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92년의 12월 중순쯤이었을 겁니다. 당시 진도권을 뻔질나게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가을에는 진도 내만권인 독거군도를 시작해서 관매도 그리고 겨울로 접어들면서 병풍도 맹골도 등으로 매주 출조를 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당시엔 몇번가면 한번씩은 떼고기 조황을 안겨다 주는 곳이었습니다. 매번 같이가던 분 중에 제주섬에 내려 항상 열기만을 잡으시던 분도 있었고(항상 쿨러조황이었음) 관매도 하늘다리에서 가을에 40~50cm 정도의 가지메기를 1200쿨러에 가득 채우기도 하고, 형광등 학꽁치를 아침나절에 900쿨러에 가득 잡기도 했었습니다.
병풍도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병풍도는 12월로 접어들면서 40급이상의 감성돔이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한번은 돌무너진 곳에 내려 야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당시엔 흘림이라는 것은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앞서가는 조사님들 몇몇만이 흘림대를 가지고 있었고 민장대 낚시가 주류를 이루었죠. 여느때와 마찬가질로 받침대 박아놓고 시름하기를 여러시간 통 입질이 없었습니다. 넘 지루해서 원투낚시나 해볼까 하고 해동 추자5호대를 꺼내들었죠. 근데 원투를 하려고 하니 원투용 미끼가 마땅하게 없었습니다. 미끼라고는 크릴밖에는 없었죠. 생각끝에 크릴을 몇마리 페낚시줄로 묶어 바늘에 달아 던져보았습니다. 분명 날아가는 동안에는 크릴이 이상없이 달려 있었습니다. 목줄은 포스3호목줄을 사용했습니다.
잠시 뒤에 손으로 전해오는 강력한 입질이 전해졌고 메이커없는 4000번 릴이 버거워하면 잘 감기지 않는 겁니다. 가까스로 갯바위에 붙이고 보니 허걱 얼필봐도 40이 넘어보이는 감성돔! 그것도 병풍도 쟁반감시였습니다. 근데 아뿔사 뜰채가 없습니다. 할수 없이 파도를 이용하여 밑에서 한사람이 대기하고 들어뽕 실시 갯바위에 무사히 44cm의 감성이었습니다. 또 크릴을 여러마리 열심히 묶어서 투척 그자리에다 원투를 했습니다. 어김없이 어신이 오더군요 42cm 계속해서 44, 43, .... 8마리. 배도 고프고 해서 원투를 해놓고 밥먹는데 낚시대가 와장창 자빠진다. 이넘은 스풀이 감기지가 않는다. 팅~ 3호목줄이 날라갔습니다. 목줄을 4호로 교체하고 강제 진압에 들어가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다음날까지 잡은 감성돔이 40cm 이상으로 16마리. 아직까지도 이 기록은 못 넘기고 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군요. 그 다음주 그자리는 수많은 낚시꾼들로 내리지를 못했습니다. 2주뒤 다시들어가 7마리 하고 나왔습니다. 그때는 명주실을 한묶음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크릴묶으러. 폐낚시줄로 크릴 묶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였습니다. 손도 시리고.
아뭏든 병풍도에서의 추억은 낚시를 하는 앞으로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조과는 내린곳에 맞는 정확한 낚시방법에 따라 차이가 날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