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접선지령을 주고받는 듯한 긴급한 지상파가 부산과 대구를 급박하게 오가던 지난 금요일의 일이다.
" 아~! 그려...어제도 오 짜가 세 마리 나왔구 오늘 아침 새벽에도 두 마리가 나왔다는겨 ! "
" 뭐라구유...? 오...오 짜가유 ! "
요즘 같은 보리 흉년에 연일 오 짜 감성돔의 퍼래이드라는 정보를 접수한 나는 그게 동해안이라는 말에 의심쩍한 생각이 들었다. 다소 그쪽 낚시에 부정적인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던 터에 얼토당토 않은 오 짜 운운은 나에게 있어서는 쉽게 납득이 안되는 일이였다.
" 아녀 ! 배 위에서 하는 게 아니구 기양 갯바위랑게... 그려~! 방파제도 되지만 갯바위에서 잘 되는겨 ! "
숨이라도 넘어가는 사람 같은 절규가 아직 잠에서 분명하게 깨어나지 못한 날 그냥 무참하게 흔들어 놓아 버렸다. 그게 동해면 어떻고 서해면 어떠하랴 감성돔, 그것도 오 짜가 설친다는 말에 나는 동물적인 민첩함 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뭤부터 해야 하는지 정신이 없다.
순간적으로 낚시대 낚시줄 바늘 틀채 피꾸통 내피 신발 낚시복 밑밥은 얼마나 어디서....이런 일련의 준비물 들이 마치 뉴욕증권소 좌판 같이 내 머리속을 지나가고 감포니 구룡포니 하는 익숙치 못한 동해안 지명을 어림잡아 본다고 이리저리 더듬이를 흔들어 봐야하는 등, 이른 아침부터 나와 어울리지도 않게 바뿌다.
" 지금 우리가 출발합니다. 아마 약 두어시간 뒤에 뵐것 같구려! 만나서 자세한 말씀 듣기로 하고 우선에 대 충 챙겨 날아갑니다. "
우리는 정신없이 손에 잡히는 것만 대충 챙겨서 고속도로로 달려간다. 경주에서 감포로 감포에서 해변도로 로 구룡포로 갈 예정였다. 바다낚시를 역으로 달려가는 기분이 이상타. 평소에는 남쪽을 향해서 달려가던 것이 이렇듯 북쪽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으니 마치 민물낚시라도 가는 듯한 기분이다.
바람은 차창 넘으로 지나치는 나무들로 봐서 아직도 제법 남아 있는 거 같지만, 날씨는 꽃샘추위가 물러간 뒤라 화창하고 따사롭기만하다. 빠르게 달려가다 보면 옆에서 더 빠르게 지나치는 모든 차들도 우리 같이 급한 마음으로 낚시를 떠나는 사람들 같이 보인다. 오 짜 감성돔도 좋지만 늘 안전운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우찌기 운전을 저렇고롬 헌디여! 옆으루 비켜 주등가 헐 일이지... "
감포를 지나서 수려한 동해안을 달리는 차들은 그야말로 만만디. 우리들 마음과는 다르게 느긋한 다른 차 들의 속도가 자꾸 날 감질나게 한다. 하기사 저런 경치를 두고서 옆에 아릿다운 여자와 급하게 달려갈 이유 야 그들에게는 없겠지. 모르지 ! 급하게 서둘 일(?)이 있다면야 그들은 동물 같은 몸부림으로 우리 보다 더 설치고 다닐지도...
해뜨는 집이라는 곳은 주변과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은 대형 아파트였다. 그곳에 집을 하나 구해서 몸 요양 을 하고 있는 대구분 대구리씨와 그의 친구분 쭈래기씨를 그곳 갯바위에 어렵지 않게 만났다. 대구리는 대 형 잉어를 일컫는 말이고 쭈래기는 중소형 잉어를 말하는 데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그들을 그렇게 별명으 로 불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덩치도 꼭 그렇게 되어 보였다.
