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연도 그리고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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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연도 그리고 병원

G 0 2,981 2002.01.11 12:32
낚시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 많다. 자다가도 벌떡 아니면 요번 주말은 마누라를 어찌 꼬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낚시를 갈가나 지금도 고민하는 조사들...
지난 1월 4일, 우연치 않게 인터넷으로 알게 된 경상도 분과 연락이 되어 일요일 낚시를 가기로 작정을 했다. 문제는 마누라였다. 분명 도끼눈을 하고 깽알깽알 거릴 것이 뻔한데... 잔머리를 한 없이 굴렸다. 번쩍 스치는 Good idea... 캬캬캬... 역시~ 음~
손아래 동서한테 전화를 했다. 서울 근처 광명에서 중학교 선생을 하고 있는 손아래 동서는 편하기도 했지만 시키면 시키는데로 하는 매우 착한 친구다. 6일 일요일 바다낚시 가고싶쟈? 빨랑와. 전화 놓기가 무섭게 출발했네요. 처제랑 함께 내려오고 있단다. 동작도 빠르지. (손아래 동서네 집이 전북 이리인데 지금은 방학이라 생활비도 아낄 겸 쉴겸 이리 본가에서 뭉게고 있는 중임).
쨔잔... 즐거운 토요일 내일은 낚시가는 날... 룰루 랄라...
마누라한테 전화 해서 '나 말야 낼 낚시가는데 동서를 데려갈까 싶다. 동서 그친구 지금까지 낚시한번 데려가라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잖아. 아! 그리고 처제도 내려 온다는데... 응 그래 지금 내려오고 있데...'
'그래. 잘 됐네. 한번 데려가. 그리고 가르쳐 주고. 가만 김밥이랑 좀 싸야겠네. 그리고 뭐를 준비해줄까?'
망할 여편네... 내가 낚시간다면 줄기차게돈 뜯어가고 도끼눈 하고 이것 저것 조건도 많이 달면서...
하긴 마누라는 처제하고 사이가 무쟈게 좋다. 좋은 것은 좋다고 해야지.
경상도에서 오시는 분을 여천으로 마중나가서 식사 접대하고 집으로 돌아와 동서하고 출조 준비.
동서는 바다낚시를 경험하지 못한 친구라 츄리닝에다 두꺼운 잠바... 그야말로 자세가 영 아니다.
'어이 동서, 그러지 말고 내 낚시복 입어봐라. 동서가 나보다 크지만 낚시복이 조금 크니까 괜찮을거야.
조끼까지 걸치면 폼은 영낙없이 프로다.' 마누라가 싸준 김밥 챙겨 넣고 보온병에 커피. 출조준비 OK.
'배가 한시반에 출발한다니까 집에서 열두시에는 나가야지 밑밥챙기고 할 수 있으니까 조금 잠을 자두는 것이 좋아.' 괜시리 초보 앞에서 너스레 떨고 한두시간 잠을 청하는데 이거 컨디션이 쬐금 찝찝한 것 같다. 목이 간질거리는 같기도 하고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코가 먹먹한 것 같기도 하고...
마누라한테 감기약 하나 사다주라고 해서 하나먹고 잠을 청했다. 휴대폰에 입력해 놓은 알람소리에 깨서 세수하고 이닦고 주섬주섬 챙겨서 출발... 그런데 몸이 장난이 아니네. 괜찮겠지. Let's go.
낚시점에가서 밑밥 비비고 챙기고 마실 물 준비하고 경상도에서 오신 분뜰한테 김밥이며 음료수 챙겨드리고... 드디어 배는 연도(소리도)를 향해 출발... 여천에서 한시간반 정도 걸린다니까 잠 한숨 자 둘까...
가슴설레는 우리 동서... 생쥐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질문도 많다. 무슨 고기가 잡히냐 어떻게 잡냐...
그런데 몸이 으시시 한기 느껴지면서 목이 아픈 것 같다. 그래 한숨 자고 나면 괜찮겠지.
어느 덧 연도에 도착 포인트에 하선, 배비말 근처 어디라고 하는데 정신이 몽롱한 것이 영 죽것네.
동틀때 까지는 앞으로 세시간. 낚시점 사장님이 번개탄이라도 피우고 불쬐라고 몇개 주시고 가신다. 발판을 좋은 것 같은데 게다가 바람도 없이 날씨는 좋을 것 같은데 몸이 아니다. 일단은 번개탄 피우고(번개탄은 완전 연소가 되어서 가루가 날리면 흔적 없음) 불을 쪼이는데 몸이 끙끙앓는다. 아무생각이 없네. 우리 직원과 동서는 걱정이 되는지 나무를 하러간단다. 불을 피워서 쪼이면 좋아 질 것이라고...
