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1세대. 바다낚시의 성지인 부산, 그곳에서 낚시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던 곳. 30년 세월동안 우리나라 낚시계의 쇠락을 시켜보았던 산 증인 만어낚시가 남포동 매장을 접고 새롭게 모라동 시대를 열어 제쳤다.

만어낚시는 부산이 자랑하는 초대형 낚시유통 전문업체로 우리나라 낚시 유통의 근간을 이루는 주춧돌이었다. 창업주인 안승근 회장으로부터 시작된 역사는 현재 피싱그룹 만어 동래점(대표 안국모)와 이번에 모라동으로 확장 개업한 사상점(대표 안수학)으로 명실상부한 낚시수도 부산의 대표 낚시유통업체로 발돋움했다.

만어낚시가 그동안 바다낚시의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충무동을 벗어나 모라동에 자리를 튼 것은 단순히 건물 이전과는 다른 의미다. 낚시의 흐름과 직결되는 장비와 용품의 흐름을 관장하는 대형 유통점의 이전은 낚시 트랜드의 변화와 다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의 첫 번째 질문은 ‘왜 굳이 모라동으로 옮기셨습니까?’였고, 안수학 대표는 ‘이 곳이 새 낚시 단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직접 매장에서 손님들을 챙기느라 바쁜 안수학 사장. 남포동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직원들과 똑같이 고객을 응대하는 베테랑이다. 오늘의 만어낚시가 있기 까지 30여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지킴이’다. “만어낚시의 신뢰는 독특하다. 매장을 찾는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 찾는 물건이 없어 빈손으로 가게 하지 않겠다는 신용으로 다져진 신뢰”라고 말하는 안수학 사장.

“전통적으로 구포역 부근의 낚시점들은 민물낚시를 주력으로 남포동의 바다낚시점들과 함께 부산 낚시의 유행을 선도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저희 매장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온라인 쇼핑몰 매장과 낚시점이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위치적으로 낙동강과 가까운 이 지역은 배스와 민물낚시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합니다. 또한 배우 공단과 주거지가 있습니다. 톨게이트에서도 가까워 원정낚시를 떠나는 꾼들이 들리기에도 좋은 위치입니다.”

안수학 대표의 말인즉, 현재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루어낚시와 전통적으로 강세를 띄고 있는 민물시장에 보다 확실하게 접근할 수 있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한 만어낚시의 근간이었던 바다낚시 또한 도외시 하지 않겠다는 욕심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럼 최근의 낚시 유행의 변화에 대해서 안수학 사장은 과연 어떤 전략으로 꾼들에게 어필하고 있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바다, 민물에 대한 경계는 상당히 컸지요. 전문지에서조차 민물꾼의 바다낚시, 바다꾼의 민물낚시를 ‘외도’라고 심심찮게 표현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루어낚시가 대중화 되면서 그러한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같은 장비로 둘 다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죠. 배스대로 농어를 낚고, 볼락루어대로 꺾지나 쏘가리를 낚는 크로스오버 낚시가 가능하게 된 겁니다. 또한 2000년 대 초반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원정낚시가 여러 가지 이유로 쇠퇴하면서 이제는 생활낚시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다양한 장르의 낚시가 보편화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꾼들의 취향은 다양해 졌는데 낚시 유통업은 생각보다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쇼핑몰의 발달로 숫적으로는 팽창했는데 질적으로는 오히려 후퇴한 것 때문이지요. 물론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저희 또한 그런 업체들 중 하나입니다. 만어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고객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뢰? 만어라면 우리나라 낚시유통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업체, 그리고 그 속에서 30여년을 전방위로 현장을 지휘해 온 안수학 사장의 대답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답변이었다.

“신뢰라면 어떤 업체든 마찬가지로 내세우는 미덕 아닙니까?”

다소 실망했다는 투의 기자의 물음에 안수학 사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추상적인 신뢰가 아니죠. 만어낚시는 예전부터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죠.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요즘 같은 시기에 재고를 많이 안은 채로 장사를 합니까? 그러나 만어는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만어에 가면 직접 보고 살 수 있다.’, ‘만어에 가면 항상 필요한 제품이 있다’는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제품을 준비해 두는 것이죠. 바로 이러한 고객들의 바람을 깨뜨리지 않는 것이야 말로 만어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장 큰 신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물, 바다, 루어 등 국내외 전문 낚싯대를 망라한 낚싯대 코너
 
 
 ▲다양한 찌가 진열된 찌 코너
 
 
 ▲웜, 미노우, 지그헤드 등이 갖춰진 루어코너
 
 
 ▲만어낚시 모라동 신 매장은 널찍하고 깨끗하게 단장되어 느긋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꾼들의 공간이다.
 
 

▲국내외 전문 의류 코너가 갖춰져 있다.

큰 걸음으로 길게 간다

만어는 느리다. 다른 유수의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도 만어는 한 걸음 뒤에서 걸었다. 그러나 만어는 항상 길게 간다. 완전히 끝이 나지 않는 한 말이다.

전성기였던 90년대를 지나 침체기, 또 다시 중흥기를 맞이할 정도로 굴곡이 있었던 30여년의 국내 낚시계에 비교할 때 만어낚시는 상당히 대조되는 행보를 해 왔다.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너무 들뜨지도, 침체기가 왔다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았다. 정해진 코스를 완주해야하는 마라톤 주자처럼 페이스를 분배해서 쉬지 않고 왔다. 그래서 남들이 부르는 성공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이룬 지금에서도 만어낚시는 다음 코스 경주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번 모라동 매장의 오픈은 그런 맥락에서 만어낚시의 야심찬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침제된 경기에서 새로운 투자로 낚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세기에서도 그랬듯이 만어가 모라동에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낚시1번지의 시대가 기대된다.

취재협조

만어낚시 사상점 051-253-6113

부산광역시 사상구 모라동 280-5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