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했던 10시간의 험난한 낚시여정
시간은 자정, 목포의 어느 낚시점
추석연휴를 몇 일 앞둔 초가을의 어느 날
저희 부부는 가을 감성돔 낚시를 위해 청산도로 향하는 중입니다. 해마다 청산도는 추석을 기점으로 감성돔
조황을 내는 명 포인트들이 즐비하다고 합니다. 그것도 주말엔 포인트 경쟁이 치열해서 들어가기 힘들지만
이렇게 평일에 가면 포인트 경쟁을 할 필요 없이 마음껏 낚시를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때는 시즌초라 한마리도 못잡을 수도 있겠지만 부부가 함께 즐기는 취미라는데 의미를 두고 이른 시기지만 출조를 감행해 봤습니다.
우선 청산도를 가려면 완도에서 배를 타는데 수도권에서 목포까지 5시간 그리고 거기서 한시간 더 달려야만 닿는 먼 거리입니다. 저희 부부도 처음 낚시를 다닐 땐 멀다고 느껴졌지만 한번 두번 다녀버릇하니 이젠
목포정도의 거리는 가볍게 생각하고 차에서 한숨 자버립니다 ^^;
밑밥은 직접 배합을 하면 더 좋겠지만 시간관계상 출조점에선 이렇게 미리 섞어놓은 밑밥으로 받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낚시점에 판매중인 민물 활새우가 유난히 싱싱해 보인다.
부부가 함께 즐기는 낚시는 좋은 기억만 있는건 아니랍니다. 사실 힘든 기억도 많지요.
특히 갯바위 낚시는 부부가 함께하기에 여러모로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여름엔 햇볕을 피할 수가 없고,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하며 화장실 문제까지 난관이 정말 많습니다.
그 놈의 손맛이 뭔지, 대물이 뭔지~!
잡았을때의 즐거운 순간들.. 그리고 짜릿한 손맛 때문에 다시 찾게되는것이 바로 갯바위겠지만요.
새벽 3시 청산도 갯바위 도착
낚시배로 40~50분 가량 달려서 도착한 청산도 갯바위.
지금 시간이 새벽 3시입니다. 후레쉬를 꺼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는 암흑의 세상을 느껴요.
하늘이 맑으면 후두두둑 쏟아질듯한 별 밤의 향연을 볼 수 있지만 이 날은 먹구름이 잔뜩끼고 바람에 파도까지 휘몰아 치는 상황입니다. 아마 여성분이 처음으로 지금 시각에 갯바위에 오시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공포가 엄습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갯바위에 도착하면 바쁩니다. 저는 채비를 세팅하는 동안 와이프는 발밑에 밑밥을 몇 주걱 투척한 후 뜰채를 조립하며 살림통에 기포기를 설치하고 바닷물을 채워넣는 일을 합니다.
첫 캐스팅에 걸려온 미역치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할일을 마치게 되면 그때서야 첫 캐스팅을 하는데, 이때도 조심해야 할것은
발 앞은 깜깜하며 발 한번 잘못 디디면 언제든지 실족해서 바닷속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립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후레쉬를 비출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도 예전엔 무작정 후레쉬를 키고 갯바위를 걸어다녔는데 지금은 가능한 후레쉬를 바닷물 쪽으로 비추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실천중이며 기도빈익까지도 신경쓰고 있습니다.
잘못했다간 낚시를 그르칠 수 있으므로 조과를 위해서 행동과 말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처음 낚시를 다닐땐 먹을거 다 먹고 쉴거 다 쉬어가면서 편하게 하려고 했습니다만,
이제는 바다낚시를 제대로 하고 싶기도 해서 여유는 가급적 안부리고 언제 입질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찌에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당초 맑을거란 기상청의 예보완 달리 새벽부터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갯바위에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우비를 준비했을텐데 미처 준비를 못해서 와이프와 저는 쫄딱 비를 맞아가며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비가 막 쏟아지지는 않아서 단시간내에 옷이 많이 젖진 않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란 속담이 있듯 이러한 날씨가 지속된다면 저희부부에겐 정말 가혹한 상황이 될 수 있구요. 꼼짝달싹 할 수 없이 갯바위에서 그대로 비바람에 노출이
된 채 철수시간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저 혼자 오면 이 모든것도 감내할 수 있지만 와이프와 함께 오면 정말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아내가 잡은 첫 수는 볼락!
"지금부터 쇼타임!"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몇 번의 캐스팅을 하다보니 어느새 동이 트고 일출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오전 9시까지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촬영도 거의 없이 오로지 낚시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고기를 잡을 확률이 많은 시간인 오전 6시~9시..
이 3시간 안에 그 날의 조과를 결판낸다 생각하고 눈에 불을 켭니다.
이 시간엔 저희 부부도 서로 말이 없습니다.
나에게 걸린 상사리
빛깔 고운 상사리 한마리가 자태를 뽐내며 올라옵니다. 재빨리 촬영후 방생하니 바닷속으로 쏙~ 들어가버립니다. 이렇게 추석명절이 오기 전에 참돔 한마리라도 잡게 된다면 차례상에 올릴 제수고기가 되겠지요 ^^
이 정도 씨알급은 수도 없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방생해줍니다.
