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졸과 신선
G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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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6 17:19
갯바위 낚시를 다니다 보면
가끔은 황당한 일들을 당하기도 한다.
물때에 맞는 포인트를 찾아가서
미리 밑밥을 뿌려 놓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난데없이 불쑥 불청객이 나타나서
앞으로, 옆으로 찌를 던지다가... 한마리라도 걸릴라 치면...
온 갯바위를 휘돌아 다니며 물속을 완전히 휘저어 놓고는
여기저기 쓰레기만 남겨 두고 말한마디 없이 가버리는..............
전에 어느 책자에선가 오려두었던 낚시의 神仙의 道에 이르는 14단계 내용을
소개합니다.
釣卒에서 釣仙까지
- 낚시의 九釣五作慰 -
O 조졸(釣卒) : 행동, 태도 모두 치졸함을 벗어나지 못한 초보의 단계
낚시대를 든 것 만으로 태공인체 하다가 잡히지 않은 날은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하는 것으로 화풀이를 한다.
O 조사(釣肆) : 조사(釣士)가 아닌 방자할 사(肆)자가 붙는 단계
대어를 한 두번 올린 경험만으로 낚시에 대해 모르는게 없는 듯
기고만장해 있다.
허풍이 세어지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
O 조마(釣麻) : 홍역을 앓듯 밤이나 낮이나 찌가 눈 앞에 어른거리고 주말에 낚시를
못하면 한 주 내내 끙끙 않는다.
아내의 바가지도 불사, 친구, 친지의 결혼식 불사, 결근도 불사
오로지 낚시터로 !
O 조상(釣孀) : 과부 상(孀) 드디어 아내는 주말과부(필수), 주중과부(선택)가 된다.
직장행활이 제대로 될리 만무. .집에 쌀이 있는지? 자식이 대학에
붙었는지?
아내가 이혼소송을 했는지 어짼는지~~~~~~
O 조포(釣怖) : 공포를 느끼고 절제를 시작한다. 낚시가 인생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낚싯대를 접어둔다.
아내와 자식들이 '돌아온 아빠'를 기쁨 반 우려 반으로 반긴다.
O 조차(釣且) : 인생을 망칠 지 모른다는 공포로 멀리했던 낚싯대를 다시 찾는 단계
행동이나 태도가 한결 성숙해져 낚싯대는 세월을 낚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세월을 낚기에는 아직 역부족
O 조궁(釣窮) : 다할 궁(窮) 낚시를 통해서 도를 닦을 수 있는 수준의 단계
낚시를 통해 삶의 진리를 하나 둘 깨닫기 시작한다.
초보 낚시꾼이 티를 완전히 벗어 버리는 것도 이 때.
O 남작(藍作) : 인생을 담고 세월을 품는 넉넉한 바구니가 가슴에 있다.
펼쳐진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허함을 느낀다.
술을 즐기되 결코 취하지 않고 ....
사람과 쉬 친하되 경망해지지 않은다.
O 자작(慈作) : 마음에 자비의 싹이 튼다. 거짓없는 자연과 한몸이 된다.
잡은 고기를 방생하면서 자기 자신까지 방생할 수 있다.
욕심이 사라지고 인생의 희노애락이 낚시대를 타고 전해온다.
O 백작(百作) : 마음 안에 백사람의 어른을 만든다.
아직도 참으로 배울것이 많으니 인생의 지혜를 하나 하나 깨우치는
기쁨에 세월이 흐름을 알지 못하며, 자연도 세월도 한몸이 된다.
O 후작(厚作) : 마음 안에 두터운 미듬을 만드는 단계.
낚시의 道의 깊이가 상단한 수준에 이르지만 결코 지혜를 가벼이
드러내자 않으며 몸가집 하나에도 연륜과 무게가 엿보인다.
O 공작(空作) : 모든 것을 다 비우는 무아의 지경. 이쯤 되면 이미 입신의 경지에 거의
도달한 상태
지나온 낚시 인생을 무심한 미소로 돌아보며 신선이 되는 때를
기다린다.
O 조성(釣聖), 조선(釣仙) : 수많은 낚시의 희노애락을 겪은 후에 드디어 입신의
경지에 이르니 이는 도인이나 신선이 됨을 뜻한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어느 곳이나 무릉도원이요.
낚싯대를 걷으면 어느 곳이나 삶의 안식처가 된다.
낚시의 심오한 경지를 언제면 느겨 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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