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에는 돌돔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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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에는 돌돔이 산다.

G 7 4,424 2006.01.16 20:36
작년 8월의 조행기입니다.
사랑방 같은 작은 쉼터와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만
더 많은 분들이 보실 것 같아 다시 올려봅니다.


드디어 마나님의 차를 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갈비 부러진 마누라 버려두고 혼자서 낚시를 간단말야?
간호는 못해줄 망정?.... "

할 말 없던 태공은 드디어 히든카드를 뽑아들었습니다,

"돌돔 잡아다 회떠줄께."

"어이구 이쁜 소리만 골라서 해요..."

눈을 흘기면서도 집사람은 못이기는 척 차 키를 내주었습니다.
잔소리를 해도 가고 안 해도 낚시 가는 게 나라는 걸 잘
알면서도 집사람은 기어이 잔소리 한 마디는 빼놓지 않습니다.
낚시가방에 사놓고 일 년 여를 사용하지 못했던 돌돔 전용
민장대를 끼워넣었습니다.
녹동으로 차를 몰아가든동안 끊임없이 폭우가 내립니다.
하지만 운전에 방해가 되는 폭우보다는 돌돔 잡을 걱정이
더 앞섭니다.

미끼는 뭐를 써야 되는 거야?...

포인트는 어디로 정해야지?...

할 수 없이 단골 선장에게 전화를 넣었습니다.

두시 배롤 들어가니 볼락 잘 나오는 자리나 생각해둬요 잉~
오가고호(1).jpg
녹동에서 타고가는 오가고호입니다.

고놈에 볼락은 평생 짊어져야 할 업인 모양입니다.
머릿 속에서는 돌돔 걱정을 하면서 입으로는 볼락 포인트를
알아보라니.... 어이 없어 혼자서 쓴웃음을 날렸습니다.

코바위.jpg
너울에 흔들리는 여객선 안에서 본 서도 코바윕니다.

좋아하던 서도는 남서쪽에서 밀어부치는 높은 너울에 점령
당하고 볼락 씨알이 장난이 아니라는 동도 안간여에 내렸습니다.
선장이 내리라면 전 군소리 없이 내립니다. 낮에는 돌돔과
벵에돔을 치고 밤에는 볼락을 치라더군요.

오후 네시 반 부터 돌돔 원투낚시를 배봅니다. 하지만 게고동
미끼를 달아 던진 원투낚시는 5분도 안 되어 머리부분 각질만
남습니다. 할 수 없이 벵에돔 대를 빼어듭니다.

거문도는 지금 벵에돔 최고의 호황이라더군요. 호황 덕에 금새
30센티가 넘는 굵은 벵에돔 몇마리를 매운탕용으로 챙겨넣었습니다.
벵에돔 사이에 새치기로 끼어든 뻰찌급 돌돔 한 마리 썰어 긴
여정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날이 저물고...
빼어든 3칸 뽈찾사대에 두바늘 채비에 청개비를 달아 던지니
휘이잉~ 줄이 공기를 가릅니다. 팔뚝만한 전갱이 두 마리가
달려나오다가 갯바위에 툭 떨어져 귀향하고 맙니다.
0.8호 목줄로는 무리다 싶어 접고 KP대를 뽑아들었습니다.
원줄 2호, 구멍봉돌 2호, 목줄 1미터에 청개비 한 마리.
바닥에 가라앉혀 슬슬 끌어볼 요량이었지만 바닥에 닿기도
전에 대를 끌고 갑니다.
전갱이 한 마리, 두 마리.... 열 몇마리를 세다가 대를 접습니다.
안간여 한 바퀴를 다 돌아도 전갱이 전갱이, 그리고 또
전갱입니다.

텐트 안에 누워 모처럼 별을 세어봅니다.
바다에는 전갱이가, 하늘에는
별들이 득시글대며 자신들이 그 세상에 원주민이라고 시위를
합니다.

다음날, 주문한 성게 3키로를 받아들고 안제립여 배꼽이라는
직벽에 가까스로 발을 내렸습니다. 발판이 그런대로 좋은
자리라고 하지만 아이스쿨러며 보조가방 등을 놓으니 마땅히
발 디딜 자리가 없습니다.
너울은 발 밑까지 치고 올라오고... 휴우~ 한숨과함께 겁이
더럭 밀려옵니다. 팩을 박고 민장대를 거치하고 가까스로
쿨러에 엉덩이를 걸치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좌측으로는
안제립여 우측으로는 큰제립여가 보입니다.

배꼽자리.jpg
앉은자리 우측으로 보이는 큰제립엽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독학했던 돌돔 민장대 낚시를 처음으로
실습하는 날입니다.
생전 처음 빼어든 5.5칸 민장대는 무게750그램에 길이가
물경(勿驚)10미터, 들고있는 것 만으로도 공포심이 우러납니다.
엇그제 매어둔 바늘에 성게를 달아 던지고 공부한대로 굵은
성게를 망치로 으깨어 포인트에 던집니다. 던지자마자 회의감이
몰려듭니다.

고수들도 서너번 출조에 한번 잡을까말까 한다던데...
이거 내가 뭐하는 짓인가...
그냥 거치대에 걸어두고 벵에돔대나 빼어들까?...

하지만 누군가 주먹으로 문을 쾅쾅 두드려댑니다.
하여간 예의라고는 전혀 없는 무식한 놈의 노크입니다.
볼락의 예신이 새색시의 앙증맞고 수줍은 노크라면 돌돔 이놈은
아예 대문을 걷어차는 불량배의 발길질 같습니다. 동시에
초릿대가 쿡쿡 쳐박힙니다.

