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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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예찬

G 6 823 2003.09.10 10:34
갈치 예찬

우리 마눌님은 갈치를 좋아한다. 모처럼 만에 갈치 조림을 해놓으면 물론 자기가 만들어
놓은 거지만 내가 거의 다 발가 먹고, 마눌님이 남은 것들을 이리저리 골라 쪽쪽쪽 빨아
먹고 퇴퇴퇴하며 예민한 혀로 밥상에 발가 내어 논 갈치 뼈와 까시들을 내가 볼라 치면 내
언제인가는 저 놈의 갈치를 살로만 살로만 배를 채워 주리라 큰 결심을 하곤 했다.

어떤 날 갈치조림이 오르게 되면 누구 입은 상감님 주둥이 누구 입은 풀만 먹는 토끼 주둥
이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젓가락으로 갈치 온 토막 하나를 마눌님 앞으로 밀며
"어이 한 토막 허소. 거참 무수 토막도 맛있고 갈치살도 맛있고 한 토막 해부러"
"아이고 당신이나 많이 잡수셔어 안 많으요. 나도 먹을랑께 당신이나 먼저 잡쒀"하면서 무
수를 젓가락으로 건들다가는 갈치토막을 내 앞으로 밀면
"어 이사람아 한 토막 발가 먹어랑게 그라네잉" 또 다시 갈치 토막이 밀어지고 또 다시 밀
고하다가는 성질이 나서
"애라 그러먼 내가 묵어 불라네"할 때도 있고, 어쩔 때는 한 두 점 뜯어먹다 괜히
"머시 이리 짜다냐. 머시 이리 달다냐"시비를 걸고 다른 반찬으로 밥을 먹고서는 일단 나
갔다가 물먹을 참으로 냉장고 문열다가 슬그머니 쳐다보면 어김없이 밥상에는 수북허니 씹
어 논 갈치뼈와 까시들이 쌓이고는 나는 또 한번 큰 결심을 하곤 했다.

갈치구이야 뭐 오븐이든 후라이팬에 기름 살짝 두르고서 놀짝놀짝 구어내면 그만이지만 조
림의 경우는 제법 비법들이 있는 모양인데 내 마눌님의 경우 무우, 양파를 숭숭숭 썰어넣고
마늘, 생강 다져 넣어 비린 맛을 없애 뿔고 거친 고춧가루를 충분히 뿌려 색깔을 내고서는
중불에 오랫동안 고아서 무우가 허리심을 놓아불고 물렁물렁해지면서 본색을 잃고 노리끼리
한 색을 띨 때 쯤 대파와 빨간 고추를 가로 세로 대충 썰어 넣어 모양새를 내고서는 설탕
을 안 넣은 셈으로 째끔 넣고 비싼 참기름을 한 두 바퀴 휘둘러 넣고서는 끝이 넙적한 숟가
락으로 조림국물을 떠서 쩝쩝쩝 맛을 보면 갈치조림 요리 끝이고 그걸 항상 내가 먹어왔
다.

착 달라붙은
은빛 옷을 입고서는 허리춤으로 살아가는 갈치아씨
그대 너무 야하지 안는감.

뾰족한 자네 주둥이는 닮은 자가 없어 그 얼굴에 개성이 만점일세.
인간 세상에 자네 이름을 별명으로 하는 자 아무도 없으니
하는 행세 가 그렇다하여 날치나 똥치는 많이 있어
서울 여의치 않는 섬 어딘가 산다데

그대 그 주둥이로 무얼 먹는감
톡톡하며 빙어나 미꾸리를 일단은 건들어 보고 먹는다며
날치나 똥치들은 그냥 바로 먹는데나
자네 그 송곳 같은 머리로 그런 생각을 어찌한담

근자에 날치와 똥치를 가라사데 "갈치대가리만도 못한 놈들"이라데

자네가 집어등 조명 받아가며 등지느러미로 화사한 부채춤을 추어데면
푸르른 은빛 환상의 날개 넘어로 뿅 간다드만
날치와 똥치들의 날라리춤은 요사이 구경꾼이 없다데

착 달라붙은
은빛 옷을 입고 허리춤으로 살아가는 갈치아씨
내 그대를 만나러가네
너무 반갑다고 그 뾰족한 이빨로 내 손꼬락을 꽉 물지나 마소

"어이 기선닌가? 나 이참 토요일에 갈치낚시 갈참이네" 친구는 바로 "나도 갈라네 흐흐흐"

