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출을 기다렸지만 날짜가 변경되어 부득이 또 어디론가 가야만 했다. 이번에도 나홀로 조사가 되어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며 좌사리에 참돔을 치러갈까, 안장덕에 갈까, 그때 황박성님이 마침 전화가 와서 안장덕에 가자고 한다.
시간을 여쭤보니 일요일 새벽에 들어갈건데 미리 농담으로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 놓고 기다리라고 한다.나에게 3일이라는 주어진 시간을 아무 생각없이 오랜만에 야영 모드로 전환 할때가 없나싶어 명찰이와 통화를 했다.
전라도에 마끼,쏘가리랑 1박2일 일정으로 간다고만 하고 나하고 같이 가자고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걸 보니 3명이서 도란도란 다녀올려는 모양인데, 조금 섭섭했다, 그래서 자존심이 조금 상하지만 “나도 같이 갈까” “예 형님 같이 다녀오이시더” 남강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짐을 챙겨
그곳에 도착하자 거의 같이 진해에서 출발한 반미친놈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커피를 한잔하고 내달렸다. 마끼는 사랑하는 와이프를 동행해 왔었다. 금요일 저녁인데도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한산하다.
넉넉한 시간에 쫓기는것 없이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 좋았고 바다를 한동안 원없이 즐긴다는 마음에 벌교를 지나 고흥 녹동항에 짐을 내렸다. 출출하여 인근에 있는 김밥집에 들러 따끈한 우동을 먹고 대물낚시에 몸을 실었다.
얼마만에 녹동에 왔는지 태양낚시도 그대로 있고 항구도 그대로인데 먹고 산다고 이곳엔 3번째인것 같다.마끼가 한번씩 출조하는 대물낚시에서 밑밥을 준비하여 승선하였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포인트 경쟁은 없을것 같았지만 부산 낚시점 버스가 주차장에 여러대 있어
오후에 일찍 야영에 돌입했나보다, 아마 초도에 모두 갔겠지..바쁠것 없이 1시간 가량 물살을 가르고 칠흑같은 어두운 밤에 장도에 하선을 한다. 마끼와 명찰이가 1조, 용가리와 쏘가리가 2조, 먼저 1조 명찰이만 나름대로 유명한 포인트 징거름에 내리고 마끼는 그대로 배에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마끼가 그래도 형님인 나에게 손맛을 보여줄려고 선장에게 포인트 안내와 배려를 한것이구나 느꼈을때 (“자식 제법인데”속으로 마음 씀씀이가 대견했다). 쏘가리와 내린곳은 금낭개, 나는 어장줄 자리로 가는줄 알았는데 마끼가 적극적으로 권유한 금낭개,
이곳은 가을철 대물 돌돔 원투낚시가 가능하고 큰씨알의 감시가 마리수로 나오는곳, 새벽에 내리자마자 항상 그렇듯이 볼락민장대에 크릴을 끼어 직벽을 노렸다,볼락이고 뭐고 잡어의 입질이 전혀없는걸 보고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엄습해 온다.
야광찌로 셋팅후 수심 8-10미터내외, 서너번 흘렸는데 금방 날이 밝아온다. 그렇게 좋던 날씨가 갑자기 너울성 파도와 서풍의 영향인지 바람이 강하게 불고 그 자리에 서있기도 힘든상황, 조류도 완전히 좌사리 사이섬 본류대처럼 꽐꽐꽐, 쏘가리와 낚시채비 방법을 다 동원하여
반대편 바람이 자는 직벽자리로 옮겨 수심체크를 해보니 약20미터 바람에 2호찌도 날리며 내리질 못한다. 멀리 캐스팅해도 금방 직벽자리에 와서 머무는 구멍찌를 바라보며 “안장덕에는 참돔이 붙었나”라는 생각을 할때 대물낚시 선장이 삑삑거리며 포인트 옮길것인지 여부를 제스쳐로 물
어본다, 전화도 불통되어 밧데리가 방전되고 이바람이면 다른곳에 옮겨도 마찬가지일터 그 자리를 고수하기로 했다, 마끼조와 약속하기로 고기가 나오면 그대로 있고 없어면 포인트 이동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이동을 하지 않자 마끼,명찰이는 고기가 몇 마리 나온줄 알았나보다.
