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포의 푸른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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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포의 푸른 밤 !

G 1 2,193 2006.09.28 19:47
해상콘도에서 낚시를 할 것이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음란한 상상부터 들었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에서 주인공 남자는 해상콘도에 다방 레지를 불러 낚시와 더불어 음란한 정사에 몰두한다. 물위에 떠있는 콘도에서 낚시를 하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외부와 단절된 은밀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정사 장면의 기억은 그 뒤로 해상콘도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마다 야릇한 상상을 일으켰던 것이다.

하지만 탑포의 해상콘도에서 1박 2일 낚시여행을 끝내고 온 지금에 와서는 낚시의 추억이 서정적이고 훈훈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도 ‘탑포의 야릇한 밤’이 아니라 ‘탑포의 푸른밤’ 이 될 수 있었다.

거제대교를 지나 구불구불한 국도를 한 시간 정도 달리며 멀미에 시달리자 눈 앞에 포근한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펼쳐졌다. 탑포에 도착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그 전날 미리 와 계신 선발대 선배들과 합쳐 10명이 우리가 하룻밤을 지내게 될 해상콘도로 가기 위한 작은 배에 올랐다.

배는 하얀 포말을 밀어내며 십 여분을 달려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 해안에서 삼십여 미터 떨어진 해상콘도로 우리를 실어 날랐다. 배를 향해 점점 다가오는 콘도의 첫인상은 무척 깔끔하다는 것이었는데 그 안에 식수 및 취사시설, 욕실, 위성TV 등이 깔끔하게 갖추어져 있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특히 식수는 눈 앞의 깎아지른 절벽 너머의 산에서 끌어오는 약수라 하여 더욱 신기했다. 주위가 섬과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바닷물은 잔잔했고 콘도는 살랑살랑 밀려오는 파도 위에 얌전하게 떠 있어 멀미로 고생할 위험도 없었다.
콘도에는 그 전날 선발대 선배들이 잡으신 감성돔(감쉥이) 여덟마리가 어망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회를 먹기 위해 어망을 끌어올리자 옆지느러미를 90도로 꺾으며 반항하는 것이 물고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생짜배기 자연산 감성돔을 먹게 된다는 기대감을 한껏 북돋았다.
감성돔은 이런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씹히는 맛이 일품인 회와 진국이 우러난 매운탕을 선사했다. 특히 회를 발라내고 매운탕 거리를 손질한 다음 맹물이 담긴 솥에 담그자마자 허옇게 배어 나오던 기름은 감성돔이 얼마나 영양으로 꽉 찬 놈인지 말해주었다.

회를 먹으며 선배들과 소주를 나누어 마셨는데 낮술임에도 불구하고 감성돔의 원기가 전해진 탓인지, 아니면 선배님 말씀대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주량을 넘어 마셨음에도 취하지 않았다. 약간 알딸딸하게 취하고 또 마시고 하는 것을 저녁까지 서너 번 반복하였는데 보통 주량을 채우고 나면 잠을 자는 나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동안 선배들은 낚시를 하셨고 저녁 때까지 먹기 만한 나도 슬그머니 낚시 대를 빌려 낚시 대를 드리워 보았다. 낚시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나는 선배가 만들어 주신 낚시대로 몇 분 만에 전갱이를 한 마리 낚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손 맛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다 잡았다가 눈 앞에서 전갱이 한 마리를 놓친 다음에는 아쉽게도 한번도 손맛을 볼 수 없었다. 선배들은 밤 늦게 까지 낚시에 몰입하셔서 다음날 아침까지 십 수 마리의 감성돔, 돌돔, 전갱이, 고등어, 농어 등을 낚았다. 고기가 낚시를 물면 낚시 대를 잡고 아이처럼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고 우리는 몰려가 끌려오는 물고기를 함박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낚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감상에 한계가 있지만, 시원한 바다와 더불어 느긋한 마음으로 낚시를 하고 또 고기를 낚으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면서, 함께 어울려 신선한 회와 매운탕을 먹으며 술잔을 기울인 기억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어느덧 밤의 낚시가 끝나고 한 사람, 두 사람 잠을 청하며 콘도 안으로 사라질 때, 나는 콘도의 바다 쪽 한 켠에서 의자에 앉아 파란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물론 밤이어서 진짜 색깔은 검은 색이었겠지만 그 날 밤의 서정적인 기분과 시원한 바닷바람, 콘도에 살랑살랑 부딪혀오는 파도, 그리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 들은 내 머릿속에서는 파란 색깔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은하수를 오랜 만에 볼 수 있었는데, 살랑살랑 흔들리는 밤바다 위에 떠서 쏟아지는 은하수를 보고 있자니 절로 감상적이 되어서 잊고 지냈던 지나간 일들이 새록새록 떠 오르는 흐뭇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침이 되어 간단히 라면을 먹고 그 전날 잡은 물고기들을 끄집어 내어 하나하나 회를 발라 먹었다. 감성돔과는 또 다른 맛이었는데 입안 가득 채워지는 농어의 구수한 맛이 특히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배가 불러 그만 바다로 놓아 주려는 매가리 들은 내가 염치없이 달라하여 소금을 치고 비닐봉지에 담아 집에 가져가기로 하였다.

정리를 하고 11시 즈음에 배를 타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콘도를 터나 뭍으로 돌아왔다. 콘도 주인 같지 않게(?) 털털하고 재미있으신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내가 들고 온 전갱이 들을 담을 스티로폼 박스와 얼음을 주셨고 단단히 포장까지 해 주셨다.

아름다운 추억을 뒤로 남긴 채 탑포를 떠나 집으로 향하면서 우리는 이 다음의 또 다른 좋은 추억을 만들 낚시 여행을 기약하였다.

* 즐겁고 안전한 낚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탑포 콘도 운영자님께(전석호 사장님 이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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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G 부산거제사랑 06-10-02 03:16
제가 다녀온듯 생동감있게 글을주셨네요..
때론 편안한 상판낚시의 분위기도 좋기도 하지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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