조아 조아 조코 말고! 요사이 우리 나이는 노는 것이 남는 것이여 니미널 사는 것이 별 것
이간디. 좆 빠져라 벌어받자 개미들 삘딩 짓기지. 좀 맨들어 놨다 싶으먼 비가 와서 허물어
불고 인자 좀 쓰것다 싶으먼 바람이 와서 허물어 불고, 글쎄, 아파트 바람이 불었다 하면
강북풍이다 강남풍이다라는 초대형 태풍으로 불어 데어 개미들의 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
고는, 주식열풍이 불었다하면 워낙 뜨겁게 불어 데어 민초들 통장을 순식간에 녹여버리고,
땅풍이 불었다 하면 순식간에 똥내 나는 하잘 것 없는 땅덩어리가 순금덩어리로 변화하여
동작 빠른 날치와 똥내 좋아하는 똥치들 그리고 더불어 사는 염치들이 황금동산에서 미끄럼
타고 놀아데니 우리나라 두치는 연금술사 대장이란 말인가. 엄연히 이와 같은 현실이, 헌법
에 명시된 삼치주의에 입각하여 본다면 대치되는 상황이니 방치한 책임 또한 판치 검치에게
도 그 책임이 없다 아니할 것인즉 오호 애제라! 우리나라 정치는 병치이며 법치 또한 병치
이니 배다른 형제로다. 아! 우리는 바란다 망치를 두드리며, 명치를 두드리며 멸치에게 바라
노라. 멸치여! 썩은 이빨을 발치하듯 병치를 멸하고 갈치하여 준엄한 세상 만들어 준치
세상 만들어보세. 바보 천치 세상을 만들어보세. 날치와 똥치들에 바라노니 새치 혓바닥으
로 겸손치 못하고 가당치 않은 작태들을 그만두고 여의치 않는 섬을 떠나던지 청렴한 첨치들이
되어 청세치 세상을 만들어봄이 어찌할꼬.
또한 노(NO)두치에게 바라노니 그대는 두치 아님이 아니며 분명코 백치들의 두치이오니
신중치 아니함을 배제하여 분치를 지양하고 합치를 지향하여 참 세상을 만들어 진정코 참
치세상을 만들어줌이 어찌할꼬. (넙치 문화일보 기자, 꽁치 씀. 갈치 낚수 가면서)

동작 그만! 열중숴! 차려 열중숴! 차려 열중숴! 엎드려 박고 다시 일어나 박고
갈치 낚수 가면서 왠 넉두리라니..................나의 다정한 친구 기선이와 달리는 차 속에서 세
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런거리다가 답답한 심정으로 엮어낸 단상이란 말이제.

먹는 배의 고장 나주를 지나 안개가 많은 무안을 지나 유달산 목포에 접어드니 얼음 통이
괜히 신경이 쓰인다. 집에 있는 초대통, 중통.소통사이즈 중에서 중통과 소통사이즈만 가져
왔으니 물 반 갈치 반이라는 낚시 정보가 정말이라면 도착하자마자 통을 채울텐데 기왕이
면 초대통(베리라지)으로 큰걸 가져올걸 후회가 막심하다.
그래도 초반에 잡은 것은 중통에 보관하고 새벽에 잡은 것은 작은 통에 보관하여 갈치 회무
침으로 이용하면 되고 아침에 7시쯤 집에 전화를 걸어

"안녕 여보 마눌! 아침 먹지 말고 기다리소. 맛있는 거 같이 먹세. 갈치 회무침이라고 들어
봤어"하면 되겠지.

시간은 벌써 오후 해름 참에 이르러 여섯시가 훨씬 넘어버렸다. 점주님의 안내 말씀을 참
조하면 현장에 도착 할 즈음은 야달시! 어메 그 시간이면 다들 통들을 모두 채웠겠네. 지들
이 다 잡아도 바닷물이 어디가나 물만 있으면 언제나 갈치가 반은 있겄제.