이럴 때 대를 더 숙여주라고 그랬지!...

대를 더 숙여주니 사정없이 끌고 들어갑니다.
우우욱~하는 순간 대가 허전해집니다.
7호 모노필라멘트 목줄이 끊어진 채 나옵니다.

떨리는 손으로 다시 채비를 해서 던집니다.
이내 입질이 들어옵니다. 먹기 좋게 대를 숙여줍니다.
네번째의 예신을 받는 동안 초릿대부터 3번대까지 물속에
밀어넣자 다섯번째는 아예 허리까지 대를 빼앗아가버립니다.
있는 힘을 다 해 겨우 대를 세웁니다.
순간,
끄응~하는 신음과 함께 어느 개그맨이 했던 대사가 떠오릅니다.

"아~ 이 짜릿한 육신의 고통~"

5분 여의 줄다리기 끝에 드디어 놈이 떠오릅니다.
줄무늬가 선명한 빨래판 크기의 돌돔이 수면에 눕습니다.
줄잡아 50센티,
어렵게 뜰채질을 하는데 남은 바늘 하나가 뜰망에 걸려 상당히
위태로워 보입니다. 다 올려놓고 발 밑에서 떨어져 고향 앞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리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고기맛을 보진 못했지만 손맛 눈맛, 몸맛까지 봤으니까요.

서툰 그믈질에 큰고기 든다더니....
아마도 그놈은 서툰조사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리고 물어준 게
틀림 없었습니다.
다시 던진 채비에 돌돔들이 올라오기시작합니다.
연이어 40센티급 3 마리의 입질을 받아 세 마리 다 쿨러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근 60센티급 한마리는 다 띄워놓고
뜰망을 잡기 위해 한 손을 놓는 순간 물 속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3번대를 부러뜨렸습니다.


돌돔.jpg
처음으로 뜰망에 담아낸 40센티급 돌돔입니다.

여분대도 있고 미끼도 남았지만 9시 도시락 배달 온 배를 타고 10시
여객선으로 귀가를 했습니다. 더 많은 욕심 내다가 귀한 활어 생선으로
전락되기 전에 먹어주는 게 잡은 고기에 대한 예의라 여겼습니다.
어제 잡은 벵에돔 전갱이 손질해 냉장고에 넣으니 집사람 앞으로 한
달은 생선 안사도 되겠다며 좋아라합니다.

돌돔회.jpg
위엣녀석이 요렇게 변했습니다.

돌돔 회를 맛있게 먹는 집사람을 보며 저는 내심 걱정이 앞섭니다.
게고동이며 성게까지 돌돔 미끼 사느라 추가 지출된 비용이 얼추
십만원이 다 되니....
이궁~
할 수 없이 당분간은 낚시를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정보

그날 그자리(배꼽자리)를 떠나며 손뼉을 마주치고
자리바꿈을 한 산포래님의
조행기가 1601번에 등록되어 있더군요....
같이 보시면 릴레이조행기가 될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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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G 멀라 06-01-16 22:57
ㅋㅋ
재미나게 잘읽었습니당...
G 타스코 06-01-16 23:53
재미있구요 회 먹음직스럽네요?
다음출조시에는 채비를 좀더 튼튼 하게 써보심이..
10~12호 정도나 .....
G 가자해변으로 06-01-18 16:20
정말 돌돔회 먹구싶다!~~!!
G 뜬구름아 06-01-19 11:07
조행기 실감나게 잘 쓰시네요.현장감이 팍팍 느껴집니다.거문도는 정말 낚시하기 좋고 고기 많은 섬이지요.다만 원도라 보니 2박3일정도 여정이 아니면 오가기가 좀 힘든 곳.조행기 읽으니 불현듯 거문도 함더 가고 싶네요.물론 8월 휴가때까지 기둘려야 겠지만....
G 산포래 06-01-20 19:58
작년 여름 어느 날 배꼽에서 태공바위님과 자리바꿈한 산포래입니다...꾸벅
덕분에 저도 손맛 한번 멋지게 보았습니다ㅎㅎㅎ
돌돔낚시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처럼의 폭발적인 입질을 또다시 받을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드네요
지금도 가끔씩 그때를 떠올리면서 짜릿한 전율을 느끼곤 합니다^^
봄이되면 참갯지렁이 주렁주렁 매달고 원투대나 휘둘러야겠네요 ~~~
G 태공바위 06-01-20 20:17
여러 님들께서 조행기 재미나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산포래님, 반갑습니다.
아마도 그날 제 실력으로 보면
소발로 쥐 잡은 격이겠지요....
언제 한번 뵈올 날이 있겠지요.
G 구미감시 06-01-21 09:56
태공바위님 같은날 저역시 삼부도에서 돌돔낚시를 하고있었고 손맛을
보았답니다.
저도 그날 한번 목줄 터지고 짜린한 손맛을 보았는데 지금도 그때의
전율이 느껴지는듯합니다.
늦었지만 다시한번더 축하드립니다.

산포래님 반갑습니다.
물론 안녕하시겠지요?
글은 자주 남기시지 않지만 늘 인낚과 함께 하고 계시는군요.
이번 여름에도 지난해처럼 짜릿한 손맛을 기대하며 기회가
된다면 여수에서 또 얼굴을 뵐수가 있겠지요 그때까지 건강하십시요.
언제나 대물행운이 함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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