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아 떠난 발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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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찾아 떠난 발자욱

산적되고싶어 9 3,387 2013.02.03 13:31
유난히 억세었던 겨울이었던것 같다. 그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 기온이 매섭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몸살 앓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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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일명 개불알꽃)으로 봄이 오기도 전에 이 녀석은 너무 일찍 피어 마치 봄을 노래하고 있는듯하다
꽃이 너무 작아 잘 보이지도 않고 꽃 잎도 금방 떨어져 조금 떨어져 보면 바람에 꽃잎이 날려 있는 듯한 모습이다.

어릴적 집에서 어머니가 냇가에 빨래라도 하러 가면 고사리 손으로 도끼를 들고 따라 나가 두터운 얼음을 깨고 어머니는 칼날 같은 시냇물에 빨래를 하였는데 어떻게 그때는 흔하고 흔한 빨강이나 분홍색 고무장갑 한컬레 없었는지......, 빨래 하다가 잠시라도 꽁꽁 언 손을 녹이려고 집에서 준비해간 펄펄 끓던 물도 금새 살얼음이 얼 정도 였고 물에 담겨진 어머니 손에서는 더운 김이 날 정도였으니 그때에 비하며 요까짓 추위는 추위도 아니야 하면서도 이번 겨울 추위는 어찌나 그리도 춥던지......,
집에 누워있기도 참 무료한 시간들이 흘러갔다. 엎드려 읽어 보던 책들도 싫증이 나고 온 종일 끼고 앉아 보던 바보상자도 날 비웃기라도 할 시간쯤에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는 집을 떠나 동생네며 누님댁에 머무는걸 참 불편해 하였는데 이번에 누님에게 납치되다 시피 하여 대구로 떠난지라 각기 다른 방 세곳엔 사내 놈들이 하나씩 활개를 치고 있었는봐 살며시 문을 열어보니 올해 고3 된다는 큰 녀석은 활개를 치고 자고 있었고, 작은 녀석은 스마트폰으로 무얼 그리 열심히 하는지 이어폰까지 꼽고 엎드려 있길래 가까운 인근 산이라도 가보자니 녀석 아주 시큰둥한 반응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성큼성큼 길을 나서니 딱히 마땅히 가보고 싶은 곳도 없었는데 최근에 TV에서 제주도 유채꽃이 피었다는 소리에 봄의 전령사는 뭐니뭐니 해도 “버들강아지”니 그 녀석 찾으러 가보자는 생각이 떠올라 목적지를 냇가로 잡았다.
어릴적 냇가 옆에는 높은 제방이 있었고 그 제방에는 논들이 있어 여름엔 동네 개구쟁이 들이 모여 온 몸에 논에 있던 진흙을 바르고 제방에서 뛰어 내리며 놀다가 으슬으슬 한기(寒氣)라도 올 모양이면 냇가에 널린 자갈에 누워 몸을 덥히던 기억들도 새로워 피식 웃고 말았는데 지금은 농지개량사업으로 그런 논들은 전부 바둑판모양으로 다듬어 졌고 제방도 다 없어져 이미 낡아버린 흑백필름 한구석을 들여다 보는듯 했다.
그때 그시절 내가 얼마나 짖궂게 놀았는지 거진 환갑이 가까워 오는 둘째 누님은 나를 보면 놀려댄다. “아프리까 새깜뚱이는 지 아무리 씻어도 ○이 시꺼메~” 요런 노래를 부르며 온몸에 진흙을 잔뜩 바르고 알몸으로 냇가로 뛰어내렸다는데 난 기억이 가물가물 ㅎㅎㅎ
이런저런 추억들을 더듬으며 한참을 더 올라가자 지금은 흔해빠진 딸기지만 그땐 제철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자연산 딸기밭이 있었는데 미역감다 출출해지기라도 하면 엉금엉금 기어가 딸기 서리 해먹던 기억도 새로웠고, 최근 그 인근엔 친환경벼재배지라 전기 울타리를 쳐서 산짐승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다간 염소풀이라도 먹이러 온 촌로들이 감전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노파심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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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가시로 소의 배쪽이나 등에 잘 붙었으며 산이나 들판에서 놀다 보면 온 옷에 달라붙어 서로가 떼어주던 기억도 아스라한데 이 녀석은 추운 겨울을 그대로 견디었는지 모습 하나 흐트려지지 않았다.

어릴적엔 냇가엔 얼음이 꽁꽁 얼어있었지만 그 곁에 유난히 물기를 좋아라 하던 버들강아지는 얋은 털 옷을 입고 봄을 제일 먼저 맞은 것 같아 나무들이 있었던 언저리를 더듬어 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한참을 헤메이다 드디어 버들강아지를 발견하고 그걸 스마트폰으로 찍어 몇몇 지인에게 보냈더니 이름을 아는 녀석들은 알고 몇몇 녀석들은 기억이 가물거리는지 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다며 아리송한 답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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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로 봄이 오면 냇가에 제일 먼저 싹을 틔운다
마치 추운 겨울이 싫은 듯 솜털 옷을 입고 짠~ 하고 나타난 진짜 봄의 전령사이다.

