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을 들기도 전에 하주(지금의 하바로프스크)에서 걸려 온 화상전화에 매달렸던 김 국장은 전에 없는 묘 한 기분에 들떠 있었다. 아무르강. 너무도 가을이 일찍 시작되는 그곳에서 연어낚시로 인연을 맺었던 박 지사 장이 바다낚시를 배우기 위해서 온다는 전갈을 받았기 때문이다.
" 북미에 파견된 형준이 놈이 온다는 게 언제였지? "
" 10일이라 안 했능교! "
차려놓은 밥을 먹지도 않고 전화에만 매달려 있는 김 국장에 역정이라도 내는 듯, 무주댁은 퉁명스럽게 얼굴 도 돌리지 않고 댓구한다.
" 10일이라.... 그람 5일 남았는 데.... 이거 좀 아쉽그먼.... "
" 오하국에서 백인 폭동이 일어나 그렇게 된 것 같으유~! "
맏아들 얘기에 무주댁은 금방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지른다. 그도 그럴것이 세계의 화약고 같은 북미분쟁지 역으로 벌써 그의 아들 형준이가 3년째 파견되어 있으니 이들에게는 늘 그게 걱정거리였다.
흑인과 백인간의 전쟁에서 비롯된 북미는 그 전쟁의 참가여부로 각 주 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결 국 52개주가 각자 이합집산을 거듭한 결과 지금은 23개 독립국으로 분열 되어 하루도 멈추지 않고 국경분 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지구촌 화약고로 전락해 버렸다.
레브라스카 같은 국가는 식량부족으로 살길이 막막해지자 그곳에 감춰진 옛 핵무기를 다른 인접 국가에 내 다 팔려는 위험한 행동으로 세계인의 근심을 사게 만들기도 하는 등, 너무도 위험한 요소가 많은 골치 아픈 지역이 된지 벌써 20년째이다.
" 이번에는 어디루 낚시를 가시려구 그란디유? "
" 응~~! 시기적으로 긴꼬리 벵에철잉게 자승도에 갔으모 해~ "
자승도라는 말이 김 국장의 입이서 떨어져 나오기가 무섭게 무주댁은 또 다시 쌍심지를 곧추 세우고 두 눈이 뜅겨져 나올 것은 형상으로 그을 쏘아본다.
" 아~! 걱정말어... 남들 다 가는 곳인지 뭘 그랴...쩝~! "
" 왜 하필 그런디루 가는지 지는 마 도무지 모리겠능기라... "
식탁위에 놓여진 빈그릇을 신경질적으로 가져가는 그녀의 얼굴에는 다분히 화가 난 기색이지만, 그래도 그 를 걱정하는 여자로써의 자세는 결코 잊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자승도는 대한민국 제일의 섬으로 된지 겨우 10년 남짓. 후지산의 대폭발로 일본열도가 다 물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갑작스럽게 북위 39도 독도 기점 108km 떨어진 곳에 난데없는 큰 섬이 하나 생겨나게 되었다. 충청 남북도의 두 배 정도의 크기니 실로 엄청난 섬인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낚시꾼들의 입소문에 의하면 그곳에서 국내 기록을 갱신한 벵에돔들이 소리소문 없이 낚였다는 사실이다. 생긴지는 12년여 되지만, 그곳 지형이 확실하게 굳어진 것이 아니여서 당국에서는 가급 적 낚시활동은 자제해 달라고 매일 방송은 하지만, 고기에 눈이 뒤집힌 낚시꾼들의 발길은 매일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제 대형 참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지질 전문가들의 연구 발표가 있었는지라 그걸 이미 알고 있는 무주댁은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 심양이라고...알았그만~! "
박 지사장이 심양을 들려서 온다는 소식에 김 국장은 서둘러 낚시도구를 챙긴다. 심양에서 부산까지 거리 는 직선도로도 근 1600km 남짓 되지만, 이때가 되면 겨우 20분 전후에서 오가는 거리에 불과하다. 사실 이 때 우리의 국토는 북으로는 바이칼호에서부터 서쪽으로는 고바사막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세계경제를 주도했던 중국은 부의 분배과정에서의 소수민족간의 차별화에 따른 지역간 갈등으로 내분에 휩 싸인 건 우리나라의 남북시대가 끝나고 난 후 12년이 지난 2016년의 일이였다. 결국 죽창까지 들고 날뛰는 세 월을 엮어내더니만, 결국 중국은 그 형체마져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단지 남쪽 광저우를 중심으로 '지나' 라는 국가명으로 그곳이 옛 중국의 땅이였구나 하는 걸 짐작만 하게 되었을 뿐이다.
이때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톱선진국에 들어가 있었지만, 국토는 여전히 한반도에 국한 되어 있었다. 그러한 차에 갑작스런 북방 소수민들과 그곳에 살고 있던 우리 동포들이 한꺼번에 우리나라로 편입을 강력하게 요구 해와 어쩔 수 없이 국토로 받아 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한반도의 열다섯배 정도의 큰 국토를 가지게 되었으나, 그 국토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이끌기 위 해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붇게 되었다. 인구는 무려 5억이 넘어가고 연간 국가제정이 5000억조에 육박하 며, 국방비로 연 1500조를 사용하고 있으니 지구상 이 보다 더 큰 나라는 없게 되었다.
" 형준이는 지금도 그곳에 있는가요? "
" 어쩔 수 있나요... 세상이 그럴 걸... "
박 지사장과 김 국장이 만난 곳은 유엔본부 건물 옆. 유엔본부 건물이 부산에 들어선 것은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 음...많이 변했을 것 같군요. "
박 지사장은 형준이와 함께 낚시를 갈 수 없다는 사실에 못내 아쉬운 모양였다. 하주(지금의 하바로프스크) 에서 김 국장이 그곳 개발국장을 역임하고 있을 때, 그때도 박 지사장은 세계 최고의 브렌디인 KW기업의 그 곳 지사장였었다. 그곳에서 서로 알게 되어 낚시로 인연이 맺은 건 형준이가 12살 되던 해.
" 사모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
" 무슨 말쌈을 그렇게 하신다요... 다 늙어버린 쭈굴탱이를 두고서리.... "
무주댁은 그래도 싫지는 않는 모양이다. 박 지사장의 말에 여간 즐거운게 아닌 것 같다. 그녀 나름대로 어제 부터 열심히 준비해 둔 음식들이지만, 그래도 더 깔끔하게 차려본다고 분주하긴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연전히 싱글벙글이다.
픽션이 때로는 현실로 다가올 때도 있죠. 뭐 2113년에는 우리가 없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어떻든 추자도를 5분에 주파한다니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입니다. 기왕이면 남해에 추자도 같은 섬 여럿 더 만들어 포인트 경쟁 없고 인심이 폭포처럼 흘러 넘치는 곳으로 만드심이 어떨런지요? ㅎㅎㅎ 재밌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새해에도 늘 안전조행하시고 가정에 평강이 함께하길 빌겠습니다. -[01/02-2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