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날씨가 무척 덥네요. 오전 10시를 넘어가면 따가운 햇살 때문에 돌아다니기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회원님들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제 여서도에 다녀왔습니다. 긴꼬리 벵에돔의 찐한 손맛과 함께 무더워진 날씨를 체감하고 왔네요 ^^;;
그제는 날씨가 무척 좋았습니다. 파고가 낮고, 20도에 육박하는 수온도 반가웠고요. 하선하는 시간에 만조가 겹치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서도에 하선할 때 간조가 겹치면 안 그래도 미끄러운 갯바위에 해초까지 드러나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가 있습니다. 사리 물때가 대부분 그렇겠지요.

이날도 제가 이용한 선사는 "뉴페이스 낚시"였습니다.
무더위에 늦게까지 고민을 하다가 저녁 8시가 다 되어 선장님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 출조 준비는 평소에 해두기 때문에 자리가 있다는 말씀에 짐만 챙겨 바로 출발했습니다.

선장님과 사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핫도그와 구운 계란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미리 기대를 하면 안 되지만, '오늘은 어떤 간식이 준비되어 있을까?'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

낚시점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광주에 사는 재화 형도 이날 출조했네요.
손으로 골고르 크릴과 집어제를 섞고, 공기를 빼주면서 밑밥통에 담는 "정석" 방식으로 밑밥을 준비했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저렇게 준비하는 게 당연했는데......반성 많이 했습니다 ^^;;

1시간 30분을 달려 여서도에 도착했습니다. 완도의 다른 선사인 "국제 낚시"의 배도 비슷한 시간에 하선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여서도로 향하는 선사는 뉴페이스 낚시와 국제 낚시 두 곳입니다. 국제 낚시를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단골손님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인트 경쟁 없이 내리는 자리를 두 선장님께서 조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네요.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하선이 이뤄졌습니다.
제가 하선한 곳은 "영감자리"였습니다.
큰무생이 근처에 돌돔 낚시인들이 하선하고 난 뒤 선장님이 제 이름을 부르셨을 때 재화 형님께서 "영감자리"로 가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날도 선장님께 원하는 자리를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처음 내려보는 곳은 어디든 좋습니다. 예전에 여명 형님께서 낚시를 했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선하는 모습을 재화 형님께서 찍어 주셨네요. 3시간의 운전 때문인지 얼굴에는 낚시가 끝났을 때의 피로가 벌써 묻어 있었네요 -_-
짐을 내려놓고, 선장님의 공략 요령을 듣고 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새벽에 사용할 밑밥은 크릴 3장과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1봉, 벌크 빵가루 1/2봉으로 준비했습니다. 야간 긴꼬리 벵에돔 낚시에서는 갯바위 가까운 곳을 노리기 때문에 크릴의 양을 늘리고, 집어제는 밑밥을 뭉칠 정도만 섞어주는 편입니다.

여서도 밤낚시에 빠질 수 없는 볼락이 이날 만난 첫 고기였습니다. 탈탈 거리는 손맛에서 느껴지듯이 하나같이 씨알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수온이 높고, 살리기 힘든 볼락이어서 올라오자마자 돌려보냈습니다. 나중에는 아이스박스를 챙겨가서 아이들에게 구워줘야겠습니다 ^^"

차라리 볼락이 잡어라면 좋을 텐데, 이날의 최대 골칫거리는 아롱이라고 불리는 작은 벤자리였습니다. 줄무늬가 희미하게 남아 있을 정도로 어린 녀석들이라 취하기 애매했네요.

얼마나 개체 수가 많은지 밑밥을 치지 않아도 입질이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처음에 입질을 해주던 볼락들도 벤자리 등쌀에 자리를 내준 듯했습니다.

