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뽈래이님 - 볼락낚시의 애찬가
다크템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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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7 08:33
인낚에서 만난 사람(1)삼천포 「하루카페」운영자(?) “돌뽈래이”님을 만나다
“사람이 조코, 낚시가 좋응게 하는거 아이겠심니꺼?”
돌뽈래이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하루카페”를 통해서였다.
그것도 실제가 아닌 게시판에서 무슨 염장 지르듯 가지런히 회를 수 놓은 사진.
그것도 ‘뽈라구’를 말이다.

마침 남해권으로 볼락 취재가 잡혀 돌뽈래이님께 연락, 마땅한 포인트에서
합류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돌뽈래이님과의 약속은 오후 6시 이후,
그러나 취재팀 - 그래봤자 모동이님과 나 뿐이었지만 - 은 벌렁대는 가슴과
가볍게 경련을 일으키는 손을 달래기 위해 오전 11시 일찌감치 남해로
차를 몰았다.
“낮에는 잘 안 될낍니더. 대지포 정도라면 혹시 될 수도 있습니더”
마지 못해, 정말 마지 못해 낮 볼락 낚시터를 돌뽈래이님이 추천했지만 취재팀은
막무가내로 차를 몰았다. 눈먼 거라도 있겠지 하면서. 하지만 어디 어른 말 안 들어
되는 일 있던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지?’
회사에는 남해권 볼락의 꼭지를 짚겠다며 큰소리 뻥뻥 치고 나왔건만 막상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남해도 방파제 탐사!
아~! 궁여지책이었건만 스스로 대견해 할 만큼 괜찮은 기획이라고 취재팀은
자위했었다.
우선 시작한 곳이 둔촌 방파제. 채비를 담그자 마자 툭툭하는 어신, 초릿대까지
빨아들이는 강력한 어신을 받고 환호성을 올렸지만 그 주인공은 노래미였다.
몇 번의 노래미 입질을 받았지만 그곳이 노래미밭이라는 것을 왜 일찌감치
깨닫지 못했을까. 젓볼락 한 마리를 낚아내고는 ‘밤에는 혹시’라는 물음표만을
남겨두고 다음 방파제로 이동했다.

소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둔촌방파제. 취재팀이 낚시를 할 때에는 옆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극기훈련을 온 학생들의 소음이 심한 편이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루목 방파제에서 일명 ‘좆쟁이’만 낚아냈었고, 양화금 방파제에서 피어 올라있는
젓볼락떼를 보고 환호성만 올리다가, 대지포에서는 가능성만 확인했으며,
노구방파제에서는 15cm급 볼락 한 마리와 젓볼락, 그리고 달라드는 그 많은
호래기떼들 중 3마리만 골라 낚느라 수고를 해야만 했었다.

노루목 방파제. 노래미와 잡어천국이었다.

양화금방파제, 젓볼락이 떼를 지어 다녔지만 낚는데는 실패.

대지포방파제. 야영낚시를 다녀온 부산팀들을 봤지만 모두 어깨가 축 쳐진 모습이었다.

물건방파제. 남해 방파제 중 최고의 조황을 자랑한다는 소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몰린 다는 곳. 요즘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노구방파제. 그나마 준수한 씨알을 낚을 수 있었던 곳. 하지만 해가 지자마자 호래기 등쌀에 채비를 거두어야 했다.
이윽고 돌뽈래이님과 약속한 시간이 다되어 두모방파제로 이동을 했다.
돌뽈래이님이 말한 두모방파제는 원래의 방파제에서 약 150m 정도를 갯바위로 산길로
행군을 해서 넘어가야 하는 방파제였는데 뭣도 모르고 짐을 잔뜩 들고가 고생을
해야 했다.
한참 씩씩 거리며 방파제에 도착하자 먼발치서 돌뽈래이님이 후래시를 비추며 마중을
나왔다.
“고생했심더”
“아닙니다...사실 좀 힘드네요” 젊은 나이에 무릎이 시원찮아 진짜 고생 좀 했다.
