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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면 애호가

솔머리 10 5,657 2013.07.17 13:06

   왠지 배가 허하거나 입맛이 시들해지면 이따금 밥 대신에 라면을 끓어 먹는다. 나이든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라면을 끓여먹곤 하는데 내가 라면을 즐겨 먹는 이유는 얼큰한 국물 맛도 있지만 냄비에 물만 넣고 3분 정도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라면을 처음 먹었던 때는 아마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60년 대 중반 무렵 마을에 사탕과 껌, 라면 등을 팔던 가게가 있었다. 돈이 귀하던 시절, 집에서 보리나 쌀을 갖다 주면 가게 주인이 라면을 끓여 주었다. 아마 초겨울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하루는 저녁을 먹은 뒤 부모님 몰래 쌀을 반 되 정도 훔쳐 가지고 동네 가게 집에 갔었다. 가게에 가자 다른 친구들도 쌀을 가지고 왔었다. 얼마 후 가게 주인이 뻘건 기름이 둥둥 뜬 꼬불꼬불한 라면을 끓여 주었다. 난생처음 먹어본 라면의 맛, 뭐랄까 약간 느끼하면서도 얼큰하기도 했던, 이제까지 먹어왔던 수제비나 국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이었다. 이날 이상한 라면의 맛을 보고 난 후 한두 번인가 동네 가게에 가서 라면을 사먹었다. 이 무렵 또래 동무들과 가게 집 골방에 모여서 사탕이나 라면 내기 민화투나 뽕, 육백 등 게임을 하곤 했는데 게임에서 진 친구가 다음날 집에서 쌀이나 보리쌀을 가져와 라면을 끓여 먹곤 했었다.

   내가 라면을 맛있게 먹었던 때는 군대있었을 때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때, 일요일 중식에 라면이 나왔었다. 식당에서 스팀으로 찐 꼬들꼬들한 라면과 스프를 끓인 얼큰한 라면 국물이 나왔는데 힘든 훈련을 받느라 배가 고파서 그랬든지 꼬들꼬들한 라면이 정말 맛있었다. 군용 포크 숟가락으로 두세 번 정도 라면을 뜨면 다 먹을 정도였다. 아마 훈련소에서 먹었던 라면이 가장 맛있었던 라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후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서 먹었던 라면은 맛이 별로였다. 훈련소에서 스팀으로 찐 꼬들꼬들했던 라면과 달리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가득 넣어 끓인 라면은 면발이 퉁퉁 불어서 꼬들꼬들한 맛도 없었고 국물이 많아서 그런지 얼큰한 국물 맛도 나지 않았었다.

   제대를 일 년 정도 앞둔 말년 병장시절 청계산에서 끓여먹던 사제라면 맛도 있을 수 없다. 겨울철 청계산 꼭대기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오면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서 냉큼 잠이 오질 않았다. 자정이 지난 시간, 통나무를 때던 내무반 난롯불에 언 몸을 녹인 다음 양은냄비에 물을 부어서 사제라면을 끓여 먹고 잠을 자곤 했었는데 이때 난롯불에 끓여 먹던 사제라면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시킬 젊은 나이였지만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라면 맛이 좋았다.

   제대 후에는 한동안 라면을 잊고 지냈다. 총각시절 하숙생활을 할 때는 4년 동안 라면 구경을 하지 못했고 결혼하기 전 시골집에 있을 때도 라면을 먹지 않았었다. 결혼 후 면발이 굵은 너구리 라면과 국물이 순했던 진 라면과 스프 맛이 구수한 쇠고기라면 등 새로운 라면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때부터 다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이후 얼큰한 김치 라면과 매운맛이 나는 신라면, 해물이 들어간 오징어 짬뽕 라면과 무와 파 등 야채 건더기가 들어간 무파마라면도 먹고 국물이 개운한 안성탕면 등도 즐겨 먹었다. 한참 라면을 먹을 때는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배부르게 라면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고 또 한 밤중에 자다가 배가 출출하면 일어나서 라면 끓여 먹곤 했었다. 이 무렵 시도 때도 없이 라면을 먹다보니 몸무게가 10킬로 가까이 불어나기도 했었다.

   얼큰한 컵라면과 사발라면 맛도 빼놓을 수 없다. 90년대 중반 무렵 상가에 가면 조문을 한 뒤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동양화 공부를 하곤 했었다. 새벽녘 배가 출출해질 무렵 동네 아주머니들이 끓여 주는 얼큰하고 뜨거운 새우탕 컵라면과 왕사발라면 맛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또 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야근을 하면서 부대찌개를 시켜 먹을 때 찌개에 끓여 먹는 사리면의 담백한 맛도 좋았다. 주 메뉴 음식인 부대찌개보다 찌개에 넣어 먹는 담백한 사리면 맛이 더 좋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쌀로 만든 부드러운 쌀라면을 먹다가 요즘에는 개그맨 이경규씨가 선전하는 하얀 국물이 나는 꼬꼬면도 자주 먹고 있다.

