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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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만에서...

G 4 2,055 2004.09.15 14:51
오토바이였다. 난데없이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에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보니,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오토바이들이 쏜살 같이 달려가도 있었다. 새벽 3시
반 수영만에서의 일이다. 우리 나라의 어린 청소년들 참으로 기특한 면이 많다. 그
깊은 밤, 잠을 참아가며 저렇듯 스스로 기동훈련에 여념이 없다니... 볼수록 대견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낚시터가 북새통인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곳에서는
어느 정도 몸을 부딪쳐가며 낚시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더불어 즐기자는
데, 딱히 따질 일이 아닌 것이다. 적어도 해질 무렵 농어가 잡히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문제는 농어였다. 그러니까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이 되자,
꼭 무슨 석양의 무법자라도 되는 듯, 농어 채비를 들고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도심지 한복판이나 다를 바 없는 곳에서 무슨 농언가 싶었다.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입증하는 덴, 채 10분도 걸리지 안 했다. 보기엔
어설퍼 보였는데, 그가 보아란듯이 제법 그럴듯한 농어 한 마리를 끄집어내는
게 아닌가! 그것도 온통 물 속을 헤집어 놓고...

그러자 그걸 본 눈 달린 다른 낚시꾼들이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할 것이
모두 농어 채비를 들고 설치더니 삽시간에 피멍들은 눈 알맹이 같은 전자
찌들이 바다에 온통 떠다니게 이내 만들어버린다. 동네 낚시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의 민첩성에 그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용하게 하면 농어들이 가까이 붙을 법도 한데, 경쟁적으로 멀리 던지기 위해서
허공을 가르는 소릴 내며 무섭게들 낚싯대를 휘둘렸다. 또한 물살에 줄들이 엉켜서
서로 티격태격 하기도 하고, 농어 한 마리에 세 명의 줄이 꼬여서 누구의 바늘에
걸렸는지 확인한답시고 여럿이 둘러앉아 조심스럽게 줄을 풀어 가는데, 그때마다
그 성질머리 괴팍한 농어 몸부림에 다시 줄이 꼬여서 난감해하는 진풍경도 비일
비재했다.

방파제 위가 이렇게 난장판이 되고 보니, 더 낚시할 마음이 생기지 안 했다. 술만
안 마셨다면 바로 돌아왔을지 모른다. 물론 기대하지 않은 고기, 이를테면 제법
토실토실한 벵에돔과 감성돔이 낮에 낚여서, 밤으로 조용해지면 한 번 노려볼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잠시 잠들었던 것인데, 그 폭주족들 오토바이로 잠에서 깬 것이다.

텅 빈 방파제. 그 시끌벅적했던 농어꾼들 다 돌아가고 이젠 다시금 평온을 찾은 듯,
방파제는 쉴 세 없이 출렁이는 물결 소리에 그저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저만치
화려한 불빛에 싸여있는 호텔들은 무엇이 그 시각에 그렇게 바쁜 일 있는지, 연방
엘리베이터는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데,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주변의 고층 아파트들은
철지난 물가를 굽어보며 졸고 있었다.

메가리가 잡혔다. 겨우 손가락 만한 것이 밤으로 올라왔다. 농어꾼들이 다 짐 싸들고
돌아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동네꾼들의 기동력 있는 치고 빠지기 신공을 좀 더 연구해야
할 모양이다. 기대했던 벵에돔이나 감성돔은커녕 그 흔한 망상어 한 마리도 걸리지 안 했
다.

낚시가 안 되는 밤은 지루하다. 지루한 시간은 헛된 상상이 생기는 법. 낮에 본 장화(?)가
생각났다. 뭔가가 허물거리며 떠다니기에 우린 그게 해파린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니 해괴하게도 장화가 아니가! 쩝... 어느 년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 나왔을까 곰곰히 생
각해 봤지만, 그럴수록 머리만 복잡해진다. 후배는 물건(?) 얘기를 했다. 호텔용 배가 들어
누워 있는 곳에서 찾아낸 것인데, 머리(보통 머리라 한다. 한문으로도 그렇게 부르다.)에 잔
뜩 담치가 붙어 있었다. 담치들도 물건은 금방 알아보는 모양이다. 볼그레한 빛에 힘줄은
왜 달고 있으며, 굵기는 왜 또 그렇게 굵게 만들어... 언 늠 기죽일 일 있나...??!! 쩝~그런
게 떠다니는 동네 낚시터를 어찌 봐야 할 것인지?

괴이한 생각을 떨쳐버릴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심하게 출렁이는 물결에서 눈을
뗐다. 안 되는 시각에 뭘 더 기대한답시고 청승을 떨고 있으랴!

그런데...

후미진 곳에서 그때까지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안는가! 분명 동네꾼일터...
밤에는 후미진 곳이 포인튼가 싶어, 그곳으로 가봤다. 도대체 뭐가 낚이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부부였다. 연세가 족히 칠 순은 되었음직한 어르신들이었다. 낚기는 건 역시 손가락 정도
의 메가리. 어렵게 크릴을 꿰어 던지면 금방 물고 늘어진다. 그런 낚시의 재미가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각자 작은 쿨러를 하나씩 곁에 두
고 열심히 잡아 담는다. 어찌 보면 다소 위험한 곳이다. 젊은 사람들이야 뛰어 다닐 수도
있겠지만, 밤 눈 어두운 어르신들에겐 그게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두 분은 좀처럼 발
은 움직이지 안 했다. 도대체 그 좁은 장소에서 몇 시간째 그러고 있었단 말인가! 분명 낮
에 그 자리에 올라섰을 것인데...

우리들이 작은 물고기에 시들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작은 손맛을 위해서 두 어
르신이 그 깊은 밤까지 그 정성을 쏟고 있음을 볼 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작은 일
에 자칫 소홀한 게없지나 안 했나 되돌아보아지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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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G 고기야 04-09-15 22:45
늘 후회하며 살지요.
작은일에 감사하지 못하는 무모함.

정성이 가득한 글
잘 보았답니다.
G 돔사랑 04-09-16 00:58
오랫만에 좋은글을 올려 주셨네영
많이 바쁘셨던 모양이네영

긴~ 여운이 남는글 잘 봤습니다
언제나 즐낚, 안낚하세요 ^^*
G 김일석 04-09-18 04:3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물망상어꾼님, 너무 오랜만에 님의 정성 가득한 글을 이곳에서 만납니다.
건강히 지내고 계시겠지요?
앞으로 물망상어꾼님의 글, 자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뵈니 반가움에 인사 올립니다.

G 주거공간 04-09-18 14:47
좋은글을 올려주신 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어려운 이때 잠시나마 웃음을 잃지를 않았습니다....
작은 웃음을 주신 물망상어꾼님 ....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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