그래서 우리자리에 오히려 합류하여 네명이 열심히 쪼았다, 포인트 이동도중 살림망이 떠있고 씨알작은 감시가 마리수로 확인했다고 그러면서.. 도저히 낚시가 되지 않고 잡어 한 마리 없어 결국은 홈통안에 돌아다니는 숭어를 발견하고 제일큰 바늘을 끼워 숭어 훌치기로 명찰이의 소주안
주를 마련하는데도 정말 진땀을 뺐다. 그리고 볼락 민장대로 숭어를 걸었는데 완전 부시리 낚시처럼 손맛을 좀 볼려고 했는데 그냥 팅, 점심겸 라면을 끓여 소주를 한잔하고 마끼는 와이프 때문에 먼저 나가야하기에 아쉽지만 작별의 인사를 하고 우리는 1박후 내일도 고기가 없고 기상이
좋지 못하면 무조건 포인트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세명이서 정말 망부석이 되도록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목이 빠지고 팔이 빠지라고 낚시대를 휘둘렀건만 잡어 입질도 없다. 일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그래도 강행하기로 하고 어둠이 깔리기전 명찰이,쏘가리,용가리는 저녁을 일찍
먹기 위해 족발과 햇반, 그리고 명찰이 소주안주 숭어가 희생양이 되었다, 정말 이놈이라도 없었어면 고흥권에서 그것도 장도에서 고기 한 마리 없이 소주를 마셨다고 하면 일생일대에 치욕일진데 다행히 용가리가 명찰이,쏘가리 소주 안주로 직접 잡아서 회를 쳤다,
몇점의 회와 소주를 원샷 해가면서 사나이들 가슴에 불을 활활 지폈다. 있는 소주 선착순으로 집합, 도열해 있는 작은 소주를 마시고 모잘라 대병 반병을 남겨두고 우리는 딱딱한 갯바위에 나란히 온몸을 부치며 밀착 다정한 3형제처럼 메트리스를 깔고 몸을 누이며 침낭을 끌어올려 얼굴을
묻고는 부디 비가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꿈나라로 향했다, 얼마나 잤을까,선장이 오늘 사용할 밑밥을 비닐봉투에 던져두고 가버린다, 그소리에 부스스 일어나 자리 정리를 하고 각자 위치에서 오늘은 돌부처처럼 기다린다, 소식이 없다,
날씨는 어제보다 더좋은데 물때도 13물,조금, 장도 최고의 물때이건만 물색이 탁하다, 하는수없이 포인트 이동하기 위해 짐을 옮기고 들고 할때 맨위쪽에서 무거운 가방을 양쪽에 들고 내려오는순간 몸이 휘청거리며 눈앞이 깜깜해 온다,
뒤로 몸이 절반 기우뚱거리며 무게 중심을 그만 잃어버렸다, 떨어지는 순간 용가리가 누구인가, 전천후 아니던가, 몸을 비호같이 날려 다시 자리를 잡고 제자리로 안착했다. 하늘이 노랗다, 선장도 명찰이도 눈을 휘둥그레하며,나도 기진맥진 정신을 차리고 제정비하여 명찰이 혼자 냉장고
자리에 하선, 쏘가리와 나는 그뒷등에 내려 철수때까지 망부석이 되었다, 날씨가 여름으로 가는지 씨알좋은 모기가 한낮에 달려든다, 다시 녹동항에서 추자도 절명여로 갈까도 싶었지만 참아야만 했다,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휴게소 근처 벌교 특미 “장뚱어”회장국을 시켜놓고 쏘가리는 운전
을 해야 하므로 못마시게 하고 명찰이와 나는 또 소주1병을 뚝딱 해치우며 알딸딸한게 오는도중 좁은 짐칸에서 고생한 명찰이,운전한 쏘가리, 정말 우리는 그렇게 망부석이 되었다. 고생 엄청 많이했다.수고했삼 살았는지, 죽었는지 전화통화도 되지 않아 걱정한 집사람은 의령 절에가서
불공을 드리고,이놈은 고기잡는다고 멀리 떠나고.. 모순은 모순이다.(고기가 안나오는건 당연한 이유?) 그러나 내가 살아 움직이는 동안 바다로 향하는 열정은 끝나지 않고 계속 되리라..
사진파일이 너무 큰것 같음...수정요~..^..^..
낚시!! 형용할수 없는 무엇인가의 그 희열에 이렇게 사람이 푹~빠지는것이 또 있을런지....
낚시를 배우지 않았다면 난 어떤 그 무엇의 희열을 느끼면서 살아갔을까?
다행이도 낚시!! 라는 것을 알았다는게 내 인생에서 최대의 희열, 아니 오르가즘? 같은 그느낌을 선물 받은것 같아 너무좋다.
친구도 항상 건강하시고 수족이 움직이는 날까지 그 희열?의 맛을 놓치지 마시길......ㅎㅎ-대감올림
《Re》대통령감시 님 , 대감, 어둠에 자신과 바다가 하나가 되어 전자찌를 흘릴때의 상쾌함, 그것은 곧 얼마가지 않는 머나먼 기다림으로 마냥 서 있지만 살짝 잠기는 빨간찌가 쑤욱 빨려들어 갈때의 카타르시스, 옆에서 항상 같이 있지만 낚시대 드리운지도 꽤 오래된것 같은데 언제 시간내어 단둘이 갯바위에 서고 싶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