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그러니까 11월의 첫날밤 수원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소식도 없이 갑자기 광주에 도착했다고 얼른 낚싯대 준비해서 나오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올해나이 서른여섯! 고교, 대학동창들은 거의 모두가 결혼을 했는데 이상하게 고향 친구들은 저를 필두로 아직까지도 결혼을 하지 않은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결혼을 못한 친구들이 4명이 있는데 이 친구도 그중의 한사람입니다.
손맛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기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완도군 신지도로 결정하고 출발을 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제 친구를 소개합니다.
저와는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서 치고받으면서 자라난 거시기 친구이며 제 나이또래의 사람들에 비하면 조력하나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굉장히 깊은 편입니다.하나의 유명한 일화를 전하겠습니다.일찍이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친구는 그 당시 장성댐 상류를 지나던 중 야영하면서 낚시꾼들이 잉어 잡는 것을 보고서 자기도 한번 잡아본다고 오래전부터 2박3일의 야영낚시를 계획하고 있던 중 마침 토요일이 휴일인 전날 학교 가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조퇴하고서 곧장 장성댐으로 야영낚시를 갔었는데 그날 밤 하필이면 담임선생님이 옆자리로 낚시를 왔던 덕에 거짓말이 들통 나서 월요일에 하루 종일 교실 앞에서 물바케스 들고서 벌섰다는 일화입니다.
이렇듯 깊고 깊은 조력 속에서 희한한 것은 기술적 발전이 전혀 없는 사실입니다.
주로 혼자서 다니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연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듯 합니다.
갯바위에서 주위 사람들이 고기를 낚는 모습을 보면 저 같으면 먼저 그 사람의 채비, 수심, 밑밥 뿌리는 것 등을 눈여겨보고 따라하면서 하나씩 지식을 습득하는데 이 친구는 너무 지나칠 정도의 승부욕을 가진 녀석이라 먼저 열만 내면서 왜 자신이 고기를 못 낚는 것인가 하는연구와 자기 반성은 전혀 하지를 않습니다.
제 친구의 낚시에 관한 생각들과 모습들~
1. 낚싯대 홋수는 모름. 다만 길이가 다른것하고 루어대가 있음.
2. 낚시갈 때 대상어의 개념은 일절없슴. 무조건 아무거나 많이 잡으면됨.
3. 원줄과 목줄은 가급적 두꺼워야 마음이 놓임.무조건 4호이상.
4. 어디를 가든지 채비가 똑같음.
5. 예전 남해 상주에서 망상어 왕창 잡았을때 사용했던 **조구의 감성돔3호 바늘만 맹신.
다른 회사의 바늘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음.
6. 최근 농어잡는다고2.9미터 루어대를 8마넌주고 샀다는데 아무리봐도 유명메이커도 아닌 비메이커인데 만오천원이나 준듯싶은 물건인데 바늘걸이가 달려있어서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뻑뻑우김. (멍청한넘도 아닌데 우째 낚시관련 물건사면 항상 이몬양일까!)
7. 수영을 잘한다고 구명조끼를 아직까지도 사지않음. (내가 미쵸~)
그날 새벽에 완도를 가면서 짙은 안개에 피곤해 죽겠는데 운전 교대해줄 생각은 하지 않고 열심히 낚시관련 이야기들을 꺼내놓았습니다.
친구 : 야! 너 참돔 잡아봤냐?
저: 아니~ 돔으로 끝나는 고기는 한번도 못잡았다. 너는 잡아봤냐?
친구 : 그걸 말이라고 물어보냐? 3주전 참돔 40,50짜로 다섯수나 잡았다.
저: 우와~~~ 너도 그런적이 있었냐? 대단하다~ 흐미 부러운거~~~~
친구 : 후후후 정말 손맛 쥑이더라~ 이럴 때 진정한 낚시꾼임을 느낀다.
저: 언제 기회있으면 나두한번 델꼬가줘라~
친구 : 옹~ 언제든지 올라와라~ 꼭 뗄꾸갈게~
저: 그런데 미끼는 뭘썼고 어떤 채비였냐?
친구 : 크릴 쓰려고 했는데 크릴은 없고 청지렁이를 사용했는데 청지렁이도 토막내서 쓰니
입질이 없고 한 마리를 통째로 끼워야 물더라구~
저: (이상하네! 수원사는놈이 어디가서 참돔을 잡았을까!특히 원도는 잘 가지 않는데~)
야! 그런데 어디가서 그렇게 참돔을 잡았냐?
친구 : 강화도에 **레저타운 이란곳에 유료 가두리 낚시터가 있는데 아무 때나 올라와라~
저: 이런 쓰발~너 어디가서 참돔 잡았다는 소리 하지마라~쪽팔린다야~
친구 : 얌마! 그런소리 하지말오랑! 돈 내고서 한 마리도 못 잡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 내가 할말을 잃었다.그래 너는 진정한 낚시꾼이다~ ㅋ
# 친구넘은 어디서 잡았든지 자기 가슴속에 5짜 참돔의 기록을 깊게 새긴 듯 했습니다.
이날 저는 바다낚시 접하고 9개월만에 처음으로 30센치가량의 감성돔을 2마리씩이나 낚는 첫경험을 드디어 맛보았고 친구는 역시 망상어 손바닥만한것 두마리를 잡았습니다.
이번주 토요일에 일때문에 여수간다고 또 낚시가자고 하는데 이놈의 진정한 낚시꾼 소리는 계속될텐데 징그랍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