" 아~! 반갑습니다. 어때요? 지금 조황이... "
" 오늘 아침까지 파도가 죽여줬는 데 오후가 되자 영 아니네. 그래서 그런지 전혀 반응이 없어. "
이들과 나는 오늘 처음 만났다. 어느 바둑사이트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누군가 감성돔 이야기를 꺼 냈고 그게 계기가 되어 낚시 이야기를 하다가 이곳 구룡포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이 두 분들이 나에게 그런 정보를 주었고 만나자는 제의에 따라 급작스럽게 이렇듯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낚시라는 건 참으로 묘하다. 나 보다도 7~8살 위인 그 두 분들과는 비롯 처음 만난 사람들이만 낚시라는 공 통된 매계체가 있어서 그런지 마치 십 년 지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분들이 낚시하고 있는 곳은 두 명만할 자리라 우리는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갯바위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동해안 갯바위는 주변을 지나치면서 보는 것과는 판이하게 막상 자리잡아 낚시를 해봤는 데 생각 보다는 물 색이나 수심 또 물흐름이 좋았다. 폭풍주의보 끝이라 그렇다고 한다. 동해안은 그런 날에 낚시가 잘 된다는 말에 우리는 잔뜩 기대를 걸고 우리가 앉은 자리 주변 물밑을 샅샅이 더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도가 아침에 비하면 많이 수구러져 기대했던 입질은 받을 수 없었다. 주변이 어둠으로 덮히고 멀 리 구룡포읍내의 불빛이 환상적으로 밝혀지는 저녁 7시 무렵에 우리는 일단 낚시를 중단하고 한자리에 모 였다.
" xx자리에 사람이 있어서 오늘은 못들어 갔는 데, 오늘은 이쯤에 낚시를 접고 내일 아침 새벽에 그곳으로 가도록 하는 게 좋겠어 ! "
대구사람 대구리씨가 아침새벽에 확률이 높다는 희망적인 말에 미련없이 해뜨는 마을 그의 아파트로 올라 가게 되었다. 혼자 사는 집, 하지만 온갖 살림이 편리하게 잘 갖춰놓고 있었다.가족은 다 대구에 있고 건강 상 이곳에 혼자 잠시잠시 머문다는 그곳에 감자쟁이들 넷이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낚시꾼들은 어디에 내놓드라도 일류까지는 그렇겠지만 제법 뛰어난 음식솜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인근시장에서 구한 회를 차려놓고 물매기탕에 그를듯한 술자리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물가에서 사는 사람들이야 그게 별 감흥이 없겠지만, 나 같이 내륙 깊숙히 둥지를 틀고 있는 사람이 이렇듯 창가에 펼쳐진 망망대해의 동해를 바라 보면서 낚시T.V에 회를 곁들여 낚시꾼들과 낚시 얘기로 밤을 지새울 생각을 하니 마치 세상 모든걸 다 얻은 기분이 들었다.
낚시꾼들의 얘기는 그 한계가 끝이 없다. 물론 간간이 정치니 경제니 하는 것과 스포츠 같은 게 화제가 될 수 있지만 역시 압도적인 비율은 낚시 얘기다. 어디서 무엇을 낚아봤고 어느 섬에서 무슨일이 있었으며 어느 배 선장이 어떻게 했다는 것까지 세세하게 말을하고 열심히 귀 기울려 들어주는 게 낚시꾼들이다.
소주병이 열 병이 넘어가고 시간이 새벽 4시가 넘어가도 감자들 넷 모인 방 불빛은 꺼질 줄 모르고 낚시 얘 기가 이어진다. 무슨 장비는 어떻다는 거며 어떤 낚시줄이 좋다는 것 등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이 옆에서 들으면 왜 저런 시시한 얘기로 날밤을 지새우는지 도무지 이해 못하겠지만 낚시꾼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 끼리 도 결코 다투는 일 없이 잘도 논다.
" 내일 우리가 가고자 하는 장소는 여러명이 함께 낚시할 수 있는가 모리겠네..."
