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추자도~ 비와 바람과 파도, 그리고 사람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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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추자도~ 비와 바람과 파도, 그리고 사람들과...

G 8 2,034 2004.05.05 20:14

비와 바람과 파도, 그리고 사람들과... (3일간의 추자도 조행기) 김일석 목요일 밤, 괜스레 마음만 바빴다. 다대포에서의 야간강좌를 마치고 바쁘게 집으로 돌아와 낚시짐을 주섬주섬 챙겼다. 주말에 가족 모두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방문하기로 했던 계획을 깜빡 잊어먹고 난데없이 추자도로 낚시 가겠다고 했더니 난감해 하는 마누라의 항의에 내 마음은 졸지에 우울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식자재 유통을 하는 후배님과 친구와 함께 완도로 차를 달렸다. 꼭 두달 만에 가는 추자도였던 지라 나설 때의 울적한 마음은 금새 없어지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온갖 얘길 주고 받다보니. 조금씩 설레임을 드러내게 되고... 게다가 요즘 드물게 한 마리씩 출몰한다는 대물 참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니 어쩔 수 없는 낚시꾼인지라 금새 아이들 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신양리 방파제에 도착하니 내리는 낚시꾼은 불과 몇 명 뿐.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하고 살랑살랑 미풍이 부는 게 그저 텅 빈 갯바위에서 벌일 대물 참돔낚시에 대한 엑사이팅한 장면이 오버랩 되고...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보고싶어 미칠 것 같았던 사람들... 초롱초롱한 눈빛과 실룩거리는 얼굴, 숨 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얘길 하자니 살아가는 얘기며 예의 정평이 나 있는 잡다한 낚시수다로 우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항상 그랬지만 추자에 도착하는 날은 오후 낚시에 그저 두어시간 집중할 수 있다면 가장 개운한 상태가 된다. gulbyship.jpg 첫날 오후낚시는 푸렝이 남서쪽. 수심 15m 내외의 호쾌한 갯바위였지만 조류 흐름이 너무 미약하였다. 넘치는(?) 에너지로 두 시간 쯤 집중하였으나 혹돔 한 마리와 노래미, 자리돔 따위의 고기들 뿐 뭔가 큰 고기가 들겠다는 느낌이 전혀 없어 대를 접고 갯바위에 드러누워 잠에 빠져들었다. 밤새 수다 떨며 장거리를 달려온 지라 완전히 곯아 떨어졌다. 요즘 들어 아무 갯바위에서나 엉덩이만 걸치면 금새 꿈나라로 간다. 조금만 시끄러워도 잠을 설치기 마련인데, 바다에서의 파도소리와 갯내음은 어떤 수면제보다 강력한 듯...^^ 철수하는 뱃소리에 잠을 깨니 몸은 날아갈 듯 개운해졌고 민박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낚시수다에 푹 빠진다. 활력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주인장의 엽기적인(?) 인터넷 특강과 그에 맞장구를 치며 함께 웃고 떠드는 조졸들. 밤이 깊어가니 피곤에 겨워 하나 둘 픽픽~떨어져나가고 혼자 꼭두새벽까지 컴 앞에 앉아 역사발전에 별로 도움되질 않을 듯한 시간을 졸았다 깨고를 반복하며 밤을 새웠다. 이미 바람소리는 만만찮고, 예보엔 주의보가 떨어질 듯 하니 낚시고 뭐고 푹 자는 게 장땡일 듯 싶었다. 늦게야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니 창밖으로 보이는 누우런 대나무 숲이 휘청거린다. 방파제로 낚시 나간 두 사람은 땡바람에 얼굴이 버얼개져 빈 손으로 돌아오고 따뜻한 안방에서 주인장과의 넘치는 농사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난 쾌재를 불렀다...