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눈이 반짝이는 저 선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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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눈이 반짝이는 저 선장은...

G 9 2,676 2003.03.0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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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난히 눈이 반짝이는 저 선장은




      김 일석




      우리가 오랜만에 만나서일까
      아니면 세월이 우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우릴 데리러 나온 방파제에서
      유난히 그의 눈이 반짝인다고 생각했다.



      배를 타고도 별 할 말이 없었다.
      "오랜만이지요" 하곤
      그의 어깨를 두어번 툭툭 친 게 내 인사의 전부였다.
      그는 날 보더니 씨익 웃기만 했다.
      그는 늘 그런 식으로 웃는 사람이다.



      그저 씨익 웃으면 좋다는 뜻이고
      고개를 흔들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조타실에 나란히 서서
      그동안 잘 지냈냐고 물어도 대답도 없다.
      대답 대신 힐끗 쳐다보곤 또 씨익 웃는다.



      깊이 패인 주름살과 검게 거을린 피부는
      건강하다기보다 차라리 애처롭다.
      그가 정신없이 바쁘게라도 살면
      저 반짝이는 눈을 찬찬히 볼 수 없을만큼
      그가 허둥지둥 바쁘기라도 한다면
      우린 큰 소리로 얘기하고
      큰 소리로 웃을 수 있을텐데



      우리가 오랜만에 만나서일까
      아니면 세월이 우릴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어젯밤 허접한 술 한잔을 권하며
      주섬주섬 차린 아침 밥상에서도
      밑밥을 담던 마당에서도
      데리러 온 갯바위에서도 보았는데
      왜 볼 때마다 그가 이렇게 반가운 것일까
      그도 날 볼 때마다
      내가 느끼듯 이렇게 반가울까



      거의 두 해만에 왔으니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좀 시원하게 웃고
      좀 시원하게 말을 하면 안될까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방파제로 와선
      내 낚시를 뒤에서 물끄러미 보더니
      씨익 웃고는 등이 휜 노인네처럼
      뒤뚱뒤뚱 뒷모습을 보이며 가버린다.



      이제 헤어지고나면 언제일지 모르지만
      서로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게 틀림없다.
      씨익 웃기만 해도 그리 부족하지 않은 것은
      다음에, 그 다음에, 아니면 또 그 다음에
      다시 만나면 넉넉히 얘기할 수 있을테니
      그리고 우린 더욱 반가워할테고
      그는 선장으로
      나는 낚시꾼으로
      틀림없이 이곳에서 다시 만날테니...



      그가 일이 많아 소리도 좀 지르고
      서비스 차원에서 좀 친절하면 편하기도 하겠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혹시라도 우리 둘의 마음 속엔
      저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같이 늙어간다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자주 만나진 못해도
      그저 바다 곁에 머무를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함께 갈 형제처럼 느끼는 것은 아닐까
      유난히 눈이 반짝이는 저 선장은
      그래서 소리없이
      저렇게 씨익 웃고 마는 것은 아닐까



      photo.....http://www.kosuy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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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G gongju31 02-12-01 07:00

'디디디릭......'
..김일석님 글이 출력되고 있습니다.
......감사히 읽고 있다는 말씀밖엔......... -[03/06-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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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nasca2327 02-12-01 03:00
언제가더라도똑같은마음을보이는순수함은각박한세상에서 한번쯤자신을뒤돌아보 게함니다 촌부와중년낚시인의감정을느낄수있을것같슴니다 ㅎㅎ 잘읽었슴니다. -[03/06-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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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한참이나 읽어내려가다,,,아하,,그래 ,그분의글이구나!!하며 확인,,,,,후후후,,,님 건강하시죠?,,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03/06-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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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Red&Sea 02-11-30 00:00
낚시꾼과 선장님이 하나가 된듯한 글에 감동했습니다^^ 나는 현장에서 이런 만남이
언제나 올련지,,,,, 정말 이런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은데,,,,, 요즘 선장님들 왜 그러는지,,,, 님은 복 받은 것이여,,,, 그런 만남도 희귀한 세상이니까요..... ^^
저도 님의 글 디디디릭..... 프린트 하겠습니다 ^^ ㅋㅋㅋ -[03/07-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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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in 02-11-30 00:00
저도 김일석님의 글 처럼 그런 분이 있습니다.너무나 똑 같습니다..그러나 그분은 낚시어선업을 하지 않는 일반어선입니다.어느 마을의 이장님이기도 하구요..그래서 저 또한 노력합니다..그 밝은 눈과 아름다운 미소를 지켜드릴려구요..도회지의 때가 묻은 저가 혹시 상처라도 줄까봐 조심조심 합니다..님의 글 너무나도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인연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03/07-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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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Red&Sea 02-11-30 00:00
글과 음악이 참 어울리는것 같아서 다시 들어왔답니다 ^^ 개인적으로 이곡이 제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무슨곡인지 갈켜주시면 감사.........*^^* -[03/07-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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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고밥사 02-11-30 00:00
좋은 음악과 글 잘보구 갑니다 -[03/08-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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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섬원주민 02-11-30 00:00
갑장님, 나이가 들수록 ....................... -[03/08-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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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김일석 02-11-30 00:00
님들,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 늘 건강하시고 갯바위에서 꼭 만나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갑장, 원주민님, 나이가 들수록.....
주책이란 말씀이지요?
언제 다시 쳐들어갑니다....^^
-[03/08-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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