입감과 채비를 장만하고 야간 선상 갈치낚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조제의 널따란 주차장
에 도달하니 아직도 멀리 선상으로 이동을 하지 못 한 팀들이 많이 있었다. 7시30분
무슨 배가 저리도 많을까! 거의 셀 수 없을 정도이니 수 십 척 아니면 수 백 척이라 해야할
지!
보숭보숭한 눈덩어리 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집어등을 치렁치렁 걸어두고 오늘 그대들이 진
정 은빛 그녀를 만나려 한단 말이지. 큰 통에 꼬 오꼭 눌러 잡어 부엌 살림에 보태려 한단
말이지. 나 또한 그러하이.

무거운 얼음 통과 낚시 가방을 둘러멘 나의 가슴은 쿵쾅거리며 머리로는 땀방울이 왕방울
되어 굴러 내리고 얼굴은 뻘겋게 상기되어 진정한 어부로서의 설레임이 생겨나니 내 오늘
최선을 다하리라.

접선 암호를 데고 깻잎사귀 만한 배에 올라타니 바로 배가 뒤뚱뒤뚱하니 친구와 나는 뱃전
을 꽉 붙잡고선 육지 매미가 되어 의미 있는 눈웃음을 교환하고는 조금씩 다가오는 배낚시
본선들을 바라보며 우리 배는 어느 메뇨 헤메다가 우리가 옮아 탄 커다란 배는 의외로 몇사
람의 꾼들만이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배의 뒷부분 화장실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떨리는 손으로 채비를 준비하
고는 옆사람 하는 양을 잠자리 눈으로 홀겨 보며 수심 사오 미터 주고 빙어 한 마리 달아
입수 시켰다. 시계를 보니 이미 초저녘 물 때 지나버린 야달시.

간밤에 광주 쪽에서 내린 엄청난 빗물을 실어 나른 영산강의 하구언 수문을 열었슴인지 형
광 불빛에 보여지는 물색이 여간 아니올시다다. 황토 색도 아니고 뻘물을 머금고 오물이 뒤
섞여 보이는 잡탕색이다. 이런 물에도 미녀아씨가 사시는지

그 사이 친구는 실갈치 한 마리를 잡아 올리고 또 있으려니 또 한 마리 잡아 올리고 나는
뭐여 푸념 질을 하니 그때사 초릿대 끝이 톡톡거려 힘껏 챔질을 하니 제법 무거운 납추를
달은 채비가 허공을 가르며 빈 바늘로 배의 지붕위로 날아간다. 아이고 부끄러워라!

어찌어찌 실 갈치 서 너 마리 잡아 얼음통에 넣고 보니 시간은 벌써 11시가 되어버린다.
대략 일이십여번의 챔질에 한 마리나 잡을까 말까하니 뭔지 몰라도 한참 잘못 되었다. 채비
를 끌고 초릿대를 한껏 구부려지게 하는 입질의 챔질도 허탕, 토토톡 입질 뒤끝 하나둘 셈
끝에 챔질을 늦추어도 허탕. 두 마리의 빙어로 물량 공세를 펴도 마찬가지로 챔질 허탕. 바
늘 탓이려니 하고 우럭 채비를 변화한 유인책에도 챔질 허탕. 나중에는 한눈파는 작전 다른
명칭으로는 무심통 작전인데 먼데를 본다거나 소변을 본다거나 뭐 먹을 거 없나 낚시 가방
을 뒤지다보면 그 때 입질이 오곤하니 이게 대게는 마지막 작전인 셈인데 이렇게 해서 한
두 마리 정도 추가 하였다. 박스를 열고 얼음 위에 놓인 작은 갈치들을 쳐다보니 내가 민망
하고 한심스러움은 어찌된 셈인고.
선장님이 끓여다준 라면 국물에 소주를 두어 잔 하고선 집어등 불빛과 어우러져 반짝이는
검은 바다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들었다.

누가 물 반 고기 반이다 하며 갈치가 미천하여 지천으로 있는 듯 하다 하였는가!
이렇게 어린 갈치를 잡아 어떻게 마눌에게 갈치 살로만 살로만 먹게 하겠는가!.

분명코 오늘 저녘 내 주위를 배회하는 갈치는 작고 영악하다.
어찌 그리 정확히 바늘에 걸친 먹이만 덥숙덥숙 베어 먹어버린 단 말인가!
오늘 이 생명과의 싸움에서 내가 졌다. 이겨서도 안되겠다.

여보게 갈치씨. 갈치 아씨 오늘 그대들이 실로 나를 능가하는 영악함을 알았으니
그대가 제법 큼직한 몸집을 이루어 자네의 동작이 예전과 같지 않을 때
그때나 만나세.

