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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추자조행기를 올립니다.

G 15 2,518 2003.04.0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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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쉽기만 한 추자 조행기...




      김일석




      님들, 안녕하십니까?
      집 앞 벚나무엔 며칠 사이에 꽃잎이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
      새벽에 차에서 내리니
      마치 아파트 마당이 온통 눈이 온 듯 합니다.


      지난번에 팡팡~떠트린 몰밭(?)영등 대물 손맛도 한번 봐야겠고
      만나면 살갑기만 한 추자 님들과
      서울서 모처럼 추자로 내려오신 찌매듭성님이 보고싶어
      토요일 저녁 혼자 차를 몰고 집을 나섰습니다.



      왕복 660km, 꼬불꼬불한 국도를 끝없이 달려야하는
      만만찮은 코스를 혼자 간다는게 좀 부담스러웠습니다만
      테이프 몇장 준비하여(노래방에서 녹음한 나의 18번 테이프도 챙겨) 음악 들으며,
      때론 고래고래 노래를 따라부르며
      부산, 마산, 함안, 진주, 하동. 광양, 순천, 벌교, 보성, 장흥, 강진, 완도....로 달렸습니다.


      본래 시력도 안좋은 데다 밤눈이 좀 어둡기도 하지만
      남의 차를 타고 얹혀가는 게 전부였던 내가
      직접 핸들을 잡고 저 지역들을 하나 하나씩 통과하며
      정말 끝없이 달리니 얼마 멀게 느껴지는지...
      강진~장흥지역의 새로 생긴 4차선 국도 위에서 벨트가 터져
      새벽 두시에 긴급 서비스를 불러놓고
      달리는 차가 거의 없는 심야의 암흑같은 신작로 위
      추운 차 안에 갇혀있는데 야, 정말 무섭더군요......^^
      쌔엥~하고 차 한대가 지나가면 반갑기만 하고
      후레쉬를 든 서비스 기사가 오니 얼마나 고맙고 살만하던지.....



      다 고치곤 또 달렸습니다만 기분이 매우 개운해졌습니다.
      체력에 한계가 올 때 쯤 완도항에 도착하니 새벽 여섯시더군요..
      출발한 지 장장 열 두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거였습니다.
      국밥 한 그릇 먹고 살짝 눈을 좀 붙이려는 순간
      매표를 시작하니 잠이 싹 달아났습니다.


      낚시짐을 콘테이너에 탁송하고 온바다호를 타니
      마치 푸근한 안방에 들어선 양, 부랄이 노곤노곤~~하니 픽~곯아 떨어졌습니다.
      웅성거림에 잠에서 깨니 정겨운 신양리 포구에 다다랐더군요.
      다도 박실장이 예의 그 하얀 달구지(?)를 타고 쌩하니 포구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온바다호 난간에서 손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우리가 포구애서 만날 땐 언제나 이렇게 살갑습니다.
      (또 모르지요, 혹시 박실장은 날 싫어할지도....^^)




      다도에 들어서서마자 막 점심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더군요.
      김밥 한 줄을 게눈 감추듯 쓱싹 해치우곤 오후낚시를 위해 단촐하게 장비를 챙겨
      섬생이엘 가니 찌매듭 성님이랑 돔마니 최사장님이 낚실 하고 계셨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함께 나의 몰밭(?)으로 가고 싶었는데 섬생이에서 오후를 기대하겠다시니
      역시 그 허접해보이는 상추자의 몰밭으로 달랑 혼자서 올라갔습니다.
      몰낚시 전문가(?)인 바우님과 낚시를 하며 몇번을 터트렸던 곳이며
      민주공원관장님과도 내려서 가당찮은 놈을 터트렸던 곳입니다.
      세번째 내리는 곳이었는데, 우선 주위에 낚시꾼이 아무도 보이질 않으니
      분위기 잘 타는 나로선 너무나 한가로워서 기분이 날아갈 듯 했습니다.



      이미 포인트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인 데다 워낙에 갯바위가 조용하니
      모처럼 거의 완벽한 낚시삼매경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두세시간을 집중했음에도 어떤 느낌이 잘 오질 않더군요.
      잠시 담배를 한 개피 물고는 한 달 전 감생이를 못찾은 갯바위 물칸에 가 보았습니다.
      민물이 조금씩 산에서 내려오고 있긴 했지만
      넓은 물칸에는 이끼가 많아졌고 수심은 더 깊어지고 물색이 어두워졌더군요.
      그래도 지난 한달 동안 물칸 어딘가에 숨어 잘 살고 있구나...생각했습니다.