그렇게 볼락과 상사리가 차례대로 올라왔지만 기대했던 감성돔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이상하게 생긴 고기가 올라와서 방생하구요. (사진속의 고기, 아마 횟대의 종류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같은 시간 와이프가 입질을 받았는데 좌우로 째면서 힘을 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가
걸려들었습니다. 처음엔 대물 학공치인줄 알았는데 생김새도 이상하고 처음 보는 고기라서 도감을
찾아봤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막판에 다시 설명해드리구요.
새벽내내 작은 씨알의 전갱이와 고등어의 성화에 시달리다가 오전 8시를 넘기자 와이프가 입질다운 입질을
받은 모양입니다. 낭창하게 휘어지는 대를 보니 기다리던 감성돔이 맞는거 같아요.
30cm급 감성돔
올해 낚은 첫 감성돔입니다. ^^
이 사실을 하늘도 축하를 해주는지 어느새 비와 바람은 뚝 멈추고 햇살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감성돔이 나온 지점은 붉은색 포인트인 수심 10m 지점이고 저는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직벽 가장자리
(녹색 포인트)를 노리고 있습니다. 두명이 함께 해서 좋은 점은 이렇게 서로 다른 수심대와 포인트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가 한쪽에서 감성돔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둘다 그쪽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구요. 하지만 제가 공략하고 있는 녹색 포인트는 이렇다할 감성돔의 입질은 없는 가운데 볼락만이 따문따문 물어주고 있는 상황.
와이프는 잡고 나는 못잡고.. 물론 포인트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채비의 차이도 생각 안할 수가 없더라구요
와이프와 저는 모두 반유동 셋팅이긴 한데 차이가 있다면 저는 원줄 2.5호에 목줄 1.7호 3m를 쓰고,
와이프는 원줄 2호에 목줄 1.5호 3m를 쓴게 차이구요.
찌도 저는 0.8에 -0.8호 바늘위 40cm위에 B봉돌 물려서 하는데 와이프는 0.5호에 -0.5호에 도래 바로 밑에
작은 좁쌀봉돌달고 바늘위 40cm에 하나 더 달아서 여부력을 거의 없앴는데 그 차이였을까 싶기도 하구요.
청산도, 국화리 촛대바위
밤에 아무것도 안보였을 땐 마냥 무서울 수 있지만 동이 트고 지형이 드러나니 생각보다 평평하고 부부가
낚시하기엔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먹구름이 물러가고 파란 하늘이 보이고 있지만 아까 감성돔 입질을 끝으로 잠시 소강상태입니다.
게다가 시간도 오전 9시를 가르키면서 쇼타임도 한풀 꺾인듯 했구요.
새벽에 몰아쳤던 너울성 파도는 잠잠해졌고 비와 바람도 멈췄으며 멋진 빛내림이 우릴 반깁니다.
오전 9시까지 잡은 상황이예요. 감성돔 마릿수 조과를 기대했는데 한마리에 그쳐서 약간 실망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가을이라 날씨가 후덥지근해요. 이것들은 어서 아이스박스로 옮기구요.
이 감성돔은 아이스박스를 도마 삼아서 회를 칩니다.
청산도 갯바위에서 맞이하는 아침 만찬
새로 산 회칼에 적응이 안됬는지 회를 엉망으로 쳤지만 그래도 맛은 좋습니다 ^^
오전 10시, 청산도
지금 간조에서 초들물이 막 시작되었습니다. 서둘러 채비를 바꾸고 낚시를 시작해봅니다.
부부가 낚시를 하기위해 갯바위를 찾은 여정도 쉽지 않지만 새벽 3시부터 지금까지 밥먹는 시간 외엔
쉬지않고 낚시를 합니다. 특히 갯바위에선 거의 서서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큽니다.
새벽에 모기 때문에 곤혹을 치뤘다면 한낮엔 불볕더위와 싸워야 합니다. 남자라면 상관없을 법
하지만 여성에겐 힘들 수 있는 부분입니다.
새벽 3시에 도착, 오후 1시까지 낚시를 하면서 10시간동안 앉아있는 시간은 밥먹을때 빼곤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갯바위에선 햇빛을 피할만한 그늘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저렇게 자외선 차단용 모자를 써야하며
더워도 긴팔을 입혀야 합니다. 장갑은 하나 사주려고 했지만 면장갑을 더 선호해서 그대로 사용중이며
조만간 낚시복을 장만 해서 아내에게 입혀줘야 할거 같습니다.
낚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 행운이 온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힘들고 지쳐서 조금은 쉬고 싶을만도 한데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것도 쉬운게 아닌데 이왕 청산도까지
왔으니 철수를 하는 그 시간까지 쉬지 않고 낚시를 하는 편인데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또 이렇게 쓰게 될 포스팅을 위해 부푼 희망을 저 낚시대에 싣고 캐스팅을 합니다.
저 아직 이렇다할 손맛 못봤거든요. 감성돔이 꼭 아니더라도 손맛다운 손맛 좀 보고 싶었습니다.
