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정으로 이제야 2편 올립니다. 추자도 첫 부시리 낚시 시도 이후 매년 여름이면 추자도를 찾았지만 부시리와 인연이 없었던지 갈 때 마다 고기떼가 들어왔다 나갔거나 아직 부시리가 들어 오지 않을 때여서 부시리 낚시를 못하다가 작년 2002년 가을 신양리에 있는 낚시가게를 정리하다가 마침내 7-8년을 기다려온 부시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때가 9-10월 경이었는데 신양리 방파제, 예초리 방파제에 부시리, 농어, 돈대기(잿방어 새끼를 부르는 추자도 방언)어군이 모여 들었다. 미끼는전갱이(아지) 새끼, 꼬치는 때가 지나서 낚이지가 않았고 또 부시리나, 농어등의 씨알이 그리 크지 않으므로 한뼘 정도의 전갱이 미끼면 모든 어종의 손 맛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낚시요령은 다음과 같다. 낚시 가기전 날 방파제 내항에서 전갱이를 낚는다. 큰 놈은 다 살려주고 작은 뼘으로 한 뼘 미만의 것만 아이스박스나 밑밥통에 산소기를 틀고 살린다. 혹은 프라스틱 콘테이너 박스에 그물을 씌우고 바다에 던져 두어 미끼를 살린다. 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에 미끼를 가지고 신양리 방파제나 예초리 방파제로 나간다. 주먹만한 스티로폴 찌에 목줄은 10-16호 정도(예전 신양리 방파제에서 나오던 대물이 대상이 아니라3-6kg 정도의 중소형이 대상어이기 때문에) 바늘은 가마가츠 농어 바늘, 혹은 돌돔 바늘이나 참돔 바늘 적당한 크기로 묶고 살아 있는 전갱이의 등에 바늘을 꼽고 멀리 던져 놓으면 지들이 알아서 물고 들어간다.
초여름처럼 대물 부시리가 나오는게 아니라(가끔씩 큰 놈이 물기도 하지만) 농어, 부시리, 달고기, 돈대기 등이 어떤 때는 광어가(5-7kg 정도) 생미끼를 물고 나오기도 한다. 씨알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입질이 자주 오는 편이라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고기 나온다는 이야기 듣고 예초리 방파제로 나간 첫 날 농어, 부시리, 돈대기를 각가 1마리씩 낚았다. 음 첫 출조에 세마리라. 좋았어 그러나 다음날 부터 문제가 생겼다. 방파제에서 미끼인 전갱이가 잡히지 않는것이다. 어쩌다가 낚이는 것은 미끼로 쓰기 힘들 정도의 큰 씨알 들이다. 혹시나 싶어 차를 가지고 상추자 대서리 내항으로 갔더니 거기에도 생미기를 구하려는 동네 조사들이 전갱이 확보에 힘을 쓰고 있지만 역시 미끼로 쓰기엔 너무 큰 것들 뿐이다. 고기가 없을 때는 지천이던 전갱이 새끼들이 고기가 물리기 시작하자 어디론가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상추자 모 횟집 사장님의 말씀. 전갱이 한 마리에 농어, 부시리가 한마리다. 전갱이 20마리 잡아오면 보트 태워준다. 부시리 낚으러 가자. 전갱이가 있어야 고기를 잡으러 가지. 횟집 보트 타고 대서리항 이족 저쪽 옮겨다니며 애썼지만. 결과는 꽝이다. 포기하고 신양리로 내려갔다.
다음날 이던가, 어쨌든 미끼가 없어서 부시리 낚시를 포기할 즈음에 마을 노인 하나가 루어로 1m 10cm짜리 부시리를 낚아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생미끼 채비를 루어 채비로 바꾸기로 하고 가게에서 팔던 빨간 대가리 루어로 바꿨다. 추자도에서 사귀었던 두 친구를 꾀어 셋이서 신양리 방파제 끝으로 나갔다. 먼저 와 있던 한전 직원 한 명이 벌써 삼치, 방어 1마리씩을 낚아 놓았다. 되는구나 흥분이 된다. 급하게 낚시대를 펴들고 루어들 달아 먼 바다로 힘껏 던져 본다. 돌돔 5호대에, SS9000번 릴, 일제 16호 원줄, 루어 채비라고 하기엔 너무 투박하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힘이 쑥쑥 빠진다. 어찌되었든 최대한 멀리 던져놓고 있는 힘껏 릴을 감아들인다. 루어가 방파제에 다다를 즈음에 우측에서 부시리 한 마리가 휙 -하고 달려든다. 그러나 루어를 물지 못했다. 옳지 됐다. 열심히 던지고 감고 해보지만 소식이 없다. 그새 옆 사람은 삼치 한 마리 추가하고 한마리는 떨구고. 던져논 루어를 열심히 감아들일 즈음 옆 사람이 또 한마리를 걸었다. 그 것 구경하려고 릴링하다 멈춘 사이 갑자기 낚시대가 휘익-하고 끌려간다. 깜짝놀라 대를 꽉 잡았다. 고기가 오다가 멈춘 루어를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강렬한 손 맛만 보고 고기는 빠져 나간다. 이게 무슨 일이람
먼저 온 그 사람은 4마리의 수획물을 가지고 출근한다고 먼저 가고 우리 셋은 조과없이 루어만 던졌다 감았다를 반복한다. 그 때 옆에 있던 친구가 걸었다고 소리친다. 개끌듯이 끌어내니 4-5kg 정도의 중치급이다. 원줄을 잡고 들어 올리는데 뚝하고 줄이 끊어진다. 큰 씨알은 아니었는데 끌어 당기는 과정에서 원줄이 테트라 포트에 쓸린 것 같았다. 다시 루어를 묶어서 던지고 나는 먼저 간 사람이 하던 자리로 옮겨 최대한 멀리 던졌다. 팔뚝에 쥐가 날 정도로 빨리 릴링을 하던 중 15-20m 전방에서 물결이 휙 일더니 루어를 덮친다. 걸었다. 돌돔대가 완전히 휘어지고 풀어 놓은 스풀에서 16호 원줄이 찍 찍 풀려 나간다. 됐다. 나도 대물을 걸었구나. 여유 있게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에 대를 세우고 버티는데 이런 잘 나가던 스풀의 원줄이 풀리지를 않는다. 드랙 조정을 잘해놓았는데 이게 잘 풀려 나가다가 멈추어 버린 것이다. 어디가 걸렸나? 고기가 워낙 크다 보니 감아도 감겨지지도 않고 드랙 고장으로 줄이 나가지도 않고 무슨 줄다리기 하는 것처럼 16호 줄을 사이에 두고 고기랑 나랑 대치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무슨 돌에 걸린 것 같이 꼼짝하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팅- 16호 원줄 중간이 터져 버렸다. 고기와 나의 당길 힘에 줄이 견디지를 못한 것이다. 이렇게 복이 없나. 옆 친구는 앞서 놓친 것보다 조금 작은 놈으로 한 마리 낚고 그 날 낚시는 끝이었다. 그 뒤로 몇 번 루어도 해보고 생미끼도 해 보았지만 씨알 잔 농어 몇 마리 추가하고는 별 소득이 없었다. 그 중에도 다도 민박 선장, 동네 어른들, 항만 노조 직원들은 1m급을 낚았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져 왔지만 작년 가을 부시리 낚시도 그렇게 별 소득없이 끝나고 만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