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낚시와 가장 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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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낚시와 가장 큰 사랑

G 18 2,114 2003.04.15 01:31
모처럼 부모님이 보고싶고 뵙고 낚시나 갔다올 요령으로 남해고속도로를 달렸다. 마산을 지나 진주 그리고 지리산....
깜깜하다.
시골답게 해만 지면 밥먹고 불이라고는 TV정도만 남길 정도지만 그나마 곤한 농사일에 좀체 10시이후까지 잠들지 못한 집은 없다.
하지만 인제 겨우 8시를 넘겼는데도 온동네가 어둡다.
마당을 들어서도 인기척이 없고
단지 처음보는 개한마리만 요상한 짐승 보듯이 말뚱거리며 쳐다볼 뿐
간만에 온 고향집의 환영은 그냥 조용할 뿐이다.
부엌및 거실겸인 문을 빼꼼 열어보니 놀란 듯이 쳐다보는 두 노인의 눈에는 잠시 어리둥절한 빛이 역력하다가 이내 환한 웃음이 피어오른다.
항상 술을 달고 사시는 아버지는 벌써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 그 반가움을 더 보태고 꾸부정한 어머니는 숟가락을 팽겨치고 일어나신다.
두분만의 초라한 밥상에서 순식간에 반찬이 댓 종류 늘어나도 아버지는 계란후라이며 지리산 자락에서 귀한 바닷생선이며를 안 챙겨온다고 어머니를 타박하시며 어머니는 냉장고며 찬장 구석 구석에 숨겨난 산두릅이며 나물등을 계속 내어오시는데 그저 난 죄지은 몸인양 가슴안에 눈물이 고일 뿐이다. "아 내 부모님이 언제 저리 촌부가 되어 꾸부정해 지셨다니"
사실 이태전만해도 부모님은 도회에서 생활하시다가 연로하시어 고향에 집 한칸 장만해서 올라가셨다. 아들 딸 각각 둘씩이지만 겨우 일년에 두어번 정도만 다 모일 정도니 안부전화마저 "관세음보살"을 입에 달고 사시는 어머니가 먼저 할 정도다. 잠시 밥 먹고 내일 고사리 캐러 산에 가자는 아버지의 말씀을 뒤로한채 잠자리에 들어도 도회 생활의 습관인지 좀체 잠이 안와 거뜬히 '필론의 돼지'란 소설을 한권 다보고서야 잠이 든듯하다.
항상 새벽잠을 설치게 만드는 수탉을 사위 보신용으로 잡은 뒤로는 그나마 햇살이 오른 시간 까지는 잠을 잘 수 있지만 일어나 보니 벌써 아버지는 염소먹이 풀을 지고 오시고 어머니는 마당을 청소하신다.
시베리안 허스킨가? 그 비슷한 막 몇개월 지난 개를 막내 매제가 가져다 준듯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넘(이름을 태산이라 지음)을 데리고 아버지와 그 발끝에서 한시도 안 떨어지는 태산과 아들은 그렇게 높다란 산 을 타기 시작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산을 아버지는 잘도 타신다. 그렇게 산중턱 즈음에야 비로소 고사리가 있을 듯한 구석구석을 누비며 아버지의 손에는 하나둘 고사리가 늘어나도 도회생활만한 아들은 고사리의 본 모습을 알리가 없어 한동안 멍하니 아버지의 손에 들린 그것의 모양새만 보다가 비로소야 하나 둘씩 캐어내어 본들 당신의 한 움큼에 겨우 하나 정도다. 그렇게 그 높은 산을 돌아 내려오며 조그만 냇가(냇가라고 하기에도 초라한)에서는 가재가 있는가 싶어 돌을 들추시고 또 밭두렁에서는 이상한 풀을 또 캐신다. 그렇게 돌아 비로소 물소리가 나는 시냇가에 앉아 김밥(그냥 김에 밥을 싼)을 먹어며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제껏 낚시한답시고 동해에서 저 땅끝까지 낚시를 다니면서도 한번도 아버지와의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것이 못내 죄스럽다.
