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 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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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장화

G 10 3,193 2003.06.18 15:25
그 때가 2000년 겨울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거실밖을 쳐다 본 나는 깜짝 놀랐다. 밤새 눈이 내렸는지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사는 마산은 남부지방이라 겨울내내 눈구경 한 번 못하고 넘어가는 해가 종종
있는터라 예상치 못한 눈이 싸늘한 겨울섬을 찾아온 봄손님처럼 반갑기 그지 없었다.

눈이 오면 흥분되는건 어릴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진가! 잠에서 덜깬 꼬마들을 깨워 눈구경하라고 고함
치고, 잠구렁이 마누라에게 얼른 밥하라고 난리 부르스를 떨었다. 지금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겨울내내
눈쌓이는꼴 한 번 보기 힘든 지역이라 차량들도 체인같은 장치를 준비 안한 차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가야 되고 그나마 버스, 택시 다니면 다행이지만, 그렇지않으면 직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일단 버스정류장에서 직장상사 P와 만나기로 전화 약속
하고 아파트를 나서는 순간, 새벽부터 다닌 부지런한 사람들 발자국에 하마터면 뒤로 미끄러질뻔 했다.
난 눈(Snow)을 자주 접하지 못하다 보니 긴장을 늦추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더욱 조심해서 걷기 시작했
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고 구두를 신었는지라 미끌미끌 그 자체였다.

이렇게 해서 출근하겠나? 하는 어지러운 내머리에 순간 스치는 것이 있었다. 갯바위 장화! 그거다!
그것이야말로 에베레스트 등산가의 아이젠과 같은 것이 아닌가!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난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갯바위 장화를 꺼내 신었다. 이를 본 마누라는 "지금 뭐 하요? 한다. 아~ 보면 몰라? 장화 신지!
"아니 양복에 장화가 어울린다 생각하요?" 한다. "이 양반아! 미끄러운데 어울리고 안어울리고가 문제야!
"미끄러워서 출근을 못하겠거만" 그래도 마누라는 끝까지 미련을 못버리고 구두신고 출근하길 바란다.

폼이 밥먹여주나? 한 소리 삑 질러대니 마누라는 체념한 듯 하다. 장화를 신고 밖을 나와 보니 미끄러
짐이 전혀 없다. 직장 상사 P와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좀 늦었다 싶어 뛰었다. 한 100m정도 뛰어 가니
직장상사 P가 손을 들어 반긴다. 그러면서 내게 소리를 지른다. 미끄러워~~ 걸어와~~ ' 난 속으로
미끄럽긴 갯바위 장화를 뭘로 보는 거야" 난 뛰면서 "괜찮아요" 했다. 눈을 둥그럽게 뜬 P는 내쪽으로
살금살금 나오다 뒤로 훌라덩 미끄러진다. 이번엔 제대로 걸렸는지 골반을 잡고 영 일어나기 힘들어 한
다. "괜찮아요?" 부끄러워서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데미지가 상당한 모양이다. 걷기는 하지만 절뚝절뚝
한다. 겨우 P는 내게 묻는다. "무슨 신발이야?" "아~ 이거요 낚시갈때 신는 갯바위 장화죠" 난 보무도
당당하게 걸었고 직장상사 P는 엉거주춤으로 겨우 30여분 걸어서 버스를 탔다.

평소엔 버스탈 기회가 없어 버스요금을 모른다. 버스기사에게 물어 두 사람 차비를 내고 걸어가니 발
밑에서 차각차각 소리가 났다. 버스탄 사람들이 쳐다보지만 "에라 모르겠다. 지들이 날 알리도 없고
크게 죄지은 것도 없으니 모른체 하자" 그렇게 해서 사무실 건물에 들어 섰다. 내 부서는 당시 10층이었
는데 복도를 걸어가자 차각차각 소리가 크게 났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먼저 온 직원들이
내게 물어본다. "무슨 신발이야? "갯바위 장화요" 근데 이런데서 신어도 돼나? 바닥에 키스갈 것 같은데
난 뭐라 말은 못했지만 속으로 "이거라도 신고 출근한 사람 정신이 가상타 해야지, 아직 출근 못한 놈도
많구만. 키스같은 소리 하구 있네. 사무실에선 슬리퍼 신으면 돼지....젠장"

남부지방의 겨울날씨란 밤새 내린눈도 오전만 지나면 통행량이 좀 있는 도로, 인도는 다 녹는다. 퇴근
시간쯤엔 괜히 걱정된다. 당시 사무실 건물엔 약 400명정도에 아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양복에 장화신
고 퇴근을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신병자 판정받기 딱 알맞겠군! 조금 늦게 퇴근을 하고 집에 갈 땐
택시를 타자 역시 내 머리는 비상해! 계획대로 조금 늦게 나와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옆자리에 앉으니
기사가 묻는다. 기사가 봐도 이상한 모양이다. "이게 무슨 신발입니까?
"아~ 이거요 요번에 말표신발에서 내놓은 눈비길 전용 장화인데요, 미끄럽지도 않고 쥑이네요!
아저씨도 함 사 신어보세요. 특히 부모님 겨울 효도선물로 그만입니다. 이거 신고 미끄러지면 내가 성을
갈게요. 말씨로.."
그런 후론 택시 기사 아저씨 우리 아파트 내려줄때까지 입도 벙긋 안하더이다.

북부지방 조사님들! 같은 경험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올 겨울엔 갯바위 장화 신고 눈길 함 걸어보셔요
정말 안전합니다. ^-^ 그럼 이만 꾸우뻑.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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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G 감시친구 02-11-30 00:00


ㅎㅎㅎ 조은생각? -[06/18-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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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마자요, -[06/18-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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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마자요, -[06/18-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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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실키 02-11-30 00:00
난 벌써부터 하고이는데 안미끄러워서 좋습니다 -[06/18-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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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sj900 02-11-30 00:00
정말 좋은생각임다. -[06/18-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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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sj900 02-11-30 00:00
혹시나 미끄러지면.....낚시쪽기도입고 힙-카바도 하면더좋케네 -[06/18-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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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야전사령관 02-11-30 00:00
미녀사냥꾼님의 글을 읽을때면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마음이 즐거워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시길... -[06/18-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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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쏘가리 02-11-30 00:00
전 겨울에 얼음낚시갈때 겟바위장화신구 햇더니 쥑이던데여 ㅋㅋㅋ 다른사람들은 걷는게 엉거 주춤인데 난 당당하게걸으니 -[06/18-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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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a230 02-12-01 06:00
지난 겨울 세차장 세를 놓지 못해 직접 한두달하는데 바닥이 미끄러워 장화신고 했거든요. 기발한 생각에 자랑스럽기도 한데 마누라는 낚시에 미쳤다고 .....
그런데 바닥이 녹을즘 장화를 닦아 놓을려고 보니 스파이크가 ㅠ ㅠ ㅠ
이번 겨울에 장화마련 또 해야 할것 갔습니다.
그래도 장화 덕분에 한겨울 안전하게 지냈습니다.
-[06/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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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월광 04-02-02 01:41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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