조금은 더 더듬어 올라가자 산 기슭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름이 벼락바위로 기억된다. 예전에 큰 벼락 하나 떨어져 그때부터 벼락바위라고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그 곳엔 제법 냇가가 넓어 붕어떼와 피라미떼들이 유독 많아 한 여름 비를 맞으며 한 살 터울인 동네 형과 대나무로 만든 낚시대로 씨알 좋은 참붕어를 제법낚아 가면 아버지는 대견해 하시면서 방아잎을 듬뿍 넣어 비린내를 없애고 고춧가루를 가득 넣어 매콤하게 만든 붕어조림에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시며 더운 여름을 이겨 내곤 하셨는데 지금은 모두 옅은 추억뿐 어릴적 그렇게 깊던 냇가가 지금은 겨우 무릎정도 수심을 보이는것처럼 세월이란 거스릴 수 없는 강물처럼 느껴져 순연해지기도 하였다.
작은 다리를 하나 더 지나 더 올라가자 빈 밭엔 냉이가 하나 둘 보였는데 어릴적 찬바람을 무릅쓰고 누나랑 저걸 케어서 묽은 된장국도 끓이고 무쳐서 먹곤 하였는데 약간 써운 맛에 잃어버린 입맛도 돌아온다며 많이 먹으라던 어머니 음성도 들리는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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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로 약간 쓴맛은 있지만 봄이 되면 제일 먼저 우리의 입맛을 돋구어 주는 나물인것 같다
요즘은 하우스 재배등으로 대량 생산이 되곤 하지만 어릴적 고사리 손으로 캐던 그 추억들이 너무 새롭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던 내 발걸음은 결국 냇가 끝까지 이르게 되었었고 올레길이니 둘레길처럼 호사스럽고 볼것이 많은 길은 아니었지만 오롯이 혼자만이 즐기는 산책의 기쁨에 참으로 즐거운 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돌아오는 길은 옆으로 돌아 다른 냇가에 가 보았더니 누군가 여름 장마철에 장대비가 쏟아지면 참게들이 이동을 하는데 그걸 잡으려고 대나무로 촘촘하게 엮은 “게발”을 설치해둔게 보여 그 인근에 참게 통발이라도 두어개 놓아두어 토톰하게 살 오른 참게라도 몇 마리 잡아 참게탕이라도 먹어 보고픈 생각이 들어 미리 즐겁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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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로 예전에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여기서 으악새는 어떤 새인가요? 하고 물었던 기억도 난다 ㅎㅎㅎ
어릴적 소에게 줄 풀을 베다가 억새풀에 참 많이도 손가락을 베이곤 했었는데
바닷가에 피는 건 갈대고, 들판이나 산 기슭에 피는건 억새라고 하지요 ㅎㅎㅎ

“슬로우 시티”, “느림의 미학”이니 참 좋은 단어들이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햇살 좋은 어느 하루 가족들과 함께 거닐어도 딱 좋을 냇가여서 더 정겨운듯 하였고 더군다나 어릴적 추억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살겨운 봄나들이었던것 같다.
전날 아리던 어금니가 사랑니를 안빼서 그렇나 싶어 치과에 갔더니 소리 소문도 없이 치아가 빠진다는 풍치라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번 기회를 빌어 잘 마시지도 못하던 술도 끊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제일먼저 앞섰고 TV에 선전하던 인사돌이란것도 사서 복용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치과의사들에 의하면 건강한 자연 치아 한 개의 가치는 약 3,000만원이란다. 그러니까 우린 자연 치아 28개를 가졌으니 8억 4,000만원 정도의 치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잘나간다는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을 부모에게서 물러 받았으니 오복중에 제일 으뜸인 오복이 아닌가 하는 짧은 생각들도 냇가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잊혀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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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뭣일까?
꽃씨방에 잔뜩 들었던 씨앗은 어디로 흩날리고 앙상한 모습으로 봄을 맞이할까?

        - 봄 -
계절은 널 부르지 않았는데
가픈 숨을 몰아쉬며
달려오고야 말았구나.
 
