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3년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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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3년이 되면...

G 5 2,222 2003.01.02 11:37
" 응... 내일~! ........ 당연하지.... 그래요~! "

아침 밥을 들기도 전에 하주(지금의 하바로프스크)에서 걸려 온 화상전화에 매달렸던 김 국장은 전에 없는 묘
한 기분에 들떠 있었다. 아무르강. 너무도 가을이 일찍 시작되는 그곳에서 연어낚시로 인연을 맺었던 박 지사
장이 바다낚시를 배우기 위해서 온다는 전갈을 받았기 때문이다.

" 북미에 파견된 형준이 놈이 온다는 게 언제였지? "

" 10일이라 안 했능교! "

차려놓은 밥을 먹지도 않고 전화에만 매달려 있는 김 국장에 역정이라도 내는 듯, 무주댁은 퉁명스럽게 얼굴
도 돌리지 않고 댓구한다.

" 10일이라.... 그람 5일 남았는 데.... 이거 좀 아쉽그먼.... "

" 오하국에서 백인 폭동이 일어나 그렇게 된 것 같으유~! "

맏아들 얘기에 무주댁은 금방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지른다. 그도 그럴것이 세계의 화약고 같은 북미분쟁지
역으로 벌써 그의 아들 형준이가 3년째 파견되어 있으니 이들에게는 늘 그게 걱정거리였다.

흑인과 백인간의 전쟁에서 비롯된 북미는 그 전쟁의 참가여부로 각 주 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결
국 52개주가 각자 이합집산을 거듭한 결과 지금은 23개 독립국으로 분열 되어 하루도 멈추지 않고 국경분
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지구촌 화약고로 전락해 버렸다.

레브라스카 같은 국가는 식량부족으로 살길이 막막해지자 그곳에 감춰진 옛 핵무기를 다른 인접 국가에 내
다 팔려는 위험한 행동으로 세계인의 근심을 사게 만들기도 하는 등, 너무도 위험한 요소가 많은 골치 아픈
지역이 된지 벌써 20년째이다.

" 이번에는 어디루 낚시를 가시려구 그란디유? "

" 응~~! 시기적으로 긴꼬리 벵에철잉게 자승도에 갔으모 해~ "

자승도라는 말이 김 국장의 입이서 떨어져 나오기가 무섭게 무주댁은 또 다시 쌍심지를 곧추 세우고 두 눈이
뜅겨져 나올 것은 형상으로 그을 쏘아본다.

" 아~! 걱정말어... 남들 다 가는 곳인지 뭘 그랴...쩝~! "

" 왜 하필 그런디루 가는지 지는 마 도무지 모리겠능기라... "

식탁위에 놓여진 빈그릇을 신경질적으로 가져가는 그녀의 얼굴에는 다분히 화가 난 기색이지만, 그래도 그
를 걱정하는 여자로써의 자세는 결코 잊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자승도는 대한민국 제일의 섬으로 된지 겨우 10년 남짓. 후지산의 대폭발로 일본열도가 다 물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갑작스럽게 북위 39도 독도 기점 108km 떨어진 곳에 난데없는 큰 섬이 하나 생겨나게 되었다. 충청
남북도의 두 배 정도의 크기니 실로 엄청난 섬인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낚시꾼들의 입소문에 의하면 그곳에서 국내 기록을 갱신한 벵에돔들이 소리소문 없이
낚였다는 사실이다. 생긴지는 12년여 되지만, 그곳 지형이 확실하게 굳어진 것이 아니여서 당국에서는 가급
적 낚시활동은 자제해 달라고 매일 방송은 하지만, 고기에 눈이 뒤집힌 낚시꾼들의 발길은 매일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제 대형 참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지질 전문가들의 연구 발표가 있었는지라 그걸 이미 알고 있는
무주댁은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 심양이라고...알았그만~! "

박 지사장이 심양을 들려서 온다는 소식에 김 국장은 서둘러 낚시도구를 챙긴다. 심양에서 부산까지 거리
는 직선도로도 근 1600km 남짓 되지만, 이때가 되면 겨우 20분 전후에서 오가는 거리에 불과하다. 사실 이
때 우리의 국토는 북으로는 바이칼호에서부터 서쪽으로는 고바사막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세계경제를 주도했던 중국은 부의 분배과정에서의 소수민족간의 차별화에 따른 지역간 갈등으로 내분에 휩
싸인 건 우리나라의 남북시대가 끝나고 난 후 12년이 지난 2016년의 일이였다. 결국 죽창까지 들고 날뛰는 세
월을 엮어내더니만, 결국 중국은 그 형체마져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단지 남쪽 광저우를 중심으로
'지나' 라는 국가명으로 그곳이 옛 중국의 땅이였구나 하는 걸 짐작만 하게 되었을 뿐이다.