“고기는 몇 마리 잡아 놨습니다. 먹을 꺼는 걱정마이소”
먹는 것 보담 취재꺼리를 만드는게 더 급선무였는데....
대충 짐을 정리하자 돌뽈래이님은 낚시할만한 장소를 지정해 주시더니
곧바로 “저는 저기서 낚시 합니다”라고는 총총히 사라져 버렸다.
‘이런 낭패가~’
낚시보담 취재가 먼저. 염치 불구하고 조용히 낚시중인 돌뽈래이님께 후래시를 비추며 다가
갔다.

어두워서 미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돌뽈래이님. 우선 뒷모습을 찍었다.
명함을 건네자, 돌뽈래이님은
“저는 백수라서 드릴 명함이 없습니더” 아, 처음부터 뭔가 심상찮은 조짐.
“그럼 백수 전에는 뭐 하셨습니까?”
“배를 쬐매 했는데 머 유명한 낚싯배는 아니고 그냥 주위 사람들 태워주면서 좀 다녔습니
다”
이제 슬슬 궁금해진다.
“그럼 낚싯배로 업을 하셨나 보네요?”
“그런 아니고요. 제가 낚시 다닐 때 배를 타니까 선장님들이 혼자 라면 끓여 먹고 해서 낚
시꾼인 제가 쬐매 섭섭한 감도 있고, 그래서 내가 직접 낚싯배 해서 낚시꾼들한테 좀 잘해
주고 싶은 맴도 있고 해서”
머 사실 이런 멘트는 접대용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실제 돌뽈래이님을 보면 단순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럼 지금도 가이드나 머 출조사무실이나 그런거 하세요?”
“아니요. 그냥 낚시 하고 사람들 만나는게 좋아서 합니다. 돈 받고 이런거 없습니다.”
정녕 그렇단 말인가. 사실 취재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이런 식으로 낚시 다
니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좋아서, 돈도 필요없이’ 라니!

사람이 좋고, 볼락이 좋아서 낚시를 한다는 돌뽈래이님.
뭐, 이런 식으로 낚시하시는 분이니 더 물어볼 것도 없겠다 싶어 볼락낚시에 대해
물어보았다.
“돌뽈래이님은 볼락 낚시만 하십니까?”
“아니요. 다른 낚시도 합니다. 그냥 뽈라구를 쬐매 좋아합니다”
거짓말이다. 뽈라구를 ‘쬐매’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감성돔은 고기로 쳐 주지도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루카페에서는 감성돔 회를 잡어회보다 못하게 취급한다.
감성돔 꾼들이 알면 그야말로 홰를 치며 반발할 일이다.
“뽈라구를 왜 좋아하십니까?”
“맛있다입니꺼?”
너무나 정직한 이야기다. 뽈라구는 맛이다.
“그라고 볼락낚시는 일년내내 해도 안 질려요. 또 하루 종일 해야 하는 감성돔낚시에 비해
볼락낚시는 오늘처럼 잠깐만 해도 안주꺼리는 나오거든요. 이거야 말로 생활낚시
아닙니까?”
생활낚시라.. 사실 그것은 낚시인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일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바다를 끼고 있는 , 그것도 볼락 천혜의 포인트를 끼고 있는
사천,남해권의 꾼들은 축복받은 셈이다.
“볼락낚시는 챔질 타이밍이 참 중요한데요. 돌뽈래이님은 어떤 식으로
타이밍을 잡습니까?”
“토도도도톡~. 하는 거는 예신, 다시 말해 볼락이 입에 물고 있는거구요.
진짜 챔질할 때는 낚싯대를 살짝 들어주었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이랄까,
그런 걸로 알아야 합니다. 말로 하긴 좀 곤란합니더”
젠장..또 ‘감’ 이야기다. 낚시꾼들을 취재하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 ‘감’.
그걸 말로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지 않으니 초보꾼들은 죽을 맛이다.
