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네바리님과 만나다

곰네바리님을 처음 만난 곳은 삼천포 돌뽈래이님의 하루카페에 갔을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끌벅적 하는 자리에서도 곰네바리님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닉네임 마냥 푸근한 덩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가는 대화 중에 문득 느낄 수 있었던 꾼의 냄새.
꾼의 냄새라 함은 낚시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 낚시를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 때 잠깐 나눈 대화 내용은 이랬다. 곰네바리님의 집은 부산인데 그저께 낚시 왔다가 어제 부산으로 철수, 오늘 또 삼천포에 내려왔는데 부산에 갔다가 내일 또 올 것이라는 얘기였다. 차라리 부산에서 광주까지 왕복하는 것이 덜 귀찮지 삼일 동안에 같은 길을 세 번 왕복한다는 것은 왠만한 열정이 아닌 다음에야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것이 오로지 낚시를 위한 것인 다음에야.
두 번째 만남은 지난번 ‘인낚에서 만난 사람’의 주인공인 ‘낚시이바구’님과의 취재 때 이루어졌다. ‘안장덕 야영’이라는 ‘밑밥’에 넘어간 곰네바리님이 아픈 몸을 이끌고 동행했던 것. 결과는 안정덕에는 내려보지도 못하고 가왕도에서 황을 치고 돌아와 고성 내만 방파제에서 볼락 몇 마리를 낚아낸 것이 고작이었다. 그 때도 곰네바리님은 낚고, 먹고, 자고, 즐기는 천상 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었다.
이 두 번의 만남으로 말미암아 이번 인낚에서 만난 사람의 주인공은 곰네바리님이 되었다.(사실 저번 취재때 괜한 들러리를 서게 했다는 미안함도 있었거니와 최근 곰네바리님께 축하할 일이 생겼다는 것도 작용했다)
그래도 감생이가 최고
곰네바리님과 진득하게 이야기를 나눠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래 닉네임을 ‘곰네마리’라고 하려고 했다가 다른 사람이 먼저 쓰고 있어 굳이 ‘곰네바리’라고 했다는 것과 그 이유가 워낙 ‘빵’ 좋은 가족들 4명이 모여 산다고 해서 닉네임으로 정했다는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곰네바리님의 전부였다.
▲감성돔을 가장 좋아한다는 곰네바리님을 유혹해 전갱이 선상낚시를 나섰다. 설마 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저 낚시라면 뭐든지 다 덤벼보는 열혈꾼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짐작. 의외로 곰네바리님은 감성돔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었다.
“감생이가 최고지요. 남들은 고기 안 나오고 시즌 아니면 맛도 없다고 하지만 낚시 좀 다녀보면 그래도 감생이가 손맛도 좋고 고기 낚을 때 밀고 당기는 재미도 있어요. 삼천포 돌뽈래이님 조들이 감생이를 볼락에 비교해서 잡어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그래도 감생이가 좋습니다”
그의 취향은 어릴적 추억에서부터 비롯된 듯 하다.
“어릴 적에 민장대 가지고 놀았었거든요. 그러다가 감성돔을 잡았는데 황홀하더라구요. 장비 사서 미친듯이 낚시 다니기 시작한 것은 다 커서 지만 지금까지 그때 처음 잡아본 감생이 손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첫사랑 같아요.”
남자들은 첫사랑을 결코 잊지 않는다. 가슴 한켠, 구석지지만 소중한 방 안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곰네바리님에게 감성돔은 그런 존재라고나 할까.
“낚시 참 많이 다녔습니다. 집사람도 포기했으니까요. 얼마나 저한테 놀랐으면 애들이 낚싯대 잡는 것도 말려요.”
꾼들 대부분이 겪고 있는 고민이다.
계속 낚시를 할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 원단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던 곰네바리님은 최근 낚시업 쪽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대개 낚시 쪽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낚시계 경기를 감안하여 쉽게 시작하지 못했을 것인데 과감하게 개업을 했다.
▲간만에 전갱이 낚아 올리고 좋아라~하는 곰네바리님.
“이것도 낚시 아닙니까. 낚시꾼은 장비 만지고 있는 순간에도 행복하다니까요.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낚시도 갈 수 있으면 좋지요. 그래도 이 일이 낚시점 보다는 시간이 많이 나니까 낚시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연 그럴까. 얼마 전 곰네바리님이 시작한 칼라피싱 마산점은 슬슬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이 찾고 있다.(게다가 인터넷바다낚시에 광고까지! 감사합니다) 간단한 작업이라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낚싯대 수리는 주문이 밀리기 시작하면 전화 받을 틈도 없을 정도라던데, 그래서 곰네바리님은 자신의 낚시 시간을 위해 월요일을 휴무로 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비록 그 첫 번째 휴무일이었던 지난 월요일을 급히 변경해서 화요일에 거제도로 나선 전갱이 낚시는 실패였지만.
▲손재주가 좋은 곰네바리님은 낚싯대 수리 전문업체인 칼라피싱을 오픈해서 꾼들의 낚싯대를 책임지고 있다.
곰네바리님을 아는 꾼들은 우려를 하기도 한다. 낚시 좋아하는 사람이 낚시 쪽 일을 하면 일과 취미를 분간 못해서 말아먹거나, 일이 너무 잘되는 반면, 자신의 낚시를 즐기지 못해 낚시 자체에 의욕을 잃어버리던가 둘 중 하나라고.
“이 일이 아무리 바빠도 낚시는 꼭 다닐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일 아닙니까? 좋아하는 낚시 못 다니면서까지 돈만 벌려고 한다면 사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좋아하던 것도 업이 되면 지겹고, 싫어 하던 것도 취미로 삼으면 즐기게 되는 것이 세상사다. 하고 싶은 낚시 실컷 하기 위해 낚시점 차렸다는 분들도 낚시라면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 행여나 곰네바리님이 밀려 들어오는 낚싯대 수리에 질려서 낚싯대 펴는 것조차 싫어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뭐, 그걸로 돈 많이 벌어서 곰 가족들이 더 잘 살게 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지만 말이다.
대박 나시길!
거제도에서 전갱이 취재를 마친 후 마산에 있는 곰네바리님의 가게에도 가봤다. 깔끔한 매장 안에 낚싯대 수리 기계들이 즐비하다. 급하게 수선할 제품이 있다며 짐을 풀기도 전에 기계를 돌리는 곰네바리님의 모습은 낚시터에서와는 생판 다르게 보인다. 몇 달 동안 땀흘려서 기술 익혔다고 하던니 익숙한 손놀림에 금새 낚싯대를 새것처럼 고쳐낸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저는 천상 낚시꾼일 겁니다”라는 곰네바리님. 새로 개업한 칼라피싱 마산점 앞에서.
“낚싯대란게 그렇거든요. 비싼 제품도 좋지만 내 손때 묻혀 가며 고기 잡은 낚싯대가 무척 소중하지요. 그런 낚싯대 오래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그것도 또 다른 손맛 아니겠습니까?”
어느새 칼라피싱 마산점 사장님으로 변신한 곰네바리님. 짧은 조행이었지만 몸매 만큼이나 푸근함을 주었던 시간이었다. 승승장구해서 대박나기를, 칼라피싱 마산점 곰네바리님의 손길이 닿은 낚싯대가 꾼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전전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