그런데 산에 갔다온 뒤로 태산이가(개) 아프다. 먹은 것을 다 토하고 설사를 하며 힘이 없어 축 쳐져있다. 작년 추석에 시장에서 순종국산견을 사 드렸는데 1주일만에 시름시름 아프기에 아버지는 그 냄새나는 넘을 어머니가 부산오신 사이에 몰래 방에서 한 이불을 덥고 삼일을 주무셨단다. 그 정성마저 외면하고 죽어버린 넘을 양지바른 산자락에 묻어 준지가 겨우 몇달인데 이넘 마저 그때와 똑같은 증상이라며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그 앞에 자리를 마련하며 못내 걱정이시다. 아버지의 개사랑은 유달스럽다. 커피한잔을 마셔도 마시다가 개한테도 컵을 들이미시고 또 다시 마실 정도로 극성이신데 그 마음이 오죽하실라고....
그렇게 밤이 지나고 해도 뜨기전에 두분은 "태산아"하며 뛰어가신다. 다죽어가는 듯 비스듬히 누운 넘도 그 소리에 꼬리를 치며 일어설려고 기를 쓰다가도 다시 누워버린다. 오전내내 그리하다가 어디서 들었는지 어머니가 설탕물을 소주병에 담아와서는 아픈 개한테 좋다고 입에 들어붓고 옆에서 쓸때없는 짓한다며 아버지의 투정은 계속되시는데 얼마후 기적같이 태산이가 부시시 일어나 물을 찾는다. 그러더니만 밥을먹고 한번 더 토하더니 정말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이 꼬리를 치며 장난을 친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산으로 풀을 베러 가시며 따라나서는 넘을 말린다.
작년에만해도 닭이 대여섯마리는 된듯한데 명절이 지날때나 손님이(사위등)올때마다 하나,둘 줄어들더니 인제 세마리 뿐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하는일이 안돼어 힘든 아들을 보니 걱정이라 한마리 고아 주고 싶어도 아직 두분은 닭을 잡을 줄 모르신다. 아니 못 잡는 정도가 아니라 잡는 모습만 봐도 고개를 돌려 버릴 정도로 심약하시어 마음만 초조하신듯하여 "요즘 고기 못 먹고 그러지는 않어니 다음에 형오면 잡아 주세요"하며 밤길 떠날 생각으로 낮잠을 청한듯 하였는데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니 김이 모락모락나는 닭과 노란 국물이 있다. 기어이 숙부님을 청해 닭을 잡은 모양이시다.
뜨거운 국물을 들이키는데 기어코 눈물이 흘러 행여 보일세라 고개숙이고 재채기 하는 양 밖으로 나와서 숨을 들이키고 나서야 안정이 된다.
용돈 한푼 못드린지가 1년은 된듯한데 형마저 다 그러하듯이 대기업의 한줄기인데도 오늘 내일 하며 고용이 불안한데다가 "노조간부"인 형을 가족과 멀리 떼어내어 서울로 아마 홍보나 판매직인듯한 부서로 발령해버려 올라간지가 인제 겨우 1주일 정도라 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진데 끝내는 두 노인의 용돈지기인(충실히 하루에 계란하나씩 낳는) 닭마저 잡아 주신다.
가슴에 가득 죄스러움을 안고 차를 몰고 나오는 동구밖에서 봐도 어머니는 고개위에서 바라보고 계신다.
이 은혜를 나이 사십을 바라보는 지금에도 받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워 행여 낚시갈 생각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 고마움에 내일을 꿈꾼다.
"부디 오래 오래 사시어 이 아들 잘되어 마음껏 효도하는 날까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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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댓글
G 등대바위 02-11-30 00:00


가슴이 따스해지고 뭉클해집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찾아 뵈십시오. -[04/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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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빗방울 02-11-30 00:00
눈시울이 뜨거워 지네요..부모님 사랑 알면서도 따르지못하는 저희 들의 무지가 아닐까 하네요.따뜻한 글 감사히 잘보았습니다.저도 깊이 반성을 해야겟네요 .. -[04/15-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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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in 02-11-30 00:00
님의 글로 인하여 다시 한번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04/15-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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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kqls20068 02-12-22 20:00

님은 세상에서 가장행복한분.
