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너울 속의 노대도, 한사리FC와 함께하다

제대로 된 여름을 보여주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이 무더위가 절정이다. 그렇잖아도 쉽지 않은 것이 낚시인데, 날씨는 한술 더 뜬 딴죽을 건다. 요즘 정도의 날씨가 되면 낚시 가는 꾼들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바다 속에 있는 물고기도 땀을 흘리면서 나오더라 라는 우스개 소리가 마냥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 요즘의 남해동부권 조황을 짚어보고자 한사리FC의 8월 정기출조에 동행했다.
▲“이 더운데 무슨 낚시를~”하면서도 정기출조를 위해 모인 한사리FC 회원들.
▲조우회 출조에는 항상 넉넉한 인심이 있다. 효험을 본 집어제라며 이상성 회장이 집어제를 회원들에게 풀었다.
▲회장이라고 예외없다. 조추첨 중인 바닷나비 이상성 회장.
▲고성의 한 낚시점에 들러 필요한 소품과 밑밥을 구매했다.
8월 18일 토요일 저녁. 날짜 그대로 쌍욕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해가 진 뒤에도 더위는 계속되었다. 한사리FC 회원 16명이 참가한 정기출조 장소는 노대, 거칠리 일대. 고성 스피드피싱랜드에서 오전 3시에 배를 타기로 하고 부산을 출발한 시간은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조우회 출조를 해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단체 출조를 하게 되면 들를 곳이 많다. 중간 지점에 있는 낚시점에 들러 밑밥과 미끼, 소품을 사고 도시락 집에 들어 도시락을 싸고, 해장국 집에서 새벽 밥을 먹는다. 중간에 휴게실이라도 한번 들리면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최소 4번은 하차를 해야 하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가속패달을 꾹 밟고 논스톱으로 출조지까지 달려야 하는 개인 출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인 것이다.
기자 또한 최근에는 개인 출조자들과 취재를 다니다가 오랜만에 단체 출조 버스를 타니 너무나 여유로운 출조길이 오히려 지겹기까지 할 정도였다. 단체 버스출조에서는 각종 인사말과 낚시무용담이 앞다투어 전해진다. 성질 급한 꾼들은 소주잔부터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일이 줄어들었다. 첨단 시설로 무장한 버스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은 개봉작들을 LCD TV를 이용해 보여주기 때문에 출조버스는 대사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뭇 엄숙한 분위기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스피드피싱랜드에 도착해 밑밥을 섞고 출항 준비를 마쳤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위해서는 짐 역시 체계적으로 쌓아야 섞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상노대도 코바위 일대
나는 한사리 FC의 오경록 총무와 한조가 되어 노대도 남쪽 코바위 안통에 내렸다. 찌낚시 채비를 준비해 갔지만 다른 포인트의 멸치를 본 나는 농어대부터 꺼내 들었다. 욕지도에서 무늬오징어로 난리가 났다는 조황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여차 하여 에깅으로 전환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계획은 낚시 시작 한시간도 못돼 깨졌다. 어디서 밀려 왔는지 각종 쓰레기와 해초 찌꺼기 들이 포인트 전방을 점령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옆의 찌낚시 조들은 일찌감치 낚싯대를 접고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다. 철수 시간은 10시 30분. 9시 30분이 될 때까지 찌낚시도 해 보았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뜻밖의 너울, 일본 지진 탓?
아쉬운 마음으로 철수 배에 올라 다른 포인트를 둘러 보았다. 고기 안된다고 스피드낚시 이종석 사장에게 투정이라도 부려볼까 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다른 포인트들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우리가 내린 포인트는 홈통이었기에 잔잔했던 것일뿐 다른 곳은 너울이 넘쳐 낚시는 커녕 장비까지 파도에 쓸려간 곳들이 부지기수였다. 배를 댈 곳이 마땅 찮아 반대편까지 짐을 옮겨서 철수를 한 곳도 있었다. 낚시도 못하고, 장비까지 잃어버리고, 땡볕에서 고생까지 한 몇몇 꾼들은 그야말로 넉다운. 본의 아니게 죄인의 심정이 된 이종석 사장은 차마 꾼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난바다 쪽에는 너울이, 홈통에는 너울로 인해 발생한 거품과 쓰레기가 모여들었다.
▲너울이 워낙 크게 일어 낚시조차 불가능했던 곳이 많았다.
▲노대도에서 바라본 두미도
별 다른 바람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너울이 친 것이었을까? 나는 삼일 전 성광물산 김선관 사장과 함께 갈치루어취재를 나섰을 때 김선관 사장이 일본 야마시타의 가와카미 씨와 전화통화 내용을 기억해 냈다. 그 때 일본에 지진이 발생해 가와카미 씨가 갈치 조황이 좋지 않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그 말을 하자 낚시꾼들은 아마 이 너울은 그 지진의 영향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 놓았다. 우리는 작은 쓰나미를 경험했던 것이다.
이제 낚시를 갈 때는 조황과 날씨 말고도 일본 쪽의 지진 상황까지 체크해야 하는 되겠다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왔다.
군데 군데 보이는 적조, 부진한 조황
“낚시 못하겠다” 기자를 보자마자 땀에 흠뻑 젖은 한사리FC의 이상성 회장(인터넷바다낚시 닉네임 바닷나비)이 말했다. 그 역시 뭔가 취재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땡볕아래서 고생했지만 옆자리에서 낚시를 하던 꾼의 장비가 너울에 휩쓸려 가는 것을 보고 낚시를 포기했다고 한다.
▲방어 한 마리와 고등어 한 마리가 겸손한 모습으로 놓여져 있다.
▲누군가 낚아낸 벵에돔을 들고 한사리FC 회원이 포즈를 취해 주었다. 고기 주인은 나중에 밝혀졌다.
▲폭염과 너울을 이겨내고 무사히 정기출조를 마친 한사리FC회원들.
▲수고한 꾼들을 위해 스피드피싱랜드 이종석 사장은 시원한 수박과 음료, 떡을 제공해 주었다.
▲옵져버로 참가한 낚시꾼이 벵에돔을 낚아 일등상을 받았다.
▲한사리 FC 파이팅! 이 한잔으로 8월 정기출조는 마무리.
철수가 끝난 다음 선착장에 보여 뭐라도 잡은 게 있을까 싶어 일일이 확인해 보았다. 익히 얼굴을 알고 지내던 한사리FC 회원들은 멋쩍은 듯 일을 다물고만 있었다. 카메라를 다시 넣으려는 찰라 수줍게 꺼내던 밑밥통에는 손바닥 보다 조금 큰 방어 한 마리와 그 보다 조금 더 큰 고등어가 얌전하게 놓여져 있었다. 모두가 웃었지만 그 웃음은 이 상황에서 그 고기라도 낚아낸 이에 대한 부러움의 표시였다. 한 마리를 꺼내 놓으니 또 다른 회원이 고기를 내 놓았다. 25cm가 겨우 넘는 벵에돔 한 마리였다.
“대단하십니다”라는 인사말과 사진 한 컷. 그렇게 취재는 마무리 되었다.
한사리FC는 간단한 식사로 정기출조 마무리를 하면서 일등고기를 낚은 회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일정을 끝 맺었다.
▲취재에 협조해 주신 고성 스피드피싱랜드 이종석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한사리FC www.hansalifc.com
고성 스피드피싱랜드 055-672-55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