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처녀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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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년 처녀출조

G 8 1,389 2004.01.28 18:23
道를 알고자 하는 마음의 욕지도(欲知島)


2004년 1월 18일 일요일 새벽
무려 한 달만에 나서보는 정기출조였다. 겨울낚시의 조황도 형편 없거니와 낚시
에 대한 열정도많이 식었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엔 출조 사흘전부터 잠도 제대
로 못자거니와 꿈속에서 감성돔을 걸어 헛손질도 하고 고함도 질렀다는데 토요
일 밤 12시모임에도 저녁먹고 두어시간 코를 골더라는 말에 괜시리 쓴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젠 낚시에 대한 열정이 식은걸까? 아님 예전처럼 낚시가서
대물을 걸어 올린다는 허황된 꿈을 버린 걸까? 하여튼 낚시 가기전에 내가 잠을
잤다라는 사실은 조그만 취미활동에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출조지는 욕지도. 두미도, 노대도, 우도, 연화도 등 12개의 유인도와
27개의 무인도가 어우러져 있는 통영시 욕지면의 주도(主島)로 옛날에는 수목
이 울창하고 가시덤불과 온갖 약초가 뒤엉킨 골짜기마다 사슴들이 뛰어놀아
녹도(鹿島)라 불렸던 섬이다. 지금 욕지도의 이름 유래는 백여년 전 어떤 노승
이 시자승을 데리고 섬동쪽 연화도 상봉(上峰)에 올랐을때 "스님! 어떠한 것이
도(道)입니까?"라고 묻는 시자승에게 「욕지도 관세존도(欲知島 觀世尊島)」
라 대답하며 욕지도를 가리키더라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도(道)를 깨닫고자 하는 욕심, 이처럼 커다란 뜻을 가진
욕지도는 주변의 연화도, 우도와 함께 불교와 인연이 깊은 섬이라 하겠다.


일년에 십여차례 이상을 그 섬에 가서 낚시 하였건만, 그 섬의 심오한 뜻과 유래는 알지 못한
채 반나절 남짓한 시간들을 오로지 고기낚을 생각만으로 가득채웠고 바다위에 띄워놓은 찌하나
에 눈을 응시하지 않았던가!정신을 맑게하고 세상 삶속에 받은 스트레스 푼다고 찾은 섬여행에
오히려 찌만 응시했던 눈만 따갑고 손 맛도 못본 스트레스만 더쌓아 오지 않았는가! 성현들 말
씀에 나무만 보고 산을 보지 못한 우(愚)를 범한 꼴이 되었다.이제 출조전에 물때가 어떻고 포
인트가 어딘지를 알아보기 이전에 조상들이 싸워지킨 국토의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라도 소중
히 하고 그 뜻을 알아볼 일이다.

대한(大寒)을 사흘 앞둔 일요일 새벽에 대구, 울산, 김해, 마산등에서 모인 15명의 Fish Fig
hter들은 설날 제숫고기 잡을계획으로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수온이 떨어져 수심깊은
포인트에 내려야 한다는 둥, 물때가 안좋아 곳부리에 내려야 조류소통이 좋다는 둥,막대찌로
원투하여 멀리흘려야 어신이 온다는 둥…각자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별의별 이론이 쏟아졌었
고 낚시경력이 미천한 난 나서서 할말도 없지만 "그건 사람 맘이지"하는 생각이 실없는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각자 밑밥과 미끼를 준비하느라 부산을 떠는중에 점주가 한마디 했다. "오늘은 2004년 갑신년
첫 정기출조이고 날도 춥고하니 새벽 3시배 타지말고,새벽 5시 반쯤 들어가서 오후 3시나 철수
합시다."한다.새벽 3시배 타도 좋은 포인트 내리기가 어려운데 그시간에 가면 욕지도에 자리가
있을라나? 사람 맘이 얼마나 간사한지 한 두시간 늦게 간다고 해서, 아니 일찍 간다고 해서 꼭
감성돔 잡는 것도 아닌데 서운한 맘이 드는 건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다는 얘긴가? 눈만 감으면
조그만 구멍찌가 바다속으로 스물스물 내려가는 모습이 선하니 아직 마음을 못 비웠는가 보다.

새벽 6시경에 고성을 출발한 낚시배는 거침없이 어둠속을 질주하였다. 캄캄한 앞선실에 6~7명
이 어깨를 기대어 졸고 있었는데 배가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선수 배밑창이 닿는 쿵쿵소리가
나는것으로 보아 2~3명씩 하선을 하는 모양이다.몇 팀이 하선하고 나랑 형님뻘 되시는 한 분과
노대도 떨어진 여에 내렸다. 욕지도엔 많은 낚시인들이 이미 하선하여 노대도로 왔다고 형님이
말씀하신다. 시간이 아침 7시를 넘자 동녁으로 여명의 여신 오로라가 붉게 물드는가 싶다.하필
오늘은 북서쪽으로 내려 해오름의 장관을 볼 기회마저 뺏어 간다나.

