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반갑습니다. 허접한 동네방파제 조행기를 올립니다. 그저 재미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브인 어제 모처럼 마누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미 오십줄에 접어든 욕쟁이 아저씨에게서 모처럼 한 잔 하자고 전화가 왔습니다. 보고싶다는 말에 거절하질 못하겠더군요....^^
남산동 꽃게탕집에서 소주로 속을 데피곤 2차로 노래방엘 갔다가 시간이 늦어 도망 나오듯 뛰쳐나와 집으로 오려는데 그 늦은 시간에 온정방파제에 낚시하러가자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재미있는 청년, 왕초보 전과장..... 흠.....하긴 신년구상도 할 겸, 찬 바람 쐬며 방파제에서 밤낚시하는 것도 좋을 듯 해 소주와 맥주가 짬뽕된 술냄새를 푹~푹~풍기며 곧바로 온정으로 날라갔습니다.
유머러스한 노총각과 고요한 겨울 밤바다를 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꽤나 고즈녘하고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전과장은 방파제 끝에서 열심히 낚시를 하고있고 난 술이 깨려는지 졸음이 와서 차에 히터를 틀고는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좀 있으니 "한 잔 하실래요?"하며 잠을 깨우더군요. 보슬비가 오는 아무도 없는 방파제가 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무쏘 뒷칸을 완전히 비우곤 준비해온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와 소주 한 병을 또 땄습니다. 비오는 바닷가의 말폐된 차 안에서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주거니받거니 한 잔 하니 기분이 알딸딸해지더군요.....^^
아침까지 깊이 잤습니다. 날이 밝아 깨어보니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더군요. 이미 방파제 끝에 서서 쪼으고 있는 전과장의 보조가방엔 앙증맞은 20cm 내외의 망상어 두 마리가 들어있었습니다.
난 또 그의 곁에 서서 예의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수심을 조금 더 줘" "봉돌 하나를 원줄에 채워, 채비를 더 예민하게 해" "던지는 자세가 그게 뭐냐?" "망상어낚시에서 지렁이는 그렇게 끼우면 안돼" "살살 끌어줘야 해" "밑밥을 한 자리에 꾸준하게 줘" "동해안 망상어낚시가 감성돔낚시보다 쉬운 줄 알어?"....
잔소릴 계속하니 최근에 낚시 좀 다녔다고 슬슬 싸부에게 대들기 시작하더군요......^^
좀 있으려니 갯바위 바로 앞, 물 위에 빠알간 한치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순발력있게 차에 뛰어가 뜰채를 조립하는 사이 한치는 사라졌더군요. 흐미~아까운 거!! 좀 기다리다보면 또 오겠지, 생각하곤 또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사랑스런 제자이기 때문이겠지요.....^^
드디어 한치 한 마리가 다시 출몰하고 뜰채를 길이대로 펴서 준비하고 있다가 한 방에 떴습니다. 명색이 소리도에서 고등어 일타 오피, 학꽁치 일타 이십피를 자랑하는 "신출귀몰 뜰채조법"의 대가 아니겠습니까....^^ 녀석이 꽤액~하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한치의 눈동자가 마치 사람 같아 좀 불쌍했지만.... 속도 출출하고 추위에 떨어서인지 바로 대를 접고 인근 식당으로 갔습니다. 한치 한 마리를 들고 의기양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