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낚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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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의 낚시대

G 4 708 2003.07.25 14:03
매년 7월로 접어서면 방파제나 갯바위 주변에 등푸른 생선 즉, 고등어, 전갱이,부시리
방어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중 부시리, 방어, 대형 농어는 준 원도권에서 보이지만,
동네 낚시터인 방파제에서도 고등어나 전갱이, 농어새끼는 심심잖게 손맛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고등어에 얽힌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할까 한다.

2000년 어느 여름날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선배부부와 같이 통영 영운리 방파제로 낚시를 간적이 있었다.
아시는바와 같이 여름 한낮은 더워서 땡볕에 낚시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판단되어
토요일 오후 4시쯤 마산을 출발하여 통영으로 가는 국도를 달렸다. 낚시터에 도착하여
찌를 담그기 전까지는 누구나 할 것없이 별의별 상상을 다한다. 대물도 걸고, 고기도
한쿨러씩 잡는다. 그러나 실상 낚시터에 도착해서 낚시해보면 한껏 부풀었던 기대와
희망은 한낱 바램이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먼저 직장선배, 이 분은 바다낚시보다는 민물낚시를 더 좋아한다. 호젓한 저수지 가
장자리에 파라솔 꽂아두고 의자에 편안히 앉아 낚시하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이날은
무슨바람이 불었는지 다짜고짜 통영으로 바다낚시를 가잔다. 게다가 사모님도 대동하고.
평소 도움과 조언을 많이 받았던 분이라 거절할수도 없고, 사모님도 동행한지라 안전한
방파제를 택하기로 했다.

통영으로 가는 길목에 학섬휴게소에 들러 커피도 한 잔하고, 저녁으로 김밥을 먹었다.
모처럼 낚시 가는 사람은 낚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분이 들뜨서 돈도 잘 쓴다. 자주
다니는 낚시인은 낚시에 들어가는 비용을 알기 때문에 아껴쓰는 경우를 보지 않는가?
어렵사리 통영 마리나리조트를 지나 영운리 방파제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 30분경
여름 낮은 긴 편이라 저녁 8시나 돼야 어둠이 깔릴 것이다. 그래서 바다낚시 경험이
적은 선배부부에게 어둠이 오기전 채비를 만들어 두었다. 선배에겐 1호대에 릴찌낚을.
사모님에겐 민물대에 장대찌 0.5를 달고 케미를 꽂았다. 사모님이 준비한 간식(과일,
냉커피)을 먹으니 여름 밤바다는 시원함 그 자체였다.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자 동네낚시터답게 삼삼오오 낚시인이 방파제를 따라 자리를
차지하고 찌를 드리웠다. 낚시를 다니다 보면 운수가 좋은 날이 있다. 별 기대도 안
했건만 그 날은 고등어가 붙었던 모양이다. 고등어 입질(어신)은 쫘아악 빨고가는 찌
모습하며, 연질 장대나 1호대에 걸면 손맛도 일품이다. 모처럼 따라나선 선배부부도
연신 받은 입질에 으으~~하면서 탈탈거리는 고등어를 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때론 소
리도 지르고, 조금 크다 싶으면 일부러 뜰채~~하면서 내 낚시를 방해하기도 했다.