갯바위의 겨울아침은 밤새 부지런한 삭풍이 미진마저 쓸어버렸는지 너무나 맑고 정갈했다. 북
서쪽에 자리잡은 두미도(頭尾島). 노대도에서 북쪽으로 볼 때에 그 모습이 성숙한 여인의 길게
누운 모습 같다고 하는 섬이다.어떤 어부나 조사(釣師)가 보았길래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단 말
인가! 내가 보면 그냥 그렇게 떠 있는 섬 모습 그대로이건만! 내겐 그렇게 보이지 않음은 이젠
사물을 아름답게 보는 정서마저 메말라 버린건지 아쉬울 뿐이다.

이런저런 생각과 주변풍광을 감상하느라 넋을 잃고 있을때쯤 옆에 계시던 형은 뽈락과 노래미
서너마리 낚았다.뜬금없이 "형! 그 고기 안가져 갈거면 저주셔요!"했더니 "뭐하게?"하신다."그
거라도 집에 가져가면 마누라에겐 낚시갔다 온 증거이고, 꼬맹이들한테 구워주면여간 맛있어
하는게 아닙니다"했더니 빙그레 웃으신다."어디 감성돔만 고기냐? 바다가주는 풍요를 감사하게
느끼면 되지" 이 말은 이제 나의 고기못잡는 변명의 주된 단골메뉴가 되었다. 미끼가 차가운걸
보니 수온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오늘처럼 잡어 입질도 없는 날엔 바다속에 한 번
들어가봤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낚시에 몰입해 있으면 시간은 사리때 조류속도만큼 빨리가는 것 같다. 오
후 1시를 훌쩍넘긴 시간에 동행한 형님이 "밥이나 먹자"하신다. 어지간히 따분하고 배고팠던것
같다. 도시락 두개를 스치로풀통에 담아 왔건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그래도 "시장기가
반찬이라" 갯바위에서 먹는 도시락맛이란 언제나 꿀맛이란 생각이든다. 라면이라도 한 두개 챙
겨 왔더라면 따신 국물이라도 먹을 수 있었을텐데. 언제나 이 몸의 게으름으로 고생을 사서 한
다. 오후가 되면서 일기예보대로 바람이 거세지고 섬들 사이로 백파가 이는 걸 보니 돌아갈 시
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해 주는 듯 하다.

오후 3시무렵 철수배에 올랐다. 15명 조황이 볼락 및 노래미 몇마리가 전부란다. 겨울낚시가
어렵긴 해도 감성돔 얼굴 본 조사가 단 한명도 없다니 허무하다. 갑신년 첫출조부터 소위 몰황
이라니 좋은쪽으로 해석해야 하나, 아님 나쁜쪽으로 해석해야 하나? 어제 저녁부터 큰소리치던
조사들이 패잔병들처럼 선실 앞뒤로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수온이 떨어져서 고기가 입을 다물
었는지, 깊은 바다속으로 옮겨갔는지 알수 없어도 어쨌던 승부에선 졌다. 꾹 다믄 입술과 지긋
이 감은 두눈이 희미해지고 적당히 흔들리는 낚시배의 롤링마저 감미롭게 한 시간여 단잠을 부
채질 한다.

낚시배가 고성 자란만으로 들어서니 내만의 평온함이란 이런걸까? 미끄러지듯 선착장에 도착한
배위로 낚시인들이 짐 챙기느라 부산하다. 타고 온 차에 짐을 싣고 커피 한잔 얻어먹으러 들어
선 사무실에서 놀라운 뉴스가 전파되었다. 어젯 밤 두 시경 낚시배 한척이 욕지도 검등여를 들
이박아 몇명이 다치고 배가 침몰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난 얼마나 그
렇게 무모한 짓을 많이 했던가? 가시거리 10m도 안되는 한밤중에 태워달라고 졸랐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좋아하는 취미며 레져활동이라지만 새해엔 좀더 스스로 안전을 챙기는 조사님들
이되었음하는 바램이다.


갑신년 처녀출조 욕지도에서 미녀사냥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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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G 꼴랑한마리 04-01-29 00:00
조행기 잘보고 갑니다.
온라인 상에서 님의 아이디를 본지가 꽤된것 같습니다.

