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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일렁이는 계절..

거제우연낚시 6 2,203 2012.10.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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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그리고 지금 43살이 된 둘째 여동생)


밤의 진통 거쳐야 잉태되는 태양에 찬란함처럼

가을은 어쩌면

여름이 뜨겁도록 아파 낳은 소중한 결실의 계절일 것이다.

한참 어여쁠 나이 나의 가을은

여느 숙녀들처럼 독서에 계절 이였고

낙엽 진 거리 바바리코트 깃 세우고

사색에 잠겨 걷는 남자의 뒤태에 설레는 계절 이였으며

열어놓은 창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양 손으로 턱 받치고 상상을 덧칠하며 꿈꾸던 계절 이였다.

그러던 가을이 어느 순간부터

내 그리움을 자극해 모닥불을 지피더니 일제히 타오르게 한다.

내 고향은 여천군에 속해 있는 5가구가 살던 우승도란 작은 쪽 섬 이였다.

나를 낳아 그곳으로 들어 가셨는지 아님 그곳에서 나를 낳으셨는지는

한 번도 부모님께 여쭤 본적은 없지만 내 기억 속 오롯한 고향은 우승도가 전부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그리운 게 고향이라더니

그래서인가

쪽 섬에 대한 이야기나 사진 한 장에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는걸 보면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개발이란 명분하에 고향을 잃은 사람이 어디 나뿐이런가?

해당화 맑은 자태가 은모래에 반사되고

여린 찔레 줄기가 간식 이였으며 꽃잎 몇 개 뜯어 씹으면

하루 온종일 찔레향이 입안을 감돌았던 유년시절

그리움 솟구쳐도 다시 가볼 수 없는 그곳이

어린 마음에 오살 나게 싫어 나도 오빠랑 동생 있는 할아버지 댁으로 데려다 달라고

생떼를 쓰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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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칠한 키에 호남 형 이신데다 멋쟁이 시던 아버지께선

어린 내가 혼자 섬에서 노는 게 안쓰러우셨는지

세간을 정리하시고 적량 읍으로 이사를 해서 호남 정유에 취직 하셨고

할아버님 여하 오빠와 동생,

흩어진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살게 되었다.

어머니 애창곡은 당연 이미자님의 노래인데

비가 오면 어머닌 이 노래를 즐겨 부르셨다.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고

공치는 날에는 임 보러간다 “

이 부분만 기억이 난다.

언젠가 어린 소녀는 어머니께 물었다

“엄마 비가 오는데 왜 공을 쳐?”

응~·그건 비가 오면 아버지처럼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비를 맞고 일을 하실 수 없으니 쉰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그 공은 치는 공이 아니지

추적추적 가을 비 오는 어느 날

어머니께서 가서 아버지 식사 하시게 모셔오너라,

하시면

숫기 없는 난 네모난 유리문 넘어 안을 빠끔히 들여다보고만 있다가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면 움찔 놀라 이내 몸을 숨기곤 하였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시곤 일어 서실라하면

대폿집 여자가 젓가락 장단을 놓고

시뻘건 동백꽃색 베니(립스틱) 바른 입술로 홀리던 울 아부지

하늘이 뵈지 않던 동백 숲 꽃비는
소녀의 기억 속에 결코 순결하고 아름답지 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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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인 동생 미쓰때)

기다리시다 지친 어머니께서 동생을 보내면

서양 아이처럼

노랑머리에 눈은 왕방울만한 동생이

언니!! 아작 이러고 이쓰믄 어쩐당가 비켜~

용감하게 유리문을 밀치고

막무가내

아부지 집에 가잔께요 싸게 가잔께요

아버지 손을 줄다리기 하듯 잡아당기면

막걸리 한 사발 거나하신 아버지께선

허메 ~이삔 내새끼 왔는가

어이~~보드라고 요로코롬 이삔아가 내새끼랑께 ~그려어 가자 가

그때서야 마지못해 일어나시던 울 아버지

동생을 안거나 업거나

크신 그림자 뒤로 난 저만치 작은 발자국 종종 걸음 쳤었지.

어느 해

아버지 손잡고 동생과 연극 한편을 보았다.

초등 입학 후 몇 학년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1~ ·2학년 쯤 된 것 같고

노랑머리에 빨간 세라복을 입은 나보다 세 살 어린 동생은 학교를 다니기 전이였다

삼일절에 대한 연극 이였는데
여수시내 극장 안
짚을 엮어 목 아래 까지 덮어씌우고 하얀 한복이 찢어 진체

줄줄이 손이 묶여 끌려 들어오던 독립투사들

일본순사는 완장을 차고 내키만 한 장총을 들고 설쳐댔다.

앞이 보이지 않는 독립투사들을 발로 차고 장총을 들이미는 과정에서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니

장총 부리가 어린 소녀의 눈앞에 박혔다.

금세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은 두려움에

아버지의 가슴팍으로 사정없이 얼굴을 묻었다.

무서움 속에서도 그 무서움 보다 더 크게 느껴졌던 아버지의 심장 소리

딘 한번 가까웠던 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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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는 풍운아셨다.

누구에게 간섭 받는걸 싫어 하셨고

바람처럼 바람 따라 나서시길 좋아하셔

목적지도 정착지도 가족들에게 한마디 없으신 체..

그 자유의 혼을 지니셨으니

어머니 마음고생이 어떠셨을까?

어머니의 무던한 희생이 아버지의 원망으로 자리 하던 때

어쩌다 바람타고 집에 들르시면 잘못만 들키게 되어

아버지의 회초리는 유난히 매서운 아픔으로 멍울 졌었고

돌파구를 찾지 못한 반항은 차고 넘쳐 몇 년 동안 연락 두절 한 적이 있다.

