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즐겨 입는 티셔츠이다. 우럭같기도 하고 눈이 큰 것으로 보아 신발짝 볼락 같기도 하다. 매번 출조시마다 빈손으로 오는 남편을 조롱하기 위해 아내가 사 준 옷이다. 그리 비싸지도 않고 때가 잘 묻지도 않는다. 요즘 철에 대충대충 입거나 태양과 냄새로 얼룩진 출조지에서 입기 딱 좋은 옷이다. 그러나 이 옷을 입고 낚시를 하면 정말 고기를 못 잡을 것 같은 징크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한번도 이걸 입고 낚시를 한 적은 없다.
"뼈다귀"란 뼈의 낮춤말이다. 중학교때 깡마르고 돈만 밝히는 담임선생님 별명이 '개뼉다구'였고 개그콘서트 TV프로그램 '황해'라는 코너에는 사기 조직 두목이 매번 큰 뼈다귀를 들고 나온다. 만일 이 옷을 입고 낚시를 한다면 난 그들에게 바로 무시무시한 해적이나 다름없다. 내게 잡혀 온 물고기가 내 가슴의 이 뼈다귀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바로 해적깃발을 연상할 것이고 미물이라도 그들에게 주는 공포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정말 그런가? ㅋㅋㅋ)
암튼 난 살기 넘치는 낚시꾼보다 자연을 벗삼아 그저 시간을 낚는 태공으로 남고 싶다. 그러니 내 바늘에 걸린 물고기들은 4대돔이 아니거나 씨알이 출중하지 않다면 재수가 좋은 줄 알아라. 내가 아니면 니들이 언제 물밖 세상을 구경이나 할 수 있겠는가?
끝. 바다낚시,마음 비우는 기술 blog.naver.com/smekiry 3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