   무엇보다 먹고 싶은 라면이 있다. 야외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다. 오월 늦은 봄 날,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인근 방조제로 낚시하러 나가면 오후가 지나야 집에 들어온다.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 오다보면 동백정으로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바닷가 방조제에 둘러앉아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을 끓여 먹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른 아침밥을 먹고 바다에 나와 대여섯 시간 낚시를 하다보면 때가지나 한창 시장기가 드는 참인데 얼큰한 라면 끓이는 냄새를 맡으면 그야말로 염치불구하고 옆자리에 끼여 앉아서 한 숟가락 얻어먹고 싶은 유혹이 들곤 한다. 이런 날은 허기도 더 들고 얼큰한 라면국물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래서 낚시를 마치고 집에 오면 손발만 씻고 라면을 끓여 먹는다.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난 다음 낚시장비를 손질하고 인터넷 등에 조황 사진이며 글도 올린다.

   서민 음식인 라면, 누구나 손쉽게 요리할 수 있고 반찬이 없을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기에 자주 먹고 있다. 나이든 지금도 밥맛이 식상해 지면 이따금 라면을 끓여 먹곤 한다. 참고로 라면에 부족한 단백질이나 섬유질 보충을 위해서 김치나 달걀 등을 넣어서 끓여 먹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그리고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은 물을 약간 적게 넣고 강한 불에다 빨리 끓이는 것이다. 이래야 국물이 얼큰하고 면발도 꼬들꼬들하고 쫄깃쫄깃하니 맛있는 라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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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구름도사 13-07-20 20:51 0  
먹거리 이야기라 그런지 읽다보니 입에 침이 고이네요.ㅎㅎ 지금도 많은분들이 라면을 좋아하지만 예전엔 아마도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가 귀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먹거리가 라면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군에서 먹은 라면이라면 솔머리님이랑은 아마도 군번차이가 있어서 사발면이 기억에 남네요.ㅎㅎ 근무지도 상급부대고 빼찌카가 있던 내무반도 아니라 빼찌카 라면에 대한 추억은 없고요.사무실 난로로 봉지라면(뽀글이)이나 야간근무후 먹는 사발면 정도 였던것 같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아마 그 사발면 못먹을겁니다.ㅎㅎ 야간에 뜨거운 물을 구하는게 쉬운일이 아니었기에 인접한 미군부대의 건물외벽을 지나는 뜨거운 관에서 물을 받아서 먹곤했는데 그물이 대체 무슨 물인지도 모르고 먹었었지요. 급식하는 라면은 찐라면만 먹어본것 같네요...배식 할때보면 찐라면은 라면모양이 그대로 살아있죠.ㅎ 전 라면을 이야기하면 국수가 생각납니다. 어릴땐 라면은 좋아했지만 국수가 왜 그렇게 싫었는지 ....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 사람도 변한다고 지금은 라면보다 국수가 더 좋습니다..ㅎ
솔머리 13-07-21 09:32 0  
구름도사님 오랜만입니다. 저도 국수를 참 좋아합니다. 가끔 예식장 식당에 가면 잔칫국수를 한 그릇 말아먹고 오곤합니다. 구름도사님 여름철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번개맞은고등어 13-07-22 17:20 0  
저도 라면 엄청 좋아합니다
입맛없을때는 김치좀 넣고 시원하게 먹고 국물에 밥 말아 먹으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 합니다
요즘도 일주일에 2번 정도는 먹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나라에서 나오는 라면 종류는 거의 먹어 본듯하네요^^
솔머리 13-07-22 20:39 0  
번개맞은고등어님 말씀 고맙습니다. 여름철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돔사랑바다사랑 13-07-23 12:10 0  
입에 침이 나와 저절로 입맛을 다셔봅니다
라면하면 뻬치카안에서 바납(?)으로 끓여 먹던 라면 맛이 최고 였지요
제 기억으로 바납을 뻬치카에 넣고 2~3분만에 라면이 완성 된 듯
그 조그만 바납에 라면 4개를 동시에 끓일 수 있다는 자체가
지금생각 하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좋은 추억을 떠 올리게 해 준 글 고맙습니다 ^^
솔머리 13-07-23 17:53 0  
돔사랑바다사랑님 반갑습니다.장마철 건강유의하시고 행복한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아기감시 13-09-28 12:22 0  
요즘은 2개 이상이면 서로 다른종류의 라면을 한번에 조리하던데...그중 제가 먹어본건 짜파구리 입니다...모 예능프로에서 보고 따라해봤는데...상상이상의 맛이더군요...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솔머리 13-10-03 13:46 0  
아기감시님 말씀 고맙습니다. 환절기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거제우연낚시 13-10-01 22:07 0  
올만에 인사 드립니다.
우연도 라면 즐겨 먹습니다만 특히 호래기 라면은 일품이지요.
우연은 군 생활은 안해봤습니다만
빈곤한 시절 그맛이 닿으니 아스라한 여운이 느껴집니다.
소소한 행복에 미소지어 봅니다^^
솔머리 13-10-03 13:50 0  
우연님 반갑습니다.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멀리에서나마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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