그일 때문에 홧병이 생기신 노모는 한 겨울에도 아직 이불을 덮지 못하고 주무신다.

이 나이 되고 세끼 셋 키워보니

아이가 조금 만 늦어도 조바심 나는데

나의 부모님 속은 어떠셨을까?

돌이켜 보니
문제는 나였다.
그리우면 그립다고 달려가 안기면 되는 것을
센 고집에 시위를 당겨 겨누기만 했던 방자함이
그 큰 산을
어쩔 거라고 밀어 내기에 버둥 거렸다
그런다고 산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거늘
아버진 거대한 산처럼 늘 자리 그 모습으로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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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신지 열여덟 해 맞는 가을...


내 아버지가 사랑하신 계절
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꽃이 피고
그 향기 시들어 질 때
그 향기 따라 매몰차게 떠나신 계절이다.
그런 아버지 뵙고픔에 못내 서러운 이 계절

만삭된 보름달이

물든 나뭇잎 걸치는 어느 해

달빛보다 환한 얼굴로 아버지 마중 나와 주시면

그 따신 큰 손 잡고

아부지 ~ 당신 딸 원없이 살다 왔당께요

보고 기셨지라~높은디서 내려다본께 안장합디여

징허게도 멋지게 살다와부렀쏘...

그날까지

여닫는 오늘에 감사하며 내 삶에 충실 하리라...


 

2012년 10월5일 우연 생각 중에서..

************************************************

내 고향 동백섬


 


 

윤기로 미끄러진 살갗위에

붉디붉은

몸살 앓고 솟아난 꽃이여!

몰아치는 비바람에

행여,

목숨 거둘지라도

처참함은 용납 못해

깔끔한 단명이여!!

남겨진 자의 그리움은

모질게도 푸르러

뼛속 깊이 욱신욱신 통증을 유발 한다.


어찌할꼬!
이 아련한 향수병을...

우연 낙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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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못잡는감생이 12-10-05 16:28 0  
형수 저는 아버지가 넘일찍 돌아가셔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구만요.. 제나이 6살때 돌아 가셨거든요.. 어머니께서 4남매 키우신다고 고생을 무지 하셨지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실은 오늘이 저귀빠진날인데 와이프가 낼 낚시 보내주네요..ㅎㅎㅎ
거제우연낚시 12-10-09 19:30 0  
못감 아우님...
그랬군요.
어머님의 노고가 어떠셨을지 생각하니
먹먹해 집니다.
친정 모친께선 늘 이르셨지요.
지금은 엄마가 아무리 설명해도 에미 마음 모른다.
니가 자라 결혼을 하고 시집가서 아이 낳고 키워 봐야
에미 심정을 알것이야...
이제야...
이제야...
이 나이 되고서야 그 말씀이 헤아려 지니
둔한 우연 어머님 생각에 늘 목이 메입니다.
예쁜 각시와 아들 볼수 있어서 좋았고 고마워요
언제나...
고기잡으러 12-10-06 20:34 0  
"엄마 지금도 아버지가 미우세요?  하고 제가 물어보면...
  말씀은 안하셔도 지금도 미우신가 봅니다...
돌아가신지가 30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그시절 저희 아버지도 남한텐 한없이 호인이셨지만...
가정에는 별루셨던 모양입니다...
남일은 만사 제쳐놓고 하셨지만 정작 자기집일은 나몰라라...
저와 다르게 ... 키도 크셨고 잘생기셨던 아버지 곁에는 늘 여자들이...
그게 어머니를 제일 맘 아프게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로 인해 돌아 가실때까지 별거를... 
잡안의 어르신들이 저를 위해서라도 함께 함께 사실것을 권유하셨지만..
어머니께선 거절 하셨죠... 저는 어머니랑 살면서  아버지가 늘 보고싶고 그리웠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 그때 아버지를 오랫만에 보았는데..
저를 안고 서럽게 우셨습니다... 그리고 2년뒤 아버지도 제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몇일 앞두고 돌아 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3일전에 행동이 이상하셔서 해남에 계시는 고모님께서 ...
제가 내려왔으면 하고 전화 하셨는데.. 어머니께서 거절..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 왔을때 
해남 고모님께서 "왜 이제 왔냐? 이 무심한놈아 니애비 숨 끊어 질때까지 너만 찿았는디
 하시면서 통곡을 하셨습니다
임종도 못보고 ... 아버지 묘도 아직 못찿고...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오랫만에 이쪽 들어와보니 많은 여러 일들이 있었네요..
올 가을엔 좋은일만 있기를 바랄께요...
거제우연낚시 12-10-09 19:34 0  
고기잡으러님...
며칠전에 댓글을 읽고 선뜻 답글을 달지 못했습니다.
그 아림들이 보이고 만져짐에...
미소가 너무 맑기만 해서 아픔이란것을 모르고
살아온 님인줄 알았지요.
너무 동안 이라 우연보다 한참 어리려니 했는데
우리 세대의 아버지상...
비슷한 동질감에 감나히 어깨를 토닥여 봅니다.
가까이 있음에도 느닷없이 보고파 짐도요.
지나는 길에 차한잔 핑계로 들리시구랴
솔머리 12-10-06 21:15 0  
우연님의 애틋한 사부곡에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넉넉하고 풍성한 가을 되시기 바랍니다.
거제우연낚시 12-10-09 19:37 0  
솔머리님..
우연의 가려운곳을 콕 집어 긁어 주시는 분 같습니다.
사실은 제목을 그렇게 지을까 했지요
사부곡...
동구밖 아름드리 느티나무 처럼 그렇게 우연을 들여다 보고 계실것 같은..언제나 감사하오며
건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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