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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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G 4 1,525 2005.01.20 13:50
여름 야영

굵어진 비로 갯바위(금오도)에 내리기 싫어진다. 선장께서 혼자는 외롭다고 먼저 선점한 꾼의
자리에서 100m 쯤 떨어진 자리에 내려 주고선 배는 멀어져간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이라
꾼들은 미동도 없고혹시 텐트 속의 꾼들이 깰새라 쥐걸음으로 짐들을 옮기고선
찌를 흘려 보려하나 너무나 많은 비가 내린다. 도착한지 십분도 되지않아 생쥐가 되버렸다.

새벽 하늘이라는게 온통 검은 구름 안개 뿐이고 바람도 종횡무진으로 불어덴다. 가져온 짐
들을 다시 정리해보지만 장대비의 위력엔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어디 텐트라도 쳐볼려고
정탐을 해보나 꾼들의 장소 외엔 허리조차 붙혀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꾼들의 야영지
바위 아래로는 간밤에 포획된 돔한마리가 살림망에 담겨 물이 빠져 버린 때문에 바위에 덩
그러니 걸려 있었다.

다시 낚시대를 드리워본다. 이제는 전자찌의 밝음은 없어지고 육안 시야로 바람으로 일렁
이는 파도를 타고 흐르는 찌를 주시 할 수 있었다. 일기예보가 맞다면 오후부터는 햇살을
볼 수 있겠지. 던져보고 기다려 보고........그 새벽에서 점심때까지 입질 한번 받을 수 없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그칠줄 모르고........

12시가 넘어가자 무척 허기지다. 가져온 도시락을 펼칠려 해도 비 때문에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위가 수직으로 약간 들어 간곳을 발견하고선 겨우 도시락을 펼칠 수
있었다. 바위에 기데고 앉아 보니무릎 한뼘 밖은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빗물이 폭포
수 처럼 흘러 내리고 무릎 위에는 위태롭게 밥그릇이 놓여지고, 찬그릇은 울퉁한 바위 위에
삐짱이 놓여지고.........

김치 한가닥을 집어 입에 넣으니 빗물이 절반. 왜냐면 젖가락이 반드시 빗속을 뚫고 입으
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싶은데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때 먹은 그밥맛이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낚시 가서 비와 불면 비 맞아 불자.배고프면 비가 와도 밥은 먹고보자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일단 밥은 먹고보자.파도가 일어도고기를 못 잡아도
밥은 먹고보자.혹시 아냐?이러고도 큰고기 잡을지어찌 알 수 없지 않느냐?
아! 맛있다.

오후 서너시가 지나자 급속히 날씨가 좋아지고 차츰 파도도 잠잠해져갔다. 이제는 뜨거운
햇살에 가져온 장비를 말리니 하루 저녘 야영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우선 어둠이 밀려 오
기 전에 저녘을 준비해보자.

세바늘 가지채비에 크릴끼워 민장대를 휘둘러 끌어 보니 무언가 묵직, 깔다귀. 다시 몇차례
시도하여 깔다귀와 망숭어 추가 찬거리 장만하고 밥을 짖고 ........ 몇점 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병이 금방 사라져버리고 주위에는 서서히 어둠이 몰려 왔다.

먼저 허리와 엉덩이만 들어가는 패인 곳에 매트리스를 겹으로 깔고 고르지 못한 곳은 가져
간 옷가지를 쑤셔넣으니 어느 정도 반반해졌다. 경사진 낮은 곳에는 아이스박스를 놓고 다
리 걸치고, 머리에 베개를 놓고서는 하늘 쳐다보고 누워보니 그런데로 잘 수 있을 것 같다.

어둠속 멀리로 꾼들도 부지런히 저녘을 맞는다. 매사 행동하는 폼생이 예사롭지 않고 질
서가 정연하다.그들 중 벌써 야광찌 끼워 흘리는 조사도 있었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낚시
를 해보리라 생각코선 라디오를 틀어보니 찌글거리며 음악이 흘러 나온다.

어두어져가는 하늘에는 하나둘 별들이 등장하고 그 중에 큰별을 찾아 눈을 굴려보면 다른
곳에 더 큰별이 있고......멀리로 섬마을에 불빛이 아른거리고 아! 수년간 하고 싶었던 혼자만
의 갯바위 야영...... 그러나, 그때부터서 수난이 시작되었다.