가지마다 벌어지는
춘정(春情)에 겨워
새악시 같은 실눈을 뜨고
엷은 바람에 게으른 하품으로 일어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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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구름도사 13-02-04 20:26 0  
올해는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부산에서 40여년이 넘게 살았지만 아마도 최고로 추운 겨울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잠시나마 추억을 보고갑니다.^^ 그리고 글중에 치아의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한 의사가 있다니 대체 그 기준을 무엇으로 잡았는지 무지하게 궁금하네요....^^
산적되고싶어 13-02-16 10:28 0  
구름도사님!
추억이란 어떻게 포장을 해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산물인것 같습니다
올해의 추위도 매서웠지만 어릴적 추위에 비하면 이까짓 추위는 아무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그때는 바깥에서 뛰어 논다고 겨울이면 손이 터져 만병통치약인 안티프라민을 달고 살았으니.....,
치아의 소중함을 이번에 뼈저리게 많이 느끼었네요
치아의 가치에 대한 금전으로 환산한 표현은 인터넷에 두드려 보시면 잘 나오더라구요
치과의사 말만 듣고 인터넷으로 확인까지 해보았더니 여러곳에서 같은 표현을 많이 하였으니 한번 찾아보시면 궁금증을 해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구름도사 13-02-17 20:26 0  
치아의 가치가 금전적으로 어떻게 환산이 되겠습니까...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터 부모에게서 돈으로는 비교도
 되지않을 소중한 신체를 이미 선물받고 태어난다는
말이겠지요..ㅎ
굳이 금전적으로 치아의 가치를 환산한다면 그 금액은
사람마다 다를것이고 또한 그 금전적 가치는 환산이 불가능한
단위가 되지않을까요?
왜? 자신의 치아는 남에겐 전혀 가치가 없는 자신에게만 가치가 있는 물건이니까요...^^
도라 13-03-20 09:50 0  
3천만원이라고 하는 그 돈.
그 돈의 가치는 무엇으로 척도가 가능할까요?
물건을 산다거나, 그 돈으로 그 어떤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잇다거나 등등...이 아닐까요.?
치아만 금전적 가치로 환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들이 금전적 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사례는 흔한 것이라 봅니다.
그러하듯, 굳이 금전적 가치로의 혼산...환산이란거죠...
꼭 들어 맞는 댓가나 가격이 아닌, 환산이란거죠...
해서, 이도 환산이 가능하고, 저도 환산이 가능하고...그러할진데...
환산의 기준이 뭐냐라고 한다면....그 환산의 기준은 바로...
금전이란거죠. 왜 금전을 기준으로 둿을까?...금전이라함은, 환산을 함에 있어 그나마 가장 객관적인 척도의 실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겠죠.
도라 13-03-20 09:53 0  
환산을 굳이 하자면 금전적으로 어바웃뜨 하우머치...얼마쯤....이란거겠죠....를 두고....가공된 언어 구사로 기묘하게 꾸며보면...
끝이 없는 의문이 생성되거나, 쥐뿔...아무것도 아닌 것이 혼돈을 동반한 희한한 길로 얼마든지 빠질 수가 잇습죠.
그냥 나타나 있는 그대로를 두고 그대로를 보면 그만인 것.
그런것이 아닐까요????
도라 13-03-20 10:05 0  
아코.......
도사님...절대 태클 아임데이...오해마시옵길....^^*
거제우연낚시 13-02-15 17:36 0  
어제 오후 잠시 뒷산에 냉이를 캐러 갔는데 풀섶에 냉이에 눈이 멀어 도둑가시가 붙은줄 몰랐지요,손이 따끔해서 보니 온 장갑에 옷에 가관입디다.
참으로 긴겨울이 얼마나 외로웠으면 인정사정 없이 매달리나 싶더라구요.
모처럼 인낚에 들어와보니 멀기만 한 봄이 성큼 다가왔네요
봄정에 겨운 시어가 빛이 납니다.
추억속으로 안내도 하면서 말에요.종종 뵈요^^
산적되고싶어 13-02-16 10:39 0  
아이고 반갑십니더~
뒷산에 냉이도 캐셨나 보군요
제법 봄바람 따라 냉이도 마실나왔을텐데 어여쁜 형수님도 봄나들이를 같이 하셨군요
냉이는 제법 캐셨나요?
약간 쓴 냉이는 무쳐서 먹음 입맛이 돌아온다고들 하던데
귀하디 귀한 자연산 냉이를 캐셨다니 형수 손끝에서 어떤 맛을 뿜어낼지 궁금하네요
냉이와 도둑가시라~
참 절묘한 어울림입니다
냉이는 땅속에서 긴긴 겨울잠을 자다가 깨어나 고개를 내미는 형상이고
도둑가시는 비바람 이겨내고 긴 세월을 인내하였으니 이때가 기회가 싶어 사정없이 앙탈을 부렸나 봅니다.
햇살 좋은 봄날의 춘정이 어여쁜 어께 위에서도 더욱 빛나는 시간들 맹그세요
담엔 나도 냉이나 캐러 가보까나 ㅎㅎㅎ
도라 13-03-20 10:11 0  
산적님도 츠암.........
형수랍시고 어여쁘다 라니요....ㅋㅋㅋ
그 어여쁘다는...그 형수의 따님들한테나 잘 어울릴....ㅋㅋㅋ
중년 답게 잘 가꾸신 맵시...라고 하면 ...으~음.....
제법...내 친구 마누라한테 아주 걸작스레 잘 어울리겟군.....입니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연에 가끔 들릴 때,
산적님의 좋은 말씀을 저 댁 맵시 좋은 아낙으로부터 많이 들었습지요....언제 그곳에서 뵈올날이 잇기를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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