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연휴는 월급쟁이들에게 '갖지 못한 자'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은 차체하고라도 고속도로의 정체로 인한 귀성 길과 귀경 길의 고통은 권력도 명예도 부도 갖지 못한 셀러리 맨들의 비애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비애를 조금이나마 탕감해 보고자 이번 추석에는 여름 휴가 나흘을 아껴 놓았다가 사용했다.추석 명절까지 한꺼번에 쉴 경우 동료에게 미한함 때문에 명절에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과는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쾌감이 있었다. 우선 월급쟁이들이 평소에 느끼기에는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 텅빈 갯바위가 너무나 여유로왔고 그리웠던 손맛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나흘동안의 휴가에서는 30여마리의 참돔과 감성돔을 낚아 아버님을 찾아뵙고 전해드릴 수 있었고 어머님 재삿상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영광도 안았다. 첫 출조지는 욕지도 근해를 찾았다.볼락을 대상어종으로 삼았으나 볼락은 없고 참돔만 30센티미터에서 32센티미터 급으로 1박 2일에 15마리를 잡았다. 그리곤 다음 출조지로 고향 남해도를 찾았다.오전에는 미조 옆 마안도를 찾아 참돔과 감성돔 각각 한마리씩 그리고 오후엔 미조 앞 빗바위에서 감성돔과 돌돔새끼 5마리를 잡았다.마지막 날은 삼천포 인근 늑도를 찾아 감성돔 4마리(28센티미터급)를 잡는 것으로 초가을 맞이 낚시를 마무리했다. 어느 지역에서나 손맛을 비슷했지만 마안도 지역에서 잡은 참돔과 감성돔이 그래도 가장 깊은 손맛을 안겨 주었다.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10미터 이상에서 잡혔기 때문이리라.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최근 3-4년 동안 초가을 낚시에서 이처럼 손맛을 본 기억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본인은 최근 3-4년동안 누군가와 낚시를 가면 "고기 쫒으려 왔는가 보다"라는며 미안함을 스스로 느껴 왔었다.그런데 이번 추석연휴 앞의 꿀맛같은 휴가는 이러한 징크스도 깨게 해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옛날의 '어로장' 명성을 되칮는 계기가 될듯한 이상한 예감에 사로 잡힌다. 그런데 문제는 어로장이란 별명에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갖지는 않고 있는 점이다. 고기를 많이 잡는 것이 아니라 전혀 잡지 못하는 확률만 조금 줄어 들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가을 맞이 휴가겸 낚시가 마음의 풍요로움으로 대신했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추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