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부터 부지런히 인터넷 뒤지며 채비법 낚시법 뒤지며 7월 13일이 오기만을 기다렸죠.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첫 바다 갯바위 낚시. 바다낚시라고는 방파제에서 고딩어 몇마리랑 우럭배낚시 해본게 고작인 저로써는 인터넷에서 보는 개감성돔(50자넘는넘)을 꿈에서 그리며 그렇게 하루 하루를 설래였습니다.
제 친구역시 완전 초짜. 이넘은 더 합니다. 배쓰 잡는다고 몇달째 설치드만 한마리도 아직 못잡은 넘이져 근데 13일 낮부터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어째 심상치 않습니다. 일기예보에는 태풍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뀔거라는 걸 보았기에 죄금 걱정은 했지만 그렇게 날잡은 오늘이 무산될 근심으로 똥매려운 강아지 마냥 어쩔줄 몰라했죠. 제가 갈 낚시를 주최하시는 서울 모 낚시점에서는 염려말라고 출발한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그렇게 그날 밤 8시 친구랑 관광버스에 올랐져. 한 10분 달렸나...가이드(?)아저씨가 그러네요 태풍주의보 내렸다구... 비가 점 점 더 거세집니다. 그래도 갑니다. 맘속으로는 걱정이 슬슬 들었습니다. 갯바위 위험하다는데... 오늘이 내 제삿날 아닌감... 맘으론 내리고 싶었지만 10여분 다른 조사님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쿨쿨 자고 있습니다. 생초짜인 친구도 세상 모르고 잡니다.
가이드 아저씨가 전화를 여기저기 때리더니 원래 목적지인 만재도는 못가구 여수로 간대요. 그리고 원래 14만원인데 내만권이라고 1만원을 돌려 줍니다. 쓰벌..이거 맞는 계산인가... 그래두 초보가 뭘 압니까..그냥 달라는대로 줬죠.
빗길을 한참을 달리니 드디어 여수 도착. 아직 잠에 덜깬 친구녀석을 깨워 짐챙기라고 독촉합니다. 친구놈은 만사가 귀찮은가 봅니다. 버스에서 더 자겠대요. 미친넘...여긴 왜 왔냐..? 모 낚시점에서 새우랑 깻묵(?)으로 보이는 집어제 등등을 사서 섞었습니다. 친구넘은 이거 모하러 사냐구 그냥 하자구 하는데.., 그래두 인터넷을 뒤져본 저는 이게 필요한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바다로 갔습니다. 바다엔 바람만 불뿐..파도가 고요하더군요. 태풍주의보 맞나? 14일 새벽 3시에 배는 출발. 디게 빠르더군여 완전 모타뽀드! 30여분 후 웅성웅성 하더니 선장님의 지시에 몇명이 내리더군요. 그 말로만 듣던 갯바위 낚시터,,, 그 한밤중에 아니 새벽에 낚시하는 분들도 계시구 말로만 듣던 절벽에 끈 붙잡구 올라가는 곳도 보이구...햐 저런데서도 낚시하나???
어느 포인트에 도착하더니 갑자기 저랑 친구보고 가이드가 내리라고 하네여. 얼떨결에 내리고 짐 내리고 선장님이 수심은 어떻구 포인트는 어떻구 막 떠는데 하나두 귀에 안들어 오더군요 친구보고 너 들었냐 선장이 뭐라구 하든?? 친구왈.. 낚시 재밌게 하래...ㅠㅠ 그러더니 배가 훌쩍 떠나갑니다. 어라? 우리 둘뿐? 가이드 아저씨가 낚시 가르쳐 준댔는데.???
온세상은 까맣고 멀리 육지의 불빛만 아롱아롱... 정말 황당 당황 ...둘이서 뭘하라구??? 일단 짐을 챙기구 친구랑 쪼그리구 앉았습니다. 야 이제 뭘 해야 하나...
일단 싸가지고온 보온병에서 커피한잔을 따라 마시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밀려오는 파도소리...행긋한 바다내음...참 기분하나는 좋았습니다. 음 안되겠다 날샐때까지 기다리자..우린 그렇게 맘먹구 그냥 쪼그리고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가이드를 원망 하면서...
드디어 날이 밝았습니다. 우린 미리 프린트해온 채비법을 펼쳐 놓고 하나 하나 껴넣었습니다. 찌매듭 0.8호 구멍찌...O 고무가 이건가?? 서로 의논을 해가며.. 목줄은 몇호로 쓰지? 야 너 몇호있냐?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친구왈..8LB 있답니다. 쩝 배쓰 줄을 가지고 왔군...내껀 1.5호 2호줄이 있었습니다. 전 뭘 쓸까 하다가 감성돔이 영리하단 말을 기억하고는 1.5호줄을 선택했습니다. 친구넘은 큰놈 잡겠다고 2호줄을 썼습니다.
자 이젠 밑밥을 어디로 뿌리나..조류를 태우랬는데...조류가 어디로 흐르지?? 암만 봐도 조류가 어디로 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앞에다가...
처ㅓㅅ번째 멋진 캐스팅 ...1분도 안되서 바닥에 걸립니다. 친구넘이 막 웃더니 맛도 없는 지구는 왜 잡냐? 그러나 친구넘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히 10초후에 바닥에 걸립니다. 2호줄이니 애를 먹네요. 야 찌를 내려야돼... 그러기를 10번도 더했을겁니다. 그런데 입질은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친구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물고기 없나봐...쓰벌 선장 아저씨가 아무데나 내려줬나벼..
투덜투덜 대고 있을 무렵 배가 왔습니다. 아무도 생선을 못올렸네요. 근데 가이드가 그러네요 여기서 사람 죽었다구... 에이 설마...이렇게 바다가 잔잔한데.???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농담으로 받아 들였고 다음엔 왠 방파제에서 내려주더군여. 야 이거 초짜 무시하네... 배타고 와서 방파제가 모야..거기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이드님의 배려로 특별히 같이 내리신 조사님 한분은 꺼먼 붕어를 한마리 건져내시더군여 (벵에돔이라고 합니다)
친구넘과 난 계속 투덜대면서 그 입질한번 없는 재미없는 낚시를 해야만 했습니다. 여긴 고등어도 없나벼..친구넘은 씩씩대며 담배만 뻑뻑.. 그렇게 우리의 첫 바다낚시는 끝나버렸습니다.
근데 육지에 와서 뉴스를 보는 순간 기겁했습니다. 14명이 죽었대요. 가이드왈...죽은 사람이 갯바위에서 옆에서 하던 낚시팀의 일행이랍니다 우리가 갯바위로 가던 그 시간...한쪽에선 사람이 죽어가던거였습니다. 정말 아찔..오싹..우리가 살아돌아온건 어쩌면 행운였습니다. 이렇게 끔찍한 첫 갯바위낚시를 마쳤습니다.
그 후 출근해서는 동료들이 한결같이 사망자 명단에서 제이름 찾았대나??? ㅎㅎㅎㅎㅎ 음 어쨋든...그 서울의 모 낚시점엔 두번다시 안갈 작정입니다. 그런 데가 결국 사람죽인거 아닙니까? 이렇게 끔찍한 첫출조에도 불구하고 곧 다가올 휴가땐 또다시 50짜 참돔을 꿈에 그려봅니다 어쩔수 없나 봅니다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