      만조 전후를 기대하고 다시 집중을 시작하는데 무엇인가 변화가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살짝살짝 끌어주는 중에 미약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온통 여밭인 얕은 수심인 데다 몰이 넓게 자라있어서 실패를 거듭한 곳.
      씨알도 그리 크지 않은 듯 하여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줄을 줘가며
      멀리서 다루다보니 쉽게 한 마리가 올라왔습니다.


      초날물이 진행되면서까지 고만고만한 씨알 몇 마리를 연속으로 올리자 얼마 안있어 배가 오더군요.
      얼른 대를 접고 고기를 꿰미에 담아 배에 타자
      똥그리 선장이 씨익 웃는 표정으로 축하의 박수를 치더군요.
      "씨알이 잘아졌네~" 한 마디를 하곤 선두에 털썩 주저앉는데 눈물이 핑 돌더군요...^^
      이 먼 추자에서 내가 고길 잡았다고 박수 쳐 주고 기뻐해 주는 이가 있다 생각하니
      그저 감상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녀석들은 맛난 횟감이 되어
      찌매듭님께서 가져오신 양주 두 병의 안주로 예닐곱 꾼들의 뱃속에 들어가고
      하루를 꼬박 잠 한 숨 못자고 달려오느라 피곤에 지친 데다
      적당히 술에 취해 한 방에 픽~곯아 떨어졌습니다.
      얼마 쯤 잤을까?
      술이 깰 때면 늘 정신이 맑아지는 터라
      팬티 차림으로 어두운 거실에 나와 차가운 물을 한 잔 들이켰습니다.
      마침 바깥에서 들어오시던 사모님 두분께 들켜 후다닥 방으로 숨다보니 얼마나 웃으시던지....^^
      카드놀이를 하는 꾼들이 있어 엉거주춤 인사를 하곤
      찌매듭 성님 주무시는 방문을 열어보니 두 분께서 인기척에 잠이 깨시더군요.
      두런 두런 얘길 나누다 냉장고에서 매듭성님 사오신
      처음 보는 대형 생맥주 깡통을 가져와 또 새벽 네시반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늦게야 나설 요량으로 여유롭게 밥을 먹고
      사진을 하시는 다도 사장님께선 카메라를 챙기시고
      미리 현지민께 양해를 구하셨다는 추포도 갯바위에 한꺼번에 내려 낚시를 하였습니다.
      조류가 시시각각 변하는 멋진 본류대 여밭포인트였는데
      낚시 중에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더니 이내 비가 제법 오더군요.
      예보를 보니 주의보가 떨어질 예정이라 해서
      아쉽게도 철수짐을 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완도행 배에서 만난 강릉의 미남청년 낚시신동님.
      무척 반가웠어요.
      조만간 성공적으로 제복을 입은 님의 모습을 기대해보겠습니다.
      한달 동안 낚시를 하다가 돌아간다는 님도 부러웠지만
      제주에서 노년을 보내실 준비를 하신다는 멋쟁이 아버님께도 격려를 보냅니다.


      참, 부산에서 오신 추자 전문꾼, 김영태님과 후배분...
      님들의 시원스런 성격도 좋았지만, 갯바위에서의 자잘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두분, 고기 잡는 걸로 내기 하시지 마세요..
      나도 하고 싶어지니까 말이지요...^^


      산청에서 오신 "씨유래이러~오케이?" 원장님...
      전 호흡을 멈추었지만 원장님께선 지금도 추자바다에서 긴 호흡을 계속하시겠군요.
      즐겁게 보내시다 잘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제 보잘것없는 졸고를 기억해주셔서 감사했으며
      원장님의 사심없는 유머와 친절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멀리 서울서 오셔서 이 아우 챙겨주신 매듭성님과 최사장님, 편안히 잘 주무셨는지요?
      기상 탓에 짧은 일정 속에서 헤어져 아쉬웠지만 늘 감사드립니다.
      다음 물때에 꼭 다시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다도 사장님, 사모님, 박실장님, 똥그리 선장님, 윤보선님....
      언.제.나.사.랑.합.니.다....!!

