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어둠속에서 표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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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의 어둠속에서 표류하다.

G 11 2,597 2004.09.17 17:53
5-6년전쯤의 일이다.
여름 휴가때 회사동료 3인과 한산도,부지도권
볼락 탐사를 하기로 했다.

마침 같이 가는 사람중에 한산도가 집인 사람이
있어 그집배를 이용하기로 했다.
한사람은 해군출신이고 바다는 자신있단다.
나머지 한명 이 친구도 만만잖다.
연대도가 집이고 후배니까 부리기도 좋았다.
내가 항해사겸 포인트를 알려주기로 하니
이건 보나마나한 드림팀이었다

드디어 휴가가 시작되고 힘차게 어구로 출발.
매표소에서 시원한 콩국 한그릇하고 카페리호로
한산도로 달렸다.
한산도는 외가가 있는 곳이라 너무도 친숙한 곳이다.
한산도에 도착하고 배가 있는 진두로 차를 달려
동료의 집으로 갔다.
인사를 드리니 동료 부모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섬답지 않게 집뒤에 있는 밭에는 먹을 것이 풍성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배를 타고 용초도부터 탐색을 시작했다.
카드 채비에 미끼는 민물새우와 야간에 사용할 청갯지렁이를
준비했다.

낚시군들이 말하는 소위 "냉장고 자리" 별반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젓볼락 몇마리의 조과였다.
"야.그냥 오곡도로 가자. 배돌려"
항해사의 지시에 선장이 오곡도로 배를 돌린다.
여기서는 선장보다 항해사가 더 높다.
중간에 비진도에서 해 보자는 선장의 말도 묵살했다.
해수욕장의 조명과 시꺼러운 소음도 문제였지만
개인적으로 비진도는 두번다시 발을 대지 않는다는
사무치는 원한이 있다.
선장이 뭐라고 종알대지만 배는 오곡도로 향하고
어둠이 짙어갔다.
오곡도 동남향 긴여밭을 노려보았다.
씨알은 좀 잘지만 마릿수는 괜찮은 곳이다.
입질에 목말랐던 우리들로서는 알맞는 포인트였다.
그런데 웬걸 ,전혀 입질이 없다.
가늠을 잘못했나 싶어 몇번을 옮겨봐도 감감무소식.
장소를 이동할수 밖에 없었다.
오곡도 서쪽 절벽 밑자리로 이동했다,
전에 쿨러 조황을 여러번 기록했던 곳이다.
한두마리 조과는 있었으나 역시 신통잖다.
입질이 없으니연대도 놈이 연대도 뒷등으로 가자고 했다.
연대도 뒷등 해보고 안돼면 새벽녘에 외부지도로 향하기로 했다.

그런데 배를 돌리고 연대도로 향하는 순간,
""펑"" 하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배는 연기로 휩싸이고
선실안 엔진위의 나무 판대기에 앉아있던 우리는
굴러 떨어지고.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야. 무슨 일이냐.어떻게 된거야"
연기속에서 우리는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밑뚜껑을 열고 기관실을 살펴보았다.
"오. 노우 ." 엔진을 식히는 냉각수 호스가 걸레가 되어 있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고무로 된것이 터져버린 것이다.
냉각수도 다새버려 엔진을 켤수도 없었다.
시계를 쳐다보니 10시다. 할수없이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기로
하고 휴대본을 켜니 이건 또 왜이런지''''
안테나가 안선다.참 돌아버리겠다.
부푼꿈을 안고 왔다가 제대로 낚시를 해보지도 못하고
바다에 갇히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조류는 남으로 흐르고 있었다.
여기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여기 조류가 장난이 아니다.
거의 강물 수준으로 우리배를 남으로 남으로.........
홍염이라도 있으면 구조 요청을 할텐데
3톤짜리 배에는 있을리도 없었다.
예비 호스라도 있을까 싶어 찿아보았지만 그것도 없고
만일 찾아서 끼웠더라도 물이 없어 무용지물인 상황이었다.