" 그건 걱정할게 아니야 ! 단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 해 .
잡다한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술에 취한 흐릿한 정신을 가다듬어 내일 출조를 다시금 확인해 보면서 그밤을 그렇게 새하얏게 지새운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술을 마시며 결국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했지만, 그밤은 우리가 처음 낚시 얘기를 했고 나중에는 낚시 얘기가 낚시 얘기를 했으며 결국에 는 낚시가 사람을 얘기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저...저기 날이 밝은 게 아닌가 ? "
" 으잉~! 쪼매 늣었그먼... 버득 챙기고 나가야 허긋그먼... "
누가 먼저라 할것도 없다. 그져 놀란 사바나의 영양처럼 마치 스프링 튕기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우세 두세 달려간다. 누가보면 돈버는 일에 저렇듯 열성으로 했드라면 재벌인들 못 되겠냐고 웃을 일이지만 우린 누가 뭐라고 하던 이미 정해진 포인트를 들어가기 위해서 바뿌게 서두른다.
" 여러대 갈게 아니라 고마 내차 한 대로 가는 게 어떨까 ? "
대구리씨가 엘리베이트에서 긴급제안을 한다. 아마 날이 너무 빠르게 밝아져버려서 마음이 바뿐 모양이다. 몇 시간 차를 기다리다 그 기다림에 지쳐 잠시 역내 긴 의자에 누워 있다가 깜박 잠에 들어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는 옛날 촌 노인들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그짝이 난게 아닐런지...
갑작스런 하중에 놀란 XQ는 구부러진 동해안 길을 용케도 잘 달린다. 모두의 기대된 마음과 들뜬 가슴을 태운 까닭일 것이다.
" 저..저런 ! 사람들이 이미 들어가 버렸그먼... 우짠다지....? "
그리고 보니 마을 뒷길을 막 내려와 본 바닷가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미 들어와 한다하는 포인트에 다 앉아 있었다. 엎어지면 무릅 달 곳에서 출발한 우리와 대구나 부산에서 출발한 사람과의 달리기 시합에서 진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 옆에 그래도 다행이 빈 갯바위에 올라가 서둘러 낚시대를 폈다. 전날 보다도 더 잔잔해진 바다, 물색은 이제 너무도 맑아져 물밑까지 들여다 보인다. 감성돔이 들어올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 변에서 잡어 한 마리 올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 준비해간 밑밥을 열심히 뿌려가며 낚시에 임해 봤지만 역시 동해안은 나와 인연이 없었다. 그곳에서 낚시대를 접고 첫날에 했던 곳으로 되돌아와 다시금 남아있는 밑밥을 뿌려가며 낚시를 해봤지만 애매한 떡망상어 한 마리를 끝으로 낚시를 접었다.
일이 이렇게 되면 누구나 황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난 황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아니 ! 결코 황이 아니다. 그곳에서 대구리(큰 잉어)씨와 쭈래기(중간 크기의 잉어)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거제 여차에서 참패의 잔을 마시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허전 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밤샘 입낚시를 하고서 또 그렇게 낚시에 전념했드라도 전혀 피곤한 느낌이 들 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알게 되는 재미도 그렇지만 낚시꾼이 낚시꾼을 알게 되는 재미도 낚시 못지 않게 재밌는 일 인 모양이다. 이번에는 낚시의 결과는 그렇지만 다음에 파도가 온통 갯바위를 긴장 시키는 날 다시금 동해 의 그곳으로 달려가 오 짜 감성돔을 낚아 놓고서 그들과 즐거운 낚시 얘기로 또 밤을 새워봐야 겠다. 오 짜 감성돔이 아니라 난 그날 190에 육박하는 대구리를 낚았든 게 아닐런지....
지금까지 물망상어꾼였습니다. 오랫만에 들어와 보니 다소 얼떨덜 하네요.
감사합니다.
※ 참고로 그곳에서 오 짜 감성돔이 심심찮게 낚인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날도 이른 아침에 누군가 한 마리 낚았다고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