어찌 먼동은 트고 동서 채비를 준비해서 막대찌 채비를 해서 수심재서 조절하고 미끼 끼워서 설명하고 (목이 아파서 개미소리로 이거 이거 조심하고 이렇게 해라) 나도 낚시 채비를 갖춰서 1호 구멍찌 채비로 낚시를 시작하는데 정말 몸이 죽겠네. 앞이 노랗게 보이기도 하고...
지난 밤 마누라가 사다 준 감기약(캅셀에 들었는데 효과가 전혀 없었음)을 2알이나 한꺼번 먹었는데 물도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아프다. 약이 넘어가는 순간 목구멍에 엄청난 통증.
낚시 시작한지 얼마지않아 어찌 되었건 30센치 정도 되는 벵어돔을 한마리를 멋지게 체포... 동서는 그야말로 존경하는 자세로 뜰채를 갖다 대면서 '역시 형님은 대단하시네요.' '뭘 그런것은 기본이지' 그와중에 너스레 떨고...
찌가 잠긴다. 챈다. 어럽쇼? 이번은 밑걸린 것 같다. 힘주어 채봐도. 수중찌까지 걸린 것 같다. 그러나 국산대중에 제법 유명한 까만별(?) 1호대라 믿고 챘는데 3번대가 뚝 하고 부러져 나간다. 구멍찌도 두둥실~
아이고 짜증이 난다. 아무생각이 없다. 드러누워 쉬고 싶다. 부러진 낚시대 쳐박아 놓고 드러누우려는데 낑낑거리고 있는 동서를 보니 또 짜증이 난다. 채비가 밑걸렸다. 벽쪽에 가까이 붙었는데도 그대로 담궈 놓았던 모양이다. "그런식으로 게으른 낚시를 하려면 하지마. 부지런 해야 하는 것이 낚시야." 계속 꿍시렁꿍시렁 ++++
완전히 쫄아버린 동서가 어쩔 줄 모른다. 다시 거둬서 바늘 새로 달아 주고... 몇번 댕댕거렸더니 목도 아프고 몸이 힘이 빠지면서 퍼져 버린다. 잘 해주고 싶은데 몸이 죽을 지경이라... '박형! 우리동서한테 낚시 좀 가르쳐 줘. 나는 죽어도 낚시를 못하겠다. 알아서 가르쳐 줘.' 그대로 갯바위에 퍼져버렸다. 그리고 몇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식사하라고 깨우지만 정신이 몽롱하고 그냥 만사가 귀찮다. 무쟈게 춥다. 햇볕은 따싸로운 것 같은데 무쟈게 춥다. 그리고 몸뚱아리는 욱신욱신 쑤시는 것이 누구한테 얻어 터진 것 같다.
비몽사몽간에 시간을 보니 어느 덧 철수예정 삼십분전...
겨우 일어나 부러진 낚시대 챙겨넣고 릴 챙겨 넣고...
뭐는 잡았을꼬? 아까 잡은 벵어돔을 낳어 논 살림망에는 노래미 한마리... 아갸갸갸...
배가 온다. 철수선에 올라서 또 퍼졌다. 정신이 없다. 몽롱한 상태로 얼마를 왔을까...
낚시점 사장님이 뭐라고 하는데... 직원과 동서가 짐을 옮겼다. 빨리 병원가서 진통제라도 맞았으면 좋겠다. 굴뚝같은 생각이다. 선창에서 경상도에서 오신 분들과 어찌 작별인사를 하고 낚시점 사장님과 어찌 작별인사를 하고... 짐옮겨 싣고 병원으로 직행...
의사 선상님 나 죽겄소. 목이 아파서 말도 못하고 손짓으로 대강 설명. 의사가 알았다는듯 입 벌리라고 한다. '심합니다. 입원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아니 그런데 복장을 보니 어디 등산이라도 다녀 오셨습니까?' 완전이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예~ 바다낚시" ' 와! 강적이시네요.이런 상태로 그 추운 곳에서 낚시를 하셨단 말입니까?' 하여튼 주사 맞고 처방전으로 약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마누라 측은한 표정을 지으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야. 낚시가 그리 좋을까?' "비켜라 죽겠다. 아파트가 왜이리 춥나? 전기장판 왕창 올려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끙끙 앓고 일요일 밤은 그렇게 지났다.
월요일이다. 어제 동서는 전북 이리로 돌아갔다. 출근해야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다, 몸은 천근만근이요 목은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부어서 통증이 심하다. "아이고 마누라야. 회사에 전화 좀 해라. 아파서 오늘 출근 못하니까 회의랑은 알아서 해주라고..."
병원 가자며 마누라가 난리친다. 못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입히고...
