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진 프로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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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진 프로의 몰락!

G 11 1,281 2003.10.23 09:32
"내게 돔낚시에 대해 뭐든지 물어 보슈! 감성돔 바늘은 반드시 2호로 쓰야 된다구. 원줄은 3호, 목줄은 1.7호가 최고야!"
김조진씨는 차 배달 온 아가씨의 미끈한 다리에 신경쓰다가 초보인 듯한 사람에게 괜스리 참견을 하였다. 한참이나 바늘을 들여다 보던 초보인듯한 사람이 김조진씨에게 물었다.
"왜 그런감유?"
배달 아가씨의 가슴에서 부터 허리를 지나던 김조진씨의 눈길이 그 초보로 옮겨 갔다.
"아, 질문인가요? 내가 거제도에서 참돔 스무 마리 낚을 때도 그렇게 썼고 두미도에서 감성돔 열 마리 낚을 때도 그렇게 썼지! 우리 프로들의 노하우지. 그날 물때는 죽여줬지!"
초보는 다시 바늘을 뚫어지게 보다가,이제 막 히프의 곡선을 지나던 김조진씨에게 또 물었다.
"몇 월달에 갔는감유? 그날 물때가 몇 물이었시유?"
괜히 참견했다 싶었는지 김씨의 표정이 부아끼가 슬슬 도는 참에 아가씨가 일어서자 그만 퉁명스러워졌다.
"아,초보가 너무 알려 하지마슈. 그렇다면 그런 줄 알지. 웬 말이 그렇게..."
"돔 낚시는 뭐든지 물어보랬잖이유? 그람 그때가 들물이었시유? 날물이었시유?"
초보를 보던 모두의 눈길이 김씨에게로 옮겨 갔는데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응원을 구하는듯 했다.
그는 낚시경력 2년의 대한프로낚시연합 소속 비상근 이사다. 자비용으로 대마도 뱅에돔 낚시를 갔다오는 대가로 프로가 되었는데, 그 경비에는 연합 사무실 스폰서 비용이 약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고기는 한 마리도 낚지 못하고 배멀미만 하고 온 사실도 조졸인 우리 세 명 정도만 알고있었다. 그러나 어떤 연유인지 그가 지갑을 열면 이즈하라항을 배경으로 양손에 긴꼬리 뱅에돔을 들고 찍은 명함판 사진이 먼저 펼쳐지곤 했다.
사실 그 참돔도 태풍 때에 가두리 터진 소위 "탈참'이었는데 그가 자연산이라고 계속 우겨대는 바람에 알면서도 인정해주는 처지였다. 감성돔도 세 명 합산 열 마리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는 그만의 조과였다. 역시 묵인해주는 처지였다. 그 처지란 낚시점에서 C급으로 분류된 우리를 그가 구제해 주는 덕분에 요즘은 VIP로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모두는 세기말 명퇴당한 비운의 따라지였고 세상과 세월이 몰골을 처참하게 빠꿔놓은 상태였다.
"커피랑 담배값 얼마야?"
아가씨가 손가락으로 'V'를 만들자, 아주 느린 동작으로 지갑에서 이 만원을 꺼냈다. 그가 초보의 질문을 피할려면 대마도 사진을 설명해 주눅들게 해야했다. 호화여객선(?) '씨 플라워'호로 현해탄을 건너 이즈하라에 도착하니 박수로 도열 환영하더라는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이 왕초보가 슬거머니 꽁지를 접을 줄 알았던것이다.
"그날 밤 이즈하라 호텔에서 말이야, 기모노 입은 일본기생과 놀았는데 말이야, 사실은 중국애들이더라구."