위윙, 철썩, 삐이잉, 철석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가져간
모기약을 노출 될만한 곳에 덕지덕지 바르고 눈만 내어 놓고서는 다시 하늘을 쳐다본다. 더
많은 별들이 보인다. 수건으로 덮어버린 얼굴위로 수많은 모기의 비행음이 들린다. 순간적으
로 물린 이마 위를 긁어데는 손등을 물어 버리고.... 다시 눈까지 수건을 덮고선 모기를 피해
본다. 무덥지근 답답하다. 위잉,위잉. 삐이잉........

휴식을 취하고 낚시를 해보겠다던 결심이 쉽게 달아나 버린다.채널을 돌려 보지만 들리
다가는 잠잠해져버리고, 라디오 오프하고선 천체망원경이 되어 다시 하늘 관찰 시작. 하늘은
고요한데 내 머리통 주위로는 수만의 모기들이 윙윙거린다. 이럴때는 집중하는 수밖에 별을
세어보자. 우주의 크기를 가늠해보자. 우주의 나이를 생각해보자.

얼마나 지났을까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모기의 비행음은 초저녘보다는
잦아 들었다. 하늘에 별들의 진용이 완전히 바뀌고동쪽의 별들이 밝기를 더한다. 지구가
돌고 있는게다. 지구의 바위등에 실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돌고 있는게다.

저기 큰별은 누구게,저기 밝은 별은 누구게,별들에 선을 그어 모양을만들고, 희뿌
연 별 구름에 만별이 다 있겠다 싶고, 지금 저렇게 밝지만벌써 죽어버린 별들의환영을
본다는생각도 하고, 그런별을 보고 있노라면언제나 처럼 텅빈 마음은 별들을 품어 가슴
에 놀게하니 그 별들은 마음바다 물고기려니..........

부지런한 꾼들은 벌써 아침 물때를 노리고 있다. 바위 돌아가는 곳, 꾼의 낚시엔 감성돔이
올라오고. 이제 나도 아침 물때를 노려보자 결심하여 보지만 쉽게 등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모기에게 헌혈하고 빈혈이 생겼는지 어찔어찔하다. 지난밤 초저녘에 준비해둔 채비를 그대
로 던져 넣었다.

그날 여름 아침바다는 어느 때보다 평안감과 상쾌함을 가져다 주었다.

이글거리는 땡볓이 온바다에 그윽해진 정오, 텅빈 아이스박스를 배에 실코서는 철수길에
올랐다.축축한 날이면 지금도 그날이 필름처럼 돌아간다.마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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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G 검은고독 05-01-20 16:56
마음바다님의 한여름밤 교향곡을 잘 들었습니다.(그 상황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했습니다. 산에서 혼자 탠트를 치고 또는 비박을
하고...
혼자만의 시간들을 산에서 많은 날들을 보내었구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자신도 모르게 바다를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 수년동안은 원투낚시로. 그리고 갯바위를 찾아다닌지 2년이
흘렀습니다.
갯바위에서 추운날 야영도 하고 비박도 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이
마음바다님을 글을 접하다보니 주마등같이 스치네요.
자주는 못가지만 그래도 항상 갯바위가 그리워집니다.
이번주말 날씨가 좋으면 삼부도를 찾아볼까하는데 밖에는 지금
눈발이 흩날리네요.

G 생크릴 05-01-20 17:13
여름에 낚수가서 비와 모기 이야기는 끝도 없겠죠?

님의 글 읽으며 휴가때 제주범섬에서의 일이 생각이나서...

모기를 별로 좋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날후로 모기라면 자다가 일어나

확실히 잡고 잡니다...ㅋㅋ

한 200방 물렸나???...흐미~~ 모기...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 하시고 가끔 대물도 하세요...
G 뱀의눈물 05-01-20 18:53
멋지십니다 ^^
G 마음바다 05-01-20 21:06
바다를 산보다 사랑하시는 검은고독님, 저처럼 모기와 함께하시며 바다를 사랑해주시는 생크릴님, 저보다는 천배 나 멋지신 뱀의 눈물님 안녕하세요. 첨뱁습니다. 실제로는 이곳에서 몰래 님들을 많이 뱁었죠 그냥 그렇고 그러한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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