그렇다고 내 머리(갈치 대가리)만도 못한 놈이라고 흉이나 보지마소.

12시 조금 너머 친구는 선실로 들어가고 그래도 미련이 남아 하품을 품어내며 그로부터
한 시간 여를 더 버티다가 선실로 들어가 소파에 자리잡고 허리와 다리를 구부려가며 옹색한
잠이라도 청하려하나 처음에는 그 잠이 멀리 있는가 싶더니만 배가 흔들이 요람이 되어 육신을
얼려주니 그때사 잠이 스르르 찾아 들었다.

새벽 4시30분 어부로서 최선을 다하리라는 최초의 다짐 때문에 눈 비비고 일어나 다시 낚
수 시작. 곧 바로 올라온 실갈치는 바로 방생하고 중갈치 한 마리 더 추가하니 사방 둘러리
로 그 많던 배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우리 배를 포함한 몇 척의 배만이 뻘물 위에 떠있고 서
서히 태양을 품은 동편 하늘은 붉은 색을 띠어 가며 갈치낚시를 마감케 한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친구가 나에게 준 갈치를 포함하여 정성스럽게 다듬어서 냉장 보관
하였는데 워낙 작고 적은 양 이어서 그러는지 마눌님을 살펴보니 그저 그렇고 그렇다는 표
정이니 우리 마눌은 어부 남편의 참담한 심경을 헤아리기나 하는지. 갈치 살로만 살로만 먹
여보리라는 그 충정어린 결심과 밤새내의 노력을 알기나 하는지.

그러나 마눌님이 나의 이런 속 마음을 헤아렸다면
"뭐이라고라우. 당신이 갈치를 잡어다 내배를 채워준다고라우. 애끼 여보 당신이 사용한 출
조비로 시장 갈치를 사따 하면 우리 온 식구가 짱구되게 먹겠네"이랬을 것이고
나 또한 억지 말을 흘렸을 것인데
"아 이사람아 그럴 수도 있지만 만약에 마리세, 한 쿨러 그득히 잡어 왔다면 부엌살림에
보태지고 재미나게 논건만 남는 거 아닌감. 머그리 갈구나".아마 이랬을 것이다.

2003년 9월 갯.바다청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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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G 파도를걸으며 02-11-30 00:00


우와(감탄사...) 조그마한 갈치속에도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같은 진주가 숨어 있었네... -[09/1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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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파도를걸으며 02-11-30 00:00
우와(감탄사...) 조그마한 갈치속에도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같은 진주가 숨어 있었네...
우리 서광님의 넘 예쁜 마눌님 사랑... 나도 발꿈치나 따라가야 할껀디...
그나 저나 갈때는 어린 소년의 맘과 같은 부푼꿈으루...
올때는 조금은 시원함과 조금은 아쉬움인데...
항상 미지의 부푼꿈이 있기에 바다가 우릴 부르는건 아닌지
그나 저나 우리 언제 한번 친구들 몽땅 데리고 무등산만한 고래하나 잡으러 가세...
-[09/10-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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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in 02-11-30 00:00
님의 글은 가을들녁의 풍성함과 넉넉함 그리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군요.
인위적 꾸밈도 아닌 아주 자연스런 글에 한가위의 넉넉함을 보고 갑니다.
갯.바다청소고래님 항상 건강하시고 가족과 하시는 일에 늘 아름다움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잘 보고 갑니다...... -[09/1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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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aaa8744 02-12-01 20:00
정말정말 문장력이뛰어나십니다 님의글 정말(...)즐거웠읍니다 감사..ㄹㄹ -[09/15-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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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bss7661 02-12-02 13:00
음....... 정말 잘읽어 봤습니다.... 만약 님께서 앞으로도 출조후에 글을 올리신다면 꼭 읽어보는 팬이 될것같네요 정말 좋은글이었습니다 담엔 감성돔잡는 글한번 올려주셨으면...... *^^* 경상도에서 보리문디가... ^^ -[09/15-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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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갯.바다청소고래 02-11-30 00:00
안녕하세여!
파도를 걸으며님,핀님,aaa8744,bss7661님 부족한글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루두루 건강들하시고 늘 다복하시길 바랍니다. -[09/27-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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