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오지五指 갈치 박스 조황 불야성

이제는 금단의 섬이 되어 버린 백도가 보이는 거문도 앞 바다. 수심 20m에서 건져낸 시커먼 밤 바다의 은색 덩어리는 그 긴 몸체를 희뜩이며 꿈틀거렸다. 날카로운 이빨, 시퍼렇게 살아있는 눈은 괴기스러웠지만, 그것이 갈치라는 것만으로 탐스럽게 그지없었다. 지금, 거문도 앞 바다는 갈치낚시로 불야성이다.
“기본이 3~4지指입니다” 거문도 뉴호프호 김인수 선장은 자랑에 침을 튀겼다. 갈치의 씨알을 재는 척도는 손가락 굵기다. 갈치의 몸통에 손을 대고 손가락 몇 개의 굵기냐에 따라 갈치 씨알은 정해진다. 우리가 시장에서 사 먹는 갈치는 대개 3지 수준. 보통 갈치낚시의 절정기는 가을이지만 지금부터도 드문드문 낚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시즌이란 어디까지나 연안의 경우에 불과하다. 거문도 ~ 백도 사이의 바다에서는 벌써 선상 갈치 시즌이 시작되었다.
몸 만 가면 두 상자는 챙겨온다
갈치 선상낚시에 필요한 장비는 선상낚싯대와 전동릴이다. 평소 선상낚시를 하지 않는 이들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장비다. 그러나 2만원 정도의 대여료만 지불하면 모든 장비를 빌려준다. 또한 갈치낚시 채비와 미끼도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준비할 것은 갈치를 담을 넉넉한 아이스박스나 스티로품 박스, 그리고 밤 새도록 갈치를 낚으면서 짬짬이 목을 축이거나 허기를 메울수 있는 간식거리 정도다.
▲갈치낚시는 집어등 시설이 조황의 관건이다. 올 시즌 새로 취항한 거문도 뉴호프호는 최신 집어등 시설과 에어컨으로 편안한 낚시와 놀라운 조과를 거뒀다.
▲갈치 선상낚시의 핵심 장비인 씨-앵커. 보통의 닻과는 달리 조류에 따라 배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해 주는 장비로 갈치 선상낚시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거문도 고도에서 저녁 6시에 출항하는 뉴호프호를 타고 갈치 선상낚시에 나서보았다. 포인트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정해진 장소에 도착하자 다른 선상낚시에서는 볼 수 없는 씨-앵커(sea anchor)를 펼쳤다. 일반적인 닻과 달리 씨-앵커는 낙하산을 이용해 배를 조류과 동조시키는 방법으로 갈치 선상낚시에서는 필수 장비다.
▲거문도 갈치낚시는 수심 20~30m 권에서 입질이 오기 때문에 선상 낚싯대와 전동릴이 필수다. 개인 장비가 없더라도 출조지에서 대여할 수 있다.
▲집어등이 켜지면 주위는 대낮보다 더 환해진다. 집어등을 보고 난바다의 온갖 어종들이 모여드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미끼로 쓰이는 꽁치살은 미리 썰어서 준비해 둔다.
주변이 어두워지기 전에 김인수 선장의 갈치낚시 방법과 전동릴 작동 요령에 관한 강의가 이어졌다. 거문도의 선상 갈치낚시는 전통적인 어부들의 갈치낚시 채비를 이용한 것이었는데 7개의 긴 가지바늘을 달아 한꺼번에 많은 마릿수의 갈치를 낚아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미끼는 냉동꽁치를 잘라서 사용한다. 한참 낚시 도중에는 낚아낸 갈치를 썰어서 미끼로 쓰기도 한다. 바로 서로 잡아 먹는 갈치의 공식(公食)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꽁치와는 달리 막 낚아낸 갈치 살은 단단해서 미끼 손실이 많지 않아 좋다.
▲7~10개의 가지바늘이 달린 거문도 갈치의 전통 채비를 써서 빠르게 마릿수를 채울 수 있다.
▲갈치의 공식 습성을 이용해 갈치 살을 미끼로 쓰기도 한다. 꽁치살에 비해 갈치살은 단단해서 낭비가 덜 하다.
▲거문도 근해의 센 물살을 이겨내기 위해 0.6kg의 봉돌을 이용한다.
주변이 어두워지고 집어등을 켜자 본격적으로 집어가 되면서 갈치가 낚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2~3마리가 한꺼번에 낚이기도 하고 손바닥 넓이를 넘어서는 5지급을 육박하는 대형 갈치가 낚이자 환호성을 올리기도 했다. “이건 한 마리에 5만원이 넘습니다”라는 누군가의 설명. 각자 가져온 스티로품 박스에 얼음이 바쁘게 채워지면서 포장되는 개수가 늘어났다. 한상자에 포장되는 갈치는 20마리 남짓, 속속 쌓여가는 박스를 보니 마치 조업 나온 어부가 된 기분이었다.
▲올라오는 갈치 씨알은 대부분 4지가 넘는 수준급 씨알을 자랑한다.
▲딱 손바닥에 겹쳐지는 5지급 씨알도 쉽게 보인다. 거문도 갈치선상낚싯배 뉴호프호 김인수 선상이 낚아낸 5지급 갈치. 이 한 마리가 5만원 정도에 팔린다.
손맛과 입맛을 충분히 즐기는 선상 파티 전망
만조가 되면서 입질이 잦아들자 갈치 선상낚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갈치회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진해 같은 내만권의 갈치낚시에서는 잔 씨알의 갈치를 뼈째 썰어 놓고 무침을 했지만 이곳 갈치는 순수하게 갈치살로만 회무침을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갈치살 특유의 내음이 잔잔하게 번진다. 각종 야채와 초장이 버무려진 거문도산 갈치 회무침은 나라안 어디에서도 맛 볼수 없는 이 곳만의 진미였다.
▲갈치 선상낚시의 꽃, 선상 회 파티.
▲거문도의 갈치회는 다른 곳과는 달리 뼈째 써는 회가 아니라 포를 떠서 순살로만 만든다. 워낙 씨알이 크기 때문에 뼈째 먹기 힘들다.
▲순수한 갈치 살과 각종 야채와 양념이 버무려진 갈치회는 아무 곳에서나, 아무나 맛 볼 수 없는 진미 중의 진미다.
한바탕 파티가 끝나자 다시 물때는 돌아서 입질이 시작되었다. 멀리 병풍처럼 바다를 막고 있는 백도에서 장관의 일출이 보일 때가지 낚시는 계속되었고 승선한 모두가 두 상자 이상의 갈치를 낚아내는 만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각각 2박스 이상의 조과를 거둔 이날 출조는 촬영 준비로 인해 어수선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마릿수를 기록했다.
▲낚인 갈치의 최소 씨알이 3지급 이상, 최고 5지급을 기록한 준수한 조황이다.
갈치낚시는 이렇듯 낚시 실력과 상관 없이 지시만 잘 따르기만 해도 마릿수를 낚아낼 수 있다. 17~19만원 가량의 배삯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낚아낸 갈치를 한 상자만 거문도 관광객들에게 팔아도 본전을 찾는다. 그래도 한 박스 이상이 남고, 손맛과 입맛과 추억이 남아 있으니 절대 밑지지 않는 출조다. 장시간의 배를 타야 하므로 배멀미에 충분히 대비를 하고 선장의 지시상황만 충실히 따른다면 갈치낚시는 올 시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가족낚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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