잠시 낚싯대를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해가 완전히 뜨고 나면 덥고, 대상어를 만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기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습니다.
발밑 가까운 곳에만 이따금 한 주걱 씩 밑밥을 던져주었네요. 이슬에 젖은 갯바위가 미끄러워 양수기의 조명을 켜서 동선의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다가 낚싯대를 들었더니 그 많던 벤자리와 볼락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바다의 상황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낚시인이 집중해야 할 시간입니다.
이어서 전자 찌를 급하게 당겨가는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챔질을 하자마자 갯바위로 달려오는 전자찌가 긴꼬리 벵에돔임을 알려주고 있었네요.

야간에 낚시인 긴꼬리 벵에돔은 주간에 낚이는 녀석들보다 일반적으로 힘을 못 씁니다.
목줄을 안 타기 때문에 강한 낚싯대와 채비를 사용해서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긴꼬리 벵에돔의 시야가 제한되어 수중 지형을 완전히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낚싯대의 탄력으로 갯바위로 들어 올리려고 하다가, 생각보다 무게감이 있어서 뜰채를 사용했습니다. 평소에는 캡 라이트의 불빛과 뜰채를 사용할 때의 소음 등이 신경쓰여 야간 낚시에서는 뜰채 사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긴꼬리 벵에돔의 피딩 시간이 짧기도 하고요.

살림통에 올려 봤더니 4 짜가 넘어가는 씨알이었습니다.
6월에 울릉도에서 만났던 녀석보다는 작지만, 지금껏 여서도에서 낚았던 긴꼬리 벵에돔 중에는 가장 좋은 씨알이었습니다. 물속에 이런 녀석이 들어 있었네요. 야간 낚시용 긴꼬리 벵에돔 9호 바늘을 삼키고 올라왔습니다.
야간 채비는 영상산업 팬텀 마스터기 낚싯대, 강우코리아 스페셜 플로트 원줄 3호, 경기스페셜 목줄 2.5호, 0호 전자찌, 조수 고무, 긴꼬리 벵에돔 바늘 9호에 봉돌을 가감했으며 미끼는 크릴이었습니다.

날이 밝고 나서는 주로 일반 벵에돔들의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30 중반 일반 벵에돔의 무게감도 좋고, 통통한 모습도 물론 귀엽지만......

상대적으로 긴꼬리 벵에돔의 모습이 더 예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네요 ^^;;
미끈한 체형과 촘촘한 바늘, 그리고 무엇보다 씨알이 작더라도 원줄을 세차게 들고 가는 입질은 긴꼬리 벵에돔을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이래서 낚시인들이 "긴꼬리 벵에돔, 긴꼬리 벵에돔"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 내려보는 "영감자리"였지만, 오른쪽으로 보이는 큰무생이 안통이 익숙했습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곳이 성여와 볼락개인 듯했고요.
몇 분 차이는 없었지만, 큰무생이 안통에 비해 해가 늦게 들어온다는 점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감자리는 바다를 보면서 전체적으로 비스듬한 경사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낚시할 자리는 발판이 편했지만, 물이 빠지고 나면 따개비와 해초류가 드러나기 때문에 원줄 관리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고, 조류가 빠를 때는 잠길찌 채비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네요.
간조 전후로 하선을 하거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안정적인 채비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겠네요. 저는 이날 대부분 찌를 보면서 입질을 파악하는 낚시를 했습니다.

제가 사용한 미끼입니다. 기본적으로 밑밥 크릴에서 조금 떼어 낸 크릴을 보냉 미끼통에 넣어 사용했고, 잡어가 있을 때는 보일(찐) 크릴과 염색 크릴(미끼 크릴에 색소를 부어서 만든)을 사용했습니다.
세 가지 미끼 모두 고른 입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잡어가 없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일반 크릴을 사용할 때 입질이 제일 좋았습니다.
거문도에서는 거의 입질을 받을 수 없었던 보일 크릴에 벵에돔의 입질이 잘 들어온 것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거문도 출조 이후 시판되는 보일 크릴에 대한 믿음이 조금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

