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에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G
일반
1
2,438
2002.12.26 10:57
안녕하세요
조은바다친구 노랑바위입니다
졸필이지만 이쁘게 봐 주시고
발전하는 인낚이 되시길 빌어 봅니다
맑은 날 나들이 한 번 가는게 소원이라는
아내의 원을 풀어주기 위해
성탄 아침부터 서둘러 어머니를 모시고
경주 인근에 있는 골굴사란 절에 다녀 왔어요
성탄절에 절에 가는 게 왠지 어색했지만
가족과의 단란한 한 때를 위해서라면
그 곳이 어디인들 어떻겠어요?
단아하고 조그만 사찰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처럼
소담스런 데가 있어 마음이 끌렸다
남해의 어느 갯바위를 닮은 듯한 바위 곳곳에는
이름모를 부처,보살님들이
조용하고 옅은 미소를 머금으시고
삶에 찌든 속세의 중생들을
말 없이 기다리고 계셨다
절에만 가면 갑자기 달라지시는 어머니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시며
한 분이라도 빠뜨리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듯이
참배에 여념이 없으시다
그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무슨 기원이 저렇게 많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마도 못난 자식의 건강과 출세 등등이
대부분일거란 추측에
또 다시 못난 놈이란게 죄송스럽다
끝이 없는 어머님의 참배를 보다 못해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한 집안이니 그만하고 내려가자니
웃으시기만 하신다
높으신 곳에 계신 분께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내려오며 보니 절 이름이 왜 骨窟寺인가 알 것 같다
여기 저기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 게 뼈 모양 같았다
그 많은 구멍 구멍마다
중생들의 번뇌를 모두 담았으면 좋으련만...
돌아오는 길에
방갈로에 앉아
손두부와 먹는 묵은 김치 맛이 정겨웠고
수제비를 곁들인 메기 매운탕 맛도 얼큰하여
소주 한 잔이 간절했다
모처럼만의 아들,애비,서방 노릇을 한 것 같아
뿌듯한 하루였다
그래도 정자에서
날리는 눈발속에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꾼이
부러운 건 왜인지?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