초보가 약간 기가 죽은 걸 눈치 챈 김조진씨는 본격적으로 일본 원정낚시에 침이 말랐다. 반 시간이 지나자 초보가 슬거머니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김씨의 톤이 낮아지고 말도 느려졌다. 수 십번 들어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근래에 모두들 별재미 없는 빈작의 한 낮이라 그의 대한프로낚시연합 감투 이야기가 나오도록 기다렸다.
그가 켄터키 치킨과 맥주를 전화주문한 후, 연합이사가 된 걸 제2부로 막 시작할려는 참에 그 요상한 초보가 다시 들어왔다.
"낚시점 뒷간이 워디 거기 붙었담? 대관해 죽것네! 한참이나 찾었시유."
모두들 지금부터 뭔가 재미가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그 초보를 쳐다 보았고, 그는 그날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시작도 없이 폐막이 된 김조진씨의 2부는 그날 이후로 커튼 콜이 사라졌다.
"저 화상이..."
매장을 두리번거리던 그가 김씨를 보자 눈인사를 하였으나 김씨는 영 벌래씹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칫 홧김에 나가버리면 맥주와 치킨값을 나머지가 덮어쓰야 될 참이라 우리도 분위기가 영 개운치가 않았던 것이다.
"두미도에서 감싱이를 낚았을 때가 날물이었남유?"
"날물이면 어쩔 건데...그날 구멍찌를 다섯 개나 삼천포로 보냈으니...그래 날물이 맞어. 왜 그런감?"
김조진씨가 초보 흉내를 내며 되받자,
"포인트는 워디 앉았는감유?"
"청석인데 왜 그런감?"
초보는 뜸을 들이더만 조용하지만 설득력있는 목소리로 가다듬었다.
"청석은 들물을 정면으로 받기때문에 찌를 삼천포로 보냈다면 그때는 들물이었시유. 두미도는 남서쪽이 사선이라 들물은 북서로 진행하지유. 설풍이 날물포인트가 된건 썰물때 물을 앞으로 받으니 가능하지유. 설풍이라면 몰라도 청석에서 날물에 혼자서 열 마리를 낚기는 어렵지유."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차분히 계속했다. 갑자기 모두가 긴장했으며 김조진씨는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했고 나는 그사이 갈증이 생겼다.
"다만 청석의 양 홈통은 빠른 썰물이 밀리는 사리물때가 좋지유. 지류의 영향을 받을려면 썰물이 나은데 썰물이 빠른 이유는 g라는 중력가속도 때문이지유."
김씨는 굳어있었고 우리는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주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느린 말투가 갑자기 빨라졌다.
"아이고 큰일났네. 힐튼 호텔에서 환경회의가 있는디... 쥔 양반 실례했시유. 허 참,개갈 안나네 그리여."
그는 나를 보더니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는데 접은 A4 용지 같은 걸 내게 주었다.
"프로는 전업 프로라야 되는디 언제쯤 정착이 될란지...한 번 읽어나 보세유. 프로는 실전도 중요하지만 받혀주는 이론도 더 없이 중요하지유. 겸손이 프로들의 미덕이라야 되는디...제일 연장자이신것 같아 드리니 그냥 재미로 보세유."
그는 모두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는 사라졌다.
우리는 궁금했다. 그 종이가 무엇인가 하고...
맥주와 치킨이 도착하자 김조진씨는 서둘러 계산했는데 바짝 마른 목을 축일 겸이지만 실은 내 손에 있는 종이때문이었다. 시원한 맥주를 모두가 단숨에 한 잔씩 목구멍에 부은 후 그 종이를 폈다. 차라리 보지않았으면 좋았을 걸. 지금도 후회가 된다.
우리는 한참이나 들여다 본 후에야 그게 시험문제라는 걸 알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는데,

