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회 회원 중에서 박씨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그와 늘
붙어 다니는 그의 단짝, 최씨 뿐였을 것이다. 박씨는 틈만 나면 입버릇 처럼 자신은 아직도 호적상 40대라고
하지만, 그가 짱짱한 50대라는 사실은 회원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 그런 그가 난데없이 20대
처녀에게 장가를 든다하니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헐~ 뭔눔의 거시기를 달구 댕기기에 그런 호사를 누린디야... 써벌~! "
" 키두 크두 이쁘장헌기 싹싹허기가 얼반 쥑긴다등만... "
" 글마 낚시두 별루 못하등만.. 워디서 그런 여잘 다 낚었디야 ... 쩝~! "
술자리에 모인 회원들 중에는 그져 입맛을 다셔가며 나름대로 질투 비슷한 말로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또 이유도 없이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쉬면서 힘업이 그져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나, 이따금 뭔가가 알 수 없
는 희망(?)에 핏대선 눈알을 촛점없이 굴리는 사람이나 그게 상당한 충격이 된 모양이였다.
" 마~! 우야겠능교... 그래도 회장단을 포함해서 평소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만이라도 결혼식에 참가 하도
록 하입시더 "
낚시회 회장 최씨의 결론을 끝으로 술자리에서 모두들 일어났다. 낚시꾼들의 머리속을 들여다 본 일이 없기에
난 그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잘은 모른다. 그져 펄떡거리는 감생이가 잔뜩 그려져 있는 게 아닐지 추측을 해
볼 뿐이다. 하지만 이날 술자리에 함께한 낚시꾼들의 머릿속에는 감생이 보다 더 펄떡거리는 20대 처녀가 자
리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식은 의외로 변두리 한적한 예식장에서 치루어 졌다. 마치 급하게 도둑 장가라도 드는 것 같이... 그런데
우리 일행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차림세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급하게 야유회라도 나온 것 같이
모두가 하나 같이 제멋대로 였었다. 요란한 티쌰스에 개목걸이 같은 금빛 쇠사슬을 두르고 있는 사람은 그렇
다 치드라도 너절한 청바지에 눈알만 가린 썬그라스을 낀 사람, 고슴도치 같은 머리가 울긋 붉긋한 체, 겉어붙
힌 팔목에 용문신이 섬뜩하게 꿈틀데는 사람, 쉴새 없이 껌씹는 소리와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소리를 동시에
내는 사람 등, 도저히 결혼식에 온 사람들의 차림세 같이 보이질 안 했다. 그러기에 결혼식이 경건하다거나 엄
숙하다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는 결혼식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고 120kg의 거구 박씨의 단짝인 최씨가 몸소 안내한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 놀란 가슴을 추스리며 조금 전에 본 것들이 꿈인지 헛것인지 아름아름 되짚고 있는 데, 문제의 그들
이 마치 승냥이 떼처럼 몰려와 우리 옆 테이블에 우르르 앉았다.
" 아~! 모하능기고... 밥 나오기 전에 판 돌려야제~! "
깎뚜기 머리을 한 사람들이 방석을 가운데 놓고 민첩하게 카드을 돌렸다. 그래도 그들의 보스격인 최씨는
우리곁에 다가와 마치 자신의 결혼식인양 열심히 술잔을 따르고 참가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우리와
어울려 주었지만, 숱제 그 나머지들은 우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했다.
" 2백...2백이라 캤나...! '
" 쭈아~! 2백받고 4백... "
" 4백...! 4백받고 6백~! "
" 6백~! 6백 콜... "
우리는 그게 그져 장난인 줄로만 알았다. 백만원의 뭉치 돈과 수표가 왔가갔다 하면서 카드를 하는 그들이
그져 심심풀이로 그러는 줄 알았는 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였다. 그들은 그야말로 진검승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걸 지켜본 우리는 그져 딴세상에 온 듯 어안이벙벙했다. 내가 귀빠지고 그날 같이 여러번 놀란
날도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뭘하는 사람들이기에 우리가 천원짜리 취급하듯 저렇게 백만원 뭉치 돈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더 웃기는 건, 그 짧은 사이에 근 천만원의 돈이 왔다갔다 했는데
도 밥이 나오자 이내 모든걸 감쪽 같이 덮어두고 열심히 깎뚜기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거리며 밥을 먹는 그
들의 모습였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실 최씨나 박씨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였다. 인근에 살지도 않고, 처음에는 그져 잊을만 하면 한번씩
낚시점에서 본 그런 사람들였는 데, 낚시점 주인 이씨의 간곡한 부탁으로 낚시회에 가입하게 된 것였다.