고등어 입질은 순식간에 어신이 오기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뒷줄을 사리며
찌를 흘리는데 찌가 사알짝 잠긴다. 전형적인 겨울 대물 감섬돔처럼…마음속으로
조그만 더, 조그만 더 하면서 기다렸지만 그냥 그렇게 살짝 잠겨만 있다. 꼭 바늘이
수중식물에 걸린것처럼. 마냥 기다릴순 없어 살짝 대를 세웠다. 그런데 뭐가 걸렸다.
힘쓰는게 고등어다. 이리저리 휘젓더니 낚시대의 힘이 쭈욱 빠진다. 옆에서 선배님
한말씀 하신다. '낚시깨나 다닌다더만 그것도 놓치나?, 때려 치워뿌라!" 꼭 바다낚시
처음 오시는 분이 많이 잡는다는 말씀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왜 빠졌을까?" 생각하며 바늘 위 목줄을 잡아 후래쉬를 비춰 보았다. 크릴만한것이
달려있는데 크릴은 아니고 영롱하다. 자세히보니 고등어 눈알이다. 신기해서 쳐다보
는데 옆의 선배님이 다가오신다. "뭘 그리 보누" "성님! 고등어 눈알이 걸려 올라왔
네요!" 선배는 "으하하하" 웃으시더니 "고수는 고수다! 지나가는 고등어 눈깔을 다
빼다니 참 내!" 나도 어이가 없어 웃었다. 사모님도 웃으시며 한마디 하신다.
"내일 마산.창원에 있는 병원마다 눈깔빠진 고등어 치료하러 오면 잡아달라고 연락해
놔야 되것네! 호호호…. 갯바위 감성돔낚시에 이렇게 떠들었다면 돌 날라 왔을거다.
정이 깃던 동네낚시터의 정겨운 모습 그 자체였다.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낚시하던
중 만조를 전후해 한 두시간 소나기 입질이 쏟아지더니 방파제 전체가 조용해졌다.

선배님부부 쿨러를 보니 벌써 한쿨러다. 사모님은 올 여름반찬 장만 다했다며 입가에
웃음이 만연하다. 게다가 낚시도 그만 하잰다. 하지만 낚시인이 두시간 낚시하고 그만
하고 싶나? 선배님이 한 마디 거들었다. "낚시 재미 좀 봤으면 라면이나 하나 끓여!"
사모님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민물낚시대를 그대로 방파제에 꽂아 두었던 모
양이다. 한 십여분 후 "낚시대에~~~~~ 낚시대 잡아~~~" 무슨 일인가 싶어 옆을 쳐다
보니 사모님은 내쪽으로 뛰어오고 낚시대는 방파제 끝을 향해 바다위를 달리고 있었다.
난 얼른 사모님을 제지했다. 왜냐하면 방파제 공사가 아직 안 끝나 군데군데 돌뿌리며
구덩이가 나 있어 다치기 쉽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모님 낚시대는 줄기차게 달린다. 고등어 힘 좋습니다. 방파제를 따라 낚시
하던 사람들은 어~어~하면서 순식간에 줄을 감아 온 방파제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
행히 안 엉킨 사람도 있었으나 낚시를 못한다. 케미를 단 낚시대가 방파제를 따라 바다
위를 왔다 갔다 하기때문. 정신을 차린 사모님은 밤인지라 안보였지만 미안해서 홍당무
가 됐을끼고. 선배는 내 옆에 오더니 나지막이 속삭인다. "야아, 가자! 조금 더 있으면
맞아 죽것다." "낚시대는요?" "에이, 낚시대고 뭐고 퍼뜩 뜨자카이" 그래서 우리는
뒤도 안돌아보고 짐챙겨서 토꼈다. 차에 짐을 싣고 방파제 위를 보니 낚시인들 낚시도
못하고 낚시대만 들고 섰고, 사모님 민물대는 여전히 힘차게 바다위를 휘젔는데…..
선배는 좋은 민물낚시대 잃어셨다고 투덜투덜,사모님은 선배의 질타에 뒷좌석에서
쫑알쫑알. 난 방파제 낚시인의 그 황당해하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 배를 잡고 낄낄
거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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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G 은칼치 02-11-30 00:00


우하하 5메타짜리 막대찌가 지금도 들락거리겟군요... -[07/26-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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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sj900 02-11-30 00:00
잘 읽어슴다.....어제 줄조한관계로 지금잠이와서 이만 -----// -[07/28-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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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독까시 02-11-30 00:00
흐하하하하하하....흐~~~으~~~` -[07/28-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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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찌매듭 02-11-30 00:00
지는 저녁노을이 아름답다는 학섬 휴게소... 몇번 들러 본적이 있군요. 오랜만에 이곳에 들르신듯한데 건강하신 모습이 엿보입니다 ^^ -[07/2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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