경험해서 아는 것이 ‘감’인데 그렇다면 역시 출조로 내공을 다져야만 한다는 것인가.
그러나 낚시를 조금이라도 집중해서 해 보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돌뽈래이님의 말을 듣고 나서 세 마리의 ‘뽈라구’를 낚아낼 수 있었다.
“지금 남해에서 볼락 낚시를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씨알은 미조권의 쥐섬, 범섬, 뱀섬, 조도방파제 쪽이 좋습니다.”
“볼락 시즌은 어떻게 됩니까?”
“시즌은 대략 세부분으로 볼 수 있는데요. 1차 시즌은 11월부터, 2차 시즌은
12월부터 이며 이때부터 낮볼락도 잘 됩니다. 3차 시즌은 2월부터인데요
밤낚시에 굵은 볼락이 낚입니다. 가로등이 켜져 있는 방파제라면 어디든지
포인트가 되지요”
기회가 왔다.
“그럼 돌뽈래이님. 남해에 있는 방파제 포인트 정리 좀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다른 포인트에 비해 볼락 포인트는 도보가 많고 ‘구멍’의 개념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골수 볼락꾼들은 포인트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했다.
그래도 돌뽈래이님이라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넌지시 물어 보았다.
“네, 당연히 해 드리지요. 남해 쪽 방파제 알고 있는 부분은 다 해드리겠습니다.
좋은 정보는 인낚인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뿔싸! 이러면 너무 재미없는데.
비장의 포인트를 가지고 좀 밀고 당기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떠억 하고
내놓으시겠다니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비장의 포인트라기 보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지만
제대로 된 시즌과 공략법을 공개하겠다고 하니 볼락꾼들에게는 더 없이 반갑다.
비장의 포인트라고 해서 딱 한군데만 내 놓는다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렇게 약속을 마친 후 돌뽈래이님은 ‘고기 장만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하루카페를 위한 재료 검수 중인 돌뽈래이님.
취재팀은 곧이어 간단한 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돌뽈래이님을 따라 삼천포의
‘하루카페’로 갔다.
창고형 사무실로 만들어진 돌뽈래이님의 하루카페.
설명대로라면 ‘삼천포를 찾는 낚시꾼들이 쉴 데가 없어서 만든’ 장소다.
창고형이라 격식 차릴 필요도 없고 한켠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장작 난로가
더 없이 정겨운 곳이었다. 그 곳에서 따로 말이 없어도 각자 맡은바 부위를
다듬어 예술적으로 내 놓은 회 한 접시의 맛은 글과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너무나 건방질 정도로 뛰어났다.

돌뽈래이님은 손수 회를 장만하여 손님 대접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낚시 끝내고 이래 차리가 같이 묵는가 만큼 좋은게 어딨습니꺼?
낚시는 이 재미 아닙니꺼? 돈도 필요없고, 무신 자격 같은 것도 없심니더.
그냥 전화하고 오시면 됩니다. 단, 술 묵고 꼬장 부리시는 분은 강퇴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내가 못 미더웠던지
돌뽈래이님은 절대 ‘장삿속’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연하게도 그 곳은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집기에, 허술한 창고에,
사람좋은 낚시꾼들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장소다. 장사? 돈? 같은 것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었다.

작품을 만들듯 회를 담는 모습에서 그저 허례허식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 오신 분들은 꼭 전화 하고 오십니다. 자리가 좁으니 한꺼번에
많이 올 수는 없잖아요? 자리만 되면 누구나 오셔도 됩니다.
삼천포, 남해 지역으로 낚시 오실 분은 쪽지나 전화로 연락주세요.
좋은 포인트도 소개해 드리고 낚시 끝나면 하루카페에서 같이 즐기다 가시면
낚시 재미가 더 할 겁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꾼들이 모여, 꾼만의 분위기를 연출한 따뜻한 모습을 봤다.
하루카페, 그곳에는 순수한 낚시꾼의 결정체가 있다.
