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선 여름, 좌사리 벵에돔의 부상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막간낚시의 재미를 공략하는 꾼들의 움직임 역시 분주해 졌다. 어차피 더위로 인해 한 물때만 보고 빠져야 하는 게릴라식 낚시를 해야 되는 상황, 날씨 체크는 시간단위로 다급하게 이루어 진다. 아침 나절만 반짝 한다면 그 다음엔 집중호우가 이어지든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무대뽀 출조가 이어지기도 한다.
어제 집중호우를 퍼 부었던 남부지방의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개이기 시작했다. 살짝 햇빛이 비치기 까지했던 오늘, 남해동부권의 벵에돔 시즌 진행을 엿보기 위해 두리피싱 구윤국 사장 일행과 함께 취재에 나섰다. 애초 용초도, 비진도 방향을 목적으로 했으나 날씨가 워낙 좋다는 예보에 자신감을 가지고 최종 목적지는 좌사리제도로 결정지었다.
통영 삼덕항에서 나드리호를 타고 나선 시간은 새벽 3시.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생각보다 많은 꾼들이 출조를 준비했다. 바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잠잠했다. 하지만 막상 내만권을 벗어나자 배는 조금씩 너울을 타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 기착지인 안장덕암에 이르자 큼직한 너울로 인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몇몇 꾼들은 안장덕암에서 야영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왔으나 중날물이 지난 시점에서도 안장덕암은 배를 대지 못할 정도로 큰 너울로 뒤덮혀 결국 하선을 하지 못하고 전원 좌사리도로 향하게 되었다.
▲벵에돔 활성도에 따라 밑밥 배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벵에돔은 품질의 효과가 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벵에돔 전용집어제는 해조류가 많이 첨가되어 녹색 빛을 띠는 제품들이 많다. 또한 벵에돔용 밑밥은 감성돔용 처럼 굳이 크릴의 원형을 고스란히 살리지 않아도 된다.
취재팀은 나드리호 김판오 선장에게 벵에돔 취재에 알맞은 포인트를 부탁했다. 그래서 내린 곳은 좌사리도 등대섬. 북쪽의 좌사리 본섬을 마주보는 곳에 내린 취재팀은 현장상황을 확인하면서 밑밥을 만들었다. 대마도 대물 벵에돔낚시로 수년간 내공을 다져온 두리피싱 구윤국 사장은 우선 수온을 체크하고 조류와 물색을 본 다음 빵가루와 집어제, 크릴의 비율을 1:1:3 정도로 섞었다. 밑밥을 개면서 약간의 물을 첨가했다. 너울의 영향과 전날까지의 악천후로 벵에돔을 상층까지 피워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중충을 노려보겠다는 말을 전했다. 채비는 제로찌 전유동 채비. 목줄에 G5 봉돌을 채워 낚시를 시작했다.
▲물 속 벵에돔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살피는 것도 벵에돔 낚시에 있어서는 중요한 테크닉의 하나다.
시간은 5시를 넘어서면서 주위가 환하게 밝아졌고 본격적인 품질과 채비 투척이 이어졌다. 30분 정도 만에 첫 입질. 30cm 가까운 벵에돔이 구윤국 사장의 품에 안겼다. 대상어를 낚았음에도 그다지 기쁜 내색을 하지 않던 구윤국 사장. “쉽게 빨아주지 않는데요”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옆에서 함께 낚시를 하던 기자의 채비에도 입질, 수면에 살짝 걸친 초릿대가 쿡 박히는 입질이었으나 단박에 올라온 고기는 손바닥 씨알의 상사리였다. “여기 상사리하고 농어도 좀 나옵니다”라고 하던 김판오 선장의 말이 떠올랐다.
▲첫입질을 받은 두리피싱 구윤국 사장. 대마도에서 대물 벵에돔으로 단련된 내공 탓인지 잔 씨알의 벵에돔은 ‘가지고 노는’ 수준이었다. 기자의 사진촬영을 위해 여유롭게 포즈를 잡아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벵에돔은 초반 파이팅과 급작스럽게 파고드는 것에 주의해야 하므로 잔 씨알이라 할지라도 낚싯대 허리 간수를 철저히 해야 한다.
▲첫 입질을 성공적으로 갈무리한 두리피싱 구윤국 사장. 다년간의 대마도 출조를 통해 벵에돔낚시의 내공을 쌓은 전문 낚시꾼이다.
