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물처럼,,,

회원랭킹(월 글등록)


공지사항


NaverBand
낚시인 > 조행기

그리움이 물처럼,,,

G 1 1,328 2003.12.28 13:07


언제였던가?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오는 가을이었지
충무항의 삼덕포구에서 출발한 배는
어둔 밤을 헤집고 달려달려 도착한 곳,두미도

사방은 칡흑같이 어두웠고 파도는 험악하여
갯바위 접안조차 어려웠는데,

오랜 스승이자 동반자인 처남과의 낚시행각은
그때는 무척이나 스릴이 있고 과감했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갈려고 마음먹은 주말은
기어이 가고야 말았으니,
집사람의 만류도 아랑곳없이 뒤로하며,
처남댁의 눈치를 봐가며 삐죽삐죽 가야하는
우리의 모습은 영락없이 시험 못친 학생꼴이었지만,
1068786152.jpg

그날도 변함없이 주말이었고 험한 뱃길을 한시간 이상이나
달려가서 기어이 내렸던 곳이 두미도의 남쪽 어느 포인트.

흘리는 빗물과 사납게 갯바위를 휘두르는 허연 파도에
이미 마음은 갯바위에 무사히 안착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려 버렸던것 같았다.

갯바위 구석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서 라면 한그릇,소주 한잔은 하였건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이넘의 아침은 오지 않을것 같았다.

낚시꾼이라 어딜가도 제일 반가운것이 밝아오는 여명이었겠지만
그날은 여명이라는 것은 기대도 못했었지.
단지 내 눈 앞을 조금이라도 밝혀 줄수있는 희무리한 빛이라도
있어야만 저 굉음의 파도소리와 바람소리에
주눅이 들은 우리의 마음을 추스려 주련만,,,
지독히도 처량하고 길었던 어둠이었다.

아침7시가 되어서야 뭔가가 보인다.
굳었던 허리를 펴고 큰 기지개를 펴본다.
야잇~~ 괜스레 분위기 전환을 위해 고함도 질러보고,

이미 눈앞의 바다는 마음속에 남겨두고 싶은 바다가 아니었다.
발밑에는 허연 파도가 날름거리고 저멀리 수면에는 하얀 백파가 일고 있다.

이럴떄는 항상 후회가 든다.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옹기종기 모여 앉아 따뜻한 이야기를 주고 나누는 그 곳,
정말 다음주에는 낚시를 안오고 집에서의 여유를 부려 봐야지.

때늦은 후회의 마음이 가슴을 더 후벼 판다.

에잉,,, 낚시나 해야지.
하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릴찌낚시가 아닌 그 당시에는 그낭 막장대 처넣기(소꼬)인자라
파도때문에 쉽지가 않다.
어렵게 어렵게 갯바위를 타고 넘어 홈통쪽 벽에 붙어서 낚시를 해본다.
1068786177.jpg

하염없이 내리는 빗물이 젖은 손목을 타고 낚시대로 흘러가고
송골송골 맺혀있는 낚시대의 물방울을 보고 있자니처량하기도 하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아리한 냉기가 싫어 옷소매를 움켜지고는 낚시대를 감싸본다.

지리한 응시끝에 초릿대가 흔들린다.
파도의 쓸림인가? 입질인가?
무뎌진 손끝에는 감각이 없다.
후다닥 손잡이대를 맨 손으로 다시 고쳐 잡는다.

살짝 내려앉는 초릿대를 보며 챔질을 해본다.
엇싸 ~~
하지만 아닌데,,, 조그마한 고등어다. 흐미... 귀찮은거,
파도를 피해 홈통으로 숨어 들어온 놈이 고등어일게 뭐람,,,,
노렸던 감싱이가 아니고,,
귀찮다. 가득이나 젖은 미끄러운 손에 고등어를 잡을려니.
그래도 어쩌랴.. 이놈을 떼내야 다시 담그지.

어영부영 처리하고 바늘에 붉은 크릴 몇마리를 꽃무늬 모양으로 꿰어 다시 던져본다.
몇분이 흘렀을까...
다시 투둑거린다.
잔득 긴장을 한 채로 초릿대를 응시하며 타이밍을 맞춘다.
힘껏 챔질을 하였지만, 헛 챔질이다.
몇번의 재시도를 하였건만 가물에 콩나듯이 입질을 하는 넘이
고등어와 별반 다를바 없는 잡어들이다.
1068786164.jpg

당시 부산에서는나름대로의 먼 출조길이었던 두미도.
먼길이었지만 기대를 하였던 출조라 나쁜 날씨속에도 강행군을 하였지만
어찌 고기가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 주리오...

'느네들 고생 많다.잉~~.
오늘같은 날에도 우릴 잡으러 낚시를 오다니 고생좀 더 해봐라.'

라며 물속에서 우리를 뺴꼼 보고 있는것만 같았다.(샘통이지)

약속했던 철수시간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시간은 정오를 넘기지 못하고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먼 바다만 바라본다.
저 많은 물은 험한 이 바다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바람이 시키는대로 그냥 무의지로 이리저리 일렁이는지...
별의별 상념이 다든다.

얼마전, 좋은 날에 조황도 좋았던 비진도의 일들도 생각난다.
참 내,,, 항상 그럴리라 기대를 하는 내자신의 어리석음에
나를 보는 또 다른 내가 피식 쓴웃음을 짓는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햇볕 좋은날,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집사람이랑 산책도 하고 싶다.
1068786131.jpg

늘상 이런 상황이면 되내이는 망상, 앞으로는 낚시를 절제하고 가정에 충실해야지
그래봤자 월요일이면 잊어 버릴 망상이지만..

이제 10분 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네,
흐이구,, 아직도 여전히 배가 올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는걸,,,,,,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1 댓글
G 더불어정 03-12-28 20:11
제가 약 20여년전 조상(釣孀)시절(마누라를 주말 과부 만들 던 시절)
얘기를 보는 것 같아 쓴
웃음이 절로 납니다.

무슨 바다고기와 원수가
진 것도 아니데
낚시대를 못 담그고
고기를 못 잡으면
자존심까지 상했던
추억 같은 기억들이
되살아 납니다.

그때는 별명도
많은 고기를 잡는다고
<어로장>으로 불리기도
했지요.그리고 물론 제일 큰
고기도 제몫이였구요.

그러나 지금은
낚시꾼 만나
낚시를 안주 삼아
세상사는이야기를 즐기며
보내는 것이 취미로 바뀌었습니다.

낚시터에 가면
낚시대 하나 꺼내어
그냥 던져 놓고
고기가 물어 주기를 기다리며
한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포토 제목
게시물이 없습니다.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