낚시란 즐거운 것이다.
인터넷바다낚시 취재팀장 다크템플러
“사람이 조코, 낚시가 좋응게 하는거 아이겠심니꺼?”
돌뽈래이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하루카페”를 통해서였다.
그것도 실제가 아닌 게시판에서 무슨 염장 지르듯 가지런히 회를 수 놓은 사진.
그것도 ‘뽈라구’를 말이다.
마침 남해권으로 볼락 취재가 잡혀 돌뽈래이님께 연락, 마땅한 포인트에서
합류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돌뽈래이님과의 약속은 오후 6시 이후,
그러나 취재팀 - 그래봤자 모동이님과 나 뿐이었지만 - 은 벌렁대는 가슴과
가볍게 경련을 일으키는 손을 달래기 위해 오전 11시 일찌감치 남해로
차를 몰았다.
“낮에는 잘 안 될낍니더. 대지포 정도라면 혹시 될 수도 있습니더”
마지 못해, 정말 마지 못해 낮 볼락 낚시터를 돌뽈래이님이 추천했지만 취재팀은
막무가내로 차를 몰았다. 눈먼 거라도 있겠지 하면서. 하지만 어디 어른 말 안 들어
되는 일 있던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지?’
회사에는 남해권 볼락의 꼭지를 짚겠다며 큰소리 뻥뻥 치고 나왔건만 막상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남해도 방파제 탐사!
아~! 궁여지책이었건만 스스로 대견해 할 만큼 괜찮은 기획이라고 취재팀은
자위했었다.
우선 시작한 곳이 둔촌 방파제. 채비를 담그자 마자 툭툭하는 어신, 초릿대까지
빨아들이는 강력한 어신을 받고 환호성을 올렸지만 그 주인공은 노래미였다.
몇 번의 노래미 입질을 받았지만 그곳이 노래미밭이라는 것을 왜 일찌감치
깨닫지 못했을까. 젓볼락 한 마리를 낚아내고는 ‘밤에는 혹시’라는 물음표만을
남겨두고 다음 방파제로 이동했다.
소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둔촌방파제. 취재팀이 낚시를 할 때에는 옆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극기훈련을 온 학생들의 소음이 심한 편이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루목 방파제에서 일명 ‘좆쟁이’만 낚아냈었고, 양화금 방파제에서 피어 올라있는
젓볼락떼를 보고 환호성만 올리다가, 대지포에서는 가능성만 확인했으며,
노구방파제에서는 15cm급 볼락 한 마리와 젓볼락, 그리고 달라드는 그 많은
호래기떼들 중 3마리만 골라 낚느라 수고를 해야만 했었다.
노루목 방파제. 노래미와 잡어천국이었다.
양화금방파제, 젓볼락이 떼를 지어 다녔지만 낚는데는 실패.
대지포방파제. 야영낚시를 다녀온 부산팀들을 봤지만 모두 어깨가 축 쳐진 모습이었다.
물건방파제. 남해 방파제 중 최고의 조황을 자랑한다는 소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몰린 다는 곳. 요즘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노구방파제. 그나마 준수한 씨알을 낚을 수 있었던 곳. 하지만 해가 지자마자 호래기 등쌀에 채비를 거두어야 했다.
이윽고 돌뽈래이님과 약속한 시간이 다되어 두모방파제로 이동을 했다.
돌뽈래이님이 말한 두모방파제는 원래의 방파제에서 약 150m 정도를 갯바위로 산길로
행군을 해서 넘어가야 하는 방파제였는데 뭣도 모르고 짐을 잔뜩 들고가 고생을
해야 했다.
한참 씩씩 거리며 방파제에 도착하자 먼발치서 돌뽈래이님이 후래시를 비추며 마중을
나왔다.
“고생했심더”
“아닙니다...사실 좀 힘드네요” 젊은 나이에 무릎이 시원찮아 진짜 고생 좀 했다.