부시리의 입질이 들어오는 것만 봐도 보일 크릴에는 문제가 없었네요 ㅠㅜ 지난달의 거문도에서는 뭔가 상황이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 크릴, 보일 크릴로는 부시리의 입질을 피할 수 없었지만, 염색 크릴에는 부시리의 입질이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이스박스에 넣어두었던 마지막 크릴 한 장과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1봉, 예전에 쓰다 남은 V9 덕용 1/3봉을 추가로 섞어주었습니다. 여름에는 한 번에 밑밥을 만들어 두는 것보다 조금씩 밑밥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미끼 크릴을 밑밥통에 부어주고, 새 크릴에서 미끼를 다시 떼었습니다. 아무래도 여름 낚시를 할 때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집니다 ^^;;

한낮이 되면서 낚이는 벵에돔의 씨알이 많이 작아졌습니다. 자리돔의 활동 범위를 넘어서 밑밥에 반응하는 벵에돔들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많았지만, 대부분의 씨알이 25cm 정도였습니다.
날씨도 많이 덥고, 충분한 손맛을 보았기에 조금 일찍 낚싯대를 접으며 주변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다시 뉴페이스 호에 올랐을 때 남긴 영감자리의 모습입니다.
갯바위의 생김새나 낚시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확실히 좋은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갯바위 자체가 엄청 높지는 않기 때문에 기상 좋은 날 만조 전후 한 명 또는 일행 두 명이 내리면 충분히 손맛 볼 듯합니다.
대부분의 조류는 물때와 상관없이 오른쪽 큰무생이 방향으로 흘렀고, 발앞 왼쪽으로 나와 있는 갯바위 자락으로 많은 벵에돔들이 돌진했습니다. 박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여유 줄을 주고 조금 기다리면 모두 나와주었습니다 ^^"

배에 올라 계측을 해보니 새벽에 올라온 긴꼬리 벵에돔은 43cm 정도 나왔습니다. 씨알도 그렇고, 여러 마리의 벵에돔으로 찐한 손맛을 보고 왔네요.

시원한 선실에서 1시간 반 동안 기절하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항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뉴페이스 낚시 사모님께서 준비해 주신 시원한 커피로 잠을 깨웠네요.
출조할 때의 간식과 철수 후의 음료수 모두 낚시인들에게 작지만 크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조황 사진을 찍고 작은 벵에돔들을 보낸 후 기포기가 작동하는 것까지 확인했는데, 호스가 조금 꺾여 있었네요 ㅠㅜ 나오는 기포의 양이 적었다 보니 벵에돔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재화 형님에게 급하게 칼을 빌려 항에서 벵에돔들의 피와 내장을 다 뺐습니다. 칼이 없었으면 귀한 고기를 그냥 버리고 올 뻔했네요.

고기를 밑에 두고 종이를 하나 깔아 얼음이 벵에돔에 직접 닿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방법도 괜찮네요. 진짜 더울 때는 갯바위에서 바로 피를 빼 수건으로 감싸 아이스박스에 넣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낚인 직후에 피를 빼는 방식이 물고기에게 스트레스를 제일 적게 주는 방식일 것 같기도 하고요.

창원에 도착해서 벵에돔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거제범 봉암 형님에게 전달했습니다. 매번 빈손으로 오라고 말씀을 드리는데도, 이번에는 맥주를 들고 오셨습니다 ^^;;
회 떠서 냉장고에 잠깐 넣어둔 사이에 장비 정리하고, 씻고 나와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면 그곳이 낙원이죠. 둘째 규빈이와 둘이서 깨끗하게 한 접시를 비웠습니다.
급하게 결정한 출조였습니다. 무더위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더 더워지기 전에 다녀오자고 마음을 먹었네요. 결과적으로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찐한 손맛에 입맛까지 완벽한 출조였습니다 ^^"
힘든 부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가져간 우산을 쓰고 틈틈이 얼음 물을 마셨지만, 중간중간 머리를 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돌아올 때 운전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당분간은 조금 쉬면서 주변 정리를 할 생각입니다. 오후 출조, 오전 철수의 야영 출조나 1박 이상의 민박 출조가 아니면 출조를 안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이웃님들도 출조하실 때 작은 우산, 얼음 물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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