"니가 운전해라. 나는 추워서 못하겠다"
병원에 갔더니 당장 입원하란다. 결국은 월요일 출근대신 입원했다.
마누라 병실에 올라가서 처재한테 전화하면서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데...
글쎄 이 왕초보 동서가 처제한테 죄다 일러바쳐서는 여우같은 처제가 형부한테 서운하네 그럴 줄 몰랐네 어쩌구 저쩌구 한단다. 이런 망할 넘...
이자식 넌 다시는 낚시 데리고 가나봐라. 사내자식이 내분 분명히 컨디션이 별로라서 신경써주지 못하니까 스트레스 주지말고 스스로 편하게 알아서 낚도록 차분하게(?) 일러주었음에도 사실을 왜곡하고 내가 뭐라고 할때마다 그 추운 갯바위에서 등에 땀이 날 정도로 댕댕거렸다나...
병원에서 무려 4일간 입원해서 주사 왕창맞고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고 드뎌 2002년 1월 10일 이글을 올리는 날 전날 퇴원했다.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이비인후과 의사가 성질이 복쟁이 성질... 뚜껑 열리는 소리만 골라서 하고 치료한다면서 목구멍에 석션(Suction -이물질 빨아들이는 진공기계)을 거칠게 다루고 소독하면서 그 독한 소독약 혓바닥에 다발라서 완전 국방색 혓바닥으로 만들어 놓고 뭐라고 불평하면 맘대로 하라고 배짱튀기고... (언제 이자식을 꼬셔서 갯바위에 데려가봐?...)
죄와 벌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동서(순진하다는 표현은 글쎄 고문관이 좋을 성 싶은데...)를 꼬셔서 마누라한테 대우받고 출조는 했는대 댓가가 혹독하다. 낚시대 부러지고... 입원비 돈깨지고...
참으로 가기 힘든 연도까지 가서는 갯바위에 총맞은 넘처럼 하루죙일 자빠져 있다왔으니 분명 죄와 벌인가 보다.
퇴원 후에 집에 들어서니 악취가 진동한다. 벵에돔과 놀래미가 완전 부패상태로 화장식 욕조에서 젓갈이 되어가고...게다가 망할 넘의 동서는 옷 벗어서 문간방에 휘익던져 놓고 후레쉬는 켜 놓아서 바테리를 엥코 시켜 놓고... 치질 걸릴까봐 채워주었던 궁뎅이 카바도 휘익 의자위에 걸쳐 놓고 양복 보다 비싼 낚수복은 방바닥에 그대로 놓고...
나몰라라 벌려 놓고 제갈길 가는 넘. 앞으로 다시는 낚시를 데려가나 봐라.
하기야 순진한 동서 꼬셔서 대우받는 출조했으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을 법한데 왕초보 탓해 보았자 또 벌받을라...
내일이 벌써 토요일이다. 출조는 커녕 끽소리 말고 낚수대나 닦고 수리나 맡기자.

조사님들. 혹시 유양 블랙스타 1호대 수리하려면 견적이 얼마나 나오는 아시나요?
3번부터 몽땅 부러져 행방불명입니다. 수리보다는 새것을 사야하나요?
금년은 워째 수상합니다. 부디 저 처럼 낚시가서 병원가지 마시고 부디 출조전 몸보신하시고 가슴속에 그리시는 그 큰놈을 노획하시옵기를...
결국은 가족과 낚시는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낚시가 조화를 이룬다면 5짜의 꿈은 이루어 지겠지요.
저는 믿습니다. 조사님들의 가슴속의 5짜가 실화로 이루진다는 것을...
간강과 사랑이 언제나 함께 하옵시기를...


211.117.231.135비봉산: 재미 있었다고 해도 돼는지??????암튼 건강조심 하세요.5짜도 채포 하시구요.감사. [01/11-13:20]

210.218.173.111또이또이: 대구의 유양에다가 직접 물건 보내어서 수리해서 택배로 받으시면 됩니다. 엄청 쌉니다. [01/11-15:11]
211.194.228.95정조사: 글 잘읽었읍니다. 본인도 밑걸리에 대를밑고 당겼는데 3번.4던대가 15cm 로 박살나서 수리하니까 15만원.그리고 바로 처남에게 섬물을 했더니 1년을 못가더라구요! [01/12-09:12]
210.103.88.7대무리: 고생 엄청하셨네요! 저는 낚시가기 1주일전부터 컨디션 조절에 들어 가는데 ㅋㅋ ! 글 재미있게 잘 읽었고 건강하시길... [01/12-10:28]
61.83.52.254kamshi2000: ㅎㅎㅎㅎㅎ..건강 조심하세요 [01/12-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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