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저는 부산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으로 바다낚시를 좋아해 주로 남해권으로 낚시를 다니는 초보조사입니다. 인낚은 최근에 알게되어 가입했는데요...눈팅만하다 처음으로 조행기를 남겨봅니다. 이곳은 많은 선배조사님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경어체가 아닌 평어체로 제 조행기를 서술하게 된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부득이 평어체를 택한 이유는 제 감정이나 분위기를 서술하는데 더 정확하고 자연스럽기에 그리하였습니다. 그럼 조행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나 : 에이...잠자긴 틀렸네!!
친구 : 피곤하나? 5시배 탈까?
나 : 먼소리고? 잠자긴 틀렸으니까 빨리가서 밑밥통 줄 세아야지!! 당장 나온나!!
월차까지 써가며 손맛을 보고 싶어하는 친구와 영도 주전자섬 또는 생도라 부르는 곳으로 출조하기 위해 메세지를 주고받다 늘 그러하듯 또다시 뜬눈으로 집을 나선다.
여태껏 부산에 살면서 단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생도라는 섬을 한달새 세번이나 찾을 정도로 이곳은 나를 이끄는 매력이 있는 곳으로 섬 전반에 세차게 흐르는 강한 조류는 언제나 대물들의 파괴적인 손맛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앞선 두차례의 출조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과가 있었기에 또다시 목적지는 생도로 결정하게 되었다. (지난 생도조행기1) (지난 생도조행기2)
"그래~저번에 혼자 갔을때는 한 두시간사이에 팔 아플 정도로 올라오더라니까...", "이번에는 확실하다.", "먹는거는 걱정하지마라!! 내가 알아서 다 준비할테니까..." "채비몰라도 된다니까...내가 다 갈켜줄께...낚시대랑 몸만온나!!"
동행하게된 친구는 작년부터 낚시에 취미를 붙여 나와함께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녔지만 만 1년이 넘도록 이렇다할 손맛도 보지 못했던 터라 최소한 알부시리는 보장하는 생도에서 뻑적지근한 손맛을 보여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태껏 본인과 함께한 수없는 꽝으로 형성된 친구의 강한 불신을 어떻게라도 극복하기 위해 고기낚는 것 이상의 밑밥과 테크닉으로 공을 들여 회사 잘 다니던 멀쩡한 친구를 월차까지 쓰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월차까지 써가며 또한번 본인에게 속아넘어가고 있는 지인 또한 손맛에 대한 갈증이 상당했겠지만,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본인도 지인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그에 못지 않았다.
지금껏 본인이 하선했던 포인트는 칼바위, 1.5번자리 이 두 곳이었으며, 내심 생도 최고의 명당자리라 불리는 높은자리를 기대해보았으나 첫배에 승선함에도 불구하고 높은자리는 이미 정원초과였다.
그리하여 선장님과 의논한 결과 썰물에 좋은 조과를 보인다는 1번자리에 하선하게 되었고, 당시 시간은 새벽 3시 30분이었다.
<오늘의 채비>
1호대-3000번릴-3호원줄-1.5호 어신찌-1.0호 순간수중-2.5호 목줄-감성 5호바늘
다소 언발란스한 채비를 구성하게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앞선 두번의 생도 출조에서 부피가 큰 수중찌를 사용했을 때 복잡한 속조류로 밑채비가 쉽게 안정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부피가 작고 채비를 단 시간내 원하는 수심에 도달하게 해줄 순간수중 또는 봉돌을 분납하여 밑채비를 안정시키는 것이 이곳에서 부시리, 참돔을 낚기 위한 정답이 아닐까하는 스스로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비에 익숙하지 않은 지인이 따라할 수 있도록 천천히 채비를 조립하고 캐스팅~
첫수로 올라온 녀석은 고등어였다.
1번자리와 마주보이는 전망대쪽은 입질이 없고 일행이 하선한 1번자리와 6번자리 사이의 홈통에서 고등어 다섯마리가 올라왔으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고등어 입질이 끊어진다. 뭔가 고등어보다 상위포식자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고 집중해보지만 우리에겐 전혀 어신이 이어지지 않는다. 6번자리에선 무언가와 파이팅하는 모습이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데...유독 우리만 못잡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잠시 쉬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신이 집중적으로 이어지는 피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쉬면서 허기를 달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물이 너무 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발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조류의 합수지점이 변화무쌍하게 바뀐다는 점, 이로인해 밑밥과의 동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이대로라면 또 한번 지인에게 사기를 치게 된다는 점...등이 본인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바다상황 요약]
상황을 요약해 보자면...조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밑밥을 흘리면 홈통안을 감아 나오는 반탄류에 A 지점에서 합수가 이뤄지고 어신이 들어올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합수지점이 A에서 B또는 C로 종잡을 수 없이 바뀌고 있어 합수지점인 ABC 범위내에서는 마치 조류가 방향성 없이 우왕좌왕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으며, 여태까지 생도에서 경험한 총알같은 조류는 온데간데없고, 딱 감성돔 낚시하기 좋은 속도의 아장거리는 조류가 1번자리 앞으로 흐를 뿐이었다. 바닥을 긁어가며 감성돔 낚시를 하는게 나을수도 있었지만 이번 출조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본인과 친구의 알싸한 손맛이었기에 그럴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 같은 채비로 계속해서 흘리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닌것 같았다.