-즐겁게 풀어보는 낚시 이론-

*80점 이상: 프로낚시인
*40~70점 : 아마추어 낚시인
*30점 이하: 먹자 꾼


문제1: 다음 중 난태생 어종이 아닌 것은?
가.볼락
나.우럭
다.열기
라.망둥어

문제2: 다음 물때 중 "사는 물때"는?
가.조금
나.2~3물
다.9~10물
라.무쉬

문제3:부력의 정의로 맞는 것은?
가)물에 잠긴 부분의 물의 무게
나)물에 뜬 부분의 무게
다)물에 잠긴 부분의 부피만한 물의 무게
라)물에 뜬 부분의 부피만한 물의 무게

문제4: 다음 중 갯바위 낚시가 금지된 지역은?
가.거문도
나.백도
다.청산도
라.마라도

문제5: 폭풍경보는 평균최대풍속이 ( )이상이고 이러한 상태가 3시간 이상 계속될것이 예상되거나 순간최
대풍속이 ( )이상 예상될 때 발표한다.
가.14m/s, 20m/s
나.21m/s, 26m/s
다.30m/s, 40m/s
라.25m/s, 35m/s

문제6: 다음 중 틀린 것은?
가.붕어는 보통 4월에서7월까지 산란을 끝낸다.
나.붕어의 꼬리 지느러미의 분리된 연조 수는 27이다.
다.붕어는 어류분류상 잉어과이다.
라."부어", "즉어"는 세종실록지리지등 고서에 나오는 붕어의 명칭이다.

문제7: 루어무게(Lure Wt.그램)가 1~7g 일때 사용할 수 있는 루어낚싯대의 종류는?
가.Ultra Light
나.Light
다.Medium Light
라.Heavy

문제8: 동력수상레저기구(낚시보트등)의 조종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조종한 자는 ( )에 처한다.
가.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나.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다.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
라.1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

문제9: 스피너(Spinner)로 가장 잘 낚이는 어종은?
가.꺽지
나.쏘가리
다.메기
라.산천어

문제10: 갯바위낚시중 익수자의 응급처치시에 심폐소생술은 2 명 이상이 교대로 시행함이 좋다.
(4cycle/min). 이때 심장맛사지와 인공호흡의 시행비율은?
가.5:1
나.5:2
다.15:1
라.15:2

우리는 서로 얼굴만 쳐다 보았다. 잠시 멍하게 있자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실은 자신있는게 두 문제도 안될것 같아 슬슬 김조진씨의 표정만 훑는중이었다.
맥주 한 병을 나팔불더니 그는 프로의 자존심을 건 듯 풀기 시작했다. 김조진씨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셋은 합동으로 답을 적어봤다.
그런데 해답은 어디서 구하는가!
내 실력이 이 정도인가라는 자괴감에 맥주맛이 구정물맛이라 모두들 풀이 죽어있는데 난데없이 낚시점에 팩스 한 통이 들어왔다.

[충청도 박입니다. 세미나 시간이 남아 아까 봐둔 팩스번호로 해답을 보냅니다.
조우 여러분들,
어려운 시절을 버틴 만큼 좋은 시간이 곧 그자리를 메꿀겁니다. 세상은 반드시 균형을 이룹니다.
중력가속도 처럼...
경주 오면 또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럼...모두 건승하십시요.
박인환 배]

모두들 문제지의 정답을 확인하느라 바빴는데, 우린 먹자꾼이 되지않으려 무언의 단합을 했었지만 3인의 공동점수는 처참한 40점이었다. 김조진씨는 희한하게도 모두 정답을 피해 한 문제도 맞추질 못했다.
우리들 셋은 공동으로 시험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 개는 아이들 처럼 찍어서 맞췄는데도 그게 맞다니! 실은 우리 신세가 먹자신세라 즐겁게 풀었지만서도 우울한 점수였다. 내 사전에 40점은 지금껏 없었는데... 그것도 합동인데 말이다.
졸지에 먹자꾼으로 전락한 대한프로낚시연합 이사 김조진씨는 '맥주가 소변을 부르네'라는 명답을 남긴 채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한동안 나타나지 않는 걸 두고 낚시점 사장은 '대마도로 갔는감? 두미도로 갔는감?'하며 우리에게 박인환씨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충청도 서산 출신 박인환씨는 대한프로낚시연합에서 고문으로 위촉되어있고 연합회원 교육을 담당하면서, 요즘 인기있는 Y-채널의 '낚시와 환경'프로그램의 자문을 맡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세기초의 명퇴인이 되어 낚시점의 공짜 커피만 축내는 신세가 되었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답답한 세상에 홀연이 나타나 만인에게 공평한 중력가속도를 일깨워주고, 온통 우리 가슴을 흔들어 절망의 응어리를 달래준 박인환씨, '개갈 안나는' 우리에게 알찬 세상이 들어 찰 것이라며 삶의 어신을 느끼게 해 준 박인환씨, 오늘 그가 그립다.