그런 걸 잘 알고 있는 그들였기에 낚시회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부담이 느낄 정도로 많은 돈을 시조회
때나 납회때 헌납을 했고, 낚시대회만 개최되면 비싼 가전제품을 들고 누구 보다도 먼저 달려와 주었다.
최고급 승용차에 운전기사까지 두고 차를 굴리는 사람들이기에 그 정도는 별개 아닐 것이라고 우리는 말
했지만, 나 같은 서민들에게는 그져 이해가 안되는 일이였다.
난 낚시회의 총무를 맡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과 같은 함께 낚시터에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들은 다른건 잘 모르지만, 먹고 마시는 건 그야말로 칼이였다. 세 명이서 겨우 2박 할 낚시에 십여명이
보름간 먹을 음식을 싸들고 온다. 바다로 나가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나...
그들은 낚시 장비도 우리 같이 알뜰하게 챙기는 법이 없다. 준비는 다 되었다고 하면서 막상 차 트렁크를
열어보면 성한게 없을 정도로 다 훼손되어 있다. 또 릴도 제법 좋은걸로 여러번 쌌는 데, 낚시를 조금 뜸하
게 갈것 같으면 그마져도 어디로 굴러 갔는지 찾지를 못하고 새로 다 사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기에 바늘이
며 찌 같은 게 어디 온전하게 갖춰져 있기나 하겠는가.
그들은 낚시하는 것도 그렇다. 처음 갯바위에 내리면 먼저 채비를 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고
그렇게 채비를 해주면 이곳 저곳 그져 건성으로 텀벙거리다가 입질이 없으면 그냥 낚시대를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 술 마셔려 오라고 고함치고 밥 먹으라고 소리 지르며 온 섬을 덜썩거리게 만들
기 일수였다. 또 어쩌다 쓸만한 고기라도 한마리 올리면 언제 온지 모르게 한걸음에 내려와 마치 자신들이
잡기라도 했듯이 그야말로 섬이 떠내려 갈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 몰려든 감생이들도 귀를 막고 도
망 갈 판이였다.
그러기에 회원들은 그들과 함께 갯바위에 내리려 하질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들과는 임원들이 돌
아가며 내리게 되는 것이다. 낚시를 가르킨다는 명목으로... 그들과 함께 내리는 날이 되면 출발에 앞서 여
러번 갯바위에서 떠들지 않기로 맹세를 다짐 받기는 하지만, 그들은 술만 조금 들어가면 언제 그런 약속했
냐는 듯,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낚시를 접고 함께 술이 떡이 되어서 돌아오는 경우가 낚시회 임원들에 많았
다.
지금 그들은 학교(감옥)에 들어가 있다. 금괴밀수 조직범죄로 체포가 되어서 수감 중이다. 별도 여러개 있
는지라 형도 만만치 않게 받았다. 그들이 낚시터에서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 우린 알 수 없다.
그져 우리가 바라는 게 있다면, 이번 교정에서는 무엇 보다도 낚시에 임하는 자세부터 교정 되었으면 좋겠
고, 또 낚시장비를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과 십원짜리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교정 되었으면 한다.
나중에 기특한 사람으로 돌아와 정말로 낚시터에서 맘 놓고 술을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 아무리 값싼 장비라도 자신이 귀중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아끼면, 그것 보다 더 좋은 장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범고래: 갯바위서 자유를 맘껏 느끼고 싶었겠죠.! ^^ --[11/11-13:00]--
easyeg: 머리를 식힐려고 그런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 --[11/11-13:09]--
고밥사: 대단한 낚시회 총무님 이시네 .. 개성이 뚜렸한 회원이 많은것 같네요 ㅎㅎㅎ
--[11/11-16:18]--
드라곤: 낚시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안정.. 몸의 자유..또한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요?? 남에게 피해는 안주는 범위에서말이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11/14-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