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시골의 한적한 호숫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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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시골의 한적한 호숫가에서.....

G 2 2,609 2002.05.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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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 시골의 한적한 호숫가에서 ....



산모퉁이를 돌아
늬엿늬엿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꼬불꼬불 올라가 멈춰서니
내 고물차는 숨이 찬 지 씩씩거리고
눈 앞에 펼쳐진 초록빛과 산등성이의 곡선
그리고 온갖 새소리는 자지러지는 노을빛과 함께
내 심장에 고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 깊은 산 속에 뎅그라니 놓인 호수엔
숨막힐 듯한 정적이 감돌고......
거울 같은 수면에 비친 산자락의 풍광
마을 어귀에 선 당산나무는 수면위로 그 초라한 가지들을 드러내고
그것이 풍기는 절묘한 조화미가
아, 참 잘 왔구나 생각이 든다.



듬성듬성 아스팔트가 호수 속으로 뻗어있고
철거된 집터들과 주춧돌은 아마도 수몰된 지 꽤 된 듯 하였다.
한 마을이 물 속에 잠겼을 때엔
틀림없이 그만한 생채기가 있었을 것이고
원주민들의 삶의 흔적과 역사가
송두리째 호수 속에 가두어졌으니
마을사람들은 그만큼 그리움이 깊을 것이다.



주섬주섬 자리 잡아 낚싯대를 펴며
내 숨소리가 내 귀에 또렷이 들리는 이 완벽한 정적에
약간의 두려움이 내 어깨를 타고 돌았다.
섬세한 부력조절을 마친 찌를 끼우곤
두 칸 대 하나를 펼치고 나니
새삼 주변풍광에 넋을 잃었다.



입질이야 올 때 되면 오겠지만
바늘 끝에 걸치듯 드리운 떡밥도 갈아주기가 귀찮았다.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들이마셨다.
해질녘 호숫가의 풍광은
언제보아도 설레일만큼 미학적이다.



산 너머로 해가 사라지자
어둠은 급격히 호숫가로 몰려왔다.
저쪽 떨어진 자리에서 한 마리를 걸어 올리는지
희미한 케미라이트 불빛이 춤추었다.
커피 한잔을 호호 불며 마시고 나니
온갖 상념과 고요한 풍광에 빠져들며,
낚시보다 그저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대를 걸쳐두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잔 숲을 헤치며 차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어둠은 마치 숯가루처럼
온 산에 짙게 깔리고
기억의 늪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한 소절의 멜로디.



“갈 숲 지나서 산길로 접어 들어가......”
가끔씩 집 주소도 까먹는 내가
그토록 오랜 노래를 정확히 흥얼거릴 수 있는 게
참 신기한 일이다.
김민기의 옛 노래를 흥얼거리며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올라 가는데
유령처럼 희끄무레한 게 시야에 들어왔다.



낡은 기와 몇 장이 바닥에 흐트러져있고
어느 문중에서 세워둔 큰 비석과 사당 같은 곳.
순간 찬바람이 스산하게 날 감싼다.
내 낡아빠진 차 옆엔
들어올 때 없었던 낯선 승용차 한대가 있고
속을 들여다보니 아무도 없다.
짐짓 무심한 듯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고물 지프의 요란한 엔진소리가 무척 크게 느껴졌지만
그나마 그 소리에 위안을 삼으며 시트를 눕혔다.
왠지 을씨년스러운 게 마음이 은근히 심란해졌다.
난 언제나 그랬듯이
집에서 포근하게 이불 덥고 자는 것 보다
갯바위나 텐트 속에서, 또는 차 안에서 쉽게 잠든다.



깊은 산중 호숫가에 홀로 차 안에 있으니
바람소리가 차창을 때리고
나뭇잎이 서걱거리는 소리에 잠이 들려는 순간
옆에서 무언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얼핏 들었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 했다.
반사적으로 시트를 올리고 창밖을 내다보니
맙소사, 아까 분명히 아무도 없었던 옆의 차 안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보였다.



아, 순간 얼마나 놀랬던지!
차의 문을 쾅 하고 닫으며 나온 이는
놀랍게도 바다고 민물이고 할 것 없이
오랜 세월 낚시를 즐겨온 친구였다.
뒷좌석에서 침낭을 덮고 자다가 인기척이 있어서 나온 것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서로 장난을 하며 난리를 피웠다.



한 순간 나를 엄습했던
두려움은 씻은 듯 가시고
대자연 속에
이렇게 벗과 함께 있음이 너무 행복했다.
뼘치의 붕어 몇 마리와 앙탈을 즐기며
친구와 보냈던 행복한 하룻밤이
내 낚시인생의 한 페이지에 또 기억되었다.

Neil Young...Running Dry ...Requiem For The Rock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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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G 고밥사 01-11-30 00:00
일석님 반갑습니다 지난번 보았을때 몸살기운 게시다고 하였는데
건강하신지요 그동안 다른일로 바쁘게 움직이다 일석님에 글을보고
몆자 적어 봅니다 얼마전 처음뵙고 실례는 않했는지 걱정되내요
정말 친형님 처럼 포근 했습니다 인자하신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름니다
언제또 뵙게 될련지.. 번 낚이라도 가실때 연락 주십시요
그럼 알..라...붕 (무슨뜻인지모름) 조.바.친 . 인사법인것 같아서
한번 사용합니다 ㅎ ㅎ ㅎ 무슨 뜻이죠? [05/31-17:57]
G 김일석 01-11-30 00:00
고기 밥 주는 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그 날 마신 술이 꽤나 독하더군요...^^
요즘은 건강을 회복하여 잘 지내고 있답니다.
고밥사님도 참 그지없이 좋은 분이더군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사업 잘 되시길 바랍니다.
참, 깜찍한 조카님도 빨리 좋은 혼처가 나타나길.......안녕히...... [06/02-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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