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전 쯤으로 기억된다. 한참 가까운 동해쪽으로 벵에돔낚시를 자주가던 어느 초여름.. 그당시 자주 찾던곳이 구룡포 석병~강사 쪽이 었는데, 그날은 강사매립지(?)쪽으로 혼자낚시를 가게 되었다. 오후 늦게 도착하여 매립지 끝에 있는 갯방구로 내려가서 혼자 낚시를 했었다. 그날은 하늘이 잔뜩 찌푸러져있었고 간간히 빗방울도 떨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바람까지 터져서 을씨년 스럽기 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이 혼자서 즐긴다는 생각에 잡어들도 그다지 귀찮지 않았다. 한 두세시간 혼자 낚시를 했을까? 어둑어둑해지자 빗방울도 점차 굵어지고 바람도 더 심하게 불기 시작했다. 철수를 할까말까 혼자 생각하면서 담배에 불을 붙히는데 갑자기 뒤가 좀 스산하다.. 인기척이라기보다는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뒤를 무심코 돌아봤는데..허걱 이기뭐꼬~! 3m정도 거리에 때이른(?) 처녀귀신 한분이 서 있지 않은가? 하얀옷에 긴머리를 풀어헤치고 특히 뒤에서 바람이 불어오다보니 얼굴은 온통 머릿칼로 덮혀있고.. 영락없는 귀신얼굴의 표본이었다.. 순간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뚫어져라 서로 몇초간 얼굴을 응시했다. 머릿칼때문에 얼굴이 또렷이 보이진 않았지만 싸늘하리만치 무표정한 그표정에서 머릿칼이 쭈뼛서는 느낌이 들었다. 한 10여초가 지났을까? 그 짧은시간동안 나의 뇌리에는 분명 이 부근 바닷물에 빠져죽은 처녀귀신이라 확신하고 근데 왜이리 일찍 왕림했을까(그때 시각이 약6시~7시경..)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우선 한맺힌 원귀를 달래려고(?) 먼저 말을 하려할때쯤.. 흐미..이건또 뭐꼬? 귀신이 콧물을 쭈룩 흘리고 있는게 아닌가? 첨에 눈을 의심했지만 분명 그건 피가아니고 콧물이었다. 머리가 복잡해질때쯤 드디어 귀신이 먼저 나에게 속삭였다. "춥따..집에 더가라...." 아직까지 귀신이 아니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이때까지 콧물흘리는 귀신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차라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화답했다. "아이다..니나 더가라..마이 춥따.."
흐미..그때부터 그 귀신아닌 귀신은 내 뒤에서 떠나질 않았다. 쪼그리고 앉아서 혼자 낚시하는 걸 계속 구경하고 있는것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다보니 목줄이 자꾸 꼬여서 혼자 투덜대면서 풀고 있으면 그 귀신은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 히히덕 거리면서 떠날줄을 몰랐다. 그 귀신이 오고부터 한 30분 동안 낚시아닌 담력테스트를 하면서 나는 이말을 서른번 이상 했는것 같다. "빨리 더가라 춥따.." 타이르듯이 아주 묵직한 톤으로... 물론 속으론 이랬겠지만(제발 쫌 더가도....간 떨리가 낚시 모할따..-_-;) 그래.. 더이상 낚시고 뭐고 빨리 여길 탈출하자는 생각에 낚시를 접었다. 채비를 걷다보니 구멍찌가 바닥에 떨어졌다. 역시나 그 귀신이 재빨리 내려와서 주워준다..-_-; "고..맙.떼...이.."
낚시가방에 모든장비를 넣고 차세워둔쪽으로 올려갈려는데....헉! 이건또 뭐꼬? 그 귀신이 이때까지 내게 관심이 있어서 계속 뒤에 있었던가? 갑자기 몸빼바지(여기서야 말하지만 하얀속옷이 아니라 하얀 몸빼바지를 입고 있었다..)에 손을 쑥 넣고는 바지를 벗을려고 하지 않는가? 하이고.. 첩첩산중이다라는 생각을 할때쯤 귀신이 다시 몸빼바지를 올리면서 뭔가를 내게 건내면서 또 속삭였다. "자..까까(과자) 사무라..." -_-; 몸빼바지 안에서 꺼낸건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지폐한장이었다.. 나는 다시 화답했다. "아이다 나는 괜찮타. 니나 까까 마이 사무라.." 하지만 이때쯤에서야 그여인은 귀신이 아니라 동네에사는 약간 정신이 이상해진 여인일것이라고 확신하였 기에 말투는 많이 부드러워 져 있었다.
추측컨데 그 여인(30대중반쯤..저랑 비슷한 나이..)은 아마 자식을 잃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그 여인은 마치 나를 자식으로 착각하는듯한 인상을 계속 받았으니까...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차에 장비를 넣고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는 후진할려고 빽미러를 보는순간.. 허거거거걱.... 없따... 그 여인이 없따..옆을봐도 없고 뒤를 봐도 없다.. 흐미...귀신이 맞았나 보네...떨리는 간을 추스리고 후진할려고 하는데 차뒤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뭔가 싶어 차에서 내려 뒤를 보니...흐미.. 그여인이 차 뒤에서 돌을 치우고 있는것이 아닌가.. 매립지이다 보니 자갈들이 많이 있었는데 내가 차를 빼려하니까 그 여인이 재빨리 차 뒤로 가서 큰 돌을 치우려고 했는모양이다... "춥따..차에타라..집에가자.." 하지만 그여인은 한사코 뿌리치며 빨리가라고 손짓을 한다.. 빠져나오면서 몇번이고 빽미러로 뒤를 보았지만 계속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다..
지금생각 하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 당시는 정말 그 짧은 순간에 몇번을 놀랬는지..(귀신인가 싶어 놀래...옷 벗을라 해서 놀래... 또 갑자기 사라져서 놀래... -_-;)
ps) 그 이후로 일년에 한두번 그쪽으로 지나가 보았지만 그 여인은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 여인이 진짜 귀신일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이른시간이었지만 그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마치 내가 낮선곳에 있다는 생각을 계속 했으니까요... 귀신도 추우면 코를 흘리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