^^ punggyung17.jpg 점심을 먹고는 도보포인트인 나바론 골창으로 갔다. 무거운 밑밥통과 장비를 들고 개미같은(?) 허리를 혹사하며 포인트로 가니 이미 주의보를 피해 들어온 낚시꾼들로 초만원이다. 다시 방향을 틀어 넓은 골창을 이루고 있는 목개 안따랑으로 들어갔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갯바위를 행군하는 건 정말 질색이다. 몸은 굳을대로 굳어 무릎이며 허리, 어깨가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직벽을 타고 겨우 포인트까지 들어가 무거운 채비를 휘두르며 멀리 본류대에 태워 보았지만 측면에서 부는 강한 바람 탓에 여간 힘들지가 않았다. 17m로 고정한 고부력의 둔중한 채비를 몇번 날리고 거두어들이기를 해보았으나 힘이 들어 대를 접고 말았다. 털털거리는 차를 타고 상추자를 빙빙 돌아 내려오는 길에 보는 추자풍광은 아무리 봐도 걸작이다. 군락을 이루는 누우런 억새와 진초록의 숲이 만들어내는 미학. 교행이 만만찮은 좁은 길 가엔, 분수도 모르고 제멋대로 피어 자태를 뽐내는 들꽃들. 낚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연의 가르침은 언제나 미세하다. 이렇듯 제각각 한 자리씩 차고 앉아 더불어 사는 동산을 유심히 바라보면 작금의 우리네 삶이 얼마나 미천한 지... Landscape3.jpg 멀리 난바다에 낚시를 나와 뭔가 한 게 없으니 꿀꿀한 기분에 당구 한 게임 치자는 제안이 있었다. 이미 당구장엔 바람 맞은(?) 낚시꾼들로 만원이고, 수년 만에 쳐보는 당구였던 지라 제대로 적응이 안된다. 꼴찌만 두번 하고 나니, '젠장~섬사람과 다시는 당구를 치나 봐라'....^^ 민박집으로 돌아와선 또 밤 새 수다를 떨다 겨우 날이 밝았는데 정말 섬에서 나갈 일이 걱정이다. 낚시는 이미 뒷전이 되었고, 오후에야 잠깐 주의보가 해제된다지만 제주나 완도에서 출발한 객선이 없으니 또 이틀 정도를 섬에서 눌러앉게 될 지도 모르는 일. 여기저기 수배를 하다보니 다행히 완도로 나가는 낚싯배가 하나 있었다. 이렇게 잠깐씩, 낚시를 빙자(?)하여 그저 보고싶을 때 잠깐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 낚시꾼이다. 같이 함께 먹고 자고 수다 떨며, 단 며칠이어도 미주알고주알 온갖 얘기 다 나누다 막상 헤어지려면 마음이 쓸쓸해 진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짧게 손을 흔들고 나니, 배는 이미 거친 파도밭 위에 있다. 불과 10여명이 탄 배는 파도에 몸을 맡기곤 힘껏 북으로 내달린다. 망망대해를 가르는 쪽배에 수반되는 약간의 현기증과 약간의 머들거림~ 온 몸의 신경회로와 내장기관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할 즈음에야 겨우 보길도 내만에 접어들었다. 휴~살았다! punggyung19.jpg 하루 종일 꾸역꾸역 비가 제법 내렸다. 차에 짐을 가득 싣고는 부산을 향해 달리는데 아직도 할 얘기가 남았는지 낚시꾼의 수다는 끝이 없다. 그 먼 육로를 달리고 달려, 또 배를 타고 몇 시간... 그렇게 3일간, 고작 세시간의 낚시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마침 20여 일간 낚시를 하고 돌아가는 분과 동승하여 구워먹을 고기 몇 마리를 얻어들고는 퍼붓는 빗속에 헤어졌다. 밤 늦은 시간, 은사님 댁에 들러 굵은 열기와 볼락 몇 마리 갖다드리곤 게슴츠레한 눈으로 집으로 향한다. 내내 잠만 자고, 넘치는 농사리와 웃음만 기억 나는 여행...^^ 이번 조행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다음 날, 도심 한 가운데에서 다시 만났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정이 든 것일까, 번듯하게 옷을 차려입고 만나니 새삼스럽다. 낚시꾼의 우정나누기는 이렇듯 일상적이다. 저녁식사를 하고는 이차로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곳으로 옮겨갔는데, 맙소사! 잘 아는 낚시꾼이 알고보니 드러머였다. 세상의 쓴 맛 단 맛을 다 느꼈을 나이 든 멤버들이 연주하는 70년대의 고풍창연한 음악. 그들의 연주에 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난 연신 몸을 흔들며 신명으로 박수를 쳐댔다. 