“고기는 몇 마리 잡아 놨습니다. 먹을 꺼는 걱정마이소”
먹는 것 보담 취재꺼리를 만드는게 더 급선무였는데....
대충 짐을 정리하자 돌뽈래이님은 낚시할만한 장소를 지정해 주시더니
곧바로 “저는 저기서 낚시 합니다”라고는 총총히 사라져 버렸다.
‘이런 낭패가~’
낚시보담 취재가 먼저. 염치 불구하고 조용히 낚시중인 돌뽈래이님께 후래시를 비추며 다가
갔다.
어두워서 미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돌뽈래이님. 우선 뒷모습을 찍었다.
명함을 건네자, 돌뽈래이님은
“저는 백수라서 드릴 명함이 없습니더” 아, 처음부터 뭔가 심상찮은 조짐.
“그럼 백수 전에는 뭐 하셨습니까?”
“배를 쬐매 했는데 머 유명한 낚싯배는 아니고 그냥 주위 사람들 태워주면서 좀 다녔습니
다”
이제 슬슬 궁금해진다.
“그럼 낚싯배로 업을 하셨나 보네요?”
“그런 아니고요. 제가 낚시 다닐 때 배를 타니까 선장님들이 혼자 라면 끓여 먹고 해서 낚
시꾼인 제가 쬐매 섭섭한 감도 있고, 그래서 내가 직접 낚싯배 해서 낚시꾼들한테 좀 잘해
주고 싶은 맴도 있고 해서”
머 사실 이런 멘트는 접대용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실제 돌뽈래이님을 보면 단순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럼 지금도 가이드나 머 출조사무실이나 그런거 하세요?”
“아니요. 그냥 낚시 하고 사람들 만나는게 좋아서 합니다. 돈 받고 이런거 없습니다.”
정녕 그렇단 말인가. 사실 취재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이런 식으로 낚시 다
니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좋아서, 돈도 필요없이’ 라니!
사람이 좋고, 볼락이 좋아서 낚시를 한다는 돌뽈래이님.
뭐, 이런 식으로 낚시하시는 분이니 더 물어볼 것도 없겠다 싶어 볼락낚시에 대해
물어보았다.
“돌뽈래이님은 볼락 낚시만 하십니까?”
“아니요. 다른 낚시도 합니다. 그냥 뽈라구를 쬐매 좋아합니다”
거짓말이다. 뽈라구를 ‘쬐매’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감성돔은 고기로 쳐 주지도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루카페에서는 감성돔 회를 잡어회보다 못하게 취급한다.
감성돔 꾼들이 알면 그야말로 홰를 치며 반발할 일이다.
“뽈라구를 왜 좋아하십니까?”
“맛있다입니꺼?”
너무나 정직한 이야기다. 뽈라구는 맛이다.
“그라고 볼락낚시는 일년내내 해도 안 질려요. 또 하루 종일 해야 하는 감성돔낚시에 비해
볼락낚시는 오늘처럼 잠깐만 해도 안주꺼리는 나오거든요. 이거야 말로 생활낚시
아닙니까?”
생활낚시라.. 사실 그것은 낚시인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일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바다를 끼고 있는 , 그것도 볼락 천혜의 포인트를 끼고 있는
사천,남해권의 꾼들은 축복받은 셈이다.
“볼락낚시는 챔질 타이밍이 참 중요한데요. 돌뽈래이님은 어떤 식으로
타이밍을 잡습니까?”
“토도도도톡~. 하는 거는 예신, 다시 말해 볼락이 입에 물고 있는거구요.
진짜 챔질할 때는 낚싯대를 살짝 들어주었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이랄까,
그런 걸로 알아야 합니다. 말로 하긴 좀 곤란합니더”
젠장..또 ‘감’ 이야기다. 낚시꾼들을 취재하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 ‘감’.
그걸 말로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지 않으니 초보꾼들은 죽을 맛이다.
경험해서 아는 것이 ‘감’인데 그렇다면 역시 출조로 내공을 다져야만 한다는 것인가.