모든것을 포기하고 담배 한대씩 물고 멀어져가는
오곡도를 바라보았다.
12시가 지나자 얼마나 조류가 심했으면
외부지도를 넘어섰다.이러다 대마도까지
밀려가지 않나 싶었다.
대책도 없어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소주 한잔씩
하고나니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섬도 안보이고
이젠 망망대해였다.
GPS도 없으니 어딘지도 모르겠고 섬이 안보이니
마음이 불안했다.
<일어도 할줄 모르는데 대마도까지 가면 어떡하지'>

새벽4시.
모든걸 포기하고 있던차에 저멀리 불빛이 보였다.
새벽에 나가는 멸치잡이 어선이었다.
우리는 후래쉬를 흔들며 애타게 불렀다.
"사람 살려.사람 살려"
다행히 신호를 본 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고무 호스 한개와 물 한말을
주었다.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멸치배가 떠나고 배 수리하러 기관실에 들어가서
호스를 맞춰보니 또 눈물이 핑돈다.
치수가 너무 작아 안맞는 것이다.
배위로 올라와 밧줄에 불을 붙여 호스양쪽을 노골노골하게
녹여 끼워 넣으니 겨우 들어간다.
물을 붇고 멸치배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배를 몰았다.
한 30분쯤 갔을까.멀리 비진도가 보일무렵,
펑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고무호스가 터져버렸다.
무슨 이런일이 ..........
몸은 지쳐 있는데 황당할수 밖에 없었다.

대책회의를 한결과 이판사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엔진이 부서지든 말든 가는데까지 가보자---
어쩔수 없는 결론이었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비진도로 향해갔다.
엔진이 열 받을까봐 5분가고 5분 쉬고를 반복했다.
아침이 지나 겨우 비진도 선창에 도착하고 동료는
집에 전화하러 가로 우리는 배에 뻗어버렸다.

한시간쯤 지나니 놀란 동료의 아버님이 동네배로
비진도로 오셨다.그배에 우리배를 묶고 한산도로
돌아왔다. 출발할땐 의기양양 했었는데'
끌려갈뗀 너무 비참했다.
한산도로 돌아와서 점심먹고 돌아왔다.
집에 오니 어디갈 엄두도 안나고 해서 내내 잠만 잤다.
참 재수 더럽게도 없는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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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G 생크릴 04-09-17 18:41
실감 나는군요. 어찌 그런일이..
안 일어났음 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황당 그 자체 입니다.
한밤중 어떻게 그런일이...참 다행입니다 그려..

이제껏 그런일은 없었으니 운은 좋은 편이군요..^^

올가을은 꼭 대물하시어 그날의 못본 손맛 다 보시기 바랍니다.
G 삼여 04-09-17 18:46
욕 봤심다.
저도 시골집에 가면 어선을 타고(무면허 20년) 싸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데 ...
엄동설한에 스크류에 그물이 걸려 잘라내느라고 입수하였다가 중요한 부위가 반쯤
냉동이 되기도 하였고, 홀로 소리도 출조후 남해까지 복귀시 짙은 해무로 인하여 육지를
더듬어 간다는 것이 아무리 돌아도 두어시간전에 봤던 똑같은 곳입니다.
알고보니 조그만 섬을 두시간 단위로 세바퀴를 돌았던 것입니다.
진짜 돌아버리는줄 알았심다.
이제는 비상조치법을 알아 간단한 조치는 직접하면서 지금도 간혹 싸돌아 다닙니다.
G 구름도사 04-09-17 20:10
지나간 애기니까 하는말이지만.....
고기 대박난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추억꺼리가되지 않을까 합니다..하하
G 볼락사시미 04-09-17 21:51
생크릴님.안녕하시죠.
그져 운이 좋았죠. 멸치배 안만났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삼여님도 조심하세요.
밤바다는 정말 위험합니다.
신호 홍염 같은 비상 물품을 꼭 구비하시고 다니세요.
구름도사님도 다녀가셨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G 섬원주민 04-09-17 22:50
어허!!! 오곡도에서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까?
구을비도 까지 떠내려가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잠시 동안에
대마도는 갈 수 있는데...
기회를 놓쳤군요. 하하하.......
G 볼락사시미 04-09-17 23:07
섬 원주민님 반갑습니다.
오곡도를 사랑하시는 님의 얘기는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전에는 주위에 배있는
사람보면 갖은 협박,회유,공갈로 배를 타고
자주 갔었는데 요즘은 그저 갯바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요즘 장대로 볼락 올라오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사는 곳이 거제라 여기저기
가보지만 잘 안잡히네요. 정보 좀 주십시오.
야간 볼락 맥낚시 전문입니다.
G 미스타스텔론 04-09-18 10:38
엄청 놀란 상황이었겠군요
어릴적 부터 기억하면 노젖는 배,돗단배,그리고 육상기(보리타작 원동기), 그리고 해상기(디젤), 그리고 자동차엔진
돗단배후 처은 보는 기계, 바퀴 두개가 양쪽에서 돌고 통통통 엄청난 조류에도 거슬러 올라가는 신기했던 기관으로 생각되고 해남 영전에서 추수후 동화도로 가던중 폭풍을 만나면 벼와 장보는 돼지, 등 다 바다에 버리고 여자들은 고무신으로 물푸고 다행히 도착하였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안개낀 날에 노화도, 보길도, 모도까지 가버린 이야기
최근 7년전 처가식구들과 동화도에 들러 한잔하고 다시 명사십리 해수욕장 가는 밤도중 엔진고장, 고쳐보려고 1시간 표류, 다행히 헨드폰이 있기에 연락하여 견인.
바다의 상황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3년전 마을 어른이 혼자 운항도중 돌연사하는 불행,