그래서 채비교환을 감행하였는데 앞서 생도낚시에서의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고부력 어신찌와 순간수중으로 구성했던 속공채비가 약한 조류 탓에 너무 빨리 동조층을 벗어나 버리는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라면 이유였다.
<교환한 채비>
1호대-3000번릴-3호원줄-2B어신찌-스텔스-봉돌-목줄3호-감성바늘 5호
이 채비가 나름 효과가 있었는지...드디어 반가운 방어 한마리가 얼굴을 내민다.
그것도 본류대에 살짝 걸쳐 좀 빠르게 흘렸더니 입질이 들어와 집중적으로 그곳을 공략...
[녀석들이 갯바위 주변에서 휘젓고 다니는 통에 목줄에 손상을 입기도 한다.]
변경한 채비로 또 한수 걸어냈다.
그렇게 손맛을 보고 있는 본인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친구 녀석!!
애초에 목표로한 친구놈의 손맛을 위한 낚시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곤 녀석의 채비도 가벼운 것으로 교환해주었다.
이내 친구에게 찾아온 어신...
여태 갈치나 전갱이 따위만 낚아오던 친구놈은 낚시줄이 전해오는 팽팽한 긴장감에 쩔쩔매며 파이팅하고 있는 반면 본인은 드디어 마음이 편안해지며, 입가엔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도 그럴것이 1년넘게 손맛을 장담하며 그렇게 녀석을 속이고도 '또다시 사기를 치는건 아닌지... ' 하는 걱정스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낚아낸 방어]
나 : "마!! 손맛 어떻노?"
지인 : "와...XXX XXXX"
나 : "좋으면 좋다카지 욕을 해샀노?"
지인 : (어색한 미소로...) "지기네!!"
이번엔 더블히트! 내쪽은 터지고 친구놈은 또다시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파이팅을 이어간다.(이 친구 흥분하면 욕하는 버릇이 있는 듯...!!)
뜰채에 담긴 녀석은 고만고만한 사이즈(40cm내외)의 방어!!
이 녀석을 마지막으로 또다시 입질은 뚝 끊기고 마는데...뭔가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방어, 부시리 주제에 입질도 시원하지 않고...조류도 여전히 아장아장...
간혹 흘리는 채비에 붙박이 잡어만 입질을 해댈 뿐이었다.
이후 11시경 낚시를 접고 낚시자리 청소와 잡은고기 장만에 들어갔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방어의 위장...아니나 다를까 새우 한마리 나오지 않는 깨끗한 상태였다.
1.5번자리에서 낚시했을 때는 위장내 밑밥새우가 참돔주걱으로 한주걱씩 나오던 녀석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토록 깨끗할 수가 없었다. 역시 뭔가 조건이 맞지 않는 듯...
처음 생도 칼바위에서 낚시를 했을 때 빠른 조류와 발앞을 돌아나가는 반탄조류에 두손 두발 다들고 포기했었고, 또다시 생도 1.5번자리를 찾았을 때 채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성공적인 낚시를 했었다.
두번의 경험을 통해 생도의 빠른 조류를 극복하고 밑채비를 안정시키는 방법은 최대한 부피가 작고 무거워 밑채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순간수중 또는 봉돌의 분납이 정답일거라 생각하며 생도 1번자리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생도1번자리는 그렇게 빠르게 밑채비를 안정시켜야할 강력한 속조류도 없었고, 조류도 느렸다.
자연스럽게 거센물살을 가르며 다니는 부시리, 방어는 만나기 어려웠고, 그런 상황에서 녀석들과의 만남을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했었던 낚시였다. 같은 장소, 같은 물때에 낚시를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상황에 낚시방법 또는 채비에 정답은 없다는 것을 경험했으며, 생도답지 않게 얌전한 조류에 고전한 하루였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대상어를 낚아내는 것과 친구녀석이 손맛을 봤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생도 1번자리에서의 조행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