이때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톱선진국에 들어가 있었지만, 국토는 여전히 한반도에 국한 되어 있었다. 그러한
차에 갑작스런 북방 소수민들과 그곳에 살고 있던 우리 동포들이 한꺼번에 우리나라로 편입을 강력하게 요구
해와 어쩔 수 없이 국토로 받아 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한반도의 열다섯배 정도의 큰 국토를 가지게 되었으나, 그 국토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이끌기 위
해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붇게 되었다. 인구는 무려 5억이 넘어가고 연간 국가제정이 5000억조에 육박하
며, 국방비로 연 1500조를 사용하고 있으니 지구상 이 보다 더 큰 나라는 없게 되었다.

" 형준이는 지금도 그곳에 있는가요? "

" 어쩔 수 있나요... 세상이 그럴 걸... "

박 지사장과 김 국장이 만난 곳은 유엔본부 건물 옆. 유엔본부 건물이 부산에 들어선 것은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 음...많이 변했을 것 같군요. "

박 지사장은 형준이와 함께 낚시를 갈 수 없다는 사실에 못내 아쉬운 모양였다. 하주(지금의 하바로프스크)
에서 김 국장이 그곳 개발국장을 역임하고 있을 때, 그때도 박 지사장은 세계 최고의 브렌디인 KW기업의 그
곳 지사장였었다. 그곳에서 서로 알게 되어 낚시로 인연이 맺은 건 형준이가 12살 되던 해.

" 사모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

" 무슨 말쌈을 그렇게 하신다요... 다 늙어버린 쭈굴탱이를 두고서리.... "

무주댁은 그래도 싫지는 않는 모양이다. 박 지사장의 말에 여간 즐거운게 아닌 것 같다. 그녀 나름대로 어제
부터 열심히 준비해 둔 음식들이지만, 그래도 더 깔끔하게 차려본다고 분주하긴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연전히 싱글벙글이다.

" 여보쇼~! 응... 형준이냐...! 뭐... 부산이라구!!! 우쩌게 된겨? 응.... 알았그모 "

" 형준이라예? "

접시를 놓다말고 무주댁은 놀란 토끼 마냥 휘둥그레진 눈으로 김 국장을 바라본다.

" 형준이가 부산에 막 도착혔디야... "

" 오~! 그래요... 그거 반가운 일이군요 "

박 지사장도 들뜬 마음인 모양이다. 안주가 다 차려지지도 않했는 데 벌써 술잔을 챙겨든다.

" 오늘은 다 같이 술이나 한 잔 들기로 하고 낚시를 내일 가기로 하는 게 어떻겠나요? "

" 그 멀리서 오셨는 데...박 지사장에 미안하구려 "

박 지사장의 갑작스런 출조연기 발언에 오히려 김 국장이 미안해 하는 데. 무주댁은 그게 그렇게 좋은지
날렵하게 안주거리를 집어 날으면서도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 바다낚시는 어떻습니까? "

" 아~! 낚시야 다 같습죠. 전번에 내가 말한 자승도가 아니라도 여기 가까운 섬에만 가면 고기는 잘 잡힙니
다. 씨알도 솔찮이 크고오. "

그들 둘에게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자리에 역시 낚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 우리 윗대 낚시 선배분들이 옛날부터 낚시터 보존을 잘 해주셔서 가까운 섬에도 고기들은 많습죠. "

" 아~! 그렇군요... 나도 언젠가 낚시 역사책을 봤는 데, 우리 선대의 낚시인들은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더군요. "

박 지사장은 조금 붉그스레한 눈으로 김 국장 등쪽에 걸려있는 감성돔 어탁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면서 나름
대로 어떤 감회에 졌는 듯 보인다.

