을 함께하게끔 좋은글을 주셨군요...반면교사( 反面敎師 )하는 마음으로 올해를 보내렵니다. [01/07-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