새벽 03시 낚시배가 어업중인 소형배를 들이밪고 , 스쿠류에 줄이 감겨 1시간이상 늦게 포인트 진입, 전날 23시 출발하여 배고장으로 군산 어느 섬에서 18:00 철수하여 밤 12시 집에 도착한 일(25시낚시라 기억) ------------

님들 모두 즐낚하시고 추석 잘 보내세요~~~~~~~~
G 주거공간 04-09-18 15:00
아하하하하 ~~``` ( 이걸 웃으야 되나 말아야 되나 ?)...
볼락 사시미님 잼나는글 잘읽고 갑니다~~~~~^^
G 호미 04-09-20 13:25
볼락싸시미님
시껍하셨겠읍니다 ~~~ ㅎ
해군출신, 만만찮은넘(?), 사시미,...... ㅋㅋㅋㅋ
먼가대단 할것같은분들께서 기냥 그길로 ~~~~
대마도~~ 우리껄로 접수하는긴데~~ 에휴~ 아깝네~ 히
G 더불어정 04-09-20 14:38
볼락사시미님!
선박엔진에 대해서 뭘
아시는 분이라 다행이었구먼유.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 같은 놈들만
탓다면 큰 일 날 뻔 하셨네요.
좋은 경험도 하시구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세요!!!!
G 볼락사시미 04-09-20 19:06
호미님.
낚시 가신다더니 즐거운 낚시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내일쯤 조행기 기대해 봅니다.

더불어정님
반갑습니다.
사실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저 눈으로 보고 하는거 보고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설날로 기억됩니다만
욕지도 넘어 야간 볼락 선상 낚시 갔다가
태풍주의보 내리고 눈이 엄청나게 와서
아침에 철수하는데 죽을뻔 했습니다.
선장도 젊은 사람이라 믿음도 별로였는데
알고보니 스쿠버 출신이지 배 운행 경력은
얼마 안된 사람이더군요.
같이 배에 탄 일행들은 사색이 되고
중학교 교사라는 한분은 거의 기절 수준이더군요.
필사적으로 밖으로 나오려는 걸 억지로 선실로 밀어넣고
선장과 나 둘이서 키를 잡고 엄청난 파도를 타고 나왔습니다.
진짜 그때는 죽었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내만으로 들어와서 조금 파도가 약하자
선장왈 "아침에 좀 더 하시다 가시겠습니까?"
엄청 추운날에 물에 빠진 생쥐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실없는 웃음만 나오더군요.
지금쯤은 좀 노련해졌을라나 ......
죽을 고비 넘기고 차를 타니
눈길에 미끄러지고 통영 어문고개는 거의 아수라장이
되었었죠. 이후로 눈오면 낚시 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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