" 맞아요! 그 열약한 낚시배하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갯바위에 올라서야 했던 지난 선대 낚시꾼님들은 그
래도 작은 고기 가령... 25cm 이하는 미련없이 방생했으니 지금 우리가 이런 풍요를 누리는 것이외다. "

" 여기서 그 가까운 남해 섬들을 무려 5시간 정도 걸려서 갔다는 기록을 보고서 나로써도 도저히 믿기지 않
더군요. "

오래된 앨법을 펼쳐놓고 그들은 마치 무슨 옛 유물이라도 뒤적거리는 듯, 가진 조심을 다해가며 들어다 본
다.

" 그 옛날에는 가슴에 태극기도 붙히고 다녔나 보네요. 여기 이 사진... "

" 아~! 아마 기록은 없지만, 그때는 그렇게 해서 무엇을 구분했던 모양입니다. 지금으로써는 왜 그러했는지
추측은 안되지만요... "

그들은 지난 사진들을 자세하게 보면서 이해가 안된디는 듯, 하면서도 이내 술잔을 기울이며 그때는 그게
시대의 흐름였거니 하는 것으로 넘어간다.

" 우리 아들이 왔네... "

무주댁은 막 집에 들어서는 형준이 뒤를 따라오면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 안녕하세요. 박 지사장님... "

" 오우~! 이제 어엿한 헌헌장부로구... "

형준이가 다음 차례로 박 지사장에게 큰 절을 올리는 모습을 김 국장 내외는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본다.

" 그래~! 타지에 가서 고생이 많지... "

" 고생은요. 추운 곳에 계시는 아저씨가 더 고생이 많으십니다. "

몸에 비해서 몰라보게 민첩해진 무주댁이 새롭게 가져온 음식을 사이에 두고 그들은 그져 즐거운 듯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

" 내일은 니 엄마의 걱정도 있고하니 여기 가까운 추자도나 가거도로 낚시를 가기로 하자꾸나! "

" 요즘은 여기서 추자도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가자 형준이는 다소 긴장에서 풀린 듯, 자신의 얘기에서 벗어나 낚시 얘기로 대화가
바뀌자 아주 진지하게 묻는다.

" 음...작년까지는 20분 정도 걸려서 조금 지겨웠는 데, 이제는 5분이면 포인트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단다. "

" 그래도 내일은 조금 일찍 출발하면 어떨까요? 김 국장님... "

다시금 낚시 얘기로 돌아오자 박 지사장도 감질거리는 손맛에 안달이 난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이러한 날이 언젠가는 꼭 우리에게 오리라 봅니다. 그때를 기다리며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의 낚시터를 더
잘 가꾸고 아껴야 할 것입니다.

한 해의 희망찬 출발이 시작 되었습니다. 모든 낚시 동호인 선배님들이 맘 먹은 일들이 다 잘 풀려가길 손모
아 기원합니다.

물망상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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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G 햇빛바다 02-11-30 00:00


이런 세월이 올까요? 잘 읽었읍니다.. -[01/02-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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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시즈메지니아 02-11-30 00:00
단편소설?일본열도의 침몰이라 재밌네요^^ -[01/02-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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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물찬제비 02-11-30 00:00
그 때 필독서인 넌픽션 역사소설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01/02-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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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입질팍팍 02-11-30 00:00
물망상어님의 글 항상 재밋게 보곤 합니다.
이야기가 첨 시작 될땐 사실적인 꽁트 인줄 알았는데.... 정말 멋진 소설이군요. 하기야 소설이 사실이 되지말라는 법은 없으니, 언젠가 꼭 이런날이 왔으면 합니다.
2편? 계속 되는건가요?^^"
-[01/02-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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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버들피리 02-11-30 00:00
픽션이 때로는 현실로 다가올 때도 있죠. 뭐 2113년에는 우리가 없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어떻든 추자도를 5분에 주파한다니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입니다. 기왕이면 남해에 추자도 같은 섬 여럿 더 만들어 포인트 경쟁 없고 인심이 폭포처럼 흘러 넘치는 곳으로 만드심이 어떨런지요? ㅎㅎㅎ 재밌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새해에도 늘 안전조행하시고 가정에 평강이 함께하길 빌겠습니다. -[01/02-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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