      이상
      별로 내용도 없는 질풍의 추자 조행기 마칩니다.
      즐거운 나날들 되세요~
      안녕히......




      George winston....Variations on the canon....Pachelbel
      photo...http://www.chuja-fis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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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댓글
G gongju31 02-12-01 07:00
이런~~~~ 또또또.....
날씨도 좋은데 님까지 바람을 넣으시군요.
봄바람에 처이 바람납니다......자제를.......^^
-[04/08-13:07]
-

G azabi 02-11-30 00:00
멋집니다... 언제 추자에서... 혹은 다른 갯바위에서, 님!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04/08-15:51]
-

G 등대바위 02-11-30 00:00
굵고 까만 안경테 너머에서 웃고있는 따스한 눈이 그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04/08-17:31]
-

G 김일석 02-11-30 00:00
공주님....^^
바람 나면 안되겠지요?
항상 졸고를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요, 아자비님..기억하고 있겠습니다.언제 갯바위에서 만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빛고을에 계신 등대바위님, 너무 오랜만이군요...
세상에~~!! 문득 바위님 생각이 나 메일도 보내보았건만 답장이 없어서 그간 너무 궁금했습니다.
건강하시겠지요?
혹시 어디로든 낚시가실 때 연락 한번 주시길 바랍니다.
011-598-3731
-[04/08-17:53]
-

G 캄피대 02-11-30 00:00
안녕하세요 캄피대입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그리 막연한 여행을 가 다정하신 여러분과 따뜻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지금도 막중한 업무와? 여러가지 회사 시험에 힘겹지만 즐겂게 생활해야만
하는.. 정상적인지 비정상적인지 판단이 잘 안서는 세월이 막 가는 군요.
곁들인 피아노 음악 좋았습니다. -[04/08-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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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hanza88 02-12-03 16:00
아~ 님의 아름다운 조행기를 읽고 그냥 넘어 갈 수가 없어서 몇자 적습니다. -[04/08-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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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hanza88 02-12-03 16:00
님의 조행기는 그 어느 시인 못지않은 멋진 한편의 서사시였습니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조행담이 名詩로 태어날 수 있는지... 평상시 님의 문장실력과 인격 그리고 인품이 배어 나옴을 느끼며 많은 인낚인이 님을 닮아갔으면 좋겠습니다. -[04/08-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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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보고싶은 캄피대님, 반가워요~
성실히 나날을 보내시는 님, 늘 바쁘게 살면서도 가끔씩 낚시를 할 수 있으니
틀림없이 님은 행복하신 겁니다.
그리고 한자님, 볼품없는 조행기에 칭찬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04/09-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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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새롬이 02-11-30 00:00
김일석님!!! 인낚에서 여러번 님에글을 읽고 감동도 받구 처음으로 답글을 씁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늘 좋은일 많이많이 생기시길..... -[04/09-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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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입질팍팍 02-11-30 00:00
엊그제 풍광에 취하시더니 오늘은 술에 취하시겠군요? ^^" 어쩌다 한번씩 올리시던 글이 며칠 만에 또 보게 되는군요 잘봤습니다. 에휴~~전언제 추자엘 가보나.... -[04/10-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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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히라스 02-11-30 00:00
음..... 항상 좋은 글과 음악을 올리시는군요.... 저도 사진 올리고 싶어서 배우는중인데.... 곧 배워서 보답하겠습니다..*^^
공주님 이쁘던데..... 누가 모델로 채용해 보세요......후후후 -[04/1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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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새롬이님, 입질님, 히라스님, 조행기가 좋으셨다니 감사해요~~
봄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04/1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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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히라스 02-11-30 00:00
일석님 처녀 가슴에 불좀 팍팍~ 더 불어주세요,,,,, 그래야 제가 장가를 간답니다,,,,,^^*
매일 매일...... 부탁해요,,,,!!! 무리한 요구해서 죄송합니다,,,,,, *^^ -[04/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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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아니, 히라스님, 총각이에요?
허~~뭐가 뭔지~~난 아저씬 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총각이라면 불을 좀 지펴드려야겠군요....^^
건강하시고 즐겁게 보내세요~ -[04/11-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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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히라스 02-11-30 00:00
후후후~~ 감사합니다.....^^ 항상 안낚 하시길 빕니다,,,,, *^^ -[04/11-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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