나이 든 연주자들에게 보내는 나의 진지한 격려와 위로의 박수였다. 청년기의 꿈을 버리지 않고 사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은 그들의 열정이 한없이 부러웠다. 열심히 노동하며 나름대로 이 사회를 치열하게 버텨오면서, 여전히 하나씩의 버리지 못할 무엇인가를 붙들고 사는구나... 이번 추자조행의 백미는 단연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난 것일테지...^^ mycolor3.jpg Music...Peter, Paul and Mary...Gone The Rainbow Photo...http://www.chuja-fis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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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G 정현아빠 04-05-06 10:29
이사님 안녕하세요 항상 잘계시내요..... 항상건강하시길바라며........................... 꼭 한번 낚시를 같이갈수잇는 영광을 만들어 주시면 감사드립니다
G 김일석 04-05-06 13:56
정현아빠님, 오랜만이군요~ 하시는 일은 요즘 어때요? 다들 어렵다고들 하지만 정현아빠님은 잘 하고 계시겠지요? 여러가지 바쁜 일들이 산적해있긴 하지만 가끔씩 탈출하듯 낚시를 다녀오곤 합니다. 멀리는 힘들겠지만 언제 가까이로 낚시 한번 같이 가요~ 늘 건강하세요~!!
G 생크릴 04-05-06 15:47
대단하시군요!! 그 와중에 출조를(마눌등살)... 저같음 돌돔대로(거의 관우.. 얼마나 아프던지...ㅠ.ㅠ 그건 그렇고 삼일간에 세시간낚수라...요즘날씨 땀시 너무 고생하셨군요... 하옇튼 요즘 날씨란?? 예보도 안맞고...예보라도 잘맞는 나라에 살고픈 심정 저만이 아니겠죠? 모처럼의 조행길 아리한 손맛이라도 좀 보셨음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글 잘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계속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G 더불어정 04-05-06 18:36
코털아찌! 인낚까지 오셨군요. 여행을 검한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추자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의 조각들을 모아 모아 기억에 남을 애기꺼리로 만드셨군요. 코털아찌님 같은 분들이 많이 있으면 꼭 낚시터를 가지 않아도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많이 좋아질텐데... 낚시점 주인님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하지만요..... 코털아찌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보내세요!!!!
G 갯장군~ 04-05-06 18:57
질풍님~^^ 그렇다면 빵~? ㅋㅋㅋ 날씨가 썩~좋지못한 상황이라.. 옳은 낚시는 제되로 못 하셨을껍니다. 하지만..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함께 하셨기에 크게 아쉬움따위는 없었을꺼라 생각해보네요. 무사히 잘 다녀오셨으니 다행입니다. 애잔한 이 음률이 왠지..가슴속을 파고드는 그런날입니다. 항상 넉넉한 그 여유..잃지마시길 바라며........
G 김일석 04-05-07 05:36
생크릴님, 돌돔대로 두들겨 맞으셨단 말씀이세요? 이그....^^ 더불어정님, 그리고 빵님... 이곳에서 오랜만에 뵙는군요~ 다가오는 21일 작금에서 꼭 만나요~!!
G 피싱마스터 04-05-08 15:56
안녕하세요 그때묵리에서 완도로같이나왔던 피싱마스터 점주이자낚시배선주입니다 저희역시 그날 추자에서 고생만하다가 철수한 기억이 나네요.. 앞으로 인낚에서 자주뵙도록 하겠습니다!!
G 김일석 04-05-09 00:31
아, 그렇군요~ 그날 고생 많으셨습니다. 무척 감사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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