그러나 낚시를 조금이라도 집중해서 해 보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돌뽈래이님의 말을 듣고 나서 세 마리의 ‘뽈라구’를 낚아낼 수 있었다.
“지금 남해에서 볼락 낚시를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씨알은 미조권의 쥐섬, 범섬, 뱀섬, 조도방파제 쪽이 좋습니다.”
“볼락 시즌은 어떻게 됩니까?”
“시즌은 대략 세부분으로 볼 수 있는데요. 1차 시즌은 11월부터, 2차 시즌은
12월부터 이며 이때부터 낮볼락도 잘 됩니다. 3차 시즌은 2월부터인데요
밤낚시에 굵은 볼락이 낚입니다. 가로등이 켜져 있는 방파제라면 어디든지
포인트가 되지요”
기회가 왔다.
“그럼 돌뽈래이님. 남해에 있는 방파제 포인트 정리 좀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다른 포인트에 비해 볼락 포인트는 도보가 많고 ‘구멍’의 개념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골수 볼락꾼들은 포인트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했다.
그래도 돌뽈래이님이라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넌지시 물어 보았다.
“네, 당연히 해 드리지요. 남해 쪽 방파제 알고 있는 부분은 다 해드리겠습니다.
좋은 정보는 인낚인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뿔싸! 이러면 너무 재미없는데.
비장의 포인트를 가지고 좀 밀고 당기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떠억 하고
내놓으시겠다니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비장의 포인트라기 보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지만
제대로 된 시즌과 공략법을 공개하겠다고 하니 볼락꾼들에게는 더 없이 반갑다.
비장의 포인트라고 해서 딱 한군데만 내 놓는다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렇게 약속을 마친 후 돌뽈래이님은 ‘고기 장만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하루카페를 위한 재료 검수 중인 돌뽈래이님.
취재팀은 곧이어 간단한 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돌뽈래이님을 따라 삼천포의
‘하루카페’로 갔다.
창고형 사무실로 만들어진 돌뽈래이님의 하루카페.
설명대로라면 ‘삼천포를 찾는 낚시꾼들이 쉴 데가 없어서 만든’ 장소다.
창고형이라 격식 차릴 필요도 없고 한켠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장작 난로가
더 없이 정겨운 곳이었다. 그 곳에서 따로 말이 없어도 각자 맡은바 부위를
다듬어 예술적으로 내 놓은 회 한 접시의 맛은 글과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너무나 건방질 정도로 뛰어났다.
돌뽈래이님은 손수 회를 장만하여 손님 대접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낚시 끝내고 이래 차리가 같이 묵는가 만큼 좋은게 어딨습니꺼?
낚시는 이 재미 아닙니꺼? 돈도 필요없고, 무신 자격 같은 것도 없심니더.
그냥 전화하고 오시면 됩니다. 단, 술 묵고 꼬장 부리시는 분은 강퇴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내가 못 미더웠던지
돌뽈래이님은 절대 ‘장삿속’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연하게도 그 곳은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집기에, 허술한 창고에,
사람좋은 낚시꾼들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장소다. 장사? 돈? 같은 것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었다.
작품을 만들듯 회를 담는 모습에서 그저 허례허식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 오신 분들은 꼭 전화 하고 오십니다. 자리가 좁으니 한꺼번에
많이 올 수는 없잖아요? 자리만 되면 누구나 오셔도 됩니다.
삼천포, 남해 지역으로 낚시 오실 분은 쪽지나 전화로 연락주세요.
좋은 포인트도 소개해 드리고 낚시 끝나면 하루카페에서 같이 즐기다 가시면
낚시 재미가 더 할 겁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꾼들이 모여, 꾼만의 분위기를 연출한 따뜻한 모습을 봤다.
하루카페, 그곳에는 순수한 낚시꾼의 결정체가 있다.
낚시란 즐거운 것이다.
인터넷바다낚시 취재팀장 다크템플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