모두가 부러워하는, 도랑치고 가재잡고,산꽁잡아 구워먹고,간혹 산돼지소리에
곤히자던 잠도깰수있는,그런 마음의 고향을가지신분
그고향에 님을 기다리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는것이 더더욱 본필자로하여금 그리움
이 미어터지도록 만듭니다.
모던것이 찰라의 순간입니다.님이 이순간에 존재하여 글을올리듯이,님의 부모님도
어느한순간에 님의곁에서 벗어나,해방감을느낄때,님도 그리움에 몸부림칠수있습니
다.찰라의 순간, 님의 곁에서 님을 만들어주신부모님, 단한순간도 소홀하여서는 안
될것입니다.님! 부모님을 님의삶의 최우선순위로 하십시오.
자식은 다시만들수는있지만,부모님은 한번가면 영원히끝입니다.
부모님은 님을기다리지않습니다.
님! 세상에서 가장부럽습니다. 뼈져리도록 부모님이 그리워도 .........
그그리움이 삶의강이되어 흘러터져도 어찌할수없는....................
쓴소주잔이나 기울이면서,목터지도록 사모곡이나 부르는놈이............
-[04/15-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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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참돌고래 02-11-30 00:00
가슴에 와 닿는 내용 마음으루 잘 읽었습니다 -[04/15-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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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야전사령관 02-11-30 00:00
무딘바늘님께서 올리신 좋은 글... 그냥... 감사드릴 뿐입니다. 좋은 날 되시길... -[04/15-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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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아침하늘 02-11-30 00:00
부모님의 무병장수와 무딘바늘님의 일이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따스한 글 잘 읽었습니다 -[04/15-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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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섬원주민 02-11-30 00:00
우리 시대 보통의 부모님과 착한 자식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계십니다. -[04/16-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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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감시친구 02-11-30 00:00
저를 부끄럽게 만드는군요 부모님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04/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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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jangggolle 02-11-30 00:00
불러도 대답없는 부모님들이기에...새삼 감동어린 마음으로 읽었습니다..살아생전 마음의 여한이 없도록 부모님께 마음쓰시는 님이 되시길 바라며...저도 이젠 먼 하늘에서나 굽어보실 부모님들을 생각하여봅니다...따뜻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장수하시길 기원드립니다..좋은글 잘 읽었습니다..건강하십시요.. -[04/16-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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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ihongpd 02-11-30 00:00
무딘바늘님... -[04/17-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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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ihongpd 02-11-30 00:00
에쿠,,,엔터를........
님의 글 읽으며 고향의 부모님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하구요,, 뜻한 일 이루시길 바랍니다~~~
-[04/17-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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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화이어벳 02-11-30 00:00
님의 글에 맘이 따뜻해지내요,,,저히 아버님,,평생 바다사나이로 지내시다,,,
지금은 매일 산을 오르시는 산지기가 되셨어요,,오늘도 산에 오르신다 하시네여.
저도 아버님과 함께 산에 오른지 ~~이번 휴가땐 함께 산을 오르렵니다 -[04/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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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qwer5917 02-11-30 17:00
글만봐도 지리산 생각이저절로 납니다 아버님 한태 전화 할일이 생기면 전해 주십시요 멍멍이 대리고 들이나 산에 가실때 멍멍이가 아무거나 먹지못하게 모기장 모자를 씌우고 갑갑해하나깐 눈은 크게 구멍내고 10 분에 1번씩 물먹이고 그러면 개도 쉽게 아프거나 병들지 않습니다 -[04/17-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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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무딘바늘 02-11-30 00:00
착한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번창하시길.. 눈으로만 보구 느끼지만 pin님도 좋은 일이 있을겁니다. -[04/18-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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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벵어마니아 02-11-30 00:00
다시금 부모님 큰사랑 일깨어 주셨서 감사합니다..님들가정에 항상 사랑이 가득하시길... -[04/21-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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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월광 04-02-02 01:57
바늘님 좋은 글 감사하게 읽고 가네요
G 월광 04-02-02 01:57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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