청산도, 촛대바위
캐스팅할 곳과 흘려서 입질 받을 지점을 머릿속으로 정한 후 밑밥을 던집니다.
날이 넘 더워서 잠시 구명조끼를 벗었답니다. 양해를 ^^;
조류가 가질 않자 먼 곳을 공략하기 위해 밑밥도 조금 멀리 던져봅니다.
미역치
그러다가 미역치가 올라오는데 오늘 이 녀석만 열마리는 잡았던거 같아요.
저렇게 뿔까지 세우는 모습은 정말 위협적입니다. 행여나 손이라도 닿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조용하던 바다, 찌가 스르륵 들어갑니다. 입질입니다!
낚시대도 제법 휘어지고 힘도 쓰는듯 해서 살짝 기대를 해보는데
으잉~ 쥐노래미 한마리가 올라오네요. 씨알도 괜찮고 저 팔딱거리는 모션을 보세요.
싱싱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ㅎㅎ
30cm를 넘는 쥐노래미가 잡혔습니다. 사실 감성돔 낚시하다 걸려오는 놀래미 종류는 그저 불청객인데
이 녀석은 오늘 저희집 저녁밥상에 밥도둑 생선조림으로 올라왔답니다. (덕분에 쥐도새도 모르게 한그릇 뚝딱 비웠습니다 ^^)
깔따구
철수배가 오기 10분전 와이프가 깔따구 한마리를 추가로 잡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갑자기 연속 입질이 이어지는데~ 던지면 농어가 물고 끌려오다 놓치고,
벵에돔도 끌고오다 발앞에서 놓치기도 하고, 어린 참돔부터 볼락까지 계속해서 입질이 옵니다.
청산도, 촛대바위
뒷쪽에 있는 직벽의 높은 곳을 보니 구멍이 난 동굴모양이 특이했어요.
철수배가 멀리서 오는게 눈에 보이지만 낚시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짐은 정리한 상황에서
와이프 혼자 계속해서 입질을 받아 막판에 볼락 몇 수를 추가하곤 철수배를 탑니다.
전남 완도항
청산도 낚시는 이렇게 끝을 맺고 항구에 도착한 우린 이상한 배를 발견하는데
드라마 촬영용 선박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아까 청산도에서 새벽낚시를 할 때 처음보는 고기를 잡았다고 했는데요. 도감을 살펴보니 꼬치고기였습니다.
몸길이 30cm까지 자란다는 꼬치고기는 제주도와 남해에 서식을 하며 흰살생선으로 맛이 담백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살에 수분이 많아 꼬득하게 말려서 구워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이 녀석을 손질하면서 내장에서 고래회충 유충을 발견했어요. 뭐 지금 시기에 대부분의 생선 내장에 기생하기 때문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꼬물꼬물 거리는 기생충을 보니 결국은 회칼로 난도질해버렸습니다.
꼬치고기를 현장에서 찍었더라면 좋았지만 이 녀석 이빨이 정말 장난 아니더라구요. 하도 펄떡펄떡대는
바람에 미처 촬영할 생각을 못했어요.
용치놀래기 수컷
용치는 정말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그나마 씨알이 크면 조림용으로 챙겨오기도 하구요~
암컷은 안먹지만 수컷은 맛이 암컷보다 좀 더 좋은 편이라 챙겨오기도 한답니다.
볼락
사실 볼락은 거의 기대를 안했는데 오늘 감성돔 대신 잡혀준 것이라 생각하구요.
나름 준수한 씨알의 볼락들을 비늘만 쳐서 냉동 시켜놨다가
추석날 처가집에 냉동포장해서 가져갔습니다.
처가가 바다와는 거리가 먼 경기도 북부지역이라 다들 볼락이란 생선에 대해 생소해 하더랍니다.
하지만 구워서 맛을 본 순간 다들 조용해졌습니다. ㅋㅋ
청산도에서 비바람이 치는 새벽의 갯바위는 부부가 낚시하기엔 시련이였고 이래저래 신경쓸 일도 많았지만,
우리가 왜 낚시를 하는지 가만 생각해보니 짜릿했던 입질의 순간을 잊지 못해서 인거 같습니다.
갯바위 낚시, 분명 부부가 즐기기엔 험하고 쉽지 않은 취미입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손엔 비린내가 나며 체력적으로도 여성이 감당하기엔 쉽지가 않습니다.
처음 와이프는 저를 따라다니면서 그저 시키는대로만 낚시를 했을 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경험을 쌓고 낚시에 대한 기술을 하나하나 터득해가면서 느는 실력에 와이프도 낚시의 묘미를 찾아가는
중이랍니다. 이제는 낚시바늘도 스스로 묶고 채비도 포인트 상황을 보고 스스로의 판단하에 꾸릴 수 있게
되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낚시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건 이렇게 함께 낚시를 다니면서 쌓이는 추억을 블로그를 통해 기록하게 되고 남은 고기는 여러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데 아마도 세월이 지나고 지금의
글과 사진을 보게 된다면 감회가 새록새록할 것입니다.^^
부부가 즐기는 갯바위 낚시, 분명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이 있지만 그 만큼 남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짜릿한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메리트는 충분해 보이구요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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