***

註1:중력가속도 g=980cm/sec2(sec재곱입니다.2를 어떻게 해야 위로 올립니까. 영 개갈 안나네 그리여^^)
註2:낚시 단편으로 기획된 졸작입니다.
註3:심폐소생술의 사이클은 분당 4회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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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G 낚시하는인 02-11-30 00:00


크아! 이건 영화다.
건데 나두 40점 맞았시유! -[1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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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in 02-11-30 00:00
끝 문제에서 틀려버렸네요..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언제고 한번 찾아 뵙고 싶습니다.
자주 좋은글 부탁 드림니다.^^* -[10/23-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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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경주월드낚시 02-11-30 00:00
소설가 중 충청도 방언을 최고로 구사하는 작가 이문구님은 1993년 집필하신 '兪子小傳' 에서 '개갈 안 난다'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다음은 유자소전의 첫 부분입니다.
[보령지방의 독특한 방언 가운데 지금도 흔히 쓰이는 것으로 '개갈 안 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요즈음 산하의 국어연구원에서 의례적인 용어부터 정립해 주기를 독려하고 있는 이어령 문화부 장관(1993년 당시 재임)도 사석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곧잘 튀어나오던 방언이기도 한 것이다.
이 '개갈 안 난다'는 말은 보통
'말이' 맺고 끊는 맛이 없다거나, 썩갈리거나 요령부득이다.
'뜻이' 가당치 않거나, 막연하거나, 어림도 없다.
'일이' 매동그려지지 않거나, 매듭이 나지 않거나, 마무리가 없다.
'짓이' 칠칠치 못하거나, 갈피가 없거나, 결과가 예측불허다.
따위와 비스름한 의미로 쓰이고 있거니와, 나도 그 어원이 '가결(可決) 안 난다'에 있는지 어떤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터이다.
한 번은 내가 짐짓 해 보는 말로,
"대관절 그 개갈 안 난다는 말이 무슨 뜻이라나?"
유자더러 물엇더니, 유자 대답하여 가로되
"아 그 개갈 안 난다는 말처럼 개갈 안 나는 말이 워디 있간됩세 나버러 개갈 안 나게 묻는다나."
하고 사뭇 퉁명을 부리는데...(이하 생략)]
-兪子小傳 중에서- -[10/23-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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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경주월드낚시 02-11-30 00:00
전화와 댓글 주신 여러분의 격려와 질문에 감사올립니다.
1.'개갈 안 난다'는 위에 설명드렸습니다.
2.토종붕어의 평균 스케일 31, 미연조 17(어류도감)
3.10번 문제의 15:2는 새로 규정된 방식으로 15회 누른 후 2회 불어주어야 합니다.
-[10/23-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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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낚시하는인 02-11-30 00:00
난태생 어종은 어떤 말인지요? -[10/23-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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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낚시하는인 02-11-30 00:00
알을 낳지않고 새끼를 낳는 게 난태생이 맞습니까요 -[10/23-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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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chaewon 02-11-30 00:00
이 말을 꼭 하고싶어서- -[10/23-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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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chaewon 02-11-30 00:00
해답에 팩스 원문을 넣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10/23-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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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빅터 02-11-30 00:00
아~~ 70점...전 천상초보인 모양입니다..글 잼있게 읽고 많이 배워갑니다~~^^ -[10/24-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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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어깨동무 02-11-30 00:00
아... 50점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0/28-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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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돌방구 02-11-30 00:00
한글 수식 입장후 sec 치고 ^치고2(shift 누르고 6부분치면됨) 그리고 수식 나옴 -[10/28-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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