상사리 한 마리를 낚아서 다시 놓아주고 채비를 점검 하고 있는 동안 구윤국 사장은 목줄찌를 달고 있었다. 아무래도 입질이 약은 것이 마음에 걸리는 요량. 목줄찌를 거의 직결 매듭에서 20cm 밑까지 올려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곧이어 받은 입질. 바꾼 채비가 적중했다.
“목줄찌를 이정도로 올려서 입질을 하면 그냥 전유동으로 해도 입질을 해야 하는데 쉽게 안 피워 오르지 싶네요”라는 구윤국 사장. 그의 말대로 기자 역시 0호 목줄찌를 달고 낚시를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온다. 30cm가 조금 못되는 벵에돔. 옆에서 또 몇 번의 호들갑스런 입질을 받았으나 알고 보니 30cm 정도 되는 '떡망상어‘ 우람한 몸체가 우악스런 입질로 스릴 넘치는 손맛을 선사했다. ’이 정도 씨알의 망상어는 놔주기 아깝다‘는 동행자의 제안으로 그 망상어 역시 소중하게 갈무리 되었다.
수온은 적당, 활성도는 아직
옷을 한번 털면 족히 스무마리는 후두둑 떨어질 정도로 모기가 극성이었다. 반대편의 포인트에는 너울이 들이쳐 파도가 갯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펑, 펑’ 하고 울릴 지경이었지만 다행히 취재팀이 내린 자리는 그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었다. 바람은 완전히 의지되어 한점 불지도 않았지만 옆으로 들어온 너울의 영향으로 한동안 낚시가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서너마리의 벵에돔을 더 추가했으며, 몇 번의 침을 놓았다. 밑밥을 충분히 주었고, 수온도 그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벵에돔의 부상은 없었다. 새벽과 마찬가지로 딱 그 정도의 수심(2m 내외)에서 입질을 해 댔다.
▲차차 날이 개이면서 벵에돔의 부상을 기대했으나 활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끝내 처음 상태로 낚시를 계속 해야만 했다.
▲0호 막대찌로 예민한 입질을 잡아낸 김영훈씨. 좌사리도 첫 공략에서 벵에돔을 낚았다.
▲연속해서 입질을 받은 구윤국 사장.
▲높은 자리에서는 잔씨알 벵에돔 이라도 뜰채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갯바위 주변에는 망상어와 자리돔떼들이 밑밥을 받아 먹기 위해 분주하게 떼를 지었고, 그 틈을 비집고 미끼를 받아 먹어 주는 벵에돔은 기특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장마 동안 몇 번의 비가 좀 더 퍼 부어주어야 벵에돔의 ‘라이징에 가까운 부상’을 구경할 수 있을 요량이다. 애석하게도 오늘 좌사리 전체의 조황은 극도로 부진했다. 철수길에 바다 상황을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취재팀이 내린 자리 말고는 낚시자체가 곤란한 지경의 너울이 바다를 뒤덮고 있었다.
▲좌사리도 전체가 너울로 인해 낚시 자체가 대단히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스쿠버다이버가 보이기도 했다.
두리피싱 구윤국 사장은 “좌사리의 몇몇 포인트에는 상당히 많은 개체수의 벵에돔이 들어와 있는 곳으로 보인다. 씨알도 상당한 놈들이 있을 것이다. 장마 틈틈이라도 반드시 체크해 보아야 될 조황”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나드리호 김판오 선장은 “넣으면 물어주는 포인트도 있는데 오늘은 너울 때문에 진입이 불가능했다. 어제까지 좌사리에 들어오는 낚싯배가 없었는데 오늘은 몇 척이나 보인다. 시즌이 오긴 온 모양”이라며 좌사리제도 벵에돔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30cm 내외 씨알이 주종을 이룬 좌사리도 벵에돔.
현재 좌사리제도는 참돔, 벵에돔, 농어가 입질을 하고 있다. 참돔의 경우 포인트 별로 큰 씨알이 간간히 낚이기는 하지만 마릿수는 그다지 좋은 않은 상황. 그나마 큰 입질은 터뜨려 버리는 수가 많다고 한다. 벵에돔은 장마가 지나야 덩치 큰 놈들의 입질이 시작될 요량이며 농어는 루어보다는 찌낚시에 조과가 좋은 편이고 한다. 잡어로는 가운데 손가락 씨알의 고등어와 자리돔이 꾼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취재에 협조해 주신 나드리호 김판오 선장께 감사드린다.
취재협조
부산 두리피싱 051-647-1120
통영 나드리호 017-550-52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