꼭 잡아야 맛 인가요?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게 바단데 이젠 조금씩 출조를 줄여야 할 형편이니..........
암튼 대물 하시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G 꼬시리 04-01-29 10:09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정말 미녀 사냥꾼님은 낚시 경지에 이르고 있는 분 같습니다. 자연과 즐기며 낚시하고 부럽습니다. 저는 아직 낚시 초보라 우짜든 많이 잡으려고 하는데
글에서 욕지도의 의미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고 배밑창이 닿는 소리를 들으셨다고 해서 순간적으로 사고난 배에 승선하셨나하고 생각햇습니다.
부디 올해에는 안전 대물 어복 충만하십시요
G 섬원주민 04-01-29 10:14
미녀사냥꾼님!

한 차원 높은 낚시를 하시는 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G 공상두 04-01-29 21:44
닉네임도 멋지고,낭만도 있고,알고있는것도 많은 분인 것 같습니다. 아뭏튼 조행기 정말 잘 읽었습니

다. 저도 많은 낚시 사연이 있지만 독수리 라서리....

요즈음 저도 님의 마음과 점점 같아지니 아마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비스므리하게 되나봅니다여 그려~~~언젠가 갯바위의 먼 발치에서 나도 모르는 님과의 인연이 있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리......
G 미녀사냥꾼 04-01-30 09:34
미천한 저의 글에 과찬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우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꼴랑 한마리님 오랜만입니다. 최근엔 낚시꽁트에 관심을 가져봤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늘 건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또한, 꼬시리님, 공상두님의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으나, 사실 전 경력도 미천하고
상당한 낚시경지의 소유자도 아닙니다. 평범한 보통사람이고, 아직 젊은 낚시꾼에
불과합니다. 하여 부담없이 이곳 마산을 지날때 연락주시면 차 한잔도 좋고,
갯바위에 나란히 서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좋습니다. 가끔 사무실에 전화가 와서
미녀사냥꾼을 찾습니다. 그럼 동료 직장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기 일쑵니다. ㅎㅎ
고스톱 판에서 내패 다 보여주고 치는 듯 하지만, 더 부연하자면 38살의 금융인입니다.
전화번호는 http://inkugi.hompy.com에서 연락처에 나와 있습니다.
처음 만나도 낚시하시는 분들이 금방 친해짐은 "바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선(善)하더라"라는 인생 선배의 말씀을 믿기 때문입니다..사설이 길었습니다.
섬원주민님! 4월이 오면 오곡도에 저도 따라가도 될까요?
저도 외딴섬 별장에 하룻밤 보내고 이른 아침 대나무 낚시대 하나 들고 선창가로
바람쐬러 내려가고 싶거든요. 마산 지나실때 꼭 연락 한 번 주셔요..^-^
G 미스타스텔론 04-02-03 10:16
욕지도를 가보지 않았지만 님의 글을 보고 한번 가보고 싶은 섬으로 깊은 인상이 남습니다.
멋진 글 잘 보고 앞으로도 많은 조행기 부탁드립니다.
광주에서 사는 저는 경상도 남해 2번 출조한 기억이 나고 매물도 사진을 보니 정말 멋진 섬으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G 미녀사냥꾼 04-02-03 12:45
미스타스텔론님!
올해의 꿈이 있다면 소흑산도 홍도를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스텔론님이 매물도 오시면 제가 안내하고
전라권으로 여행가면 스텔론님께 안내 부탁해도 될까요?
매물도 멋진 섬입니다.
특히 소매물도 등대섬은 그 절경을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다음 조행기는 매물도를 소재로 글을 한 번 올려 보겠습니다.
언젠가 스텔론님과 갯바위에 나란히 서서 도란도란, 소근소근 낚시할
그 때를 소원해 봅니다.
G 미스타스텔론 04-02-04 12:58
지난주 하루 창원에 출장갔는데 경남관광지도를 보고 매물도, 욕지도, 사량도, 외섬, 오곡도, 등등 아름다운 섬들이 많이 기억되고 제일 유혹하는 섬이 매물도이더군요. 저는 전라도 섬들을 많이 다녔지만 그렇게 멋진 섬은 아직 보지 못했고 89년도 원투낚시 다닐 때 홍도,흑산도에 가서 노래미,우럭 등만 잡은 기억이 나고 소흑산도(가거도)는 인낚화면을 통해 웅장한 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광주에서 직장(공공)인이며 43살이며 고향은 완도이고 조그만 섬에서 태어나 어머님이 선산을 지키고 여름휴가, 가을철에 어머님과 감시뵈러 고향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겨울철에는 황제도, 금오도권을 주로 다니고 있지만 매물도를 꼭 한번 가 볼 계획입니다. 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는 낚시에 몰입하면 소곤소곤 낚시를 못 하는데 ㅎㅎㅎㅎㅎㅎㅎ. 뵐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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