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여름 , 추자도~(완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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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여름 , 추자도~(완결편)

1 윤돌이아빠 5 3,283 2007.07.25 22:39
2002년 그해 여름 ..
추자도에서의 셋째날은 잔인하게 밝아왔다.
 
밤새도록 빌었건만, 이미 제주도와 함께 추자도에도 상륙한 태풍 '루사"는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나무가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신음하기 시작한 것이다.
섬 전체가 긴장한 듯 했다....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홀에서는 태풍에 대해 이웃집 누렁이 새끼 낳은 이야기를 하듯
두런거리는 주인장 내외와 달방을 얻어놓고 산다는 부산 낚시꾼 노인 커플의 모습은
똥마린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나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어쨌든 나는 추자도에 온 이상 뽕을 뽑아야했는데
뽕은 커녕 낚싯대를 물에 담글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
비가 잠시 그쳤고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다.
아내를 깨워 비 안올 때 낚싯대를 물에 담궈보겠다며 주인장에게 '해변장'이라고
써 있는 타이탄트럭을 빌려 나섰다. 상추자에서부터 민박집을 트럭을 타고 훑어내렸다.
겨우 쓸만한 해변가에 내려 우글거리는 파도와 마주하고 낚싯대를 드리웠으나 엄청난  파도와 바람에
줄이 가만 있지 않는다. 제대로 투척도 안 된다.
 
그러기를 두어시간....
드뎌 하늘이 짜개지는 소리를 내고 몇번 번쩍거리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섬에서의 태풍은 첨인지라
육지같은줄만 알았던 우리는 제대로 걸린 것이다.
차를 언덕받이에 세워놓고 수풀 사이로 내려갔었는데,
다시 차 쪽으로 올르려니, 걸음을 옮기기조차 힘이 든다.
밑밥통과 낚시가방을 짐칸에 던지고 재빨리 트럭문을 열,..었...는...데!
 
으악!~ 여봇! 나 날아가악~(참고로 나는 몸무게 90..^^*)
트럭문짝에 나의 몸까지 딸려가며 기세등등한 태풍에 밀려 반대쪽으로 꺽어지고 말았다.--;;
 
우리 부부는 비를 맞아가며 문을 억지로 닫으려 했으나 뭐가 고장인지 닫히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내렸던 창문도 갑자기 올려지지 않는다.
결국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한손으로 문짝을 잡고 한손으로 운전을 하며..간신히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추자도에 카센타는 있기는 한 것이냐? 이 태풍에 문은 열었겠느냐?
수리비는 도대체 얼마나 나올것이냐? 섬인데...부르는 게 값이지 않겠느냐?
 
우리 부부는 내내 겁에 질려 있었다. 아내는 쿨적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건 분명 추자도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판단했다. 어서 빨리 나가고만 싶었다.
그러나 페리호는 뜨지 않는다.
 
주인내외는 상추자에 카센타가 있으나 문은 열지 않았을거라며 태풍이 자길
기다려서 고쳐야 한다고 했다.
방안 가득 널린 젖은 빨래들처럼 나도 맘 속으로 통곡하고 있었다.
 
넷째날도 '루사'의 괴력에 떨며, '루사'를 째려보며 지나갔다.
 
다섯째날 아침부터는 비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낚시를 하고픈 맘에 없어졌더랬다.
 
해변장트럭을 고치고(다행히 수리비는 5만원 안쪽이었다.) 그 트럭을 타고
상추자쪽 방파제로 갔다. 태풍 중에 못빠져나간 사람들이 나와 민장대로 낚시들을 하고 있다.
전갱이였다. 서둘러 낚싯대를 펴고 전갱이들을 잡아올렸다.
요거 하자고 내가 여기까지 왔던가..한숨만 쉬고 있었다.
 
아내는 돈이 떨어졌다며 하추자 우체국에 갔다가 선착장에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다.
아, 배가 뜨기 시작했단다. 우리는 뒤도 돌아볼것 없다며 짐을 쌌다.
첫배로 무조건 나가야 헌..다..
 
그런데, 민박집에서 정산을 하는데.....고거 이상하다.
돈이 너무 오바됐다.
숙식제공 1일 2인 3만원....아닌가요?
터무니 없는 소리 마소, 자는데 2인 3만원에다가 열세끼를 두명으로 따지면 스물여섯끼!
 곱허기 오천원 밥값만 십삼만원에다가 밑밥값 숙박 십이만원 모두 ....
 
밥값은 따로?? 공짜인줄 알고 꼬박꼬박 챙겨먹었는데,
배 부른데도 아줌마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먹었는데.....이럴수가~
 
그래도....
아~ 이상하다. 분명 그때 거의 80만원이상을 냈는데...가진 돈으로 부족해서 40여만원을
이체했던 기억이 나는데...어떻게 따진 거지? 경황이 없긴 없었나보다.
 
여하튼 다시 밟은 육지땅이 얼마나 반가운지 그리고 얼마나 억울한지 눈물이 다 났다.
 
우린 그 해 여름 100여만원을 추자도 쏟아 붓고 돌아왔다.
 
난 당분간 '추'어탕'도 안먹었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긴 낚시여행도 자제한다. 
 
지금은....
와이프와 낚시를 떠날 때면 추자도 이야기를 한다. 
했던 이야기를 또하고 또하고 하는데도
여전히 어이없고 우습다.
...........
"그때 있잖아, 완도까지 당신은 계속 잤잖아..
나 혼자 얼마나 들뜨고 흥분했는지 당신은 모를거야~ 아! 추자! 절명여! 사자섬!
혼자 얼마나 읊어댔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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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fjdzj 07-07-26 22:12 0  
.... 해변장 이라는 이름의 민박집... 미리` 식비를 따로 받는다고 알려 주어야 했는데,,,,, 고생을 많이 하셨씁니다... 태풍 루사가 휩쓸고 다닐때에,,, 꽤` 여러분의 낚시인들이 태풍 때문에 사고를 당하셨네요...... 지난` 기억속에 남아있는 일` 이시겠지만,,, 그래도 무사히 다녀 오셨으니 다행이라 생각 하시기를.......
1 윤돌이아빠 07-07-26 23:53 0  
저희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대뽀로 들이댄 결과겠지요... 즐거운 추억이라 생각합니다.^^*
1 ♡風~♡ 07-07-29 20:17 0  
잘읽었습니다..1부..완결판까지..ㅎㅎ 손맛 입맛도 좋지만... 루사라는 태풍에 많은 고생을 하셨지만. 아주색다른 추억으로 남겠네요~
1 영팔이 07-08-05 11:04 0  
추자도가 하도 상식밖에 행동으로 이젠낚시인의 발길이 뜸합니다, 그돈이면 대마도나 다른지역에서 실컷 접대받고 즐기는 비용입니다 써비스엉망 바가지 시설물허접 돌아보지마시고 좋은곳으로 사전에알아보시고 건강, 즐낚하세요.
1 추자최포수 07-08-11 08:41 0  
드시고~ 주무시고~ 1인에3만원!!이면~많은부담은 아니라~생각합니다.... 그돈으로~그 일정을 계셨으면~대마도에가셔서....세곱"은 나올겁니다.... 서비스엉망!!좋은곳이 더 많구요~ 시설물하접?? 대마도"보다~훨씬 좋걸랑요~~ㅎㅎ 영팔이"님께서~추자도에 악연?이 있으신가 봅니다....ㅋㅋㅋ 조행기~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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